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물이 되어버린 투자자-136화 (136/138)

134화 위협적 거물 김한수 대표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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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깊어졌다.

그리고 드디어 시작된 미국증시.

내가 만지고 있는 ‘파머 밀 코퍼레이션’의 전 거래일 종가는 292.56달러.

지난주, 미국증시는 유럽발 폭탄을 맞아 낙폭했는데.

‘파머 밀 코퍼레이션’ 종목도 이런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 개장 직후 미국증시의 모습은 어느새 그 충격을 해소한 듯한 모습이다.

사실, 주말 동안 더 큰 위협적인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고.

그 때문에 증시는 지난 충격들을 대부분 흡수했다고, 그렇게 인식하는 것 같았다.

따라서, 장 개장과 동시에 지수는 소폭 상승한 채 시작되었고.

‘파머 밀 코퍼레이션’의 주가 역시 그런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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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오늘은 날이 아닌가.

그러나 3월은 이제 얼마 안 남은 상태다.

조만간 이 종목은 무조건 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에휴!

그래서 기다림만 더 길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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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장이 시작된 지 30분가량 지나자.

개장 직후의 상승분은 금방 반납되었다.

295.85달러.

294.87달러.

293.78달러.

292.98달러.

293.67달러.

292.85달러.

그리고 그때부터 무척 지루한 보합세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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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과장님, 좀 더 지켜봅시다. 지난 수급들과 시세 흐름을 보면 무언가 있습니다. 290달러대 주가는 이미 폭등한 주가가 아닙니까?”

“대표님! 그럼 여기서 더 터질 거라는 말씀입니까?”

불안한 듯.

한편으론 기대심이 가득한 목소리.

“네. 차트상 무조건 상향 차트입니다. 그만큼 빠졌으나 금방 시세를 복원했죠. 그리고 그 이상까지 치솟았고···.”

변화가 없다면 차분하게 기다리면 된다.

조급한 자는 절대 열매가 열리는 모습을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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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점점 지루해졌고.

더 지루해지다가.

이마를 부여잡고, 멍하니 모니터를 응시하던 중.

새벽 4시가 어느덧 되었다.

그런데 이때.

톡톡 치는 듯한 호가창의 조짐이 갑자기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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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저것도 아니었나? 하지만 정말 얼마 안 남았는데.’

길게 기다렸다.

그래서 더 확실하다.

지금은 정말 막바지 시점이라는 것.

미국증시의 역대급 3월 토네이도를 일으킬 종목.

파머 밀 코퍼레이션!

어쩔 수 없이 폭발할 수밖에 없고.

누군가 인위적으로 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 있는 한계가 있는 종목이다.

왜냐하면, 곡물가공업체의 매각 협상 타결은 한쪽 파티만의 일이 아니다.

양쪽 회사의 매매 협상 타결이고.

설령 한쪽이 입을 닫고 있다고 해도.

다른 한쪽에선 저절로 새어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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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새벽 4시 15분이 막 지나갈 무렵.

갑자기 다시 들썩들썩하던 주가.

나도 모르게 눈이 커졌다가 이내 아쉬워했다.

잠깐 빗발쳤던 거래는 어느새 끊기고 있었고.

호가창은 다시금 긴 적막감에 휩싸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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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때, 느낌이 좀 이상했다.

너무 움직임이 없는 게 더 수상하다.

함부로 물량들을 매도하지 않고 있었고.

눈치를 보듯 누구도 함부로 매수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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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그때부터 나는 오늘 장중 수급 현황을 다시 확인했고.

분 단위 거래 체결 등, 각종 현황을 프로그램을 통해 분석했다.

‘그러니까 한 번씩 치면서 들어왔다가 싹 빠진 것 같은데.’

즉, 물량들이 조용히 어디론가 빨려 들어간 듯한 그런 흐름이다.

‘그렇다면, 이럴 땐 대체로···.’

나는 미간을 오므렸다.

그리고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이런 기분은 과거에도 많이 느껴본 적이 있다.

태풍이 오기 전의 그 고요함.

바로 질식할 것만 같은 그 긴장감.

그리고 그렇게 몇 분이 더 지났을까.

갑자기 눈이 커졌고.

내 두 눈은 그때부터 더더더 커지기 시작했다.

