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물이 되어버린 투자자-117화 (117/138)

115화 화폐 전쟁 04

<114>

룩셈부르크 잔트바일러 핀델에 위치한 국제공항.

뤽상부르(LUX) 공항.

깔끔한 정장 차림의 노신사는 비서진들과 함께 뤽상부르(LUX) 공항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공항 건물 앞 도로에 대기하고 있던 검정 벤츠 리무진에 탑승했다.

“이사님, 대공 궁전(Palais Grand-Ducal)으로 바로 가시겠습니까?”

그러자 노신사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충분히 확인한 뒤 방문해도 늦지 않아. 장피에르 행정이사부터.”

노신사의 말에 실무비서인 기욤은 즉시 운전사에게 지시했다.

“리샤르! 먼저 EIB(유럽투자은행)부터 갑시다!”

운전사는 그때부터 액셀을 좀 더 세게 밟았고.

리무진은 좀 더 빠르게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

파리 RC Bank 재무이사, 그레이엄 드 로스차일드.

리무진 안에서 가볍게 붉은 와인 한 잔을 마시며.

그는 리무진 밖, 창밖을 계속 쳐다봤다.

룩셈부르크를 우아하게 감싸고 있는 페트뤼스강과 알제트강.

그 강들에 둘러싸인 룩셈부르크는 온화하면서도 무척 평온한 도시다.

이 강들의 기운을 받은 룩셈부르크는 오랜 역사 속에서 살아남았고.

현재까지 공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그는 그저 무표정하게 룩셈부르크의 웅장한 주변 성곽들을 쳐다봤는데.

어떤 감정도 섞여 있지 않은 그저 차가운 시선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리무진은 아돌프 다리(Pont Adolphe)를 건너 룩셈부르크 중심지로 들어섰다.

이때부터 새카만 지붕을 가진 거대한 건물들이 창밖에 나타났는데.

리무진은 곧이어 Spuerkeess Agence Centre(SAC)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 새하얀 유럽투자은행(EIB) 건물 쪽으로 들어섰다.

이곳 유럽투자은행(EIB)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 유럽 각국이 재력을 모아 만든, EU의 금융기관이다.

#

“···그레이엄 경! 근데 연락도 없이 갑자기 어쩐 일이십니까?”

그레이엄 드 로스차일드가 방문했다는 사실.

그 사실에 깜짝 놀라며 황급히 대기실로 달려온 장피에르 행정이사.

그는 그레이엄 드 로스차일드를 보자마자 극도의 긴장감과 함께 극진한 예의를 보였다.

“···제 오피스로 안내하겠습니다. 이쪽으로 가시지요.”

#

장피에르 행정이사의 오피스.

잠시 후, 그곳 오피스로 들어서자마자 그레이엄 드 로스차일드는 아주 넓은 공간 한쪽에 위치한 회의 테이블 중앙 상석 소파에 마치 주인 격으로 조용히 앉았다.

장피에르 행정이사는 감히 앉지를 못하고 그의 옆에 시립했다.

"기욤, 그 자료를 꺼내 봐."

"네."

잠시 후, 노신사 그레이엄은 실무비서 기욤으로부터 몇 개의 서류를 건네받았고.

그 서류들을 천천히 넘겨보다가.

곧이어 그 서류들을 장피에르 행정이사한테 건넸다.

#

“이게 뭡니까?”

의아해하는 장피에르 행정이사.

“저쪽에 좀 앉도록 하지.”

“···아! 감사합니다.”

드디어 착석 허락이 떨어지자, 장피에르 행정이사는 좌측 소파에 앉았고.

그때부터 그레이엄의 눈치를 보면서도 빠르게 서류들을 살펴나갔다.

프랑스 로스차일드 가문의 막강 실세라고 할 수 있는 그레이엄 드 로스차일드.

그런 그가 이곳 룩셈부르크까지 직접 찾아올 정도라면 이 서류는 보통 사안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장피에르 행정이사는 긴장하며 서류들을 살피다가.

잠시 후, 뭔가 놀란 표정을 하면서 그레이엄을 응시했다.

#

“다 봤으니까 이해가 됐나?”

“보긴 다 봤으나 이게 좀 이해가 안 됩니다.”

당황한 장피에르.

그러자 그레이엄은 차갑게 그를 노려본 뒤 간단히 설명을 덧붙였다.

