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화 빛나는 투자자 02
<123>
“야, 박현주!”
미래증권 박지훈 상무.
좀 전, 선물사업본부와의 회의를 마친 뒤.
그는 바로 떠나지 않고 현주를 잡았다.
다른 직원들은 다 회의실을 떠나고 두 사람만 남은 회의실.
그 회의실에서 박지훈 상무는 시무룩한 표정의 현주를 가만히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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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왜 그렇게 기운이 없어?”
현주는 고개를 젓는다.
“아무 일도 아냐. 난 괜찮고.”
“아니긴? 네 얼굴에 ‘걱정이 태산’ ‘시름시름’ 이런 글자들이 쓰여 있는데.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어? 김한수 대표랑 혹시 문제 있어?”
그 찰나, 살짝 표정이 변하는 현주.
바로 김한수 대표를 언급할 때다.
순간, 박지훈 상무는 벌떡 일어섰다.
“야! 너 진짜냐?”
“아니, 아무것도 아냐.”
“야, 정말 아무 일도 없어? 그러고 보니까 요즘 김 대표랑 통화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도대체 무슨 일 있어?”
“무슨 일은? 그냥 똑같아···.”
“똑같긴! 얼굴에 분명히 아니라고 쓰여있는데. 도대체 무슨 문제야? 설마 김 대표랑 헤어졌어?”
“······.”
순간, 말을 하지 않는 현주.
고개를 돌린다.
어쭈, 이거 봐라.
박지훈 상무의 표정은 갑자기 아주 심각해졌다.
“박현주! 진짜 무슨 일 있지? 도대체 왜 말을 못 해?”
“······.”
“야! 왜 그렇게 요즘 소심해졌어?”
한편, 그 말에 반응하며.
현주가 고개를 들었다.
찌푸린 얼굴.
화가 난 표정이다.
그러나 박지훈 상무는 모른 척하며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김한수 대표, 또 한 건 했다던데? 솔직히 이번 일본 투자 건, 좀 힘들다고 봤어. 그렇지만 정말 보란 듯이 성공했잖아.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야.”
한편, 현주의 눈가엔 뭔가 이상한 빛이 나타났으나.
그럼에도 다시 모른 척하며 박지훈 상무는 계속 말했다.
“그래서 축하 전화는 했어?”
그 순간, 갑자기 현주가 일어섰다.
“바빠서 나 이제 가야 돼.”
“야!”
박지훈 상무는 얼른 뛰어갔고.
회의실을 나가려는 동생의 팔을 잡았다.
“잠깐! 잠깐만!”
거듭 만류하는 박지훈 상무의 모습.
그래서 할 수 없이 현주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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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이거 진짜 문제가 있네. 할아버지께선 철석같이 믿고 있을 텐데. 이거 큰일 났어.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거야?’
잠시 현주를 말없이 쳐다보던 박지훈 상무.
이때, 자신의 찌푸린 표정을 억지로 풀고.
그는 그때부터 조심스럽게 자초지종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을 꾹 닫고 있던 현주.
그래도 그때부터 끈질기게 묻자, 결국 현주는 입을 열었다.
그러나 잠시 후.
박지훈 상무는 이제 머리가 질끈 아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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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문제는 이거다.
저번 여행 중에 발생한 일 때문이다.
김한수 대표는 여행 중간에 유럽 투자를 하겠다며 거의 일주일에 가까운 시간을 두문불출해 버렸는데.
그때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던 현주.
그러나 실제 그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물론, 김한수 대표도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거의 대부분 시간을 투자했고.
아주 세밀한 투자 전략을 짰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현주의 마음은 실망감을 넘어서 관계에 대한 회의감으로 변질된 것 같았다.
여행 첫날, 처음으로 뭔가 애틋한 게 만들어질 뻔했는데.
그 모든 노력들이 중간에 물거품된 것이다.
투자에 미친 김한수 대표.
그리고 못내 속상한 현주.
“···그러니까 갑자기 서먹서먹해졌다고?”
어느새 두 눈이 약간 충혈된 현주.
현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흐! 속 터져 죽겠네.”
순간, 박지훈 상무는 넥타이를 잡아당겨 느슨하게 했다.
답답했다.
솔직히 동생이 바보 멍청이 같았다.
아니지. 김한수 대표도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결국, 이도 저도 아닌 뭔가 묘한 상황이 되었고.
그 때문에 그는 한숨만 푹푹 내쉴 수밖에 없었다.
지금 딱 보니 여행 초기엔 뭔가 관계가 형성될 뻔하다가.
