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1-15
넓은 여관 1층 식당.
일반 여관 치곤 1층이 꽤 넓었다.
창고, 식당, 주방이 같이 있었는데도 널찍한 1층.
그 덕분에 이 여관은 많은 식당 손님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이 여관의 주인은 그렇게 많은 수를 받지 않았다.
그냥 넓게 쓰고 싶어서 넓게 만든 것일 뿐 영업을 많이 뛰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그런 생각은 객실 수에도 미쳤다.
위로 3층까지 있었지만, 여관 주인이 3층을 전부 사용했다. 그리고 2층의 객실 수도 많지 않았다.
게다가 이 여관은 꽤 외진 곳에 있었다.
그래서일까.
이곳을 이용하는 손님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모르게 사람이 많이 보였다.
우걱우걱.
넓은 식당 중앙, 박 사장은 홀로 음식을 먹고 있었다.
박 사장은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부하들이 보든지 말든지 정말 복스럽게 음식을 흡수했다.
정말 흡수란 말이 맞을 정도로 빠르게 말이다.
그러나 부하들은 이 모습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평소에도 보여왔던 모습이고 그것보다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렸으니까.
‘방지훈을 잡아서 노예로 쓰면 더 대박 나는 거 아냐?’
‘안 그래도 경욱이가 죽어서 어떻게 되나 싶었는데…….’
그들은 새로 얻게 될 노예 방지훈 아니, 박형우를 생각하며 들떠 있었다.
신경욱을 죽인 것도 놀라웠으나 지금까지 단 1패만 가지고 모든 경기에서 이겨왔다.
물론 호승심은 아니었다.
형우가 새로운 돈벌이 수단이 되어 자신들의 생활을 더 풍족하게 해줄 것에 대한 기대감 때문.
박 사장이 돈을 버는 걸 좋아했지만, 그렇다고 부하에게 금전적으로 인색한 사장은 아니었다.
어느 정도 일정 이상 돈이 벌리면 부하들에게 뿌렸다.
이것도 계산된 행동이긴 하나 어쩌건 부하들에겐 나쁘지 않았다.
“어, 좋다. 역시 여기 영감 음식 맛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치워드립니까?”
박 사장이 식사를 다 마치자 부하 하나가 달라붙었다.
“그래, 이왕이면 가서 깨끗이 설거지도 좀 해놔라. 잘 먹었는데 이 정도는 해줘야지.”
“예.”
달그락.
부하는 바로 그릇들을 치우고 주방으로 갔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었다.
음식을 만든 여관 주인은 여관 어디에도 없었다.
음식만 차려놓고 여관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그 이유는 간단했다.
영감이 눈치가 빠르다는 것과 그동안 살아남은 노하우라는 것.
“명환아.”
“예, 사장님.”
“애들 왜 이렇게 늦냐?”
박 사장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식사가 다 끝나도록 위에서 내려올 생각을 안 했다.
“김두철이 이거 쓸데없이 지 재미 보느라 늦는 거 아니야?”
두철은 경욱과 같은 D급 헌터였다.
다만, 경욱보다 두철이 더 강했다.
구분을 두자면 하급과 상급의 차이.
어이없게 당했던 경욱과 달리 절대 당할 리 없는 실력자였다.
게다가 E급인 부하만 10명이 같이 갔다.
그런데도 늦게 오는 건 두철이 형우를 가지고 노느라 늦는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다만, 조용해도 너무 조용했다.
“확인하고 옵니까?”
“아니, 나도 올라가지. 이참에 두철이한테 경고도 좀 하고.”
박 사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 안 듣는 부하에게 경고도 해줄 겸 시간을 단축할 생각으로.
그때 딱 맞춰서 누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내려오네.”
“어? 저거 방지훈 아냐?”
그런데 아래로 내려오는 건 형우 혼자였다.
그것도 멀쩡한 상태로.
“두철이가 재미 본 게 아니야? 아니, 그건 둘째치고 왜 혼자 내려오는 거야?”
형우가 혼자서 아래로 내려오자 다들 당황스러워했다.
우당탕탕!
갑자기 누군가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으어…….”
계단에서 떨어져 내려온 건 심하게 구타를 당한 누군가였다.
제대로 말도 못 할 정도로 맞은 그는 신음만 흘릴 뿐 전혀 움직이질 못했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었다.
“두철이?”
“아니, 두철이가 어떻게?!”
놀랍게도 계단에서 떨어진 건 김두철이었다.
나름 D급에서 상위권의 실력을 보여주던 김두철이 만신창이가 됐다.
그걸 본 박 사장의 안색이 굳었다.
‘설마 함정? 김 사장 쪽인가?’