“지난 유럽 증시 사태 때, 거대한 자금 흐름이 이곳 룩셈부르크에서 일어났네. 도대체 이게 무슨 이유 때문인지 아나?”

장피에르는 무척 당혹스럽지만, 머리를 굴리며 대답했다.

“그레이엄 경! 아시다시피, 룩셈부르크 펀드들은 수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이곳 펀드 자산 규모는 무려 2조 유로에 달합니다. 다양한 투자가 가능합니다! 꼭 룩셈부르크에서 뭔가 일들을 벌인 게 아니라 그만큼 자금 규모가 크다 보니···.”

이때, 그레이엄의 눈빛이 무척 차가워졌다.

“대공의 명령인가?”

“아, 아닙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대공께선 본래 투자를 주도하시는 게 아니라···.”

“기욤. 나가자.”

그렇게 말하며, 갑자기 그레이엄은 자리에서 일어섰고.

그 모습에 장피에르 행정이사의 얼굴엔 놀람과 당혹스러움의 기운이 역력했다.

“그레이엄 경!! 잠시만요!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그러자 바로 멈춰 서는 그레이엄.

“무슨 할 말이 또 있나? 난 시간이 없네.”

표정이 얼음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는 노신사.

그의 입에선 무척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피에르는 얼른 외쳤다.

눈앞의 노신사.

절대 이렇게 보낼 수 없다.

그가 이대로 떠난다면, 앞으로 자신에게 어떤 풍파가 닥칠지 알 수가 없다.

“지금 즉시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레이엄 경! 시간을, 시간을 좀 주십시오! 최대한 빨리 사실관계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한편, 그레이엄은 미간을 조금 오므렸다가 장피에르를 다시 쳐다봤다.

마치 위에서 아래쪽을 내려다보는 듯한 그런 시선.

그런 시선으로 장피에르를 응시한 뒤 그는 말했다.

“한 시간 주겠네. 딱 한 시간이네.”

무척 바빠진 장피에르.

그는 황급히 인사를 한 뒤.

서둘러 자신의 오피스 밖으로 뛰어나갔다.

#

이게 대체 무슨 날벼락인가.

장피에르 행정이사.

그의 머릿속은 온통 하얗게 변하는 것만 같았다.

잠시 후, 그룹 회의실로 자신의 최측근 실무진들을 불러모은 뒤.

즉시 회의를 진행했다.

그런데 그레이엄 경이 줬던 그 서류들은 내용을 파악하면 할수록 놀랍기만 했다.

최근 룩셈부르크발 자금 흐름과 최근 유럽 증시의 흐름은 특정 구간에서 확실히 일치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건 룩셈부르크가 유럽 증시를 움직였다는 뚜렷한 증거가 되지 않은가.

맙소사!

시세 조종을 했다고?

그런 강력한 의심이 저절로 일어났으나.

그러나 그는 선뜻 이해할 수가 없다.

‘도대체 이런 자료들은 어디서 확보한 거지?’

장피에르는 몇 번이고 자신이 받은 서류들을 보면서 계속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특정 계산식에 따라 수많은 데이터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것 같은데.

그 때문에 룩셈부르크발 자금 흐름과 유럽 증시의 지수 흐름이 교묘하게 일치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정보는 절대 완벽하지 않다.

룩셈부르크 자금이 유럽 증시가 아닌 미국증시 혹은 다른 증시로 흘러 들어갔을 수도 있기 때문.

이 데이터들은 단순히 자금 흐름에 관한 것일 뿐, 그 자금들이 정말 어디로 갔는지 그 정확한 흐름 정보는 없다.

#

“아르만, 자넨 어떻게 생각하나?”

장피에르는 먼저 유능한 실무진 아르만에게 의견을 구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수학과 출신인 아르만 클레드.

인도계 계열인 그는 한참 데이터들을 뚫어지라 쳐다봤고.

그런 뒤, 그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사님, 계산술식 등을 보면 데이터상의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조작이 아니라면 문제 될 게 없습니다.”

“뭐, 문제 될 게 없다?”

“통계상으로 봐도 합리적인 추론입니다.”

그러고는 인도계 혼혈인 아르만은 새카만 눈동자를 반짝이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래서 저는 이 데이터들보다 그곳 가문 사람이 이곳에 왔다는 사실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레이엄 경이 이곳을 방문했다는 사실. 그게 더 중요하다고?”

“네!”

“그럼 이 서류가 사실이란 말이지?”

순간, 장피에르 행정이사는 뜻밖의 탄성을 질렀다.