지금은 관계 단절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저번 여행은 ‘득’이 된 게 아니라 ‘독’이 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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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주야.”
“···어”
“내가 하나만 묻자.”
박지훈 상무는 현주의 눈을 빤히 쳐다봤다.
“혹시 김 대표가 저녁 먹자고 하면, 혹시 같이 저녁 먹을 의향은 있어?”
“저녁? 어어, 그 정도는···.”
“그럼 됐어. 그다음은 내가 알아서 할게. 야, 나가자. 시간 많이 됐어. 너도 바쁠 텐데.”
더는 여기서 왈가왈부해봤자 의미가 없다.
동생 탓, 김 대표 탓.
남녀 사이의 일인데.
절대 그렇게 할 일들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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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정말 축하드립니다. 하하하! 이번에도 보기 좋게 성공하셨네요. 행운의 여신이 늘 대표님과 함께 하시는 것 같습니다···.”
잠시 후, 박지훈 상무는 김한수 대표와 통화를 하며 계속 너스레를 떨었고.
그래도 무척 밝은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자, 박지훈 상무의 표정도 무척 밝아졌다.
“···대표님이 그럼 이번 투자에서 얼마의 수익을 보신 겁니까? 천억 원을 기부한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네? 투자 수익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요? 하긴, 대지진으로 이재민과 사망자들이 발생한 일인데···. 무슨 말씀인지 저도 잘 알겠습니다. 그럼 일본 투자는 다 정리하신 겁니까?”
그러자 뜻밖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콜 포지션에 다시 투자를 하셨다고요? 그래요?”
찰나, 박지훈 상무의 두 눈은 반짝이기 시작했는데.
대화 중, 뜻밖의 정보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순간, 그는 현주의 일을 잠시 잊었고.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럼, 일본 증시가 벌써 살아난다고?’
시일이 상당히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고 그는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원전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면?
그런데도 김 대표는 콜을 잡았다고 한다
“···김 대표님,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혹시 제가 좀 써도? 오오! 정말 감사합니다! 역시 폭락은 벼락같이 일어나지만, 지수를 올리는 콜은 상당한 협력이 필요한 법이죠. 정말 감사합니다! 대표님!”
그러고는 정신을 차린 박지훈 상무.
이제야 그는 전화 목적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혹시 저녁 식사 한번 어떠세요? 실은, 제가 여행 중에 도움받은 부분들도 많지 않습니까? 대표님이 너무 바쁘시다 보니 그간 시간이 없었는데, 혹시 이번 주 금요일 저녁? 네! 그 시간은 어떠세요?”
박지훈 상무는 곧이어 탄성을 질렀다.
“하하. 괜찮으시다고요? 그럼 그때 현주도 같이 나올 텐데, 아!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잠시 후, 전화를 끊은 뒤.
박지훈 상무는 기대감과 함께 묘한 느낌이 상충했다.
기대감은 새로운 투자 건수를 발견했기 때문이고.
묘한 느낌은 김한수 대표의 반응 때문이었다.
‘좀 이해가 안 되는데.’
사실, 싸운 것도 아니고, 안 싸운 것도 아닌 그런 상황.
하지만 점점 관계 단절로 이어지고 있는 두 사람.
그런데도 현주가 나온다고 하니 아주 밝게 대답했고 또 괜찮다고 했다.
‘뭘까? 도대체 이게?’
도무지 알 수가 없는 박지훈 상무.
그는 팔짱을 끼고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러고 보니까 김한수 대표는 가족이 없다고 했지? 할머니만 계셨다고 했고, 그 할머니도 돌아가셨다고 했고. 그래서 좀 잔정이 없나? 아니면 남녀 관계에서 좀 무덤덤한 사람인가.’
박지훈 상무는 다시 생각을 거듭했다.
‘근데 문제가 또 있단 말이야.’
현주가 김한수 대표랑 잘 되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어쩌면 현주의 남편은 한세증권 최세진 상무가 될 수 있다.
최세진 상무는 자신의 고등학교, 대학교 선배이기도 하다.
사실, 현주는 잘 모르고 있으나.
위쪽 어른들 선에서.
현주의 배필로서 한세증권 최세진 상무를 눈여겨본 적이 있다.
그가 한세증권 최동욱 회장의 조카라고 해도 한세증권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아주 크기 때문이다.
‘그럼 난 어떡하지?’
현재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
그건 바로 미래그룹의 차차기 후계자가 되는 일이 아닌가.
