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화 핵폭탄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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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은 업무 회의 때문에 계속 바쁘다가.
어느덧 점심때가 가까워지자 나는 1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1층 로비에서 잠시 기다리자, 최세진 상무가 나타났다.
그는 점심을 같이 먹자고 어제 문자를 보냈는데.
그를 만나는 게 이제는 무척 껄끄러운 일이 되었지만.
대체 무슨 일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래서 이렇게 약속을 잡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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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제 차로 이동하시죠. 가까운 곳인데, 가시면 바로 식사하실 수 있게 제가 준비해뒀습니다.”
그러나 나는 손을 저었다.
“경호원들도 같이 움직여야 해서, 저는 따로 가겠습니다. 식사 장소만 알려주시면 바로 따라붙겠습니다.”
“아, 그래요? 그럼 뭐···.”
잠시 후, 나는 경호원들과 함께 이동했고.
어느 유명한 일본 스시집에 잠시 후 도착했다.
<139>
한편, 먼저 약속 장소에 도착한 최세진 상무.
그는 김한수 대표를 기다리던 중.
내내 머릿속은 복잡했다.
밤새 고민했고.
그 결과, 다다른 결론은 의외로 간단했다.
비록 나단 킴 이사가 너무 꼴불견이지만.
이제 3억 달러의 향방은 나단 킴 이사의 손에 달려있다.
펀드 규모로선 무척 작은 규모라고 해도.
현재의 한세증권 입장에선 전혀 그렇지가 않다.
‘위험해.’
여기서 또 무너지게 된다면, 한세증권은 이제 절망적이다.
도대체 최동욱 회장은 그걸 감지하지 못하는 걸까.
회사 자금 사정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아무리 타 자산운용사로부터 펀드를 위탁받는 거라고 해도.
펀드운영에 혹시 문제가 생긴다면.
당연히 한세증권은 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돌이킬 수 없는 충격이 되어 한세증권을 때리게 될 것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적자가 나면 이젠 버티기도 힘들어. 부채가 산더미같이 커질 텐데···. 구리 투자도 잘못됐고. 이번도 마찬가지야. 무리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
그 생각을 하면서, 최세진 상무는 이것저것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다.
작년, 갑자기 실행됐던 구리 투자.
그 실패 건은 생각하면 할수록 뭔가 이상하고 답답하다.
거기다가 현성철강 투자 역시 무척 불운하지 않은가.
처음엔 단순히 철광석 가격 급등 때문인 줄 알았다.
그러나 철광석 선물가격이 하락했을 때도 현성철강은 여전히 문제였다.
재무제표는 여전히 최악이었고.
수익 개선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오로지 한세증권이 투자한 덕분에 현성철강은 한숨을 돌렸을 뿐.
회사 운영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었다.
특히, 현성철강의 미친 경영진들.
그들은 투자받은 자금 대다수를 다른 철강회사 쪽에 고스란히 투자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 지분을 팔기로 했으니까···.’
일종의 빅딜이다.
지분을 통째로 넘기는 일.
문제는 그 지분의 가치가 현저히 떨어져 있어.
한세증권의 손해 규모가 너무 크다.
그리고 그 손해의 범주에는 한세증권의 고유 자본도 있고.
은행권 대출 부분까지 끼어있다.
그 때문에 그 실패의 파장은 조만간 큰 회오리바람이 되어, 회사를 무섭게 후려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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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아직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왜 현성철강에 투자를 했지? 그런 부실한 곳을···?’
최세진 상무가 봤을 때, 현성철강은 얼마 못 버틸 것이다.
결국, 매각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 때문에 최세진 상무는 랜드브리지 캐피탈 측이 오히려 고맙기도 하다.
현성철강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그들이 먼저 제의를 했기 때문이다.
‘그럼, 나단 킴 이사가 우리를 도와준 건가?’
그러나 모르겠다는 듯 다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최세진 상무는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뭘 해도 안 되는 회사.
이러다간 회사는 사라지고.
한세빌딩만 남을 수 있다.
점점 더 답답해지는.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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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김 대표는 왜 이렇게 안 와?’
잠시 후, 최세진 상무는 자신의 스위스제 최고급 손목시계를 한번 쳐다본 뒤.
아늑한 일본 다다미방 분위기의 룸 앞쪽.
문 쪽을 묵묵히 쳐다봤다.
그러다가 그는 귀를 쫑긋 세웠다.
룸 저 너머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음들.
누군가를 안내하는 직원들의 목소리 같은데.
잠시 후, 문이 좌우로 열렸다.