왜냐하면, 아직도 믿을 수가 없기 때문.

룩셈부르크 펀드는 유럽 대국들의 눈치를 많이 본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증시를 움직인 경우는 지금껏 없었다.

무언가 변화가 생긴 걸까.

설마 대공 전하한테?

“혹시 대공 전하의 주변에 뭔가 변화가 생겼을까? 혹시 아는 사람 있나?”

장피에르 행정이사는 실무진들을 일일이 쳐다봤다.

그러나 누구도 아는 사람이 없다.

하긴, 대공 왕가의 일이다.

감히 어떻게 알겠는가.

장피에르 이사는 잠시 고민했고.

그러다가 서둘러 전화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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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볼턴 경. 죄송합니다. 갑자기 전화를 드려서···.”

장피에르 이사는 이때부터 조심스럽게 사정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그레이엄 경이 여기 왔다는 사실을 먼저 이야기할 수도 없었고.

자신이 지금 갖고 있는 서류에 대한 이야기도 절대 꺼낼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최근 룩셈부르크의 투자 동향과 대공 왕실에 있었던 일들을 겸사겸사 묻는 형태로 대화가 진행되다 보니 무척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그는 긴 한숨을 내쉬며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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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됐습니까? 이사님?”

고개를 갸웃거리는 장피에르.

그는 도무지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절대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

그때부터 그는 각국 대사관, 은행, 투자사 등, 다양한 기관 쪽으로 쉴 새 없이 전화했다.

그러던 중, 그는 연초에 있었던 신년 파티에 대한 이야기들을 듣게 되었는데.

그 파티는 그때 베르크 성에서 열렸다고 했다.

“···동양인이라고 하셨습니까? 하지만 그런 행사에 어떻게 동양인이···? 그 사람이 볼턴 경과 무척 친했다고요? 혹시 그자의 국적이···? 한국···? 아,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잠시 후, 전화를 끊고 난 장피에르 행정이사의 안색이 확 밝아졌다.

그레이엄 경의 지시는 한 시간 안에 모든 사태를 다 파악해 오라는 그런 지시가 아닐 것이다.

대공 왕가 주변의 변화.

그런 변화를 확인해주는 것만으로도 그레이엄 경은 무척 만족할 것이다.

정보를 다루는 능력은 오히려 로스차일드 가문이 더 뛰어나지 않은가.

잠시 후, 장피에르 행정이사는 그레이엄 경이 머물고 있는 자신의 오피스로 서둘러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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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님, 이제 대공 궁전으로 가시겠습니까?”

기욤의 물음.

벤츠 리무진 뒷좌석에 가만히 앉아 잠시 눈을 감고 있던 노신사 그레이엄.

그 질문에 그는 비로소 눈을 떴다.

“···내가 런던 경매소에서 봤던 남자도 한국인이었어···.”

한편, 좀 전의 질문은 무시하고 다른 말들이 흘러나오자, 기욤은 그가 그 생각에 무척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기욤은 적절하게 대꾸했다.

“요즘 한국 경제는 옛날 같지가 않습니다. 비록 한국이 전통적으로 미국 경제를 따르고 있으나, 최근엔 투자 범위가 상당히 넓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화의 함정엔 절대 빠져서는 안 됩니다.”

최근 주목할 만한 한국인들이 여러 번 등장했다는 사실에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그레이엄은 그 말에 동의하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다른 질문을 던졌다.

“한국이 IMF 자금을 상환한 지 얼마나 되었지?”

“아마 10년 정도 되었을 겁니다.”

“10년이라···.”

“이사님, 혹시 다시 한국을 압박하실 겁니까?”

“흠, 그럴 필요가 있나? 내가 나설 가치가 없어. 한국 화폐에 힘이 없다는 건 이미 확인된 일이고.”

그러고는 그레이엄은 좀 더 설명했다.

“기욤. 우리가 다이아몬드, 금, 달러 등을 장악한 것은 이미 세계적인 일이다. 그럼 우리의 다음 과업은 무엇인지 혹시 아느냐?

“제 생각은, 위안화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러자 그레이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우리 로스차일드 일가니까, 이 일은 반드시 명심해라.”

“네! 삼촌.”

