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19화 (20/151)

▣ Chapter 1-19

『의뢰서 2#

내용: 뒷골목 통합.

보상: 소켓』

『의뢰서 2-1#

내용: E구역 통합.

보상: 스킬 랭크 업.

실패 시 페널티: 소켓 1개 회수.』

“또 새로 왔네. 그것도 어마어마한 거로.”

안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낸 형우는 절로 인상이 써졌다.

종이에 써진 내용이 하나하나 가벼운 게 아니었다.

뒷골목 통합은 그렇다 쳐도 E구역 통합은 정말 어려웠다.

아니, 사실상 뒷골목부터 문제였다.

범죄자들이 모인 곳에서 더 범죄자다운 구역이었다.

그런 곳일수록 당연히 여러 길드와 얽혀있을 터였다.

그런데 정치판만큼 복잡하게 얽혀있을 그곳을 다 통합시키라니.

형우는 머리가 복잡해지는 걸 느꼈다.

‘앞에 걸 성공해도 뒤에 걸 실패하면 그냥 도루묵이네. 하아… 일단 상담부터 해야 하나?’

다행히도 형우에겐 조언을 구할 대상들이 널린 상태였다.

그중에 제일 조언자로서 적합한 투기장 사장이 둘이나 있었다.

“자, 일단 다 먹고 시작하자.”

형우는 떨고 있는 먹잇감들을 바라보며 노예 문서를 꺼내 들었다.

노예로 만드는 과정은 손쉬웠다.

용준의 능력이 꽤나 쓸모 있었는지 대부분이 치명상을 입었다.

그 덕분에 반응은커녕 다들 순순히 노예 문서에 사인했다.

다만, 노예로 만들지 못한 인물들도 있었다.

이미 상위 길드의 노예가 된 이들.

그들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다행은 정말 소수라는 거였다.

게다가 지금 얻은 이들만으로도 부수익이 엄청났다.

“투기장 2개, 도박장 5개, 주점 18개, 성매매업소 11개. 상점 15개? 뭐 이리 많아?”

형우는 사무실에서 새로 얻은 사업장을 정리하며 눈이 커졌다.

이 정도면 길 한두 개는 혼자 다 차지할 수 있는 양이었다.

실제로 어느 거리는 반 이상이 다 형우의 것이 됐다.

만약 E구역이 작았다면 이 정도면 뒷골목은 통합했을 것 같았다.

“점포도 많네. 정말 문어발식으로 많이들 했네.”

사실 사장들 몇 얻었다고 얻을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그러나 다른 사업장까지 여러 개 가진 이들이 많은 덕분에 형우가 많은 것을 얻게 됐다.

“아시다시피 다들 윗선이 있지 않습니까? 돈을 더 벌려면 뒤로 다른 사업장을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자기 사업장에서 나오는 건 뒷돈 챙기기가 영 쉽지 않으니까요.”

“그거 왠지 자랑처럼 들리는데요?”

형우는 박 사장을 바라보며 묘하게 웃었다.

그러자 박 사장은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하하… 자랑보단 저에게 이런 능력이 있으니 앞으로 중용해주셨으면 하고…….”

“흠…….”

박 사장은 투기장 외엔 사업장이 하나도 없었다.

다만, 그 투기장 하나만으로 다른 사장들이 버는 돈 이상의 수입을 거뒀다.

김 사장도 뒤늦게 따라 하긴 했지만, 이미 D급들이 노출된 터라 많은 돈을 벌긴 힘들었다.

여하튼 박 사장은 돈 버는 거로는 감각이 꽤 있어 보였다.

형우도 그걸 알기에 어느 정도는 써먹을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뭐 도울 일이라도…….”

박 사장은 자세를 낮추며 뭔가 기대하는 듯 말했다.

혹시나 자신에게 콩고물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사업장이 하나둘도 아니고 수십 개가 뚝 떨어졌다.

다만, 그것을 모두 얻은 형우는 영업에 대한 감각이 부족했다.

본인도 그걸 알기에 투기장도 그냥 박 사장에게 맡겼다.

이번에도 혹시 그런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묘한 기대감이었다.

비록 노예가 됐어도 출세에 대한 욕구는 막지 못했다.

그러나 형우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많은 사업장을 얻은 김에 E구역의 뒷골목을 모두 먹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예?!”

“허…….”

그 말에 같이 있던 김 사장까지 놀란 표정이 됐다.

기껏해야 사업장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이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 젊은 사장에게서 나온 말은 예상을 뒤엎는 말이었다.

그러나 해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냥 지금 바로 다 먹으시면 됩니다.”

김 사장은 심플하게 답은 내놓았다.

“그냥 바로 먹다니요?”

“다른 거 없습니다. 지금이 제일 적기입니다. 더 없을 적기요.”

“그게 무슨 말이야, 김 사장?”

박 사장은 뭔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E구역은 D구역 길드의 텃밭이었다.

D구역에 있는 길드들이 돈줄을 위해서 뿌려놓은 사업장들이 대부분.

그나마 소수가 E구역에 터를 잡은 길드들의 것이었지만 그래 봐야 별 영향력 없었다.