‘에휴. 할 수 없겠다. 내가 나서는 수밖에.’
그때부터 박지훈 상무는 두 사람을 연결해주기 위해 깊은 고민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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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 시각.
한세증권 최세진 상무.
그는 손으로 살짝 이마를 가린 채 잠깐 생각에 잠겼다.
우선, 지금 앉아 있는 이 자리 자체가 너무나도 싫은데.
어쩔 수 없이 이 자리에 계속 앉아 있어야 했다.
그러나 당장 떠나고 싶은 곳이다.
하지만, 독사 같은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나단 킴 이사 때문에 바로 일어설 수도 없다.
특히, 회장님 지시 사항도 있다 보니, 절대 저 사람을 무시할 수도 없다.
‘근데 지가 실패해 놓고 어디서 지랄이야?’
그러나 할 수 없이 최세진 상무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현재, 얼굴이 납덩이처럼 굳어 있는 나단 킴 이사.
좀 전에 듣기론, 일본 증시투자에서 큰 손해를 봤다고 한다.
그래서 긴급 자금이 필요하다며.
자금을 빌려달란다.
에라이! 이 미친놈!
벼룩의 간을 빼 먹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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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님! 저희 증권사도 요즘 상황이 좋지 못합니다. DLS 건도 흐지부지되었고, ELS 건도 타 증권사와 경쟁할 요소가 많이 부족해서 지금 지지부진합니다. 그때 좀 도와주셨다면 좀 더 잘 풀렸을 텐데···.”
최세진 상무는 다소 볼멘 목소리로 말했는데.
그러나 나단은 애써 모른 척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의 모습은 예전과 조금 달라졌다.
예전엔 목이 부러질 듯하던 나단 킴 이사.
그의 얼굴은 지금 심하게 일그러져 있고.
목소리조차 거칠어졌다.
아마도 환절기 감기까지 걸린 것 같았다.
쿨럭. 쿨럭. 쿨럭.
잠시 후, 심하게 기침을 하더니 나단은 다시 입을 열었다.
“최 상무님. 현 이자율을 능가하는 수익률을 제가 보장하겠습니다. 원금도 보장하겠고. 딱 4억 달러만 만들어 주십시오. 그렇게 해 주신다면, 이번 일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이번 요청은 단순 문제가 아니었다.
나단의 뒤에 있는 랜드브리지 캐피탈에서 요청하는 게 아니라.
이번 손해에 크게 분노한 나단이 개인적으로 자금을 움직여 손해를 메꾸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단 킴 이사만을 믿고서 4억 달러 펀드를 쉽게 빌려줄 수가 있을까.
빈곤해진 한세증권의 사정으로선 무척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그 펀드의 담보는 그저 나단 킴 이사 자신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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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도대체 얼마나 잃으셨습니까?”
그러나 나단은 말이 없다.
그저 일그러진 표정.
그 표정으로써 답을 대신할 뿐이다.
“혹시 그 사실은 아세요? 우리 빌딩 7층에 있는 김한수 대표, 통 크게 일본에 천억 원 기부하기로 한 거.”
그러자 나단의 얼굴은 순간 아주 심하게 일그러졌는데.
그 모습에 최세진은 못된 나단을 좀 더 비웃어주고 싶어졌다.
“···이사님이 김한수 대표와 같은 포지션에 서셨다면 크게 버셨을 텐데, 좀 안타깝군요.”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얼굴이 더 심하게 일그러지던 나단.
그러나 그는 여전했다.
“천재지변은 어쩔 수 없는 일이오. 허나 그런 요행을 바라는 사람과 날 비교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수치스러운 일이오.”
역시 대단한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다.
“흐음! 이사님. 그럼, 요청하신 건은 제가 회장님과 논의한 뒤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러자 나단은 표정이 조금 풀리며 억지스러운 미소까지 지었다.
“잘 부탁합니다. 최 상무님.”
부탁하긴 개뿔?
최세진 상무는 속으로 퍽큐를 날린 뒤.
잠시 후 그의 방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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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아! 씨! 미치겠네. 요즘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작년 연말쯤, 김한수 대표를 한세증권 사내이사로 데려오는 일이 실패했는데.
이후, 이것저것 일들을 벌이고 있으나.
하나같이 일들이 진척되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고 자신은 여기서 멈출 수가 없다.
패배의식이 쩔어 있는 이 한세증권에서 자신이라도 뭘 해야 한다.
그래야 회장님의 인정을 받을 수가 있다.