이때, 최세진 상무는 즉시 일어섰다.
김한수 대표가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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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이쪽에 앉으세요!”
“아, 감사합니다.”
일부러 안쪽 자리를 권하는 최세진 상무.
잠시 후, 각자 자리에 앉았고.
이때, 나는 먼저 물을 마신 뒤.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식전 대화는 바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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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요즘 너무 힘듭니다.”
“아,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습니까?”
내가 그렇게 묻자, 최세진 상무는 다시 긴 한숨을 내쉬었다.
“몸도 마음도 편치 못합니다.”
“대체 무슨 걱정이 있으세요?”
그러자 최세진 상무는 회사 이야기를 꺼냈다.
“투자가 잘 안 돼서 정말 미치겠습니다. 대표님께선 계속 승승장구하시는 것 같은데. 혹시 저 같은 사람한테 추천할 만한 테마 같은 게 있을까요?”
“추천 테마요?”
“네. 부탁드립니다. 귀띔 좀 해 주십시오. 그리고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렇듯 최세진 상무는 갑자기 철썩 달라붙고 있었고.
그 태도가 무척 노골적이었다.
“···제가 뭐 아는 게 있겠습니까? 전 그저 운이 좋았던 것뿐인데.”
한편, 내가 겸손을 보이자, 최세진 상무는 이내 난리였다.
“우리나라 투자자들 중에서 대표님 같은 분이 어디 있습니까! 김대호 이사님이 얼마 전까지 대단했다고 해도, 이젠 대표님과 비교도 안 됩니다. 부탁드립니다! 대표님! 혹시 순위권 밖이라고 해도 좀 쓸만한 투자 종목이 있을까요?”
그사이 음식들이 하나둘 나왔는데.
그제야 정신을 차린 최세진 상무.
그는 잠시 질문을 멈추고 그제야 식사를 하자고 나한테 이것저것 권했다.
그래서 나는 젓가락을 집었고.
잠시 묵묵히 먹다가.
거듭된 최세진 상무의 요청에 기분이 조금 나빠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갑자기 아주 좋은 생각들이 내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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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점은 확실했다.
최세진 상무가 랜드브리지 캐피탈에 결속되어 있든 아니든, 무조건 연관성이 있다는 점.
그리고 그가 이런 식으로 나한테 접근한 이상, 내가 이번 기회를 헛되게 버릴 이유는 없지 않은가.
‘하긴, 아직 접점이 명확하진 않았으나 랜드브리지 캐피탈은 보통 세력이 아니야.’
정상적인 투자 경쟁에서가 아니라.
다른 의미에서 아주 위력적인 곳이다.
이 시기의 한국 사람들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랜드브리지 캐피탈은 LBO(leverage buy out), 그린 메일링(green mailing), 여론 조작, 턴어라운드(turn around) 등, 각종 쓰레기 기술에 아주 능한 글로벌 헷지 세력이었다.
더군다나 나단 킴 이사는 바로 내 지척에 있다.
한국을 한번 훑고 막대한 수익을 취한 타이거펀드(tiger fund)와 다르게.
랜드브리지 캐피탈은 한국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며 깊이 파고든 상태다.
특히, 내 포지션의 반대적 위치, 대치점에 서게 될 랜드브리지 캐피탈.
그런 적대적 세력을 나는 절대 가만히 놔둘 수가 없다.
그 위협적인 뿌리부터 뽑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잠시 후 최세진 상무에게 작은 미끼(?) 하나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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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회사가 아니라 미래증권으로 가죠.”
그로부터 한 시간 뒤.
최세진 상무와의 식사를 마친 뒤.
나는 다시 회사로 향하던 중, 방향을 즉시 틀자고 했다.
중간에 김성태 팀장은 핸들을 틀며 즉시 우회전했는데.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생각해 보니, 일들을 미룰 게 아니었다.
서둘러 미래증권 박지훈 상무를 만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미래증권 지하주차장에 도착한 뒤.
곧장 나는 박지훈 상무의 사무실로 향했다.
다행히 미리 연락을 취한 터라.
특별한 대기 없이 나는 곧장 상무실로 안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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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쩐 일이십니까?”
무척 밝게 웃으며.
다가와 악수를 하는 박지훈 상무.
그는 표정도 밝고,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
두 눈은 날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그런데 그 태도가 너무 친근하다.
단순히 사업적 지인을 대하는 게 아니라.
마치 가족을 대하는 듯.
표정과 태도 등이 생동하고 있었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네.”
“근데 어쩐 일이십니까?”
“거두절미하고 간단히 본론부터 말씀드려도 될까요?”