E구역엔 C급을 보유한 길드가 딱 한 곳밖에 없었으니까.

중간을 이뤄줄 D급의 수도 많이 부족했다.

그 때문에 그들은 E구역에 거주하면서 사업장들을 넘보지 못하고 있었다.

넘보는 순간 D구역에서 보복이 올 테니까 말이다.

“박 사장, 이제 보니 정보력이 달리는구만.”

“뭐라는 거야. 내가 왜 정보력이 달리…….”

“D구역 지금 망했어.”

“…응?”

박 사장이 얼빠진 소리를 냈다.

기껏 한다는 소리가 D구역이 망했다니.

D구역에 얼마나 많은 길드가 있는데 그게 다 망할 수가 있겠는가.

그러나 김 사장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전쟁이 제대로 났거든. 누가 부추겼는진 몰라도 D구역 길드들이 연합해서 제일 알짜를 먹고 있던 리넬 길드를 쳤어. 무려 명진 길드 산하 길드를 말이야.”

“뭐?! 미친놈들! 그놈들이 무슨 정신으로?!”

D구역에 상주 중인 리넬 길드는 C구역에 상주해서 충분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러나 D구역에서 상주하며 C구역의 알짜들을 빨아들이고 구역의 지배자로서 군림했다.

물론 그 이유는 위에 있는 명진 길드 덕분이었다.

무려 A구역에 상주 중인 명진 길드는 대기업이 후원하는 길드라고 소문났다.

게다가 S급 헌터까지 보유한 곳이었다.

그런데 그 명진 길드의 산하 길드를 D구역 길드들이 연합해서 공격한 거였다.

“무슨 정신이겠어. 분명 SH 새끼들이 선동질했겠지.”

“썩을 새끼들. 지들은 안 싸우고 밑에 애들만 피 보게 하네.”

박 사장은 인상을 쓰며 욕을 내뱉었다.

SH 길드는 명진 길드와 라이벌 관계였다.

똑같이 S급을 보유하고 비슷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둘이 직접 붙기보단 대리전을 자주했다. 그리고 이번 희생양은 D구역이었다.

“여하튼 그렇게 붙었는데 중간에 이것저것 복잡한 게 섞였어. 결론은 D구역에 있는 길드 중 제대로 명맥을 유지하는 놈들이 거의 없다는 거지. 아마 여기엔 이제 신경 쓰고 싶어도 못 쓸 거야. 아니지, 오히려 눈치를 볼 수도 있어.”

“아아, 그러네. 그렇지.”

“왜 그렇습니까?”

혼자만 이해를 못 한 형우가 의문을 던졌다.

“여기 뒷골목 다 먹으면 우리가 더 나으니까요. 그리고 어… 음… 사장님?”

“그냥 형우라고 불러주세요.”

김 사장이 어색하게 호칭을 하자 형우는 바로 정정해줬다.

“흠흠… 형우 님이 C급이라고 들었는데 C급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절대 꿀릴 거 없습니다.

D구역에 있는 길드도 C급 있어 봤자 한둘인데 이젠 그것도 거의 없을 테니까 말입니다. 거기에 여기 뒷골목을 통합하면 D급도 충분히 딸려 올 겁니다. 그것도 배신할 수 없는 사람들로 만요. 그럼 에이스로든 중간층으로든 밀릴 게 없습니다. 형우 님은 그냥 땅에 떨어진 거 주우시면 됩니다.“

“아…….”

김 사장의 말에 형우는 바로 이해가 됐다. 그리고 곧 생각을 정리한 형우는 입을 열었다.

“그럼 주우러 가죠.”

여러 불빛이 빛나는 홍등가의 밤.

저녁 시간인 다섯 번째 밤이 될 때면 더욱 반짝이는 그곳은 욕망에 충실한 곳이었다.

돈을 내고 욕망을 채우고 돈을 내고 하룻밤의 환상을 얻는 곳,

그곳이 바로 홍등가였다.

그러나 모두가 그 욕망을 채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욕망을 줘야 하는 사람, 그곳에서 절망, 좌절, 고통을 얻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그리고 김지성은 그 부류의 사람이었다.

“지성 씨, 또 오셨네? 또 같은 애로?”

“네, 부탁합니다.”

어느 성매매업소 앞, 지성은 딱딱한 말을 내뱉었다.

그와 대화 나누는 여자는 나이에 맞지 않게 잔뜩 화장한 여자였다.

딱 봐도 이 사람이 마담이구나 할 정도의 느낌으로 말이다.

“하여간 지고지순하셔. 다른 사람은 터치도 못 하게 하시고. 뭐 나야 돈만 많이 주시면 상관없지만요. 들어가 있어요, 불러줄 테니까.”

“네.”

지성은 끝까지 딱딱한 말을 뱉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양아치처럼 보이는 직원이 3층의 어느 방으로 안내해줬다.

“후우…….”

방 안에 들어온 지성은 한숨을 푹 쉬었다.

이곳에 출입한 지 벌써 반년이 넘어갔다.

그때마다 소모한 포인트는 빚까지 지게 했다.

