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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재능 찾기-13화 (14/151)

▣ Chapter 1-13

“아! 안문철 선수! 움직임이 좋지 않습니다! 블링크 능력자라면 여유롭게 공격을 피하면서 반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뭔가 매끄럽지 못합니다!”

‘나도 알고 있으니까 좀 닥쳐!’

문철은 위에서 시끄럽게 쫑알대는 사회자의 면상에 주먹을 꽂고 싶었다.

그는 이런 대인전에 익숙지 않았다.

원래도 몬스터 사냥을 주로 했고 사람과는 전투를 피했다.

몬스터 피라면 몰라도 사람 피가 튀는 걸 별로 안 좋아했기 때문.

그러나 이번엔 피할 수가 없었다.

‘그놈의 도박, 이것만 끝나면 이제 정말 끊는다!’

평소 좋아하던 아니, 중독됐던 도박 때문에 많은 돈을 잃었고 빚까지 생겼다.

그 때문에 그 빚을 갚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이곳까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안 그러면 노예로 팔려갈 위기였다.

F급, E급들에게나 D급이 높아 보이는 거지, 전체적인 헌터 세계에서 보면 그냥 그나마 일할 수 있는 개미 중 하나일 뿐이었다.

노예가 안 되겠다고 개길 수 없는 노릇.

결국, 어쩔 수 없이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 이벤트 경기에 참여하게 됐다.

문제는 대인전을 치러 본 경험이 없다는 거였다.

그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안문철! 뭐하냐, 너?”

준혁은 어설프게 싸우는 문철을 조롱했다.

사회자의 말대로 블링크는 여유롭게 공격을 피하며 반격하는 게 최고의 장점이었다.

신속이나 블링크 둘 다 C급에 버금가는 능력이었으나 장점을 활용 못 하는 D급 블링크는 신속에게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문철은 피하기 급급한 상황이 됐다.

반격하려 해도 타이밍을 못 잡고 오히려 준혁에게 꼬리가 잡혔다.

문철의 입장에선 정말 답답한 상황이었다.

만약 충분한 대인전 경험이 있었다면 이렇게 밀리진 않았을 터.

“신속!”

슈우욱!

준혁이 신속을 사용하며 빠르게 접근했다.

“블링크!”

팟!

문철은 블링크로 몸을 피했다.

물론 이젠 피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반격도 슬슬 시도했다.

“으합!”

팟! 휙!

준혁의 바로 뒤에서 나타난 문철은 바로 검을 휘둘렀다.

“신속!”

그러나 문철은 바로 신속으로 몸을 피했다.

신속의 최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몸놀림이었다.

“영 어설프네. 블링크가 언제부터 E급으로 떨어졌나?”

“어린 새끼가!”

“나 어린데 보태준 적 있냐? 누구보고 어린 새끼래? 너는 늙은 새끼냐?”

“이익…! 블링크!”

준혁의 도발에 문철은 악을 쓰며 달라붙었다.

대인전을 못했다고 해서 자신의 능력을 쓰는 데 부족한 건 없었기에 몬스터와 싸워오며 경험한 실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와아아!”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그러자 관중석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제 좀 볼만한 경기가 열렸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건 오래가지 못했다.

도발에 넘어간 문철은 흐려진 판단력으로 덤비다가 준혁의 함정에 걸렸다.

푸욱!

“컥!”

문철은 복부에 검이 꽂혔다.

미리 블링크로 올 걸 알고 준비한 검에 속았다.

다행히 심장을 비껴갔고 헌터의 강인한 육체이니만큼 치명상까진 아니었지만 바로 치료를 받아야 했다.

“늙은 새끼님, 악감정은 없어요. 위에서 시킨 것뿐이에요.”

그 말에 준혁은 이상함을 느끼곤 다급히 말했다.

“자, 잠깐! 항…!”

촤악! 털썩.

준혁은 항복하려는 문철의 말을 듣지 않았다.

검을 그대로 위로 올려 상체와 머리를 갈라버렸다.

“스, 승자 D급 헌터 김준혁!”

“와아아!”

문철이 죽어버리자 당황했던 사회자는 말을 더듬으며 승자를 외쳤다.

원래 이벤트 경기에선 사망자가 잘 생기지 않았다.

말 그대로 이벤트 경기였기에 최대한 화려하고 치열하게 전투를 하다가 끝내는 게 정석이었다.

그런데 나름 치열하게 전투를 하다가 결과가 이상하게 끝났다.

물론 관중은 그걸 더 환호했다.

그러나 관중석에 있던 형우는 그건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직 하나, 바닥에 뒹굴고 있는 안문철의 영혼석에만 꽂힌 상태였다.

안문철의 영혼석은 경기가 끝나자 경기장 구석으로 밀려났다.

“나 잠깐만 다녀올게.”

“네? 어디 가시게요?”

“화장실.”