“네! 그러세요! 어서 말씀하세요.”
“사실, 제가 상무님 도움이 좀 필요합니다.”
그러자 눈이 약간 커지는 박지훈 상무.
그의 두 눈엔 호기심이 가득해지고 있었다.
“혹시 제가··· 홍콩 투자은행들을 좀 이용할 수 있을까요?”
순간, 의아해하는 박지훈 상무.
이때, 나는 바로 설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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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쓰려는 방법은 클래식한 방법이다.
과거 월스트릿 금융 세력들이 일본 증시를 노리며 일본 증시를 무너뜨렸던 그 방법.
바로 그 방법인데.
나는 한국인들 중 누구도 하지 못한 방식으로 일본 증시를 무너뜨린 뒤.
증시 파국.
경제 파국으로 만들 생각이다.
동시에 헷지 세력들도 다시 무너뜨릴 생각인데.
그 방법은 바로 ‘닛케이지수 풋 워런트’와 같은 파생상품들을 출시하는 금융 기법이다.
일반적으로 워런트 상품의 대표적인 것이 ELW, Equity Linked Warrant (주식워런트증권)인데.
이런 ELW는 주가 및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을 매개로 하여 일종의 콜 옵션 혹은 풋 옵션 같은 개념이 포함된다.
이때 아주 큰 레버리지 효과를 누릴 수도 있고.
상품별로 만기일을 아주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다.
이런 ELW는 발행자가 증권회사 등이 되고.
수익 배분도 매수자와 증권회사 사이에서 결정된다.
즉, 워런트 만기일 기준에 따라 특정 목적이 달성되면, 매수자 혹은 발행자(증권사 등) 중의 한 곳이 특정 수익을 얻게 된다.
만약 매수자가 대형 승자가 된다면, 발행자(증권사 등)는 큰 피해를 입게 되고.
때로는 결제 불이행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
즉, 증권사 등이 파산할 수도 있다.
그래서 양쪽 모두에게 무척 위험한 상품이기 때문에.
초고위험도 상품이다.
그래서 원래는 미래증권에 부탁할까 생각하다가.
나는 방향을 바꾸었다.
좀 더 넓게.
좀 더 크게.
그 범위를 확대하려면.
결국, 홍콩 쪽 투자은행인 CPC파이낸셜과 버드블란코 투자은행 등, 홍콩 투자은행들이 이런 일을 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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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을 것 같은데요. 일본 증시의 불확실성이 크니까, 홍콩 투자은행 쪽에서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합니다.”
특히, 그런 워런트 상품들이 일제히 출시된다면.
일본 증시에 거대한 자금을 밀어 넣은 세력들은 ‘풋 워런트’를 구매하여 위험도를 분산할 수 있고.
아니면, 자신들이 만들 방향성만 믿고서, ‘콜 워런트’를 구매하여 직접적인 수익을 취하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내가 관여한다면···?
나는 씩 웃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혹여 내가 ‘풋 워런트’를 구매했다는 소식이 세상에 퍼지게 되면.
‘그땐 다시 블랙홀이 만들어지겠지.’
특히, 유럽발 대위기가 터지는 7월 말, 그리고 8월.
전세계를 압도하는 증시 낙폭.
그 거대한 조류는 일본마저 집어삼킬 것이다.
일본 대지진이 일본을 때린 자연재해라고 한다면.
이때 일어날 재해는 일본을 포함한 세계적 금융 재해가 될 수 있다.
‘그럼 그것도 발표해야겠어.’
나는 일본 증시 수익을 발표할 생각이다.
도의적 목적에서 발표를 보류했으나.
향후 법인 수익이 발표되고 나면.
글로벌 헷지들도 날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특히, 내가 ‘풋 워런트’를 구매했다는 사실은 크게 반발될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당황해하며.
더 거대해진 자금이 일본에 집중된다면.
8월을 기점으로 '금융 핵폭탄'이 일본 증시에 터지게 될 것이다.
쿠아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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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상무님! 최대한 빨리 컨텍 좀 부탁드립니다. 아시다시피, 이런 상품은 변동성이 가장 클 때 가장 큰 이윤이 생길 수 있죠. 홍콩 IB은행들도 바로 이해할 겁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대표님.”
박 상무는 무척 큰 호의를 보이고 있었다.
그래서 좀 더 깊은 현안 이야기들이 빠르게 오갔고.
그런 박 상무와의 미팅을 마친 뒤.
이제 나는 JS인베스트먼트 김대호 이사를 만나기 위해 서둘러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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