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18화 (19/151)

▣ Chapter 1-18

“죽여! 죽여!”

“빨리 일어나! 일어나라고!”

“아아! 전 재산이…….”

지하 투기장 안.

늦은 시간이었지만 평소 때와 다름없이 투기장은 고성이 오가고 희비가 엇갈렸다.

관중들이 모르는 사이 투기장의 주인이 뒤바뀌었지만, 설령 알았다 하더라도 그건 아무 상관 없었다.

그저 도박의 쾌락과 무식한 싸움에서 오는 잔인함을 즐기면 다였으니까.

오히려 주인이 바뀐 걸 알면 더 잔인해지지 않을까 기대를 더 할 터였다.

물론 형우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냥 지금 하던 것 그대로 운영하려 했다.

특별히 바뀐다고 사람이 더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또 장기적으로 운영할 계획도 없었다.

어차피 2개월 바싹 버는 것도 승부조작으로 버는 거였다.

운영의 변화와는 전혀 연관 없었다.

물론 운영에 살짝 영향을 줄지도 몰랐지만, 그건 잘 조절하면 됐다.

각설하고 투기장은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인생을 허비하는 이들로 넘쳐났다.

다만, 투기장의 반대편에선 좀 변화가 생겼다.

“바로 쳐들어가! 박 사장부터 잡아!”

“박 사장만 잡으면 끝이라고! 얼른 밀어버려!”

투기장 뒤편, 특실과 사무실 등 업무 공간에서는 한 편의 누아르가 펼쳐졌다.

한쪽에선 어떻게든 뚫으려고 하고 한쪽에선 어떻게든 막으려 하는 싸움이었다.

“막아! 막으라고!”

“조금만 더 버티면 돼! 으아아!”

박 사장의 부하들은 입구에서 버티며 길을 막았다.

그대로 싸울 수도 있었으나 그들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주력들이 형우에게 얻어터진 지 오래되지 않은 상황.

그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싸움이 이뤄질 리 만무했다.

결국은 다들 길을 막는 걸 택하고 인간 바리케이드를 쳤다.

어디서 뜯어온 건지 모를 문짝 여러 개로 다가오는 이들을 밀었다.

“하하!”

그 모습을 보며 뒤에 멀찍이 떨어져 있던 한 남자가 비웃었다.

“최형진이, 네 말대로 정말 힘 하나 못 쓰고 있네. 싸우기도 전에 온몸이 걸레짝인 새끼는 뭐냐? 이놈들 도대체 뭐한 거야?”

“김 사장님,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아까 나갔다가 다들 병신 돼서 돌아온 걸 봤다니까요.”

옆에서 형진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김 사장에게 굽신거렸다.

박 사장이 열 받은 상태에서 빠르게 움직이다 보니 행동이 많이 노출됐다.

다치고 돌아오는 것까지 전부.

그런 상황에서 최근에 D급 신경욱까지 죽었으니 김 사장이 가만히 있으면 말이 안 됐다.

게다가 더 중요한 이유도 있었다.

‘저쪽 길드에서 이제 여기에 쏟을 신경이 없다 이거지.’

김 사장 또한 바지사장이었기에 위에서 명령을 내리는 길드가 있었다.

메이저 길드.

사실 이름만 메이저지 겨우 D급에 안착한 흔한 길드였다.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건 이곳에서 벌어들이는 수익 덕분이었다.

D구역에서 별 수익이 없어도 E구역에서 안정적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메이저 길드에 큰 도움을 줬다.

그러나 메이저 길드와 경쟁하는 프로 길드가 똑같은 방법으로 경쟁을 시작했다.

그게 지금 박 사장의 투기장이었다.

덕분에 앙숙이 된 두 길드는 E구역을 놔두고 D구역에서 혈전을 벌였다.

둘 다 자멸하는 건 피하고자 E구역 자금줄은 놔두기로 암묵적 합의를 했다.

다만, 그것도 이제 며칠 전까지였다.

