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옥에서 재능 찾기-6화 (7/151)

▣ Chapter 1-6

“용준아.”

“옙.”

“정말 이 길이 맞는 거지?”

“옙.”

“정용준, 정말 맞는 거 맞지?”

“옙. 한 번 와본 곳이니까 저만 믿고 오세요.”

“…….”

어두운 통로 안, 두 명의 목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

재차 물어보는 건 형우였고 확고하게 대답하는 건 용준이었다.

형우는 영 못 미더운 대답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매만졌다.

‘여긴 도대체 뭐야? 여기로 그냥 가도 괜찮은 거야?’

지금 둘은 현재 F구역 문 너머에 있는 길로 깊숙이 들어가는 중이었다.

여섯 번째 밤이 되자 용준은 그를 깨우며 이곳으로 길을 안내했다.

F구역 문이 닫힌 시간이라 근처에 경비를 서는 이들도 풀어져 꾸벅꾸벅 조는 시간이었다.

덕분에 수월하게 통과했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전혀 알 수 없는 길, 그것도 길드원들도 전혀 모르는 곳에 있는 구석지고 좁고 낮은 길을 가고 있다는 거였다.

아니, 정확히는 길이 아니라 틈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스악.

“윽…!”

길이 좁은 덕분에 살짝이라도 잘못 움직이면 바로 몸에 상처가 생겼다.

물론 E급 재생력을 가진 형우는 금방 재생되긴 했다.

그러나 재생된다고 고통이 좋은 건 아니었다.

최준석처럼 싸이코도 아니었고.

“형, 빨리 오세요. 늦으면 두 번째 밤 오기 전에 못 돌아가요.”

“내가 너처럼 작은 줄 아냐. 여기서 어떻게 빨리 움직여?”

형우는 재촉하는 용준을 향해 투덜거렸다.

틈이나 마찬가지인 길에서 성인인 형우는 움직이기 너무 힘들었다.

용준도 17살이니 어느 정도 몸이 성장한 상태였지만, 마른 몸에 조금 작은 키는 이곳에서 움직이기 아주 용이했다.

그나마 형우도 마른 편이기에 꾸역꾸역 겨우 통과하고는 있었다.

“그래도 걸리기 싫으시면 빨리 가야죠.”

“…….”

‘말을 말자.’

말 한마디를 안 지려 하는 용준을 보며 형우는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용준도 말을 안 하면서 주변이 고요해졌다.

안 그래도 불빛 없는 어두운 곳을 지나는 상황에서 조용하기까지 하자 꽤 무서운 상황이 됐다.

‘나사(NASA)에선 우주 비행사가 되려고 이런 훈련을 시킨다는데.’

빛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실습, 실제로 나사에서 예비 우주비행사들에게 실시하는 훈련이었다.

어둠이 주는 공포에 적응하고 우주에서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해주는 훈련이라는데…….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냐고, 하아.’

형우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괜히 지영을 보겠다고 나서서 사서 고생을 하는 건 아닌지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사실 형우가 지영을 찾으러 가는 건 호기심이 가장 컸다.

안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밖에서 들어오는 신출귀몰.

분명 뭔가가 있었다.

사실 지영에게 바라는 것도 있었고.

여하튼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돌아갈 수는 없었다.

“형.”

“…….”

그때 용준이 형우를 불렀다.

또 시답잖은 이야기가 들려올까 봐 형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형!”

“왜?”

그러나 재차 자신을 부르자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거의 다 왔어요.”

“음?”

그 말이 들리고 앞을 바라보니 작은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어둠에 먹혔던 빛이 보이자 형우는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꼈다.

걸릴까 걱정되던 마음마저 사라질 정도로 빛이 주는 안정감은 컸다.

그러는 사이 좁은 틈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왔다.

“이제부턴 정말 조용히 가셔야 해요. 여기서부터는 이제 길드원들이 돌아다녀요.”

“여기가 어딘데?”

“길드 본부 뒤쪽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저도 여기랑 몇몇 곳만 알거든요.”

“음…….”

형우는 주변을 둘러봤다.

창고로 사용되는 곳인지 이것저것 물건들이 쌓여있었다.

혹시나 챙길 게 있을까 싶어 봤으나 쓸데없는 잡동사니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가죠.”

형우는 용준의 말에 고개를 돌리곤 따라갔다.

“F구역이 넓긴 넓네…….”

용준을 따라가는 길은 정말 넓었다.

워낙 제한된 장소만 다녔기에 F구역이 얼마나 넓은지 몰랐다.

그런데 잠깐만 따라다녔음에도 알 정도로 F구역은 넓었다.

기본적으로 감옥은 개미굴과 같은 미로였다.

한 길에 수십 갈래의 길이 있을 수도 있었고 길과 길이 이어져 서로 통하는 길도 있었다. 그리고 그건 구역 내부도 동일했다.

밖보단 안이 좀 더 단순했지만 그래도 미로 같았다.

