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물이 되어버린 투자자-112화 (112/138)

110화 유럽 제패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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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15일에 발생하는 리비아 내전.

이 내전에서부터 유럽 증시 폭락이 초래된다.

더 정확하게는.

1월 중순, 리비아는 반정부 민주화 시위가 촉발되는데.

이 시위가 결국 거대한 리비아 내전으로 번지게 된다.

바로 무아마르 카다피 지지세력과 반대 세력 간의 무력 충돌이다.

그로 인해 중동의 정세는 무척 불안해지며, 이때 국제유가가 일제히 급등하게 된다.

이후, 이 국제유가 파문은 계속 이어지게 되는데.

2011년 4월에 이르러, 국제유가는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게 된다.

세계 경제의 위기도 이때 찾아들게 된다.

고유가 시대에 의한 경기 침체.

그런데 세계적 악재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2011년 3월, 일본 열도를 뒤흔드는 대단한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규모 9.0.

엄청난 대지진.

이 대지진이 일본 동부 해안을 강타하는데.

이때, 발생한 거대한 쓰나미는 태평양 연안 마을을 덮쳤고.

무려 18,000여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일본 원전이었다.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 방사능이 다량 누출되는데.

그 원전 재해는 두고두고 심각한 문제들을 발생시키게 된다.

한편, 이 사태로 인해, 유럽에 진출해 있던 일본 자본들은 일제히 회수된 뒤 일본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고.

이때 유럽 증시는 크게 휘청이게 된다.

그리고 일본발 위기는 세계 경제와 증시에도 큰 충격을 주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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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지금은 무조건 시기상조야.’

벌써부터 급락 조짐이 생긴다?

역시 말이 안 돼.

밤늦은 시각.

나는 계속 유럽 증시를 확인했고.

특히, 이태리 밀라노에 있다 보니.

밀라노 FTSE MIB 지수에 더 주목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FTSE MIB 지수의 폭락 폭이 다른 증시에 비해 유독 크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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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생각해 보면,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이유가 없어.’

그렇다면 뭔가 이유가 이 이태리 증시에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인데.

특히, 기이한 점은 이태리 선물옵션 시장의 동향이었다.

장중에 불티나게 팔렸던 주가지수 풋 옵션들.

반면, 콜 옵션들은 관심이 뚝 끊어지며 미친 듯이 호가가 폭락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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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연말에 내가 만든 폭락.

그리고 폭등.

그런데 다시 폭락?

한편, 나는 좀 더 깊이 생각을 거듭해 봤다.

지난 며칠 동안 지속됐던 유럽증시의 상승세는 내가 만든 폭락에 대한 반발작용이나 다름없는데.

그런 상승세에 대해 시장이 다시 반발한 듯, 외형상으론 거대한 시세 조정의 후폭풍이 부는 것 같았다.

바로 지수 조정의 압박.

보통, 시장은 하나의 덩어리처럼 움직이는 법이다.

그런 과정에서 그런 시세 조정의 압박도 만들어지게 된다.

바로 도도한 물결과도 같은.

그 거대한 시세 흐름은 어떤 변칙조차 어느새 포용해 버린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흐름이 생기는 과정에서 때로는 누군가의 의도가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오늘 선물 시장의 거래현황과 동향을 확인해 보면, 그런 흐름과 의도를 추적해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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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내가 봤을 땐, 인위적인 것들이 좀 있어.’

나는 다시 각종 데이터를 이리저리 맞춰가며 각종 분석을 진행했고.

한참 뒤.

석연치 않은 점들을 계속 주목했다.

데이터 흐름상, 실물 주식의 의도적 대량 매도 흔적은 확실히 남아 있고.

선물 시장의 수급 역시 불법 요소는 아니지만, 의심 요소들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그 때문에 나는 좀 더 고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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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확신과 예측에 따라 현물 주식들을 일제히 매도할 수는 있다.

그러나 내가 아는 이 시기의 모습은 이게 아니지 않은가.

‘뭔가 특이변곡점이 생긴 것 같은데···.’

