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11화 (12/151)

▣ Chapter 1-11

다음날, 점심이 넘은 시각에 둘은 경기장을 방문했다.

이미 선수 등록이 되어있었기에 굳이 일찍 갈 필요가 없었다.

그 덕분에 형우는 빠르게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다만, 하루 최대로 할 수 있는 경기의 수가 3번이었기에 딱 3번의 경기만 치렀고 당연히 모두 이기고 왔다.

덕분에 포인트도 꽤 늘어났다.

24,600이었던 포인트는 109,395포인트로.

이제 조금만 더 모으면 12만 포인트인 ‘능력 강화의 돌’을 살 수 있을 정도였다.

사실 형우는 오늘은 수익이 적겠다고 생각했지만, 연속으로 베팅에 성공한 것만으로도 수익이 컸다.

게다가 비율이 막 줄지 않은 것도 한몫했다.

많아 봐야 1.5 정도의 비율일 줄 알았다.

아직 확실히 소문이 안 돈 건지 상대에 따라서인지 모르겠으나 처음과 두 번째 경기의 배당률이 꽤 괜찮았기에 포인트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다만, 내일은 어제나 오늘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미 마지막 경기 때 형우의 배당률은 1.3으로 내려갔다.

이대로 계속 이기기만 한다면 분명 더 떨어질 터였다.

그렇다고 수익이 막 적은 건 아니었다.

1.1이라도 가진 자본이 많아졌기에 들어오는 돈은 절대 적지 않았다.

문제는 자본이 많아진 만큼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는 거였다.

‘아까부터 계속 쳐다보네.’

몇몇 이들이 계속해서 형우와 용준을 힐끗거리며 쳐다봤다.

어떤 의도인지는 뻔했다.

돈을 노리고 있을 터.

“형, 뒤에서 계속 따라와요.”

“음…….”

용준도 그걸 느꼈는지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만, 한참 걷는데도 행동을 보이는 이는 없었다.

용준의 옆에 형우가 붙어있기 때문.

형우가 투기장에서 보여줬던 연전연승이라는 기록 때문에 망설이는 듯했다.

“일단 빨리 여관으로 가자. 너무 신경 쓰진 말고.”

“네.”

둘을 빠르게 걸었다. 그리고 며칠 전 장기로 잡아둔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여관 안으로 들어가자 따라오던 눈들이 사라졌다.

‘하아… 살 떨려 죽겠네.’

애써 태연한 척했던 형우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 자신이 누구에게 쫓길 일이 있었던가.

동생의 병원비 때문에 쪼들릴 때도 빚은 지지 않았었다.

더 일을 늘려서 어떻게든 숨을 돌릴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더더욱 이 상황이 낯설었다.

“이거 은근 스릴 있는데요?”

딱!

“악!”

“지금 스릴 찾을 때냐?”

형우는 철없는 소릴 하는 용준의 머리를 한 대 쳤다.

머릴 싸매고 있는 용준을 두고 형우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털썩.

방에 들어온 형우는 침대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리고 품에서 종이 두 장을 꺼냈다.

‘이제 겨우 각각 60%씩은 조건을 채운 건가?’

형우가 보고 있는 건 의뢰서였다.

의뢰서 둘 다 조건의 수가 10번이었으니 딱 6할을 채웠다.

이제 2일만 더 경기를 뛰면 조건을 달성할 수 있었다.

조건을 채우게 되면 일단 새로 얻을 소켓에 E급 재생력부터 넣으려 했다.

목소리를 듣게 된 이후 능력을 흡수하는 건 좋았지만, 은근히 조건이 까다로웠다.

1. 실수로라도 영혼석을 만지게 되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흡수된다.

2. 영혼석이 뭔지 알아야 원하는 능력을 얻는다.

1번은 좀 조심하면 된다 치더라도 2번은 엄청난 문제였다.

길가에 흔하게 널린 게 영혼석이라지만 무슨 능력을 가진 영혼석인지 아예 몰랐다.

그렇다고 도박이라며 아무거나 막 집기엔 리스크가 너무 컸다.

그래서 형우는 일단 E급 재생력을 끼워놓고 천천히 결정하려 했다.

“형, 너무한 거 아니에요? 사랑하는 동생의 머리를 막 이렇게 쥐어박고 말이에요.”

“언제부터 사랑하는 동생이었냐?”

“에이, 처음부터였죠. 사랑하는 형과 동생의 뜨거운 형제애!”

"난 너 같은 동생 둔 적 없다.“

용준은 넉살을 부리며 자리에 앉았다.

탁.

그리고 탁자 위에 작은 자루를 내려놨다.

안에는 10만 포인트라고 써진 동전과 나머지 잔돈이 들어 있었다.

“사람들이 이래서 주식 하나 싶어요.”

