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9화 (10/151)

▣ Chapter 1-9

타닥타닥.

넓은 동굴 안, 모닥불 타는 소리가 타닥타닥 들려왔다.

형우는 모닥불을 지키며 불침번을 겸하고 있었고 기절한 용준이 바로 옆에서 누워있었다.

“으음…….”

불이 타는 소리가 거슬렸는지 자고 있던 용준이 몸을 이리저리 뒤척였다. 그리고 곧 잠에서 깨어났다.

“으, 허리 쑤셔.”

잠에서 깨어난 용준은 자리가 불편했는지 허리를 매만졌다.

헌터들이 일반인보다 몸이 좋긴 해도 딱딱한 돌바닥에서 자는 게 편치 않은 건 똑같았다.

“일어났냐?”

“아, 네. 어? 형, 징벌자는요?”

용준은 형우의 태연한 말에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그러나 곧 기절하기 전 일을 깨닫곤 불안한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돌아갔으니까 걱정하지 마. 여기 쉘터다.”

“네? 쉘터라고요?”

용준이 눈이 커다래졌다.

모닥불에 비친 쉘터는 그저 동굴처럼 보일 뿐이었다.

별로 특별할 게 없어 보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멀쩡히 살아 있는데 쉘터를 부정할 수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이에요?”

“어떻게 됐냐면…….”

형우는 벌써 하루가 지나버린 어제의 일을 간략하게 정리해서 알려줬다.

이야기를 다 들은 용준은 눈이 커다래졌다.

“헐… 미친 운이네요. 우리 로또라도 사야겠어요.”

“여기에 로또가 어딨냐.”

휙. 화르륵!

형우는 괜한 핀잔을 주며 땔감을 모닥불에 던졌다.

그런데 땔감이 좀 이상했다.

“형? 그거 옷 아니에요?”

“그래, 옷이다.”

휙.

형우는 그 대답을 하며 옷을 하나 더 던졌다.

처음 불을 피우기 위해 땔감으로 쓸만한 것은 쉘터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나마 쓸 수 있는 건 죽은 길드원들의 옷뿐.

어쩔 수 없이 주인 잃은 옷을 모두 가져와 땔감으로 사용했다.

그 와중에 몇몇 부수익을 얻으면서 말이다.

‘붉은 영혼석이랑 검 몇 자루, 지도.’

그중 지도는 정말 큰 이득이었다.

지도는 이 근처 구역 길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쉘터에 대한 정보도 보였다.

앞으로 행보가 어떻게 될진 모르지만, 선택지가 늘어났으니 좋을 뿐이었다.

“설마 형이 다 죽인 거예요?”

“설마 그럴 리가 있겠냐? 떨어지면서 돌에 깔려 죽은 거지.”

형우는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다.

어차피 진실을 알려줄 필요도 없었고 알려줘 봤자 하등 도움될 게 없었다.

다만, 진실을 위해선 하나의 진실을 알려줘야 했다.

“우린 내 능력 덕분에 산 거고.”

“능력이요?”

“내 능력이 E급 재생력이야.”

“에엑?! 무능력자라면서요?”

용준은 경악하며 소리쳤다.

“구라지. 그걸 믿냐.”

“와…! 배신감 쩐다.”

“배신감은 무슨. 여기서 곧이곧대로 말하는 게 바보지.”

형우는 지영에게 배운 걸 그대로 용준에게 돌려줬다.

물론 원래는 제대로 알려준 게 맞았지만, 일부러 더 오버했다.

괜히 최준식과 같은 능력이라는 것에 의문을 품지 못하게.

“그래도 이 동생에겐 제대로 말해주셔야죠.”

용준은 서운하다는 듯 째려봤다.

그러나 그것에 흔들릴 형우가 아니었다.

“언제부터 내 동생이었냐? 그리고 너, 내 덕분에 산 거다.”

“…….”

그 말에 용준은 입을 다물었다.

어쩌건 간에 저 능력 덕분에 산 게 맞았으니까.

“와, 생각해보니 빅픽쳐였네요? 그래서 이기신 거구나. 하긴 F급 무능력자가 E급을 어떻게 이기나 했어요. 같은 E급이니까 이기지.”

용준은 알아서 잘 오해했고 덕분에 최준석과의 싸움은 잘 포장됐다.

다만, 지금 형우는 E급이 아니었다.

그 위 등급에 오른 상태였다.

형우는 몸속에서 느껴지는 D급의 기운을 느끼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이래서 D급부터 진짜 헌터라고 하는구나.’