시장이 틀어진 걸까.

내일 증시 상황마저 결국 낙폭으로 기운다면.

좀 더 시장 상황이 선명해질 것 같은데···.

‘혹시 이게 진짜 시장의 흐름일까?’

내가 만들어낸 이벤트에 의한 나비 효과?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으나.

나는 다시금 데이터 분석에 들어갔고.

한참 뒤.

똑같은 결과에 다시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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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역시 재밌어질 것 같아.’

이른바 인위적 장세다.

또한, 큰 변화가 예측된다는 것.

그래서 내 구미를 확 당기는 사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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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걸 그냥 두고 볼 순 없어.’

사실, 나는 이탈리아 체류 목적이 확실하다.

페이퍼 컴퍼니 설립 때문.

그래서 이 일들이 끝나면, 곧장 귀국할 생각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흥미로운 장세를 두고서 그냥 갈 수는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이탈리아 증시는 나름 무시할 수 없는 대형 증시가 아닌가

또한, 한국 증권사를 통한 이곳 증시로의 접근도 가능하다.

즉, 룩셈부르크를 통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접근할 수 있다는 말.

그래서 나는 좀 더 고민하다가.

잠시 후, 스마트폰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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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준씨, 접니다. 김한수.”

“아, 대표님! 귀국하셨습니까?”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KH투자파트너스 파생팀 직원 임범준씨다.

“아뇨. 아직 이태리에 있습니다. 다른 게 아니라 급하게 업무 지시 사항이 있습니다.”

“업무 지시? 네! 말씀하십시오!”

“좀 이따가 이탈리아 증시가 개장되면, 그때부터 투자를 시작해야 합니다. 투자 방식은 주가지수에 대한 콜 옵션 매수! 최대한 낮은 호가에서 전량 콜 옵션들을 매집하세요!”

“콜 옵션을요? 대표님! 제가 알기론 어제 유럽 증시가···.”

“아뇨. 무조건 콜입니다! 무조건 다 쓸어 담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매수 총액 목표치는 어떻게 잡으면 됩니까?”

“최대한입니다! 최대한!”

“아, 알겠습니다. 대표님.”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각국의 콜 옵션들도 최대한 많이 매수하세요. 다만, 1순위는 무조건 이탈리아 증시입니다!”

그러고는 잠시 후 전화를 끊었다.

우선, 불은 지펴졌다.

누군가는 급락을 원하고 있고.

그런 이상한 분위기가 만연해질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정반대로 움직이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오히려 단순하다.

아직 유럽 증시는 급락의 시기가 아니라는 것.

그런데 정말 이 시기에 급락해 버리면, 너무 이른 시기에 선반영이 되면서 향후의 급격한 급락은 일어나지 않을 테고.

내가 원하는 2월 증시는 엉망이 될 것이다.

‘그땐 나만 바보가 되는 거야.’

2월의 큰 변동 장세를 기대하는 나.

그런 상황이 생기게 되면, 나만 헛물을 들이키게 되는 꼴이 될 것이다.

‘그래서 절대 그냥 둘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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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아침, 이탈리아 증시가 시작되었고.

또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 어느덧 장 종료 시각이 가까워졌을 때.

나는 아델 드 프룬츠베르크 백작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때, 아주 긴 통화를 마친 뒤.

곧바로 백작 영애, 클라라 드 브르타뉴에게 전화를 걸었다.

또한, 룩셈부르크 볼턴 경한테도 전화를 걸었는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親 룩셈부르크 진영의 주요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스위스 로젠베르그 은행의 부사장 데이먼 험버스톤에게 전화를 걸었고.

독일 테네시 트라건 캐피털의 한스 킨스키 수석이사한테도 전화를 걸었다.

마지막으로, 노르웨이 록먼드 투자 IB은행의 찰스 더턴 부사장과 30분가량 통화를 진행했다.

그 일들을 모두 마치고.

오늘의 FTSE MIB 지수를 확인해 보니.

19,435포인트를 찍고 있었다.

