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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재능 찾기-16화 (17/151)

▣ Chapter 1-16

“우아! 이게 다 뭐래요?! 우아! 우아!”

용준은 박 사장의 사무실에 들어와서 감탄사를 내뱉었다.

온통 비싼 물건들이 방 안에 넘쳤다.

심지어 그 비싼 능력 강화의 돌이 고미술품처럼 장식되어 있었다.

그걸 보고 형우도 은근 놀랐다.

‘투기장을 하면서 얼마나 번 거야?’

겨우 E급 구역에서 벌만 한 수준이 아니었다.

F급에서도 그랬듯 E급도 버는 수준의 한계가 존재했다.

F구역은 그래도 한 길드 독차지하고 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여긴 투기장 하나만 운영하는 거였다.

그런데도 보유한 돈까지도 많았다.

금고에서 나온 포인트만 무려 500만 포인트.

형우가 사기 아닌 사기를 치며 벌었던 돈에 5배가 안에 들어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보상이 있었지?’

박 사장이 여관에 쳐들어오고 나서 의뢰서 하나가 생겨났다.

『의뢰서 0-2#

내용: 습격 방어.

보상: 20만 포인트.』

박 사장까지 모두 노예로 만들자 20만 포인트의 보상이 들어왔다.

덕분에 형우가 보유한 돈은 100만 포인트가 넘었다.

다만, 500만을 보니 100만이 조금 초라해 보였다.

‘여하튼 많이도 해 처먹었네.’

500만은 정기적으로 상납하면서 쌓인 돈이었다.

게다가 온갖 사치와 향락을 즐기면서도 이 정도가 남았다.

원화와 화폐 가치를 비교하자면 대충 50억에 가까운 돈.

다만, 몇 년간 운영하면서 쌓인 돈이라기엔 뭔가 살짝 부족한 느낌이었다.

“돈은 이게 답니까?”

형우는 금고에 있는 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누군가의 목소리가 바로 들려왔다.

“예, 예. 그렇습니다. 저번에 형우… 님의 경기에 베팅하다가 돈을 좀 잃어서 이게 전부입니다.”

박 사장은 형우가 질문하기 무섭게 바로 답했다.

보지도 않는데 허리를 굽혀가며 굽실거렸다.

갑자기 180도 바뀐 박 사장의 행동.

그러나 이유가 있었다.

노예 문서.

박 사장이 형우와 용준을 노예로 만들기 위해 챙겼던 노예 문서가 오히려 그를 채우는 족쇄가 됐다.

평소 사람을 잘 믿지 못하는 박 사장은 같이 상위 길드에서 내려온 명환을 제외하고 모든 이들에게 노예 문서를 썼다.

자신들이야 윗선의 무서움을 알고 충분히 돈을 벌면서 벌이는 사치에 만족했다.

그러나 부하들은 아니었다.

언제든 배신하고 튈 준비가 된 이들.

사람을 잘 믿지 않는 박 사장은 이들에게 노예 문서를 사용했다.

돈을 좀 더 축적할 수 있었음에도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마치 여벌의 목숨 같은 포션을 구비하듯이 박 사장은 노예 문서를 모았다.

언제든 노예로 만들기 위해서.

물론 그 덕에 형우만 이득을 봤다.

‘이런 걸 마트에서 원 플러스 원이라고 하나. 아니, 원 플러스 마트네.’

박 사장과 명환을 노예로 만드니 부하들 전체가 다 형우의 노예가 됐다.

거기에 투기장까지 넘어왔다.

형우의 입장에선 정말 쾌재를 부르는 일이었다.

‘그런데 왜 위에선 박 사장한테 노예 문서를 안 썼을까? 나 같으면 족쇄를 채워놓고 계속 관리했을 것 같은데…….’

사실 의문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윗선에선 박 사장에겐 노예 문서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래야 더 악착같이 버니까.

노예로 만들어놓고 돈을 벌라고 해도 당연히 많이 벌 수 있었다.

그러나 자유가 어느 정도 있을 때의 욕심과 자유가 묶인 상태의 욕심은 달랐다.

그걸 박 사장에게 원했고 그 기대도 충족시켜줬다.

뭐 어차피 도망가려고 해도 도망 못 가는 걸 뻔히 아니까 돈을 아끼려고 안 쓴 것도 있었다.

어쩌건 형우에겐 좋은 일이 됐다.

“으흠…….”

형우는 금고에서 시선을 돌려 뒤를 바라봤다.

그러자 박 사장과 부하들이 움찔하며 긴장했다.

언제든 파리 목숨이 될 수 있는 상황.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막말로 심심하면 죽일 수 있는 게 노예였다.

배신하면 머리가 터지고 주인이 원하면 머리가 터져버린다.

그러나 다행히 들려온 말은 그들의 예상과 달랐다.

“이제 평소대로 일하세요.”