형우는 그 말을 하곤 바로 경기장 아래로 갔다.

“얼른 칸막이들 가져와!”

“조심, 조심!”

“시간 없다고! 다음 경기 바로 시작해야 해!”

이벤트 경기는 4개의 경기장을 합쳐서 만들었기에 한창 분리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형우는 그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자루에 영혼석을 챙겼다.

내려가면서도 확실히 위치를 기억해놨기에 다른 걸 가져올 가능성은 없었다.

자루에 영혼석을 챙겨서 가져온 형우는 사람이 적은 곳으로 가서 바로 영혼석을 흡수했다. 그리고 또 다른 신세계를 맛봤다.

A경기장 2번 대기실.

어느 대기실이나 마찬가지지만, 경기 전의 선수들은 과묵했다.

평소에 잘난 척이나 떠들기 좋아하는 이들도 이곳에 오면 말을 아꼈다.

말 한번 잘 못 했다가 골로 갈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오늘은 또라이 하나가 보였다.

대기장 구석에서 혼자 피식피식 웃고 있는 누군가 있었다.

‘무슨 미친놈이…….’

‘정신이 나간 건가?’

선수들은 속으로 그 생각을 했지만, 뭐라 직접 말하는 이들은 없었다.

하필 지금 웃고 있는 상대가 11전 10승 1패를 달리고 있는 실력자 형우였다.

다만, 형우는 다른 이들이 어떻게 보건 상관도 안 했다.

‘D급이 두 개… 정말 신세계네.’

형우는 몸속의 D급 두 개를 느끼며 놀라고 있었다.

D급과 E급이 있을 땐 몰랐는데 D급 두 개가 소켓에 들어가 있자 힘의 느낌이 달랐다.

이전엔 D급인데 반쪽 같은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정말 D급 같은 느낌이었다.

그 덕분에 형우는 자신감이 넘쳤다.

D급과 E급 있을 때도 여유로웠는데 지금은 정말 그 이상을 느끼고 있었다.

“A경기장 19경기 2번 박형우? 없습니까?”

“아, 예. 갑니다.”

혼자 생각에 빠져있던 형우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놀라 일어났다. 그리고 경기장으로 움직였다.

물론 경기장으로 가는 내내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가지 않았다.

다만, 경기장 위로 올라온 순간 상대를 보곤 입에서 미소를 지웠다.

‘응? 뭔가 이상한데? E급 풀강이 이런 느낌인가?’

지금까지 만나왔던 상대와 뭔가 느낌이 달랐다.

상대의 정보는 E급 근력 강화 능력자 신경욱.

그리고 특별한 점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치까지 강화했다는 거였다.

그 덕분인지 평범한 근력 강화 능력으로 이 투기장에서 몇 년 동안 활동하며 8할이 넘는 승률을 지키고 있었다.

‘그 많은 포인트를 어떻게 벌었을까? 어디 도박장에서 대박이라도 난 건가?’

형우는 의문 가득한 시선을 경욱을 바라봤다.

경욱은 형우의 시선을 느끼곤 여유롭게 웃었다.

마치 형우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였다.

쉽게 이길 수 있는 듯이 말이다.

그런데 그때 안주머니에서 빛이 났다.

‘어?’

형우는 깜짝 놀라 빛을 가렸다.

다만, 경욱는 그것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에게 겁먹어서 허둥지둥한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사이 형우는 안주머니에서 갑자기 생긴 종이를 꺼내 펼쳤다. 그리고 종이와 경욱을 번갈아 봤다.

『의뢰서 0-1#

내용: D급 근력 강화 능력자에게 승리.

보상: 능력 합성.

실패 시 페널티: 능력 1개 랜덤 회수.』

‘D급이었어?’

형우는 종이에 적힌 내용을 보고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내 곧 표정을 지웠다.

‘대충 견적이 나오네.’

신경욱이라는 헌터는 분명 자신과 같은 부류는 아닐 터였다.

자신과 같은 케이스가 또 있다고 보기 힘들었다.

설령 있다 하더라도 여기서 몇 년이나 썩을 만한 능력도 아니었고.

결론은 이 투기장에서 사기를 치고 있다는 거였다.

D급이지만 E급인 척하고 경기에 나선다.

그러면 지금 형우처럼 마음대로 승부를 조작 가능했다.

“유서라도 보나?”

경욱은 대놓고 신경을 긁으려는 듯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아니, 그쪽 유서 좀 적어주려고.”

“뭐?!”

형우는 태연하게 맞받아쳤다.

투기장에서 여러 경기를 치르며 이것보다 더한 도발도 받아봤다.

그러나 그때마다 흔들리지 않고 맞받아칠 수 있었던 이유는 자기가 더 강하다는 걸 확실히 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건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아, 베팅을 쉬길 잘했네. 반대에 배팅 걸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

내일을 위해 조심하자는 생각에 마지막 베팅은 안 했다.