“우리가 영국 파운드화를 밀어내고 달러 패권을 만든 건 바로 우리 가문을 위해서다. 지난 20년 전, 검은 수요일 사태로 파운드화는 힘을 다시 잃었어. 그러나 다음 문제는 바로 거대한 유로화와 위안화야. 유로화 쪽에 우리 지분이 있으나 유로화가 득세하는 건 아직 좋지 않아. 그리고 위안화는 반드시 시장에서 밀려나야 한다.”

“유로화 쪽은 오히려 더 쉽지 않습니까? 이번 헝가리, 그리스 사태 등으로 유로화의 가치가 많이 망가진 것 같습니다···.”

그레이엄은 씩 웃었다.

“우리한텐 좋은 기회지. 사람들이 유로화의 위기를 인식하는 건, 진정한 기축통화로 성장하는 길을 무척 험난하게 만들 거다. 우리 가문은 이번에 유로화 하락에 거액 베팅을 하기로 했다. 곧 기사로 나갈 거다.”

그 말에 기욤은 웃었다.

유럽 경제의 전통적인 지배자 로스차일드 가문.

이곳에서 미래 유로화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다면, 유로화의 가치 폭락은 빠르게 나타날 것이다.

유럽 남부권 국가들의 재정 위기도 좀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리고 기분이 썩 좋지 않으니 한국 쪽도 좀 신경을 쓰도록 하자.”

“어떻게 진행할까요?”

“랜드브리지 캐피탈의 나단. 나단이 그곳에 있다며?”

“네. 저도 그렇게 들었습니다.”

“우리 헷지 연합들이 곧 중국을 공격할 예정이다. 그 전에 인접국인 한국을 크게 흔드는 것도 시류 흐름상 나쁘지 않아.”

“나단 이사에게 그 말씀을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너는 한국 분석을 직접 진행해 봐.”

“한국을? 네. 알겠습니다.”

“또한, 베르크 궁 파티에 참석한 한국인 정보는 반드시 확인하도록!”

“네.”

“가자. 이제 경고를 해야겠어. 먼저 대공부터···.”

잠시 후, 리무진은 다시 출발했다.

<115>

“···대표님, 여행 일정은 어땠습니까?”

“···어쩌다가 일정이 많이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대표님. 대표님 덕분에 KH투자파트너스 자본력이 엄청 커져 버렸습니다. 지금 저희는 세무처리 관련하여 정신이 없을 정돕니다.”

“그러고 보니까 세금 문제도 조속히 해결해야 하는군요.”

“그 부분은 제가 따로 보고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대표님! 저번에 이메일로 보내주신 회사 조직 개편! ‘그룹’ 체제 전환은 대체 어떤 겁니까?”

인천공항 입국 터미널을 벗어난 뒤 우리는 도로 쪽으로 나왔고.

한 대의 리무진과 두 대의 SUV 차량에 각각 흩어져 탑승했다.

여섯 명의 경호원들, 이용훈 전무, 조관형 상무 등, 내 수행진이 제법 많았다.

한편, 나는 리무진 뒷좌석에 앉아 이용훈 전무와 계속 대화를 이어 나갔는데.

사실, 법인의 자본력이 커진 만큼, 단순 투자사에 머물 수가 없다.

이미 진행 중인 인수합병 프로젝트 외에도.

발전 가능성이 높은 투자사들을 중심으로.

지금부턴 적극적으로 인수 합병시킬 생각인데.

그런 과정들을 통해 기업 규모를 한층 키울 생각이다.

이것은 글로벌 IB은행으로 도약하기 전.

인적 네트워크 확대와 인프라 확대라는 그런 주요 목적들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

그리고 잠시 후, 나는 드디어 KH투자파트너스에 도착했다.

이후, 쉬지 않고, 밀린 업무 회의부터 시작했고.

그로부터 시간은 아주 빠르게 흘러갔다.

특히, 미래증권을 오가며 여러 투자 회의들도 진행했는데.

그런 일들을 모두 마치고 나자, 어느덧 컴컴한 저녁이 되어있었다.

그런데 거기다가 오늘 저녁은 갑자기 폭설까지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특히, 내 사무실 창을 통해 보이는 저녁 도로의 모습.

하얀 눈이 쏟아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은 온통 하얗게 변한 모습이었고.

겨울치곤 따뜻한 밀라노 지역에 오래 있다 보니, 이런 모습이 바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나는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아차! 현주한테 연락도 해야 하는데.’

낮에 미래증권을 방문했으나.

회의는 주로 기업인수 쪽 일이라 그녀를 만나진 못했다.

그래서 나는 스마트폰을 꺼냈고, 곧이어 통화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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