“왜?”

“한 번 대박 나면 대박이잖아요. 그러니까 계속하게 하고요.”

형우는 실실 웃으면서 말하는 용준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래 봐야 오늘이 끝이다. 이젠 막 늘지 않을 거야. 많이 벌어봐야 한 경기당 1, 2만 포인트? 물론 이것도 처음 가지고 있던 돈에 비해서 대박이긴 하다만 우리가 목표하는 걸 사기엔 힘들지.”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시게요? 다른 경기라도 베팅하시려고요?”

“다른 경기는 필요 없어. 내가 한두 번은 일부러 져주기만 해도 돼.”

“제가 반대로 걸고요?”

“그럼 어디에 걸게? 여하튼 그동안 난 계속 이길 거야. 내 반대쪽에 승부를 걸 수 없게 계속 이기다 보면 내 상대 배당률이 자연스럽게 높아지겠지? 그때 반대로 걸어서 최대의 이익을 얻고 우린 빠지면 돼.”

그 말에 용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역시 제가 사랑하는 형님입니다.”

“너 같은 동생 둔 적 없다니까.”

형우는 손을 내저으며 그대로 침대에 누워 고개를 돌렸다.

이제 더 말하기 싫다는 행동이었다.

그러자 대화 상대가 사라진 용준도 침대로 가서 누웠다.

곧 코 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허… 눕자마자 바로 자네.”

형우는 누운 지 얼마 안 되는데 바로 코를 골며 자는 용준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곧 표정이 어두워졌다.

병원에 혼자 있을 여동생 선우가 생각났다.

‘만약 선우도 아프지만 않았으면 지금쯤 이렇게 대화하고 있었을까.’

“후우…….”

짝!

형우는 길게 한숨을 내뱉더니 두 손으로 자신의 볼을 쳤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자. 지금은 지금에 집중하자.’

애처 동생에 대한 생각을 지운 형우는 앞서 경기장에서 겨뤘던 전투들을 복기해봤다.

그러나 곧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경기장은 상대가 꽤 다양했다.

경험이 많은 상대도 많았고 특이한 능력을 가진 이들도 꽤 있었다.

그렇기에 나름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실전 경험을 쌓으러 참여한 투기장은 시시했다.

싸움을 아무리 못해도 고등학생이 초등학생과 싸우는데 질 수가 없었다.

형우도 이렇게 격차가 심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번엔 돈이나 번다 생각하고… 언젠간 제대로 된 실전을 겪을 날이 오겠지. 모레는 경기 끝나고 바로 블랙 머천트에게 가볼까?’

형우는 잡다한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얼마 뒤 그 실전 경험을 제대로 겪을 걸 상상도 못 한 채.

“와아아아!”

“와아아아!”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함성.

거대한 지하 돔에서 들려오는 함성은 오늘도 광기에 가까웠다.

“쯧쯧.”

특실에서 그걸 보고 있던 한 남자가 혀를 찼다.

남자의 얼굴엔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이 가득했다.

“어찌 인간들이 저리 멍청할까. 그것도 범죄자라는 것들이 말이야. 안 그러냐, 명환아.”

“예. 맞습니다, 박 사장님.”

비서 겸 경호원인 명환은 박 사장의 말에 즉답하며 고개를 숙였다.

“잘 나가는 카지노가 왜 안 망하는지 알아? 도박은 자본이 많은 쪽이 이길 수밖에 없어. 돈이 많아서 계속 베팅할 수 있는 쪽이랑 한계가 있는 쪽이랑 다이다이 까면 누가 결국엔 남을 거 같아?”

“카지노인 것 같습니다.”

명환은 이미 정해진 답을 대답했다.

그러자 박 사장은 흡족해했다.

“그렇지. 당연히 카지노지. 근데 여기서 딴지 좋아하는 새끼들은 이렇게 말한단 말이야. 바보도 아니고 왜 끝까지 다이다이를 까냐고. 근데 답은 아주 간단해. 그놈들이 도박에 미친 정신병자들이라 그런 거야. 도박에 미쳐서 돈을 딸 때의 쾌락에 미쳐있으니까 계속하는 거야. 도박은 마약과 같거든. 우리도 마찬가지야.”

“그렇습니까?”

명환은 맞는 말인 것 같으면서도 애매한 논리를 펼치는 박 사장의 말에 호응을 해줬다.

어차피 뭐가 좀 이상하다고 말해도 돌아오는 건 침을 튀기며 돌아오는 일방적인 논리의 합리화뿐이었다.

그걸 알기에 명환은 반박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걸 위치도 아니었다.

명환이 박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남자는 이 투기장의 사장인 박준식이었다.

그는 벌써 몇 년째 투기장을 운영하며 많은 수익을 내왔다.

