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1-1
우웅! 철컥!
“들어가라.”
법정에서 재판이 끝난 후 집행인은 형이 집행된 죄수들에게 죄수복을 입히곤 감옥으로 데려갔다.
다만, 좀 특이한 게 집행인은 죄수들을 방까지 데려다주지 않고 감옥의 입구에서 밀어 넣고 끝났다.
죄수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뒤를 돌아봤지만, 집행인은 자기 할 말만 하고 문을 닫아버렸다.
“살아남는다면… 출소날 안내해주겠다.”
쿵! 철컹!
“······.”
“······.”
문이 닫히고 죄수들 사이에서 어색한 침묵이 일어났다.
“이거 뭐 어쩌라는 거지?”
“그러게. 어디로 가라는 거야? 간수는 어딨는 거야?”
“‘살아남는다면’이라니…….”
죄수들은 자기들끼리 떠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전혀 범죄자 같지 않은 청년, 형우가 불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지구에서 나름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던 자신이었다.
물론 그냥 평범한 건 아니다.
헌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헌터는 지구에 갑자기 나타난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이들을 뜻했다.
몬스터가 갑자기 나타난 대신 몬스터에 대항할 힘을 가진 헌터들이 생겨났다.
그들은 특별한 능력으로 몬스터를 잡았는데 그 능력은 S급부터 F급까지 세부적으로 나뉘었다.
그중 형우는 최하급인 F급.
F급은 신체 능력도 일반인보다 좀 뛰어난 정도라서 운동선수인 일반인과 겨루면 호각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물론 일반인 기준에선 높은 거였지만 이건 일반인 기준일 뿐.
D급이면 총알을 막을 수 있고 중무장한 군인 40~50명 정도의 1개 중대도 이길 수 있었다.
그에 비해 F급은 군인 몇 명만 모여도 충분히 제압 가능했다.
그 때문에 몬스터를 잡는 건 꿈도 못 꾸고 헌터들 뒤처리나 하는 신세였다.
형우가 그 뒤처리나 하는 F급이었고.
그 때문에 범죄랑은 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왜 내가 여깄냐고!’
형우는 흔들리는 동공을 바로잡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대부분이 험악하게 생긴 범죄자들.
이들이 이곳에 온 이유는 하나,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이었다.
몬스터들이 생김과 동시에 일명 관리자라 칭하는 초월적인 존재들이 생겨났다.
그들은 중립을 표방하며 헌터들이 필요한 물품을 팔거나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찾아다니며 체포했다.
초기에는 범죄자 헌터들이 관리자를 없애려고 노력했으나 소용없었다.
S급 능력자보다 강한 그들을 상대할 방법은 없었고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일명 ‘나이트’라 불리는 관리자에게 발각될 시 순순히 잡혔다.
잡힌 범죄자들을 그들의 법정에 세우고 재판을 거쳐 형을 집행했다. 그리고 다른 차원에 있는 감옥에 가둔다.
여기까지가 외부에 알려진 대부분의 사실이었다.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일반인을 포함해서 헌터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개미라면 100마리도 넘게 죽여봤지만, 사람을 한 명도 죽인 적은 없는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자신이 특별히 잘못 한 게 없었다.
형우는 혼란스러운 머리를 감싸며 괴로워했다.
그런데 점점 정신이 평온해짐을 느꼈다.
‘뭐지? 여기가 뭔데 이렇게 친숙한 느낌이…….’
정신이 평온해지면서 느껴진 건 친숙함.
왜 이런 기분을 느끼는 건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환영한다.]
“…!”
‘누구야?’
그 순간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입고 있던 죄수복 안주머니에 무언가 생겨났다.
그러나 형우는 그걸 느낄 새가 없었다.
휘이익! 쿵!
“미친!”
“뭐야?!”
갑자기 천장에서 무언가 떨어졌다.
그것에 놀라 다들 뒷걸음질하며 자세를 잡았다.
감옥은 범죄자들의 소굴.
간수도 안 보이는 마당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어? 사람?”
“…!”