‘하아! 도대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김한수 대표도 이용하고, 나단도 이용할 수 있는 그런 방법 말이다.
‘우선, 김한수 대표부터 다시 만나야겠어. 투자 축하를 겸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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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최세진 상무는 휴대폰을 손에 들었다.
그로부터 잠깐 발신음이 들리다가.
곧이어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한수 대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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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대표님. 최세진입니다.”
“최 상무님. 어쩐 일이십니까?”
“대표-님! 정말 축하드립니다!”
먼저 축하 인사부터 한 뒤.
이후, 이것저것 담소를 이어가다가.
최세진 상무는 한번 만나자고 했다.
그러자 의외로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고, 잠시 후 전화를 끊었다.
‘어쨌든 한번 만나야지.’
그러고는 그는 일어섰고.
이제 최동욱 회장의 집무실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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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아아! 이런 미친 새끼들!”
한편, 최세진 상무가 나간 뒤.
나단 킴은 좀 전에 프린트한 인쇄물들을 빠르게 살피던 중.
그 인쇄물들을 심하게 내동댕이치며 크게 분노했다.
사방에 흩날리는 인쇄물 종이들.
자신의 투자 인생에서 이런 치욕이 없다.
글로벌 헷지 펀드, 랜드브리지 캐피탈에 들어간 뒤.
놀라운 수익률을 자랑하며 당당히 이사 직책을 거머쥐었는데.
추락하는 한국증시에서 큰돈을 번 뒤.
일본까지 넘봤으나.
자신은 그만 추락하는 블랙홀에 빠지고 말았다.
문제는 이번 천재지변이 어쩌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것.
2008년도 일본 보고서.
원전 방파제 높이를 15.7m 수준으로 더 높이자는 제안이 분명히 적혀 있었다.
그런데 그 제안을 예산 문제로 묵살했다는 거다.
“이런 X바리 새끼들!”
영어만 쓰던 그의 입.
그의 입에서 지금 아주 고약한 한국 욕들까지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한참 만에 그는 진정했다.
좀 전에 자신이 이메일로 받은 이 자료들은 이번 원전 사태에 대한 아주 정확한 분석 자료다.
그런데 랜드브리지 캐피탈에서 온 게 아니었고.
어느 익명의 남자한테서 받은 것이다.
물론, 자신은 그 남자를 잘 알고 있다.
‘확실히 이쪽은 정보 가치가 뛰어나.’
그러나 그런 정보를 받고 있으면서도.
자신은 이번 투자에서 실패했다.
그래서 더 미칠 것만 같았다.
앞서 선배들은 일본 증시 유린에 성공했는데.
당시 30여 년 전, 선배들은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다시 일본을 짓밟았다.
물론, 자유 금융의 기치를 들고서.
당시 미국 글로벌 IB은행들은 주가지수 콜 옵션들을 일본 투자자들을 상대로 미친 듯이 팔아치우며 일본을 농락했고.
해외에선 일본 증시 폭락을 예고하는 '닛케이지수 풋워런트'들을 미친 듯이 팔아치우며 일본의 몰락을 가속화시켰다.
일종의 헷지 전략이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고도의 유인책이다.
특히, ‘닛케이지수 풋워런트’가 불티나게 팔리자, 이를 매수한 투자자들은 직접 일본 증시로 달려갔고.
그들은 일본 증시를 상대로 무시무시한 공매도를 때렸다.
이후, 일본 증시는 하루가 다르게 추락했고.
일본 증시는 결국 무너졌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갑자기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 사태.
그 뜻밖의 사고로 인해 자신들이 좌초될 줄은 과연 누가 예측이나 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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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한국인을 예의주시하라고?’
한편, 원전 사태 보고서와 함께 날아온 간단한 메모 한 줄.
나단은 검지로 데스크를 톡톡 치다가.
자리에서 일어섰고.
몇 달 전, 벽면에 붙박이 형태로 설치한 금고 쪽으로 다가갔다.
금고의 비밀번호를 입력한 뒤.
그는 그곳에서 ‘대강화학’과 관련된 자료집을 뽑아서 돌아왔다.
그러고는 자리에 앉아 그 자료집을 쫙 펼쳐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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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톡. 톡.
나단은 검지로 계속 톡톡 치며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는데.
왜 그분이 김한수라는 한국인을 주목하는 걸까.
행운의 여신의 도움을 받게 된 운 좋은 투자자한테.
왜 그렇게 관심을 가지는 걸까.
생각에 잠긴 나단.
그의 표정은 조금씩 굳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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