형우는 의뢰의 보상을 얻자마자 바로 병철의 영혼석을 흡수했다. 그리고 다음 보상으로 얻은 ‘소켓 교체 가능’으로 E급 재생력을 D급 윈드 커터로 바꿨다.

놀랍게도 소켓 교체는 능력을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었다.

덕분에 D급 능력 윈드 커터를 얻음과 동시에 신체적인 성장을 이뤘다.

등급이 오르자 그 등급 간의 격차가 더 크게 느껴졌다.

D급은 괜히 D급이 아니었다.

신체적인 것부터 능력까지 모두 F급, E급일 때와 비교 불가능했다.

지금이라면 F, E급이 수백 명 덤벼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당장 F구역으로 돌아가 파츠 길드에 복수하고 싶을 정도로 힘이 넘쳤다.

그런데 하나 이상한 게 있었다.

시험 삼아 날려본 윈드 커터가 병철이 썼던 것과 같은 위력을 보여주지 않았다.

‘오래 쓰다 보면 뭔가 달라지는 건가?’

이리저리 궁리해가며 계속 써봐도 변화는 없었다.

결국, 이것에 대해서 생각을 포기했다.

“근데 다른 구역에선 구라치면 큰일 나요. 거기부터는 등급을 파악할 수 있대요.”

“다른 데선 구라 안 치면 되지.”

툭. 툭. 화르륵.

형우는 태연하게 대답하며 모닥불을 건드렸다.

“그런데 그 붉은 영혼석은 도대체 뭐예요? 그러고 보니 손병철이 저거로 우리한테 테러했다니 뭐니 했던 거 같은데…….”

용준은 형우의 옆에 놓인 붉은 영혼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당한 거였어.”

“네?”

“신지영에게 당했다고.”

“그게 무슨 말이에요?”

밑도 끝도 없이 당했다고 말하자 용준은 말을 이해를 못 했다.

그러자 형우는 그간 일어났던 일과 생각했던 것을 짧게 이야기해줬다.

“… 그러니까 별로 도움도 필요 없을 것 같으면서 데려가서 짐꾼이나 시키고 보너스라면서 저걸 주고 갔다는 거죠?”

“응.”

“그리고 저걸 준 이유가 뒤집어쓰라고 준 거 같고요?”

“확신은 못 하지만 정황상 그런 것 같다.”

“와… 대박.”

용준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연달아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쉬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근데 갑자기 뭐가 떠오른 건지 용준이 손뼉을 쳤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그거보다 다른 게 더 대박이네요.”

“뭐가?”

“그 여자 정영두를 한 방에 보냈다면서요. 기습이긴 해도 D급 헌터의 감각을 속이고 죽이려면 최소 동급이어야 가능한데 거기에 오래 구경까지 할 정도면 C급 이상 아니에요?”

“아… 그러네.”

생각해 보니 그래도 최소한 헌터로 인정해준다는 D급치곤 너무 허무했다.

기습이면 그 위 등급도 쉽게 쉽게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감각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등급마다 신체의 성장 말고도 감각의 성장이 같이 이뤄진다.

그 때문에 아래 등급의 기습은 어려웠다. 그리고 같은 등급이면 설사 방심한 상태라도 오래 붙어있는 상태에선 은신 정도는 눈치채야 했다.

그런데 영두는 기습에 대한 방어뿐만 아니라 능력을 쓰고 한참 동안 지켜봤는데도 전혀 알아채지도 못했다.

결국, 최소 C급 이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C급 이상인 사람이 여긴 왜 왔을까요?”

“나야 모르지.”

타닥타닥.

그 말을 끝으로 쉘터엔 침묵이 감돌았다.

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더 이상 추리하기엔 너무 제한적인 상황.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 여자 때문에 지금 이런 일을 겪긴 했지만, 결과가 좋다는 거였다.

밖으로 탈출했고 형우가 D급 능력을 얻기까지 했으니까.

다만, 다른 문제가 있었다.

“형, 앞으로 어떡하실 거예요?”

“으흠…….”

용준의 말에 형우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앞으로 행보에 대한 선택지는 의외로 많았다.

첫째는 파츠 길드에 복수하러 간다.

둘째는 E구역으로 간다.

셋째는 이대로 쉘터를 거점 삼아 생활한다.

그러나 선택지엔 모두 걸림돌이 있었다.

그 걸림돌의 주체는 모두 파츠 길드였다.