“예?”

“평소대로 일하세요. 그냥 원래 했던 것처럼 일하시면 됩니다.”

“…?”

형우의 말에 다들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들이 생각한 답은 돈을 다 챙겨서 나갈 테니 준비하라든가, 누구 한 명 죽을 준비를 하라는 등의 말이었다.

설마 그냥 이대로 영업하란 소리를 들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러나 형우의 입장에선 이게 제일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돈을 벌 수 있으니까.’

형우는 2개월 동안 최대한 많은 돈을 벌고 싶었다.

당연히 그 2개월은 용준의 출소날까지 남은 기간.

그동안 최대한 많은 돈을 벌어서 여동생 선우에게 많은 걸 보내주고 싶었다.

언제 돌아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최대한 많은 포션을 보내야 했다.

포션을 최대한 많이 보내야 그만큼 시간을 버니까.

물론 그것뿐만은 아니었다.

병원에 투숙할 수 있는 돈을 챙겨줘야 했다.

‘근데 그게 힘들지.’

그러나 돈을 보낼 순 없었다.

용준에게 포션을 팔아서 그 돈으로 병원비를 내라고 하기도 힘들었고.

그래서 생각한 방법은 포션을 병원에 맡기는 거였다.

병원에서 알아서 계속 포션을 처방해주고 나머지는 병원비 대신으로 납부하고.

병원 입장에서도 포션은 항상 부족한 의약품이었다.

항상 나오는 족족 헌터들이 사가기 바빴다.

포션이 병원비로 지급되면 오히려 병원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터였다.

여하튼 이런 이유로 형우는 박 사장을 노예로 만들었다.

덤으로 능력도 강화하고 돈도 벌기 위해.

“어렵게 생각할 거 없습니다. 내가 당신들을 죽이거나 도망가는 와중에 버리는 패로 사용하거나 그러진 않을 테니까요. 저는 여길 운영할 생각이니 평소 하던 대로 상납하고 하세요. 그럼 나도 별 관여 안 할 거고 충분한 포인트도 월급으로 지급해드리겠습니다.”

“…….”

그 말에 박 사장의 표정은 더 묘해졌다.

그러나 눈치가 빠른 박 사장은 빠르게 상황 판단을 했다.

“가,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부하들도 따라서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형우는 그들에게 나가보라고 손짓했다.

딸깍.

그들은 밖으로 나가면서도 최대한 문을 조심히 닫았다.

그 모습을 보며 형우는 실소를 머금었다.

“이렇게 달라질 수 있나.”

“우아, 형 포스 장난 아닌데요? 밖에서 막 조폭 같은 거 하신 거 아니에요?”

용준은 평소보다 더 오버를 하며 말했다.

그만큼 오늘 일 때문인지 많이 들뜬 듯 보였다.

“내가 조폭을 했으면 여기 끌려온 걸 이렇게 억울해했겠냐?”

“왜요, 조폭이니까 더 억울…….”

“그만.”

“넵.”

용준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

형우가 곧 손찌검할 기세로 노려봤으니까.

“아, 형. 것보다 저 저것 좀 써보면 안 돼요?”

“응? 아, 저거?”

용준이 가리킨 것은 능력 강화의 돌이었다.

능력 강화의 돌은 옅은 회색을 띤 돌이었는데 이것 또한 등급 판정기와 비슷했다.

색이 흰색이면 흰색일수록 낮은 등급, 검으면 검을수록 높은 등급에 사용하는 돌이었다.

지금 용준이 가리키는 건 딱 E급에 맞는 색.

용준은 저걸 쓰고 싶어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형우를 바라봤다.

“으흠… 그래, 써봐. 어차피 이제 사서 써봐야 하는데 뭐 기다릴 게 있냐.”

“오예!”

탁!

용준은 환호성을 지르며 능력 강화의 돌을 잡았다. 그리고 그것을 입에 집어넣었다.

다만, 그걸 그대로 삼킨 건 아니었다.

돌은 입에 넣자마자 자연스럽게 녹아버렸다.

스르륵.

딱딱한 돌이 부드럽게 녹으면서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 모습을 형우는 신기하게 바라봤다.

“어때? 뭐가 달라진 거 같아?”

“음… 음… 모르겠어요.”

용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평소와 살짝 다른 느낌이긴 했다.

다만, 그게 다였다.

그거 말고는 특별히 다른 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 능력을 좀 써보던가. 막무가내로 여기 꽉 차게 쓰지 말고 조금만 늘어나게 해봐.”

“넵!”

형우의 말에 용준은 작은 컵 하나를 집어 들었다.

“증식!”

촤!

능력이 사용되자 작은 컵이 하나 더 늘어났다.

그런데 용준의 표정이 이상했다.

“이게 다야? 써보니까 막 데미지를 더 줄 수 있는 부분이 늘어났다거나 더 많이 증식한다든가 그런 거 없어?”