그러나 진짜 사장은 아니었다.

상위 구역에 있는 길드에서 임명한 바지사장일 뿐.

다만, 바지사장이라고 해서 힘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 투기장 내에서는 정말 신과 같은 존재였다.

손짓 하나로 경기장 내의 모든 일을 관장했다.

물론 거기엔 경기의 결과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영 일이 안 풀렸다.

“근데 이 미친 정신병자들이 돈을 확실하게 벌어나가기 시작하면 투기장도 힘들어. 우리가 정직하게 수수료만 받는 것도 아니까 말이야. 그것도 돈을 잃은 상태면 더더욱.”

정말 정직하게 운영을 했다면 투기장의 인기가 떨어지지 않는 이상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여긴 그렇지 않았다.

사장이 직접 베팅하기도 하고 승부를 조작해서 베팅하기도 했다.

경기 조작은 사장이 후원하는 몇몇 선수에 의해서나 협박으로 이뤄졌다. 그리고 중간에 몇몇 이들을 동원해 적당히 거짓 정보를 흘리면 작전주에 달라붙는 개미들처럼 도박꾼들이 들러붙었다.

그렇게 여러 번 조작하다 보면 머리가 돌아가는 몇몇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돈을 잃고 파산한다.

그럼 거기서 빚을 진 이들을 노예로 팔아버렸다.

투기장은 이런 식으로 수익을 극대화해왔다.

그런데 생태계 환경을 파괴하는 황소개구리 하나가 투기장에 나타났다.

“방지훈이란 놈, D급 아닌 거 확실하지?”

형우가 쓴 가명을 말하며 박 사장은 인상을 찌푸렸다.

“예, 검사할 때마다 등급 판정기가 분명 옅은 회색으로 나왔다고 했습니다.”

“허… 그럼 뭐야? E급이 풀강이라도 했다는 거야? 겨우 E급이 120만 포인트를 어디서 벌어?”

박 사장은 어이없다는 명환을 바라봤다.

풀강은 게임 용어 중 하나로 아이템을 강화할 수 있는 한계치까지 모두 강화했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 풀강을 위해선 E급은 총 10번의 강화가 필요했는데 거기에 드는 비용이 총 120만 포인트였다.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E급인 건 확실합니다, 사장님.”

“썩을. 미꾸라지 하나가 제대로 물 흐려놓네. 저 새끼 때문에 얼마를 잃은 거야!”

쾅!

박 사장은 그 말을 하며 벽을 때렸다.

처음 형우가 나타났을 때 박 사장은 적당히 벌기 좋은 호구가 나타났다고 생각했다.

기재한 능력도 상대방이 알고 있으면 전혀 쓸모 없는 재생력이었고 딱 보기에도 약해 보였다.

당연히 베팅을 반대편에 했고 그 결과 상당한 돈을 잃었다.

이후에 약이 오른 박 사장은 운이라고 생각하며 다음 경기에도 돈을 걸었으나 모두 잃고 말았다.

그다음에 정신 차리고 형우에게 걸었지만, 이미 잃은 돈이 상당했다.

“총 69만 포인트가 지출됐습니다.”

“나도 알아, 새끼야!”

휙! 쾅!

명환의 대답에 박 사장은 탁자에 있던 재떨이를 던졌다.

다행히 재떨이는 옆을 비켜나갔다.

아니, 명환이 아주 자연스럽게 피한 듯했다.

그러나 아직 박 사장의 분노는 끝나지 않았다.

“으아아!”

쾅! 콰앙! 빠직!

잠시 후.

“후우… 후우…….”

특실에 있던 물건을 다 부수고 진정한 박 사장은 숨을 고르며 명환을 바라봤다.

“일단 오늘까지 지켜봐. 오늘은 베팅하지 말고. 만약 오늘도 다 이기면 내일은 경욱이 준비시켜.”

경욱의 이름이 언급되자 명환이 깜짝 놀랐다.

“예? 경욱이 말입니까? 차라리 회유하는 게 어떻습니까? 실력도 확실하니 저희 쪽으로 끌어들이면 수익도 더 늘어나지 않…….”

“하라면 해! 쓸데없이 말하지 말고!”

명환의 말에 박 사장은 화를 냈다.

이성적으로 보면 명환의 말이 맞았다.

실력이 확실한 선수 하나를 확보하면 승부조작은 더욱더 쉬웠다.

그러면 당연히 수익이 더 높아질 게 당연했다.

그러나 이미 돈을 잃으면서 이성적 판단을 못 하는 박 사장은 막무가내였다.

“…예, 알겠습니다.”

박 사장의 옹고집을 잘 아는 명환은 어쩔 수 없이 알겠다고 대답하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날 역시 형우는 3판을 전승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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