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물이 되어버린 투자자-111화 (111/138)

109화 유럽 제패 01

<108>

“오! 솔레미오! 오오오 솔레미···.”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을까.

이태리, 카롤로스 인터헷지 펀드.

실무이사인 비토리오 몬델로.

그는 오늘 무척 기분이 좋다.

“이사님! 지수가 계속 떨어집니다!”

이탈리아 대표 주가지수, FTSE MIB 지수.

이 지수가 쉴 새 없이 하락세다.

연말, 주가 급락에 대응하며.

풋 옵션을 매집했던 ‘카롤로스 인터헷지 펀드’.

현재 화색이 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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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난 며칠간 유럽 증시는 일제히 급등했다.

특히, 새해를 맞이한 뒤, 유럽 증시는 그 훈풍이 이어졌는데.

대부분 상승세였다.

범유럽권 지수인 유로 스톡스 50지수는 12월 30일 낙폭 이후 꾸준히 상승세였으며.

이태리 밀라노 증시의 FTSE MIB 지수 역시 상승세였다.

큰 낙폭 뒤의 반등.

그 결과, 이태리 FTSE MIB 지수는 20,932포인트까지 상승했다.

대망의 21,000포인트 시대를 이제 눈앞에 둔 것 같았는데.

그러나 다시 폭풍은 불어왔다.

영국 정부가 먼저 칼을 빼 들었다.

[영국 증시 불안정 해소! 긴급 정책 발동할 듯]

즉, 저번 연말 사태와 같은 증시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영국 정부가 선제적으로 파운드화폐에 대한 가치 조정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정책은 불안정한 유럽 남부권 국가들의 재정 위기에 대비하여 자국 경제 안정화를 꾀할 수 있으며 위기에 대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영국 측 움직임 외에도.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소문도 술술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로 인해 오늘 장이 시작된 이후 혼조세가 이어졌고.

결국, 지수의 방향은 역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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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흐. 이거 분위기가 나쁘지 않아.”

유럽 증시 전체에 갑자기 먹구름이 밀려온 것이다.

지난 연말 위기 때, 집중 매수했던 풋 옵션들.

그 풋 옵션들의 내재가치가 거의 ‘0’이 될 정도로 망가진 상태인데.

그리고 콜 옵션 매도 포지션까지 잡은 터라, 카롤로스 인터헷지 펀드의 피해는 천문학적으로 커져 있었다.

‘보스가 그때 청산을 막았단 말이야.’

그때, 청산 처리하면 치명적인 손해를 본다며, 보스는 청산 작업을 막았다.

‘물론, 나 역시 동의했지만.’

그런데 다시 기회가 찾아들었다.

해가 바뀌니 다시 행운의 여신이 웃고 있다.

악재는 사라지고.

훈풍이 불어오고 있다.

바로 지수 폭락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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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역시 선물옵션은 멀리 보는 게 필요해.’

초단기적 변화가 너무 커서 눈이 휙휙 돌아가지만.

결국, 방향은 언제나 시류의 흐름에 일치하게 된다.

연말 사태 이후 유럽 각국의 지수는 급등했으나.

결국, 꼭짓점만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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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조! 미친 듯이 쓸어 담아! 풋이다! 풋!”

“네! 이사님! 계속 물량들을 담고 있습니다···.”

“로렌츠! 보유 주식들, 일제히 매도해! 물량은 3억 유로 정도.”

“모두 매각하는 겁니까?”

“볼라레! 볼라레! 으하하하! 일제히 쏟아내!”

“네! 바로 실행하겠습니다!”

“마탈라! 계약 건수들 점검하고, 영국, 프랑스, 독일 지수, 변동 상황 생기면 즉시 보고해!”

“네. 이사님.”

비토리오 몬델로 이사는 이탈리아 유명 가요를 흥얼거리며 쉴 새 없이 지시를 던졌다.

지수 하락 징후가 뜬 이상.

먼저 이탈리아 증시부터 집어삼킬 계획인데.

지금이 기회였다.

폭등 반전 뒤, 다시 폭락 징후.

여기서 펀드의 손해를 줄이고.

피해를 복구한 뒤.