최근 D구역에서 큰 전투가 일어났다.

그 전투로 구역 내의 길드들의 세력이 모두 크게 꺾였다. 그리고 그 안에는 메이저와 프로 길드도 속해있었다.

두 길드는 그때 거의 반 붕괴 상태가 됐다.

길드로써 명맥은 유지했지만, 그게 다인 상황.

그런 상황에서 김 사장은 다른 걸 꿈꿨다.

‘내가 여기서 박 사장 세력을 다 흡수하면 길드 하나 만들 수 있지 않나?’

길드의 힘은 등급이 높은 이들의 수로 결정된다.

원래 D급의 수는 자신을 포함해서 총 5명뿐이었다.

이건 박 사장도 똑같았다.

그러나 최근 균형이 깨지고 상황이 이렇게 되니 김 사장의 욕망이 꿈틀거렸다.

박 사장의 세력을 흡수하면 D급 9명.

여기에 다른 가게 사장들과 연합을 하면 충분히 D구역에 있는 길드만큼의 힘을 가질 수 있었다.

게다가 지금 D구역에 있는 이들보다 자금력이 뛰어난 상황.

절대 꿇릴 게 없었다.

다만, 그걸 계획하기엔 뭔가 살짝 부족했는데 딱 틈이 생겼다.

그 틈이 생기자마자 김 사장은 바로 박 사장의 투기장을 공격했다.

“아이고, 잘했다. 너는 여기 먹으면 바로 여기 부사장 자리 준다. 사장 자리는 네 형님한테 줄 수밖에 없는 거 알지?”

“아휴, 그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합니다, 김 사장님!”

김 사장은 오버를 하면서 형진을 칭찬했다.

다만, 표정이 금방 굳었다.

“그런데 여기를 제대로 먹으려면 박 사장을 잡아야 한다는 건 알지?”

“예, 예. 당연히 알고 있죠. 제가 가서 뚫을까요?”

“그거 말할 시간에 벌써 뚫었겠다. 박 사장, 그놈. 능력은 형편없는데 도망가는 건 최고라고. 더 지체하면 분명 도망간다.”

“예, 알겠습니다.”

탓!

형진은 바로 대치 중인 곳으로 달려갔다.

“다들 비켜!”

그 말에 다들 옆으로 비켜섰다.

뭘 하려는 지 그들은 잘 알았다.

형진은 가운데로 틈이 생기자 손바닥을 들어 장풍을 날리는 듯한 행동을 했다.

“에어 밤!”

파아앙!

“으아악!”

“나, 날아간다!”

가운데가 비면서 여유가 생겼었다.

그러나 에어 밤으로 인해 전세가 순식간에 역전됐다.

에어 밤에 맞은 박 사장과 부하들은 종이처럼 뒤로 날아갔다.

그러자 길은 바로 뚫렸다.

퍼억! 퍽!

“크헉!”

“아악!”

“어이, 죽이지는 마. 어차피 박 사장만 잡으면 다 먹는 애들인데 잘 묶어만 놔.”

김 사장은 박 사장이 부하들 모두에게 노예 문서를 쓴 걸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박 사장을 필사적으로 잡으려 했다.

물론 본인 또한 마찬가지였지만.

“더 못 지나간다!”

“끝까지 막아준다, 진짜!”

그때 김 사장의 부하들 앞을 명환과 성민이 가로막았다.

박 사장의 부하 중 가장 강한 두 명이었다.

그들이 앞을 막아서자 다들 긴장했다.

그러나 곧 그 긴장은 풀렸다.

“푸하하하!”

“하, 그 상태로 막겠다고?”

“킥킥! 아, 오랜만에 빵 터지네.”

둘을 보곤 김 사장의 부하들은 신나게 비웃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눈이 밤탱이가 된 둘이, 그것도 사이좋게 한쪽씩 멍든 그들이 앞을 막았다.