최근에 형우의 경기에 베팅하면서 돈을 좀 벌기는 했다만, 그게 전부였다.

앞으로 소모될 돈을 생각하며 한숨만 나왔다. 그리고 벗어날 수 없는 이 굴레에서 더 한숨이 나왔고.

벌컥!

“오빠!”

그때 누군가 방 안으로 들어와 지성을 와락 끌어안았다.

“주현아.”

지성은 자신의 품으로 달려든 주현을 살며시 안았다.

그러고 가볍게 등을 쓸어줬다.

“맨날 보는데도 맨날 똑같이 달려오네.”

“맨날 보고 싶으니까.”

주현은 그 말을 하며 지성의 입술에 입을 포갰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둘은 서로의 이야기를 하며 즐겁게 떠들었다.

“풋! 그 언니가 뭐라고 했냐면…….”

“뭐? 하하!”

“그런데…….”

그들은 정말 별거 아닌 대화로 웃고 떠들었다.

작고 소소한 것에도 떠드는 그들은 손님과 성매매업소 직원의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다.

사실 둘은 감옥에 오기 전부터 연인 관계였다.

미래까지 약속할 정도로 둘의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했다.

이제 프러포즈만 있으면 언제라도 결혼할 커플.

그러나 지성이 프러포즈를 결심한 날 재앙이 시작됐다.

정말 우연한 사고였다.

지성과 같은 E급 헌터였던 주현은 던전에서 실수로 사람을 죽이게 됐다.

원해서 죽인 건 아니었으나 관리자들은 그런 건 고려하지 않았다.

그저 실형을 선고하고 감옥에 가두기만 했다.

순식간에 연인을 잃은 지성이 선택한 건 단 하나였다.

‘나도 들어가야 해.’

자신도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가는 것.

그렇게 지성도 바로 주현의 뒤를 따라갔다.

그러나 뒤늦게 따라온 지성이 본 모습은 성매매업소로 팔려나가는 주현의 모습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F구역의 강제 노역뿐만 아니라 강제로 노예로 만드는 길드도 많았다.

주현은 그 피해자였고 지성은 그녀를 따라 E구역으로 왔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녀를 구하기 위해선 거금이 필요했고 겨우 E급에게 거금 마련이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결국은 지성이 선택한 방법은 모든 돈을 모두 써서 그녀를 지켜주는 것뿐이었다.

악착같이 돈을 모아 손님으로서 주현을 독점했다.

그것 말고는 답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그로 인해 다른 위기가 찾아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콰앙!

“헙!”

“꺄악!”

갑자기 문이 쾅 소리를 내며 열렸다.

“네가 그 백마 탄 왕자님이냐?”

“킥, 형님. 요즘 백마 탄 왕자님이란 말을 누가 씁니까? 요즘 대세는 순정남이라고요.”

“그러냐? 그럼 네가 좀 알려주던가, 새까!”

“푸하하!”

갑자기 문을 열고 나타난 4명은 자기들끼리 킥킥거리며 웃었다.

지성은 그들을 보며 경계 어린 눈빛을 쳐다봤다.

“어, 이 시끼 봐라. 눈 안 까냐?”

“…….”

“눈 안 까냐고!”

퍼억!

“컥!”

“오, 오빠!”

남자의 주먹에 맞은 지성은 뒤로 날아갔다.

E급은 지성이 전혀 반응할 수 없는 속도의 주먹이었다.

“허억! 허억!”

순간 숨을 못 쉴 정도로 강력했다.

겨우 주먹 한 방이었지만 그것으로 힘의 격차가 확연히 느껴졌다.

적어도 D급 이상의 실력자가 확실했다.

“우리 형님이 오늘은 얘를 좀 예뻐해 주고 싶어서 말이야. 혹시 불만이 있는 건 아니지? 아, 없다고? 그래, 그동안 계속 혼자 처먹었으면 나눠 먹는 매너도 있어야지.”

“허억…! 안…….”

지성은 안 된다고 외치고 싶었지만 여전히 숨이 제대로 안 쉬어졌다.

게다가 한 방에 갈비뼈가 여러 대 부러진 거 같았다.

중상을 입을 터라 거동도 힘들게 됐다.

그사이 남자는 주현을 잡아끌었다.

“꺄아악! 오빠! 놔! 놔!”

“이년 상태 꽤 괜찮은데? 새끼, 보는 눈이 있었구만. 형님, 오늘 꽤 좋은 밤 보내시겠는데요?”

남자는 주현의 몸을 더듬으며 음흉하게 웃었다.

그러자 형님이라고 불리는 남자가 똑같이 웃었다.

그때.

쾅! 콰앙!

“무슨 소리야?!”

“모, 모르겠습니다. 알아볼까요?”

“빨리 가봐!”

갑자기 아래층이 시끄럽자 몇몇이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그들은 안 돌아왔다. 그리고 그들 대신 올라온 것은 형우였다.

“어? 지성 씨?”

위로 올라온 형우는 투기장에서 봤던 지성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다만, 딱 보고 대충 상황을 파악했다.

“넌 뭐야?!”

“너희 저승사자.”

“뭐?”

“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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