놀랍게도 떨어진 것은 30대쯤 되어 보이는 남자였다.
그는 묵직한 인상에 뭔가 다가가기 힘든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남자는 긴장한 죄수들을 둘러봤다. 그리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감옥’에 온 걸 환영한다, 죄인들.”
죄수들은 그 웃음을 보며 뭔가 섬뜩함을 느꼈다.
천장에서 떨어진 남자는 자신을 같은 죄수이자 ‘문지기’라 소개했다. 그리곤 곧 감옥에 있는 길드 스카우터들이 자신들을 스카웃하러 올 거라 설명해줬다.
덧붙여서 감옥 내에 길드끼리 이권 싸움을 하고 있으니 잘 골라서 들어가라고 말했다. 그리고 잠시 후 스카우터들이 나타나 죄수들을 데려갔다.
그러나 그건 D급 이상에게만 해당하는 말이었다.
‘아무도 F급은 데려가려고 하질 않잖아.’
형우는 절망 어린 표정으로 주변을 바라봤다.
D급만 돼도 스카우터가 데려가려 했으나 E급이나 F급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거짓을 말할 수도 없었다.
능력을 쓰면 금방 들키니까.
그때 형우의 옆으로 누군가 다가왔다.
“역시 아저씨도 아직 있네요.”
“어? 너는?”
다가온 사람은 법정에서 형우를 깨워줬던 소녀였다.
소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아저씨… F급이었죠?”
“아, 응.”
그 말에 형우의 안색이 굳었다.
소녀는 형우의 판결을 들었기에 등급을 알았다.
형우는 혹시나 자신의 등급을 떠들고 다닐까 봐 안절부절못했다.
그러나 소녀는 안심하라는 듯이 살짝 웃어줬다.
“말 안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F급이에요, F급 헌터 신지영.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말하든 말든 소용이 없을 것 같은데요?”
지영은 그 말을 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형우도 같이 고개를 돌리며 주변을 봤는데 바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미 스카웃된 이들 대부분이 주변을 떠났다.
몇몇 고민 중인 이들을 제외하곤 E급, F급으로 보이는 이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걸 보며 형우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여기서 버려지면 정말 죽는 거 아냐?’
말이 감옥이지 여긴 무법지대나 마찬가지였다.
대충 말하는 걸 들어보니 관리하는 간수도 없고 폭력이나 살인에 대한 제재 수단도 없다.
정말 잘못하다간 출소도 하기 전에 송장이 될 가능성이 컸다.
E급이나 F급은 D급만 와도 정신을 못 차리니까.
살기 위해선 길드 가입은 필수였지만, E급과 F급을 받아주는 길드가 보이지 않았다.
“우리 길드는 E급 이하 누구든 받아준다. 가입할 사람들은 이쪽으로 와.”
유들유들한 인상의 남자가 E급 이하 누구든 받아준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자 둘은 바로 몸을 움직였다.
“…!”
“어서 가요!”
둘은 바로 남자에게 다가갔다.
“F급도 받아줍니까?”
“정말 D급 이하 누구든 상관없나요?”
바로 달려간 둘은 바로 남자에게 다급히 말했다.
뒤이어 다른 E급, F급 헌터들도 남자에게 달려왔다.
“물론.”
남자의 말에 다들 안색이 밝아졌다.
여기서 외톨이가 돼서 버려졌다간 정말 얼마 못 버티고 죽을 게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그나마 길드 하나를 구했다는 것에 다들 안도했다.
“누구든 받아주지.”
씨익.
남자는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는 그들을 향해 묘한 미소를 지었다.
“…이게 다 뭐래?”
조금 전 ‘파츠’라는 길드에 가입했다. 그리고 자신을 정영두라 소개한 남자를 따라 15명이 길드가 있는 장소로 움직였다.
그런데 가는 길엔 형우도 익히 잘 알고 있는 것들이 사막의 모래처럼 널려있었다.
“영혼석…….”
형우는 감옥 곳곳에 박혀있는 푸른빛의 보석을 바라보며 읊조렸다.