“명환 씨, 제가 좋은 병원 소개해 줄 테니까 그짝으로 가는 게 어때? 어차피 막는다고 뭐가 안 되는 거 알잖아.”

“…….”

형진의 말에 명환은 입을 다물었다.

굳이 여기서 말해봐야 입만 아픈 상황.

뻔한 도발임을 알기에 명환은 반응하지 않았다.

“형진아, 그만하고 들어가자. 시간 없다.”

“예, 형님.”

다른 D급의 말에 형진은 바로 달려갔다.

“와 봐, 새끼들아!”

성민은 괜히 더 큰소리를 내며 소리쳤다.

그러나 불과 몇 분 지나지 않아 그들은 길을 내줘야 했다.

“사장님, 이런 허약한 애들 먹었다가 괜히 탈 나는 거 아닙니까?”

“음… 나도 심히 걱정되는데?”

“썅…….”

그들의 조롱에 성민은 분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미 자신의 몸은 바닥에 널브러진 상태였다.

“얼른 찾아! 박 사장이 능력 쓰기 전에 잡아야 해!”

길이 뚫리자 부하들은 열심히 돌아다니며 박 사장을 찾았다.

그러나 박 사장의 모습은 안 보였다.

“이쪽 구역엔 없습니다!”

“이쪽도 없습니다!”

“사무실은…….”

“썩을! 언제 튄 거야?!”

“아, 박 사장. 눈치 겁나 빠르네.”

부하들의 보고에 김 사장을 인상을 찌푸렸다.

박 사장의 능력 D급 단거리 워프.

사용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재사용 시간도 오래 걸렸다.

그러나 이런 도시에선 단거리 워프 한 번이면 확실히 도망칠 수 있었다.

단번에 은신처에 숨을 수도 있었고 옥상이나 사람들 많은 거리 근처로 들어가 숨으면 됐다.

다만, 그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문제였다.

그런데 박 사장은 벌써 튀었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자마자 김 사장이 오기도 전에 부하들에게 막으라고 지시한 뒤 바로 단거리 워프를 사용했다.

“괜히 시간만 더 걸리네. 애들 잘 묶어 놓고 빨리 밖으로 가자. 형진이는 남아서 여기 장악하고.”

“예, 사장님.”

어차피 시간이 걸릴 뿐 못 잡는 건 아니었다.

도시 밖으로 벗어나는 걸 막기 위해 이미 부하들을 문에 배치해놨다.

설혹 거기를 넘어서 쉘터를 가는 것까지 이중으로 막아놨다.

비록 놓치긴 했지만 앞으로 놓칠 일은 없었다.

그런데 막 밖으로 나오기 직전, 넓은 홀로 나가자 도망쳤다고 생각한 박 사장이 돌아왔다.

“아니, 이게 누구야? 박 사장 아니야? 당신 잡으려고 이것저것 많이 깔아놨는데 이렇게 쉽게 잡히면 어떡해?”

“웃기네. 그 입이나 다물고 그렇게 말하지? 빨리 잡혀서 좋다고 아주 얼굴에 써놨네.”

“하하, 뭐 아무려면 어때. 여하튼 박 사장. 순순히 노예 문서에 사인해. 내가 그래도 잘 대우해줄 테니까.”

펄럭.

김 사장은 직접 준비한 노예 문서를 꺼내 들며 말했다.

그런데 박 사장은 그걸 보고 피식 웃었다.

“풋, 그 사인 곧 네가 하게 될걸?”

“뭐?”

의아해하는 김 사장에게 시선을 돌린 박 사장은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고개를 숙였다.

“형우 님.”

“여기에 따로 출구 없죠?”

“네, 없습니다. 비밀통로도 따로 안 만들어놨습니다.”

“좋네요.”

형우는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섰다.

“뭐야? 방지훈 아니야?”

김 사장은 형우가 나서는 걸 보곤 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형우에 대해선 이미 알았다.

E급인데 D급인 신경욱을 죽인, 그리고 그 덕분에 직접 행동에 나설 수 있게 된 계기를 만들어준 고마운 인물이었다.