심방 박동은 더 빨라지기 시작했는데.

찰나!

눈앞의 호가창은 순식간에 변했다.

거래가 폭발하듯 쏟아지고 있었고.

미친 듯이 주가가 치솟기 시작했다.

우와아-아!

엄청난 매수세가 밀려들며 거래 체결이 우르르 쏟아졌고.

실물 주가는 미친 듯이 치솟았다.

폭풍전야가 어느덧 끝난 듯.

‘파머 밀 코퍼레이션’ 종목은 드디어 긴 날개를 펼치고 있었고.

지난 몇 달간의 긴 인내를 딛고서.

드디어 하늘 높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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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 끝났습니다. 더는 안 됩니다···.”

미국 뉴욕 월스트릿의 데이빗-보닐 펀드 본사.

맷은 시무룩한 표정을 하고서 나타났는데.

처음 맛보는 비이상적인 상황에.

앨리엇 고든 이사는 주먹을 부들부들 떨며.

계속 모니터만 노려봤다.

지난 몇 주간, 앨리엇 고든 이사는 마음고생이 무척 심했다.

거대한 데이빗-보닐 펀드를 이끌어가는 임원진의 한 명으로써.

그는 생애 처음으로 기괴한(?) 태클을 당한 것이다.

사실, 이번 투자는 초기부터 뭔가 잘못됐다.

갑자기 개별주식옵션에 달라붙은 지독한 거머리.

그 거머리의 존재를 인식했을 땐 이미 늦은 뒤였다.

지독한 거머리였다.

주가 대폭락의 와중에도 떨어져 나가지 않았고.

주가를 끌어올려도 움직임이 없다.

피를 쪽쪽 다 빨아 먹을 듯.

버티고 버티던 거머리.

결국, 오늘이 오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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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그린 코퍼레이션, 곡물가공업체 ‘존스미스 릴’ 전격 인수···]

[파머 밀 코퍼레이션, ‘존스미스 릴’ 매각 결정한 듯···]

[리틀 그린 코퍼레이션, 곡물 가공업 진출 신호탄···]

결국, ‘존스미스 릴’을 인수하게 된 반대편 업체에서 먼저 움직였다.

일제히 언론 보도를 터트린 것이다.

그리고 그 소식이 전해지자.

‘파머 밀 코퍼레이션’ 측도 어쩔 수 없이 다음 발표를 했다.

북미권 매장의 전세계로의 확대.

즉, 유럽권, 아시아권 매장 진출을 위한 현지 부지확보가 진행되었고.

각 계약이 어느덧 80% 이상 완료되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주가는 미친 듯이 솟구치고 또 솟구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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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아-아! 벌써 350달러 선!’

정확하게는 352.75달러.

이 지점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20.57% 지점이다.

이때 일시조정 국면이 잠시 나타나며.

박스권 매물들이 일제히 밀려 들어왔다.

그러나 그저 하찮은 수작일 뿐.

거대한 태풍을 한낱 우산으로 막을 수 있는가.

거센 폭풍 기세는 단숨에 박스권 매물들마저 휩쓸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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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54달러

382.58달러

399.82달러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400달러 저항선마저 폐허로 만들어 버렸고.

더 높이, 더 높이.

실물 주가는 치솟기 시작했다.

동시에 개별주식옵션의 콜 옵션의 호가도 무섭게 치솟아.

무려 수천 배가량 날아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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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느덧 다음 날 아침.

나는 눈이 약간 벌겋게 변한 채, 조관형 상무를 만났다.

그러나 싱글벙글 웃고 있는 내 모습에 조관형 상무는 바로 그 이유를 깨달았고.

그는 즉시 축하의 말을 나한테 전해왔다.

새벽, ‘파머 밀 코퍼레이션’은 종가 480.68달러를 찍었다.

+64.30%.

토네이도 급의 대폭등이다.

상한가 하한가 제도가 없는 미국증시.

그러나 대형종목이 이렇게 오른다는 것은 그간 얼마나 주가가 억눌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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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그리고 좀 전에 확인했는데, 오늘 닛케이지수가 장중 –1.68%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많이 올랐으니까 일시 조정은 당연한 겁니다.”

조관형 상무는 또 다른 이야기도 꺼냈다.