조금 간단한 미로일 뿐.

“우리가 있던 곳은 구역 전체에 10%도 안 된데요. 안으로 들어가면 아직 정리가 안 된 미개척지도 있다고 했어요.”

“미개척지?”

“네. 밖에 있는 몬스터들이 원래부터 밖에서만 있던 게 아니었으니까요.”

“아…….”

형우는 감탄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문이 닫히고 열린다지만 밖에 있는 몬스터가 못 들어오는 건 아니었다.

F구역 문에 무슨 장치가 되어 침입을 막는다던가 그런 거 따위가 없었으니까.

“그거 다 몰아내고 지금 F구역에 정착한 거래요. 다른 곳 구역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아직 S구역만 들어가질 못했데요.”

“그래?”

형우는 문득 다른 구역이 궁금해졌다.

말이 좋아서 감옥이지 여긴 그냥 개척지 같았다.

몬스터들을 몰아내고 그곳에 터를 잡고 그곳에서 나는 새로운 것들로 삶을 개척하고.

“그런데 다들 왜 굳이 구역을 개척하는 거야? 그냥 적당한 곳에서 구역 정리만 하고 놀아도 충분히 잘 살잖아?”

“형, 아직도 모르세요?”

“…그래, 모른다.”

또다시 들려 온 ‘아직도 모르세요.’에 기분이 상한 형우가 고개를 돌렸다.

그걸 눈치챈 용준은 바로 말을 이었다.

“S구역 너머로 가게 되면 감옥을 벗어날 수 있대요.”

“뭐?!”

탁.

“아, 형. 조용히. 여기서 들키면 우리 죽어요.”

용준이 급하게 형우의 입을 막았다. 그리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경계했다.

다행히 주변을 지나가는 길드원은 없었다.

지금 시각은 여섯 번째 밤과 첫 번째 밤의 사이쯤.

지구의 시간으로 치면 AM 2시였다.

다들 자는 시간이었고 내부 경비가 허술한 덕분에 들키지 않았다.

‘하긴 누가 이렇게 들어올 생각을 하겠어.’

“읍. 알았으니까 손 좀 치워라. 더럽다.”

“에이, 저 깨끗한 남자예요.”

손이 내려가자 형우는 입을 닦았다.

“근데 그거 정말이야? S구역 너머에 감옥을 벗어날 곳이 있다는 게?”

“정확한 건 모르죠. 근데 듣기론 블랙 머천트가 알려준 정보래요.”

“그놈의 블랙 머천트는 빠지는 곳이 없네. 개들은 뭘 하는 애들이래?”

“그것까진 저도… 아, 형. 그전에 여기 좀 잠깐 들러요.”

“응? 여긴 왜?”

길을 걷던 도중 용준은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곳엔 무언가 담긴 자루가 수십 개 쌓여있었다.

“이게 다 뭐야?”

“흐흐, 형. 이게 다 일용할 양식들입니다.”

용준은 음흉하게 웃으면서 그것들을 챙겼다.

어디선 난 건지 미리 챙겨온 가방에 차곡차곡 담으면서 말이다.

형우는 그것이 뭔지 확인하기 위해 자루를 밀쳤다.

그러자 안의 내용물들이 쏟아져나왔다.

촤악. 촤르르.

“블러드 큐브?”

자루에서 나온 건 블러드 큐브였다.

그동안 형우를 포함한 죄수들이 노예처럼 일하며 벌어들인 것들.

그런데 왜 이걸 지금 용준이 챙기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차피 챙겨봤자 거래할 대상도 없고 짐덩이만 될 터였다.

“에이, 형. 다 미래를 위한 거예요. 언제까지 여기서 노예 짓이나 하시려고요? 탈출해야죠. 그리고 탈출해서 다른 구역 가면 밑천 잡을 자본이 필수 아니겠어요? 그리고 제가 뭐 때문에 이런 위험을 감수하겠어요. 다 이런 소득이 있으니까 오는 거죠.”

“참 애늙은이같이 말한다…….’

형우는 고개를 내저으면서도 블러드 큐브 몇 개 챙겼다.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근데 무슨 경비를 이렇게 허술하게 하냐? 이거 다 털리면 어떡하려고?”

“안이니까요.”

“하긴.”

형우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안이라서 경비가 필요가 없었다.

듣기론 지금 파츠 길드도 어느 대형 길드의 산하 길드였다.

그런 길드에서 내부에 배신자가 나오기 힘들었다.

다른 길드에서 겨우 F구역에 있는 길드를 견제하지도 않았고.

게다가 노예로 부리는 죄수들은 그럴 능력도 없었다.

D급 하나만 지키고 있으면 다 덤벼도 이기지 못할 최약체들이었으니까.

콰아아앙! 콰아앙!

“헉!”

“뭐, 뭐야?!”

갑자기 어디선가 큰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잡아와!”

“놓치면 다 죽어!”