박 사장은 순간 다른 곳에서 지하 투기장을 운영하는 김 사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같은 바지사장이긴 했으나 박 사장과 마찬가지로 돈 버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걸 방해하는 게 박 사장의 투기장.
물론 박 사장의 입장에선 김 사장이 걸림돌이었다.
그러다 보니 요즘 충돌도 꽤 잦았다.
심하게 싸움을 벌인 적도 있었고 몰래 깽판 칠 노예를 집어넣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대놓고 함정을 파서 벼랑으로 내몰 정도의 강도 높은 짓은 하지 않았다.
E구역의 지배자가 그걸 원치 않기도 했고 그래 봤자 남는 게 없었다.
아무리 기습이라도 서로 비슷한 세력인 만큼 분명 타격이 클 터였다.
둘이 싸우다가 한쪽의 힘이 꺾이면 다른 이들에게 사냥감이 될 뿐.
결국, 이득이 전혀 없었다.
박 사장이 상위 구역의 길드의 하청이라고 하나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김 사장, 이 새끼. 드디어 미친 건가? 그런데 왜 안 나타나는 거야?’
아무리 둘러봐도 김 사장 쪽 부하들이 보이지 않았다.
지금쯤이면 나타나서 어떤 멘트든 해야 했다.
그런데 김 사장은커녕 부하 하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흘러가는 상황이야?’
박 사장의 혼란은 더 가중됐다.
그 모습을 보며 형우가 씨익 웃었다.
박 사장의 부하들이 들이닥치기 전이자 용준과 이야기하기 전, 형우는 능력 합성권의 결과를 받았다.
그 결과는 다행히도 성공.
E급 재생력이 좋은 능력은 아니었지만, 또 없으면 서운한 능력이기도 했다.
투기장이야 처음 등급 검사를 받았기에 쓸모없었지만, 포션 대용으로나 목숨을 지켜줄 땐 정말 쓸만했다.
그 능력을 그냥 날렸으면 더 기분이 안 좋았을 터.
다행히 능력 합성은 성공으로 끝났다.
그런데 생겨난 능력을 보곤 형우는 처음에 의아해했다.
원래 가지고 있던 D급 윈드 커터에서 커터만 빠진 ‘윈드’였으니까.
그러나 그것만 바뀐 게 아니었다.
앞에 있는 D급도 바뀐 상태였다.
‘C급 윈드.’
이게 형우가 새로 얻은 능력이었다.
그걸 보는 순간 형우는 경악과 동시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F급 무능력자로 서럽게 산 게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무려 C급으로 등급이 올랐다.
무려 3단계 상승.
게다가 윈드는 꽤 좋은 능력이었다.
응용이 제한적인 윈드 커터와 달리 무궁무진한 응용이 가능했다.
그걸 안 형우는 더 기뻐할 수밖에 없었다.
‘빨리 시험해보고 싶다.’
그걸 안 순간 형우는 몸이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얼른 써보고 싶다는 욕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그걸 터트릴 대상이 떡하니 나타났다.
“넌 뭐하는 새끼야?!”
“그건 제가 해야 할 질문 같은데요?”
“…….”
그 말에 박 사장은 잠시 멍했다.
맞는 말이었으니까.
돈을 뺏고 노예를 만들 목적으로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역으로 질문을 던지는 게 웃긴 거였다.
그러나 박 사장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질문을 했다.
“김 사장 밑에 놈이냐?”
“김 사장 밑에 놈이면 어떡할 건데요?”
“역시 김 사장이었어!”
박 사장은 자기 멋대로 말을 해석하고 판단했다.
형우가 김 사장 밑 직원이 아니면 용병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헌터 중에 자신의 등급을 속이는 능력을 가진 이들도 존재했다.
박 사장은 형우가 그런 쪽 능력자라 여겼다.
‘날 죽이려고 얼마나 투자한 거야?’
이런 종류의 능력자는 당연히 고용 값이 비쌌다.
여기저기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었으니까.
다만, 등급을 속이는 능력은 기껏해야 최대가 D급.
그 위론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강화를 최대로 했을 경우엔 무시할 수 없었다.
대신 이쪽은 D급이 셋이나 더 존재했다.
박 사장 본인과 명환, 그리고 다른 D급이 한 명 더.
그럼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
‘충분히 승산이 있다. 그리고… 내가 빠르게 움직인 덕에 김 사장이 아직 못 온 걸 거야. 그럼 그 전에 방지훈을 먼저 잡아서 노예로 만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뭐해?! 가서 저놈 잡아! 명환이랑 성민이도 가!”
빠르게 머리를 돌린 박 사장은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예!”
“예!”
탓!
부하들은 바로 형우를 향해 달려갔다.