“그럼 일본 원전 사태는 어떻게 보십니까?”

잠시 후, 나는 웃음을 거둔 뒤 내 의견을 차분하게 밝혔다.

“일본 원전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들었습니다. 해수를 이용해 원전을 냉각했는데, 문제는 오염수 저장 탱크에서 오염수 유출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으로 이 사태가 더 커지면 일본은 국제적 논란을 일으킬 겁니다.”

“그럼 증시는 다시 폭락한다는 말씀입니까?”

“아뇨. 실제론 그 반대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오른다는 말씀입니까?”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조관형 상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서 주식이 참 오묘하다.

정확하게 내용을 파악하지 않으면, 주가의 향방을 전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 조 상무님도 이제 투자 쪽에 관심이 크네요? 혹시 실전 투자를 한번 해 보시겠어요?”

“제가요? 하하. 좀 해보고 싶긴 한데, 제가 민폐를 끼칠까 싶어서···.”

“그럼, 한번 해 보세요. 제가 임 과장님한테 말해 놓을게요. 법무 부분도 중요하지만, 투자사에 있는 만큼 한번 경험해 보세요. 조 상무님은 뛰어나시니까 앞으로 스펙트럼이 더 넓어질 수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조관형 상무의 표정은 은근히 밝아졌다.

“근데 대표님, 그렇다면 일본 증시는 계속 상승세가 이어지는 겁니까?”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제 예측은 ‘애매하다’입니다.”

“애매하다?”

“네.”

사실, 앞으로 일본 증시는 혼란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외부 자금의 유입으로 일본 증시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겠지만.

7월 초, 10,000포인트를 찍은 뒤.

이후 전세계 사정이 나빠지면서 다시 폭락 전운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후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다가.

2012년 연말이 되어서야 우상향 시그널이 터지며.

2013년도 4월, 13,500포인트까지 치솟게 된다.

결국, 2012년 연말까지 일본 장세는 혼란의 장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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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그럼 보고드리겠습니다. 신입사원 채용 건인데, 각 부서별 총합 30명 모집에 서류전형을 거쳐 6배수 180명을 일차적으로 뽑았습니다.”

“6배수요?”

“네. 30명 모집에 만 명 정도가 지원했습니다.”

그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만 명요?”

“네. 하지만 이쪽 투자 분야의 학력이나 경력이 전혀 없는 일반인들도 지원했습니다. 아무래도 대표님 유명세 때문인 것 같은데. 그래서 정리하는데 좀 힘들었습니다.”

그야말로 돌풍 같은 인기다.

그래서 서류 심사가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그럼 면접 전형은 언제 시작됩니까?”

“4월 초순부터 시작해서 4월 중순에 끝나고, 신입사원들은 5월 1일자로 출근하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5월이 되면, 회사의 인적 구성이 어느 정도 확립된다는 말이다.

“···근데 대표님, 이번 equity option(개별주식옵션) 최종 수익은 어느 정도 예상됩니까? 아까 임 과장을 잠깐 만났는데, 수치는 대충 들었습니다. 너무 어마어마해서 그냥 말문이 턱 막히던 데요”

수치를 들었다니 나는 좀 더 간단히 대답했다.

“현재 수익이 대략 80억 달러 정도 됩니다. 수익률은 6,000배입니다. 최종 수익은 160억 달러, 12,000배 정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160억 달러가 터지면, 콜 옵션 매도 포지션 쪽은 다 파산하는 거 아닙니까?”

“네. 대다수 파산할 겁니다. 하지만 매도 포지션들이 분산되어 있어 재무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죠. 다만, 우리는 법적 채권자 혹은 인수의향자로서 참여하여 파산한 투자사들을 모두 먹어 치울 수 있습니다. 투자 실패로 파산한 투자사는 아주 매력이 떨어지거든요.”

“그럼 다 인수하실 생각입니까?”

“아뇨. 괜찮은 곳은 인수하고, 아닌 곳은 상관할 게 아닙니다. 아마 그쪽은 집기 하나까지 다 팔아 치워져 흔적도 없이 해체될 겁니다.”

조관형 상무는 숨이 다시 턱 막혔다.

눈앞의 젊은 대표.

뛰어난 투자자를 넘어서, 무척 위협적인 존재인 것을 그는 문득 알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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