형우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겉보기엔 그냥 똑같았다.

특별히 달라진 게 안 보였다.

“커졌어요…….”

“응? 뭐라고?”

“커졌다고요! 그냥 더 커지는 게 다라고요!”

용준은 소리치며 글썽였다.

안타깝게도 능력 강화의 돌로 강화한 증식은 증식의 수를 늘려주는 게 아니었다.

증식한 물건의 크기를 더 크게 할 수 있도록 바뀐 거였다.

자세히 보니 증식으로 만든 컵이 좀 더 컸다.

형우는 실망하는 용준에게 힘내라며 한 마디 해줬다.

“용준아, 원래 남자는 큰 게 좋은 거야. 그러니까 자신감을 가져.”

“으헝헝헝!”

그 말에 용준은 크게 울었다.

“자, 그만 찡찡대고 이제 블랙 머천트한테 가보자. 더 크게 만들어야지.”

“혀어어엉!”

F구역.

구역 중 가장 칙칙한 분위기를 풍기며 정돈되지 않은 곳.

한 길드가 모든 것을 독점하며 E급, F급 죄수들을 데려와 노예처럼 부리는 곳.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죄수들 대다수가 탈출했고 길드원의 반 이상이 죽었다.

형우가 도망간 날, 병철에게 죄수 몇몇이 죽을 땐 다들 겁먹고 움츠리기만 했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을 때 그들은 이상함을 느꼈다.

감독관의 리더 격인 병철이 보이지 않았고 병철이 부재중일 때 대신 관리하는 영두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길드장인 민기영이 급하게 어디론가 외출을 했다.

그러자 죄수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어났다.

D급 세 명이 모두 부재중인 상황.

쿠데타를 일으키고 도망치기 딱 좋았다.

다만, 죄수들은 혹시나 하는 우려를 하고 있었다.

혹시나 D급들이 돌아온다거나 길드 본부 안에 있을 경우도 있었으니까.

그러나 감독관들의 표정이나 대화를 들으며 확신을 얻었다.

불안한 표정에 아직도 병철이 안 보인다는 둥의 대화.

죄수들은 바로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 결과 F구역은 쑥대밭이 됐고 파츠 길드는 거의 붕괴가 됐다.

“아아…….”

뒤늦게 돌아온 기영은 그 광경을 보곤 절망했다.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진 모습이었다.

털썩.

기영은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기, 길드장님 어떡합니까?”

“…….”

같이 따라나섰던 부하들도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나 기영은 답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반쯤 정신을 놓은 채로 넋을 놨다.

그때 누군가의 혀 차는 소리가 들렸다.

“쯧쯧. 한심해. 아주 미칠 듯이 한심하네.”

저벅저벅.

혀를 차며 다가온 남자는 기영으로 옆으로 왔다. 그러곤 기영을 옆구리를 발로 찼다.

퍼억! 털썩!

“컥…!”

옆구리를 맞은 기영은 옆으로 넘어졌다.

간단한 발차기였지만, D급인 기영이 숨을 못 쉴 정도로 강력했다.

“뭘 잘했다고 쳐 앉아있어요? 안 일어나?”

“예, 예! 일어났습니다!”

남자의 말에 기영은 곧바로 일어났다.

아직도 옆구리가 아팠지만,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그만큼 남자는 무서운 존재였다.

“하아, 이제 여길 어떡할까나. 그냥 폐쇄할까.”

“혀, 현민 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금방 다시 원상 복구시킬 수 있습니다! 조금만 믿고 기다려주시면…!”

“한 대 맞고 닥칠래요? 아니면 뒤지고 닥칠래요?”

“…….”

그 말에 기영은 입을 다물었다.

앞에 있는 이는 자신의 상위 길드이자 A구역에 있는 SH길드의 산하 길드인 신우길드 소속 간부였다.

SH길드는 총 3개의 산하 길드를 두고 있었다.

B구역에 있는 신우, 도끼와 F구역에 있는 파츠.

다만, 파츠는 좀 애매했다.

SH길드에서 직접 관리하는 것도 아니었고 신우 길드에서 그냥 지점 느낌으로 낸 곳이었으니까.

그 때문에 신우길드의 간부가 기영과 같이 온 거였다.

“2개월.”

“예?”

“더는 시간 안 줍니다. D급 몇 명 지원해줄 테니까 2개월 안에 도망간 새끼들 잡아서든 새로 받아들이든 정상 가동되게 만들어. 징계는 그 후에 내려질 거니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음… 그건 그렇고 ‘약’을 훔친 쥐새끼는 내가 잡아야겠지?”

현민은 기영이 들리지 않을 만큼 작게 혼잣말을 하곤 F구역 밖으로 나갔다.

기영은 현민이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도 계속해서 허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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