거기엔 D급인 명환과 성민이 포함됐다.
형우는 그 모습을 보며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
“윈드.”
휘이잉.
갑자기 실내인 여관 안에서 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달려오느라 아무도 그걸 눈치 못 챘다.
휘이잉! 파아!
“으악!”
“아아악!”
쿠다당! 쾅!
갑자기 덮친 바람에 부하들은 모두 뒤로 날아갔다.
“뭐, 뭐야?!”
뒤에서 지켜보던 박 사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형우는 가만히 있는데 부하들이 모두 뒤로 나자빠졌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게 있었다.
창문 너머로 사람들이 다니고 있는데 이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도 아무도 반응을 안 한다는 거였다.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잔재주에 속지 마!”
“빠르게 접근해!”
바람에 뒤로 밀려나기만 했을 뿐 큰 데미지를 받진 않았다.
부하들은 바로 일어나서 이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접근했다.
그중에 제일 빠른 건 명환이었다.
명환이 가진 능력은 ‘D급 다리 강화.’.
다리에 한정된 능력이지만, 그만큼 메리트가 있었다.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고 다리에 몰린 강화는 근력 강화보다 더 강한 파워를 선보일 수도 있었다.
“하앗!”
휘이익!
명환은 빠르게 달려와 옆차기를 날렸다.
그러자 형우는 몸을 옆으로 비틀었다.
“엇?!”
순간 목표를 놓치고 허공을 가르며 지나가던 명환에게 주먹이 날아왔다.
퍼억! 파직!
“크헉…!”
복부에 주먹을 맞은 명환은 그대로 떨어졌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나무로 된 바닥을 부쉈다.
제대로 한 방 먹은 명환은 움직일 생각을 못 했다.
그러는 사이 다른 D급 능력자 성민이 능력을 썼다.
“블레이징 소드!”
화르륵!
성민의 손에서 불타오르는 검이 생겨났다.
성민은 바로 검을 휘둘렀다.
“죽어!”
“윈드!”
휘이잉!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바람이 성민을 덮쳤다.
“헉!”
바람에 닿은 순간 상대에서 불타오르던 검은 오히려 성민과 부하들을 덮쳤다.
“으, 으아악!”
“물! 물!”
성민이야 본인 능력이기에 피해를 안 입었지만, 다른 이들은 아니었다.
난장판에 아비규환.
그러나 박 사장은 그것보다 다른 것에 놀라는 중이었다.
“서, 설마 멀티 소켓?!”
지금 그것밖엔 생각이 안 떠올랐다.
등급을 속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다른 능력이 있다?
그럼 멀티 소켓밖에 없었다.
그런데 보여준 능력 또한 평범하지 않았다.
D급 두 명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고 있었다.
여기서 자신이 끼어들어 봤자 장난감 하나 느는 정도였다.
‘자, 잘 못 걸렸다.’
그 생각이 들자 박 사장은 도망치려 했다.
밖으로 도망쳐서 일단은 목숨을 보전하고 뒷배에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었다.
턱. 턱.
“이, 이게?”
밖으로 나가려 했으나 뭔가에 막혔다.
보이지 않는 벽이라도 있는 듯 문고리에 손조차 댈 수 없었다.
휙! 쿠웅!
“히익…!”
그때 박 사장의 앞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명환이 날아왔다.
명환은 잠깐 사이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게다가 다른 이들 또한 이미 정리된 상태였다.
저벅저벅.
형우는 혼자 남은 박 사장을 향해 걸어갔다.
털썩.
“제, 제발 살려주십쇼!”
바닥에 무릎을 꿇은 박 사장은 살려달라며 빌었다.
그러나 형우는 그것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
‘C급 윈드. 정말 무서운 능력이야.’
자신이 썼지만, 자신이 썼다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강한 능력이었다.
윈드는 바람을 다루는 능력.
주변에 있는 바람을 끌어모아 날릴 수도 있었고 무기처럼 사용할 수도 있었다.
또, 바람으로 소리와 공간의 차단도 가능했다.
‘하… C급이 이렇게 강력한데 도대체 B급, A급은 얼마나 강할까? S급은 또 얼마나 강하고.’
정말 가늠이 되지 않았다.
‘뭐 올라가 보면 알겠지.’
형우는 고정된 헌터가 아니었다.
언제든 발전할 수 있는 헌터.
왜 이런 특혜가 주어졌는진 모르지만, 정말 말 그대로 올라가 보면 알 터였다.
형우는 그 생각을 하며 마무리를 짓기 위해 박 사장을 바라봤다.
“음?”
그때 형우는 바닥에 떨어진 노예 문서에 시선이 갔다.
그 순간, 재밌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