그런데 그걸 떠나서 왜 저기에 있는질 이해를 못 했다.

“기껏해야 등급 속인 D급일 텐데 무슨 자신감으로 온 거야?”

김 사장은 형우가 당연히 D급이라고 생각했다.

상식적으로 E급은 D급을 이길 수가 없었다.

몇몇 변수들이나 특정 능력에 따라 달랐지만, 재생력은 절대 불가능했다.

그런데 경기에서 이긴 걸 보고 등급을 속인 D급이란 느낌을 팍 받았다.

다만, 그건 상관없었다.

자신을 포함해서 5명이나 되는 D급이 모여있는데 혼자서 뭘 어쩌겠는가.

도움도 안 되는 단거리 워프 능력자 박 사장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

그런데 형우는 여유롭게 미소 짓고 있었다.

“갑니다.”

“…?”

잠시 후.

넓은 홀 한구석에 김 사장과 부하들은 바닥에 널브러져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으어어…….”

“팔이… 팔이…….”

만신창이가 된 그들은 움직이지도 못했고 김 사장만이 억지로 몸을 일으켜 노예 문서에 사인하고 있었다.

스으으.

노예 문서에 피로 사인을 하자 스산한 검은 빛이 살짝 보였다가 사라졌다.

“돼, 됐습니다.”

김 사장은 사인이 된 노예 문서를 형우에게 건넸다.

그때 누군가 투기장에 방문했다.

“어이, 김 사장! 정리는 잘…….”

“…….”

투기장에 들어온 그들은 뭔가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지금 보는 광경이 제대로 보고 있는 건지 아닌지 눈을 의심케 했다.

지금 들어온 이들은 김 사장과 작당을 한 도박장, 홍등가 등의 사장들이었다.

다들 D급이 있기는 하지만, 수가 적어 자기 자리 지키기에 바빴다.

그런데 D구역이 난리가 난 상황에서 김 사장이 직접 나서서 투기장을 먹고 같이 길드 하나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들은 그 제안을 덥석 물었다.

하나 길드를 만들게 되면 상납금은 물론 위에서부터 자유로워질 터이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돈에 관해선 어느 정도 기분 좋은 협상도 마쳤다.

그들은 김 사장의 손을 잡으며 역대급으로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선택은 역대급으로 잘못된 선택이었다.

“용준아!”

“넵! 증식!”

휙! 촤아아아!

“헉!”

“피, 피해!”

갑자기 하늘에서 거대한 돌덩이들이 떨어졌다.

그들은 혼비백산하며 그걸 피하기 바빴다.

콰아앙! 콰앙!

“커억!”

“크아아악! 내 다리!”

돌을 제대로 피하지 못한 몇몇이 그대로 깔려버렸다.

하늘에서 수십 개의 돌이 떨어지는데, 그것도 냉장고만 한 돌이 떨어지는 걸 제대로 피할 리 만무했다.

반 이상이 돌에 깔려서 비명을 질렀다.

다만, 의외로 돌의 데미지가 크지는 않았다.

큰 부상이긴 했으나 이 정도 돌이면 즉사해야 마땅했다.

“용준아, 형이 말했지? 남자는 큰 게 최고라니까.”

“아, 형. 알겠으니까 그만 좀 해요.”

용준의 투덜거림에 형우는 피식 웃으며 사장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손가락을 움직이며 뭐라고 말했다.

“100만 포인트, 200만 포인트, 300만 포인트…….”

‘뭘 하는 거야?’

‘뭔가 능력을 쓰는 건가?’

그러나 사장들은 제대로 기선제압을 당한 탓인지 함부로 말을 제대로 못 꺼냈다.

그러는 사이 계산을 끝낸 형우는 밝게 웃었다.

“용준아, 이제 형도 풀강 때릴 수 있을 거 같다.”

팟!

그 말과 함께 형우의 안 주머니가 번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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