지구에 생긴 변화는 몬스터, 헌터, 관리자와 더불어 한가지가 더 있었는데 그게 바로 영혼석이었다.
마치 상상에서나 생각하던 영혼이 안에 박혀 있는.
물론 실제로 영혼이 들어가기도 했다.
영혼석은 헌터가 죽을 때 나타난다.
죽은 헌터의 몸이 사라지면 푸른 빛과 함께 영혼석이 생성되는데 그걸 실제 영혼이라 여기는 이들이 많았다.
그래 봤자 뭐 밝혀진 게 없으니 따로 말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게 문제가 아니지.’
저렇게 많은 영혼석이 있다는 건 그만큼 헌터들이 많이 죽었다는 거였다.
“아저씨, 이거 걱정해야 하는 거 맞죠?”
지영은 형우에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영혼석이 꽤 미적으로 아름답게 생겨서 무서운 광경은 아니었지만, 어쩌건 저 영혼석들은 해골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저들 중 대부분이 E, F급인 건 당연할 터.
“그래도 운 좋게 길드도 들어왔으니까 좀 나을 거예요. 물론, 저야 어차피 여기서 죽어야 하지만…….”
“아…….”
형우의 말에 지영이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형우가 받은 형량은 2,000년.
설사 끝까지 살아남더라도 수명 때문에 감옥 내에서 죽어야 할 판이었다.
“그런데 아저씨는 뭘 했기에 형량이 그렇게 많아요? 알고 보니 A급인 김철영보다 더 살인마가…….”
지영이 말을 줄이며 슬금슬금 물러나려는 듯한 포즈를 취하자 형우가 다급히 말을 이었다.
“아니, F급이 살인을 하면 얼마나 하겠어요. 난 뭐로 들어왔는지 모른다고요. 분명 뒤처리반으로 던전에 따라 들어갔던 것뿐인데…….”
최대한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형우는 감정을 호소했다.
그러나 그걸로 풀릴 지영이 아니었다.
“그럼 능력이 뭔데요?”
“그게…….”
형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을 쉬이 못 했다.
사실 그의 능력은 없었다.
헌터들은 능력이 생기는 순간 몸속에 일명 ‘소켓’이라는 게 생기는데 그 소켓에 능력이 생긴다.
태생적으로 소켓이 둘 이상인 능력자들은 처음 받은 능력 이후에 그 공간을 채울 수 있다.
그러나 형우는 달랐다.
아예 받은 능력도 없었고 그저 달랑 소켓 하나만 받게 되었다.
헌터도 아니고 민간인도 아닌 어중간한 각성.
그나마 헌터로서 신체적 능력 향상은 이뤄졌기에 겨우겨우 헌터로 인정받았다.
‘분명 그랬는데…….’
속에서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소켓의 충만함을 느끼고 있었다.
어떤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으나 빈 소켓에 드디어 능력이 생겼다.
다만,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보통 헌터는 능력을 얻게 되면 자연스럽게 아기가 숨 쉬는 것을 배우는 것처럼 능력을 익히게 된다.
그런데 형우가 받은 능력은 그런 게 없었다.
머릿속에 들어온 정보는 정말 성의 없을 정도.
‘인사니오의 의지? 이게 뭐냐고?!’
아무런 정보 없이 능력의 이름만 덩그러니.
그 덕분에 사용할 방법도 모르고 어떤 능력인지도 몰랐다.
‘괜히 알지도 못하는 능력을 알려줄 수도 없고.’
형우가 난처해 하고 있을 때 지영은 해맑은 표정으로 말했다.
“알고 보니 S급?”
“‘알고 보니’가 입에 붙은 아가씨네. 난 없어요.”
“네?”
“없다고요, 능력이.”
“아…….”
형우의 말에 지영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S급이 될 만큼 희귀한 확률로 빈 소켓을 각성하는 헌터들이 있었다.
그들이 대부분이 정말 최악의 대우를 받았기에 지영은 안타까운 시선을 보냈다.
“근데 아가씨 능력은 뭐에요?”
“저요? 전 그냥 근력 강화예요.”
“근력 강화요?”
“네.”