더 나아가 유럽 각국 증시에 퍼져 있는 풋 옵션들도 일제히 청산하며 피해 보전에 나설 생각이다.

‘우리 이탈리아 증시가 흔들리면, 유럽 각국 증시도 흔들릴 거야.’

왜냐하면, 유로존에 의한 유기적 경제 관계 때문이다.

유럽 남부권 몇몇 나라의 경제 위기 때문에 유로존이 크게 흔들린 것은 이미 모두가 학습한 상태다.

‘저번 헝가리 사태도 있었고···. 그렇다면, 이번엔 우리 펀드가 유럽을 지배한다.’

비토리오는 이번 지수 폭락이 무척 흥미로웠다.

물론, 현실적으로 유럽 전체를 그렇게 지배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

저번 헝가리 사태는 정말 희한한 것이었고 정말 돌발적인 것이었다.

평화로운 연말의 증시 분위기.

모두가 안도하고 있을 때, 유럽 각국 증시는 뒤통수를 맞았다.

그래서 더 혼란해졌다.

더 흔들렸고, 더 심하게 무너졌다.

그러나 이미 학습 효과는 있다.

이제 그런 해프닝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태리발 폭락은 유로존 국가 증시에 분명히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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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느덧 장 마감 시간을 앞두자.

비토리오 몬델로 이사는 서둘러 각 투자계좌의 상태도 확인했다.

아직은 선명한 손해 상태.

지난 며칠 간의 지수 급등으로 펀드의 손해 금액은 무려 6억 유로에 달한 상태다.

잠시 후, 비토리오는 사무실 전화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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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 현재 지수가 3.78% 빠졌습니다. 저희 분석 결과, 일부 물량들은 지금 처리하는 게 어떨까요?”

그러나 거친 목소리가 곧 들려왔다.

“비토리오오오! 절대 물러서지 마! 아직 청산할 때가 아니다!”

“보스! 지금 흥분할 게 아니라, 일부 청산을 하고 다시 접근하는 게···.”

“비토리오오오! 잘 들어! 내일부터 내가 말한 그 숏 셀링(공매도)이 시작될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나?”

“보스! 혹시 무슨 일이 있습니까?”

“이 일은 극비야!”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흠흠. 도메니코 유러피안 펀드와 산레 파챠 스페인 펀드와 우리 펀드가 협력하기로 했다. 수석이사회 회의도 금방 통과했어.”

“도메니코 펀드와 산레 파챠 펀드?”

“비토리오오! 이번 일만 잘된다면, 너는 수석 이사가 될 수 있어.”

“전 아직 그 정도 급은 아닙니다.”

“흐흐. 어리석긴! 이번 일만 잘 되면, 나는 부사장으로 올라설 거고. 너는 내 자리를 물려받게 될 거다.”

“정말입니까?”

“잘 들어! 비토리오! 그쪽 펀드들도 지난 폭락 때 심각한 피해를 입었어. 이번엔 대대적인 숏 셀링과 물량 투하로 지수를 확 바닥까지 낮출 거야. 우리 포지션만 잘 유지한다면 손해가 아니라 큰 이익을 얻게 될 거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납니다. 정말 도메니코 펀드와 같이 움직입니까? 그 펀드는 약속을 잘 안 지키기로 유명한···.”

“멍청하긴! 이번엔 도메니코 펀드도 다른 방법이 없어!”

“보스, 정말 믿어도 됩니까?”

“무조건 현실이 될 거다. 내일 드디어 코퀴토스 강을 보게 될 거야. 흐흐흐. 지옥이 열릴 거야···.”

코퀴토스 강.

이탈리아 출신 단테가 쓴 ‘신곡’의 지옥 편.

거기에 나오는 지옥의 코퀴토스 강은 ‘탄식’을 상징한다.

한편, 전화를 끊은 뒤.

비토리오는 긴장한 듯 주먹을 꽉 쥔 상태에서 자신의 데스크 위에 놓인 작은 거울을 쳐다봤다.

멋진 구레나룻.

선명한 눈썹의 잘 생긴 자신의 모습.

40대 중반의 나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더 멋지게 변한 자신.

쾅!