전 거래일 대비, 무려 3.5% 폭락한 수치.

어제 폭락이 오늘도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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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내일이다.’

폭락의 무서움은 충분히 봤다.

하지만 이제 다시 복귀할 타이밍이다.

시류는 원래대로 흘러가야 한다.

영국발 정부 대책은 해프닝인 것으로 오늘 장이 끝난 뒤 밝혀졌고.

헝가리 사태와 그리스 사태도 아직 점화될 시기가 아니었다.

시리아 내전도 아직 현실이 아니다.

그런데도 유럽 각국 전역의 증시가 또 폭락했다.

무척 위험한 징후다.

그래서 룩셈부르크 쪽에선 다시 내 전화를 받은 뒤 이번에는 큰 위기감을 느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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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참 신기하단 말이야. 증시란 게···.’

내가 연말 ‘유도적 폭락’을 만들었을 때, 볼턴 경은 어떤 ‘위기’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저 증시 유동성이 커졌다며 은근히 좋아했었는데.

하지만 이번 폭락에 대해선 내가 예측한 대로 지속되자, 볼턴 경은 바로 ‘증시 위기’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방향이 너무 한쪽 방향으로 쏠리게 되면, 룩셈부르크와 같은 금융 국가는 큰 피해가 생길 수도 있다.

증시의 방향은 늘 들쑥날쑥해야 한다. 한 방향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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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각국 증시, 짙은 먹구름에···]

[폭락, 폭락, 다시 폭락···]

[유럽발 증시 폭락, 뉴욕증시 폭락으로 이어져···]

그리고 다음 날도 유럽 증시가 바닥을 치자, 마침내 내 귀엔 환청처럼 칼을 뽑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지금은 증시 침체 시기다.

그래서 대다수 투자자는 다소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데.

하지만 나랑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룩셈부르크 진영의 사람들은 이때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회귀 이후 처음으로 시류를 건드려볼 생각이다.

거대한 시대적 흐름을 내가 짊어지고서.

작은 파장(?)을 세상에 던질 생각.

작은 저항 따윈 거스를 수 있어야 진정한 거물 투자자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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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하하하하! 으하하하!”

한편, 저녁 무렵.

비토리오 몬델로 이사는 바텐더 모니카가 일하는 곳에 좀 전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는 차에서 바로 내리지 않고, 쉴 새 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아직 청산 처리가 되지 않은 풋 옵션들.

연속적인 지수 폭락 끝에.

현재 천문학적인 수익이 예상되고 있다.

무려 10억 유로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수익.

이런 거대한 수익은 자신으로선 처음이었다.

자신의 보스이자 수석 이사인 알베르토 발디니한테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 수석 이사 자리는 이제 내 자리가 될 거야.”

보스 알베르토는 부사장이 될 것이고.

그리고 그는 더 높이 사장 직책까지 오르게 될지 모른다.

한편, 자신은 그의 계보를 따르고 있어 자신 역시 더 높이 출세하게 될 것이다.

‘근데 승진보다 더 좋은 게 있잖아!’

인센티브.

도대체 이게 얼마나 나오게 될까.

단순히 수백만 유로 단위가 아닐 것이다.

수천만 유로 단위의 인센티브를 받게 될 것이다.

부들부들.

주먹을 쥔 그의 두 손은 계속 떨렸다.

연말에 자신은 처참한 지옥을 봤지만.

지금은 빛나는 천국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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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그는 차에서 내렸고.

반지가 들어있는 작은 상자를 다시금 확인한 뒤.

트렁크에서 화사한 꽃다발을 빼서 손에 쥐었다.

사랑하는 모니카.

첫눈에 반했고.

사귄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견딜 수가 없다.

이렇게 기분이 좋은 날.

그는 청혼을 할 생각이다.

비록 너무 이른 감이 있긴 하지만.

그러나 이 시기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

자신에게 수천만 유로가 생긴다면, 자신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잠시 후, 비토리오 몬델로는 사랑하는 모니카가 일하고 있는 어느 선술집으로 곧장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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