근력 강화라는 말에 형우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지영의 외형은 전형적인 가냘픈 여자였다.
그렇기에 그녀가 힘을 쓰는 모습이 상상이 안 됐다.
“근데 F급에 근력 강화가…….”
“이제 그만 떠들고 빨리들 걸어. 더 시간 지체하다간 밤이 오니까.”
형우가 의문을 표할 때 영두가 말을 끊었다.
떠드느라 늦어진 발걸음을 지적하며 말이다.
“밤이요?”
“그래, 밤.”
‘아니, 이 감옥에 무슨 밤이 있다고.’
감옥에 태양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밤낮이 뭐가 있다는 건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다만, 영두는 의문을 풀어주지 않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들 허겁지겁 영두를 따라 달렸다.
그러나 모두 다 달린 건 아니었다.
몇몇은 설렁설렁 천천히 쫓아왔다. 그리고 잠시 후 목적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F구역? 문?‘
도착한 곳엔 ‘F구역’이라 적힌 허름한 나무판자가 박혀있었다.
그 나무판자 뒤로는 거대한 문이 있었는데 문이 반쯤 닫힌 상태였다.
“얼른 들어가.”
영두의 말에 다들 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설렁대며 늦게 오던 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느새 문은 좁은 틈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그제야 그들은 다급히 문으로 뛰어왔다.
“어? 문! 문 좀 열어줘!”
“왜 닫는 거야?!”
자동으로 닫히는 문을 보며 그들은 당황했다.
하지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문은 이내 닫혔다.
쿵…!
그리고 잠시 후 비명이 들려왔다.
“크아아악!”
“사, 살려줘! 제발! 제…으아악!”
콰드득!
“…….”
“…….”
문밖에서 들리는 소름 끼치는 소리에 다들 안색이 창백해졌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몰랐지만 조금만 늦었으면 자신들도 지금 밖에 있는 저들과 같은 상황이 될 뻔했다.
“수고했다, 영두야.”
“예, 형님.”
죄수들이 얼어있는 사이 영두는 근처에서 있던 남자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곤 죄수들을 놔두고 다른 곳으로 사라졌다.
“어이 다들 집중.”
짝.
남자는 손뼉을 치며 시선을 모았다.
“난 D급 손병철이다. 이제부터 안내는 내가 하니까, 다들 따라와.”
병철은 손짓하며 다들 따라오라고 했다.
죄수들은 정신이 나간 채로 병철을 따라갔다.
‘또 어디로 가는 거지?’
법정에서부터 여기까지 계속 이동만 하다 보니 형우는 답답함을 참을 수 없었다.
물론 다른 죄수들도 마찬가지.
그러나 험악하게 생긴 병철의 인상을 보곤 다들 말을 꺼내진 않았다.
‘느낌이 싸한데.’
처음엔 그저 자신을 받아준 길드가 있다는 것에 좋아했었는데 계속 가면 갈수록 석연찮았다.
너무 쉽게 받아준 것도 그렇고 F구역이라는 곳까지…아니,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설명도 없었다.
“아저씨, 좀 이상한 거 아니에요?”
지영도 이상한 걸 느꼈는지 불안한 표정이었다.
“…….”
그러나 뭐라고 답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형우는 점점 커지는 불안감을 억누르며 병철을 따라갔다.
그러나 잠시 후 불안이 확신으로 변했다.
까앙! 까앙! 쿵!
“뭐, 뭐야?”
“채굴장?”
그들이 도착한 곳은 수많은 이들이 광물을 채굴하는 채굴장이었다.
피골이 상접한 죄수들이 초췌한 몰골로 채굴 중이었고 감독관으로 보이는 몇몇이 돌아다니며 감시했다.
그 모습을 보곤 다들 안색이 파래졌다.
“병신이 아니면 대충 눈치챘지? 얼른 안으로 꺼져. 어이, 민진이. 다 데려가!”
“예, 형님.”
병철의 말에 감독관 둘이 다가왔다.
형우는 돌아가는 상황을 보며 속으로 한 마디를 내뱉었다.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