누군가를 쫓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으며 둘의 안색은 창백해졌다.

“혀, 형. 우리 찾는 건 아니겠죠?”

“찾는 건 아닌데… 이대로 있다간 덤으로 찾아지겠지.”

형우는 그 말을 하며 바로 뒤로 달려갔다.

용준도 별말 없이 달렸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발각됐다.

“거기 누구야?!”

“헉! 썅! 형, 걸렸어요!”

“생중계 안 해줘도 알아!”

형우는 온 힘을 다해 발을 놀렸다.

‘왜 하필…! 아니, 그걸 떠나서 도대체 누구야?!’

가는 날이 장날이 되게 만든 누군가를 생각하며 형우는 이를 갈았다.

그러는 사이 길드원들이 따라붙었다.

“멈춰! 이 새끼들아!”

“안 멈추면 뒤진다!”

형우와 용준의 뒤에 붙은 2명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며 소리쳤다.

“멈춰도 뒤지잖아요!”

용준은 그 말을 하며 가방에서 블러드 큐브 3개를 꺼냈다.

“그건 왜?”

“형, 이쪽으로!”

용준은 형우를 이끌며 통로가 좁은 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곳에 들어가자 블러드 큐브들을 던지며 소리쳤다.

“증식!”

촤아아아!

허공에서 블러드 큐브의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3개였지만 순식간에 수백 개가 넘게 늘어났고 그것들은 뒤따라오던 이들을 덮쳤다.

“으악!”

“이게 뭐야!”

쾅! 후두둑!

예상치 못하게 날아온 블러드 큐브들 때문에 둘은 바닥에 널브러졌다.

그 모습을 보며 용준은 주먹을 쥐었다.

“예스! 형, 어서 가요!”

“너 그게 능력이냐?”

“네. 흐흐, 그래서 이거로 사기 치다가 걸려서 잡혀 왔죠.”

용준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자랑스럽게 말할 거리냐. 아니다, 됐다. 그걸로 지금 도망쳤으면 됐지.”

그러나 위기는 끝난 게 아니었다.

계속해서 주변이 소란스러웠다.

아직 돌아가려면 꽤 시간이 걸릴 터인데 갈 길도 멀었다.

“잡아라! 저깄다!”

“잡아!”

“너네 잡혀만 봐라! 아주 나노 단위로 찢어줄 테니까!”

가는 길에 몰려든 길드원들 수십이 뒤에 따라붙었다.

이전보다 더 많이 달라붙고 사방에서 덮쳐오는 탓에 용준의 능력도 쓸모없게 됐다.

한두 번 위기를 구할 정도는 됐지만, 저 많은 인원을 따돌릴 만큼 뛰어난 능력은 아니었으니까.

“헉헉! 형,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갈라져요! 전 이쪽으로 갈게요!”

결국, 용준은 따로 갈라지길 선택했다.

어차피 똑같이 쫓기는 거지만, 인원이라도 반으로 나뉘면 둘 중 하나는 운이 좋으면 살 수 있을 터였다.

특히 길드원들을 따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용준이라면 더더욱.

“용준아!”

형우가 불렀으나 용준은 뒤도 안 보고 달려갔다.

그러자 인원이 반으로 나뉘었다.

‘반으로 나뉘어도 문제네.’

쓸 수도 없는 능력 하나에 그나마 쓸모 있지만 지금은 별 쓸모없는 재생력.

이 두 개밖에 없는 형우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일단 최대한 코너를 돌면서 따돌려야 해!’

이런 상황에서 저들을 따돌릴 방법은 갈림길들을 계속 이용해서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 말곤 없었다.

형우는 갈림길만 다니면서 길드원들을 따돌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렸다.

어차피 제대로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이곳을 벗어나야 했지만, 적어도 당장은 뒤에 따라오는 이들을 다 따돌려야 했다.

“뭐야? 어디로 간 거야?”

“빨리 찾아봐!”

“여긴 계속 쫓고 있어! 이쪽이야!”

형우의 예상대로 계속 갈림길을 이용하자 그들은 혼란스러워했다.

몇몇이 아직 쫓아오고 있었으나 좀만 더 노력하면 다 따돌릴 수 있을 듯싶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탁!

“하필…!”

형우는 발걸음을 멈추며 막혀있는 앞을 절망적으로 바라봤다.

필사적으로 도망친 곳이 하필 막다른 곳이었다.

더는 도망칠 곳이 보이지 않았다.

‘진짜 망했네.’

쓰윽. 탁.

“어?!”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누군가 위에서 형우를 낚아챘다. 그리고 끌고 올라갔다.

그러자 형우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읍! 누구…!”

“쉿! 조용히 해봐요.”

그런데 어디서 들어본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형우는 의아한 표정으로 말한 대상의 얼굴을 쳐다봤다.

놀랍게도 형우를 낚아채 숨겨준 건 사람은 형우가 찾으려 했던 인물이었다.

“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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