주먹을 힘껏 치며 비토리오는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즉시 실무진들이 있는 사무실로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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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조! 로렌츠! 마탈라! 풋 옵션 매수를 계속해! 오늘 물량 정리는 없다!”

놀라며, 일어서는 직원들.

누군가 외쳤다.

“이사님! 계속 매수하는 겁니까?”

비토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족해. 지수는 더 내려갈 거야.”

“하지만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언제든 반전이 올 수 있습니다.”

“지수는 무조건 더 떨어져! 이게 바로 후폭풍이다. 후폭풍! 지난 지수 급등에 대한 후폭풍!”

그러자 직원들은 놀란 표정을 짓다가 이내 서둘러 움직였다.

왜냐하면, 지수 폭락과 같은 그런 후폭풍 가능성도 없잖아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새해가 시작됐다.

그러나 올해의 증시는 의외로 불투명하다.

장밋빛 전망도 다소 사라졌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충격은 작년에 거의 다 해소된 상태.

그 소재는 이미 사라진 거나 다름없다.

이제는 새로운 이벤트에 주목해야 할 시기다.

그러나 호재는 없고, 악재가 눈앞에 도사리고 있다.

헝가리 사태, 그리고 그리스 사태.

이 사태는 지난 해프닝과 다르게, 아직도 진행 중인 위기가 아닌가.

실제 그 충격이 유럽권을 강타한다면, 각국 증시는 허무하게 무너질 것이다.

본래, 증시라는 것은 언제나 미래에 대한 반영이 아닌가.

사안이 확실해지는 순간, 그것은 미래가 아니다.

지금은 안갯속과 같은 ‘미래 재료’ 상황이고.

그런 재료는 즉시 증시에 반영될 수 있는 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

물론, 이런 재료를 지금 당장 유럽 증시에 반영하긴 너무 이른 감이 없잖아 있다.

그러나 자신의 예측과 다르게.

유럽 증시의 방향은 결국 내일부터 폭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몇 개의 헷지 펀드들이 그 흐름을 그렇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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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어느덧 저녁이 되자, 비토리오는 서둘러 사무실을 나왔다.

아름다운 모니카를 만나기 위해서다.

이젠 하루라도 만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다.

지난번, 그녀의 집에 초대를 받았는데.

그때 얼마나 격렬한 사랑을 나눴던가.

‘오, 나의 여신! 모니카!’

비토리오는 잠시 후 예술적인 맛이 일품인 칵테일 전문점, 노팅 햄 포레스트 (Nottingham Forest)를 향해 운전했다.

바로 그곳에서 오늘 저녁 모니카를 만나기로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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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증시 급락, 경기 침체 우려···]

[유럽 각국 증시, 동반 지수 하락]

[유럽 증시 새로운 위기가 온 것인가?]

“···오늘 이탈리아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헝가리, 그리스의 국가 재정 사태와 이탈리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오늘 주가지수는 평균 3.78% 하락하며 FTSE MIB 지수는 20,080포인트를 찍었다. 지난 며칠간 상승세였던 FTSE MIB 지수는 다시 20,000포인트가 위태로워지고 있으며···(중략)··· 특히, 오늘 증시 하락에 대해 로버트 가르드 재무장관은 이탈리아 정부는 현재 재정상의 문제가 없으며, 향후 그리스, 헝가리 위기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이날 저녁.

우르르 쏟아진 증시 폭락에 대한 현지 기사들.

한편, 나는 이용훈 전무가 추천한 브로커 오스틴 강을 며칠간 만나고 있었다.

왜냐하면, 조세회피처를 기반으로 몇 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기 위해서다.

룩셈부르크 법인이 있긴 하다.

그러나 또 다른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조세회피처를 통한 자금 분산도 꼭 필요하다고 봤다.

그런데 그런 일들을 착착 진행하던 중.

전혀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상황에 직면했다.

‘뭐야? 벌써 유럽 증시가 무너진다고···?’

이게 말이 되나.

이건 시기상 너무 빠르지 않은가.

유럽 증시의 진정한 폭락은 바로 다음 달 2월에 시작된다.

그래서 이건 좀 냄새가 나는데···?

그때부터 나는 오늘 장중에 있었던 유럽권 증시 폭락에 대해 좀 더 세세히 분석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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