마지막까지 베팅했다가 괜한 관심을 더 받을까 봐 걱정해서이기도 했고.

다행히 그 결정이 좋게 돌아왔다.

물론 완벽히 좋아지려면 이제 이겨야 할 테지만 말이다.

“으득! 넌 내가 꼭 죽여준다.”

경욱은 이를 갈면서 형우를 노려봤다.

“…마감! 경기 시작!”

그때 사회자가 경기 시작을 알렸다.

“하앗!”

타앗!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경욱은 황소처럼 달려왔다.

‘무식하게 달려드네.’

도발을 걸어놓고 도발에 걸린 황소의 모습은 꽤 위협적이었다.

그러나 형우에겐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경욱이 기재한 능력은 근력 강화.

등급이 거짓이기에 능력도 거짓일 수 있었지만, 종이가 진실을 알려줬다.

그렇다면 형우가 어려워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

D급 윈드 커터, D급 블링크.

동급의 원거리 스킬과 회피 스킬을 가진 형우였다.

다만, 대놓고 능력을 보여줄 순 없었기에 좀 방어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부웅! 부웅!

“하압!”

경욱이 주먹에서 거친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주먹을 휘두르는 거였지만, 마치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는 듯한 소리가 났다.

‘한 방 맞으면 타격이 크겠는데?’

형우는 매섭게 몰아치는 주먹을 피했다.

한 방 한 방이 타격이 정말 클 것 같은 주먹들.

그러나 단점도 너무 명확히 보였다.

‘느려.’

공격의 속도가 너무 느렸다.

근력에 너무 치중된 느낌이라 속도가 제대로 나질 않았다.

물론 E급 입장에선 충분히 빠른 주먹이었다.

D급의 신체 능력을 E급이 따라올 수 없었으니까.

그러나 형우도 같은 D급.

같은 급에서 속도가 나오질 않으면 저 위협적인 주먹은 그저 쓸모없는 주먹일 뿐이었다.

‘왜 이렇게 안 맞는 거야?!’

경욱은 계속해서 공격이 맞질 않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상대는 계속해서 회피만 하고 들고 있는 검을 쓰지도 않았다.

자신을 약 올리는 듯한 태도에 더 열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나름 구를 대로 구른 자신이었기에 참고 기회를 기다렸다.

“피하는 것밖에 못 하냐?!”

“못 맞추는 건 아니고?”

“이 새끼가!”

부우웅!

약이 오른 경욱은 기회를 노려 주먹을 빠르게 휘둘렀다.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지자 형우도 살짝 피하기 버거워졌다.

휙!

그런 와중에 주먹을 피한 형우는 코너에 몰렸다.

그때 예상치 못한 다리가 형우를 향해 날아왔다.

부우웅!

“잡았다!”

경욱은 무조건 맞는다 생각했는지 밝게 소리쳤다.

‘헙!’

그 발차기에 형우가 당황했다.

뒤가 벽인 상태에서 이전보다 예상치 못한, 그것도 빠른 공격이 날아오자 그냥 피하기 힘들었다.

어쩔 수 없이 급하게 능력을 사용했다.

“블링크.”

팟!

“음?!”

쾅!

경욱의 발이 벽에 박혔다.

얼마나 강했는지 철로 된 벽이 일그러질 정도.

그러나 그것보다 중요한 건 형우가 발차기에 맞지 않았다는 거였다.

발의 바로 옆에는 형우의 머리가 있었다.

푸욱.

그리고 그사이 검 하나가 경욱의 등 뒤로 삐져나왔다.

“어, 어떻게?!”

“나도 D급이니까.”

“…!”

위기의 순간, 형우는 블링크를 사용했다.

그러나 완벽히 능력을 보여준 건 아니었다.

옆으로 살짝 옮겨간 정도.

멀리서 보기엔 빠르게 피했다고 여길 정도였다.

D급 능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었기에 형우가 궁리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그게 더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회심의 일격을 먹일 기회까지 얻고.

“미친…….”

경욱은 억울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허물어졌다.

털썩.

[의뢰 성공을 축하한다. 좋은 선물을 하나 주지.]

‘아, 맞다. 보상이 있었지?’

경욱이 쓰러짐과 동시에 보상이 들어왔다.

형우는 보상으로 들어온 무언가를 확인하며 경기장을 벗어났다. 그리고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던 박 사장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어, 어떻게 된 거야? 뭐야?!”

“…….”

박 사장은 바닥에 쓰러진 경욱을 보곤 경악을 금치 못했다.

명환도 예상을 전혀 못 했다는 듯 놀란 눈으로 경기장을 바라봤다.

정말 예상치도 못한 결과.

그러나 싸움의 결과보다 더 충격적인 건 베팅한 돈을 모두 잃었다는 거였다.

“마, 망했다…….”

박 사장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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