복수하러 가도 인원이 딸리니 질 게 뻔하고 E구역으로 갔다가 파츠 길드랑 마주치면 또 문제고 쉘터에서 생활하다 파츠 길드랑 마주치면 또 문제였다.

물론 둘이 범인이라고 의심해서 따라온 길드원 전원이 사망하긴 했다만 만에 하나라는 게 있었다.

어쩌건 이래저래 파츠 길드가 문제인 상황.

그때 용준이 입을 열었다.

“그럼 E구역으로 가시는 건 어때요? 중간에 쉘터 있는 곳도 아니까 가는 건 어렵지 않을 거예요. 어차피 F구역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D급으로 가기엔 우리 급이 안 되고요. 그렇다고 여기 쉘터에서 죽치고 살 수도 없잖아요.”

“으흠… 근데 E구역이면 파츠 길드원이 와서 우릴 찾을 수도 있잖아?”

“에이, 당분간은 하고 싶어도 못해요. 파츠 길드에 D급이 딱 3명이었거든요? 그런데 형이 아까 정영두도 죽었다고 했잖아요. 그럼 D급이 둘이나 죽은 거예요. 그런데 그 한 번은 밖으로 나오지도 못할 걸요?”

“왜?”

“D급이 외출했다. 기껏해야 E급이 최고다. 수는 우리가 더 많다. 그러면 바로 쿠데타죠. 형 같아도 타이밍 노려서 쿠데타 하고 싶지 않아요?”

“아…….”

“잘 속여서 나오면 뭐 외출할 수도 있겠죠. 근데 그것도 한두 번이죠.”

“하긴.”

용준이 대충대충 말하긴 했지만 맞는 말 같았다.

형우도 그 생각에 동의했고.

자신 같아도 D급이 없으면 그래도 승산 있다가 덤빌 것 같았다.

어차피 D급이 돌아오기 전에 뒤집어만 놓고 다른 곳으로 튀면 됐다.

다 죽이는 것도 아니고 적당히 죽이고 도망만 치는 건데 불가능하지 않을 터였다.

‘사기로 여기 끌려 왔다더니만 그래서 그런가. 머리도 좋네.’

형우는 용준을 신기하다는 듯 쳐다봤다.

이제 17살 고등학생.

자신보다 열 살이나 어렸지만, 판단력은 꽤 좋은 것 같았다.

“뭐 나중에 힘을 회복하면 다시 밖으로 나오긴 하겠지만 허접한 그런 곳에 D급이 왜 가려고 하겠어요? 정말 한참 걸릴 거예요. 그리고 그전에 우리도 능력 좀 강화하고 D구역으로 넘어가면 되죠.”

“응? 능력을 강화한다니?”

“블랙 머천트한테 능력 강화를 할 수 있는 돌을 살 수 있잖아요. 몰랐어요?”

“허… 여기 와서 정말 신세계를 맛보네.”

정말 신세계도 이런 신세계가 없었다.

능력을 강화한다.

지구에선 단 한 번도 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었다.

다들 본인이 처음 각성한 능력의 한도 내에서 단련되는 정도였다.

물론 제한이 있었다.

힘의 성장은 등급의 한도 내였다.

D급이면 D급에서 최상급까지밖에, C급이면 C급에서 최상급까지밖에 못 올라갔다.

물론 그것만 해도 대단한 거였다.

한계까지 등급을 올리면 그래도 바로 위의 등급 하위에겐 붙어볼 만했으니까.

다만, 문제가 있었다.

“그게… 비용이 좀 쩔게 비싸요.”

용준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얼마나 비싸길래?”

“이거 1,000개 가져가야 하나 줄 정도요.”

그 말을 하며 용준이 내보인 건 블러드 큐브였다.

그것도 꽤 씨알이 굵은 놈.

저만한 크기의 블러드 큐브 1,000개면 F구역 채굴장에서 최소한 일주일은 생산해야 얻을 양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비싼 거야?’

형우는 용준의 판단력이 좋다고 생각한 걸 취소했다.

저 정도 되는 양을 벌라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상상이 되질 않았다.

“아, 능력만 좀 공격형이었으면 투기장에서 돈 좀 버는 건데…….”

“투기장은 또 뭐야?”

“아, 이게…….”

용준은 형우에게 투기장을 짧게 설명해줬다. 그리고 설명을 다 들은 형우의 얼굴엔 묘한 미소가 띠어 있었다.

“형이 아주 좋은 생각이 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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