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물이 되어버린 투자자-108화 (108/138)

106화 룩셈부르크 거물(?)의 인정을 받다

#

룩셈부르크 역.

작은 나라인 만큼 무척 소박한 역의 모습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그러나 룩셈부르크는 1인당 GDP가 세계 최고인 나라다.

그러나 이 역의 모습은 확실시 수수한 모습이다.

“···팀장님, 입국 심사가 딱히 없어 프랑스 여행하는 기분 같네요.”

“···팀장님, 저희가 렌트카 빌려오겠습니다.”

“자! 주변 확인하고, 바로 움직이자. 대표님, 이쪽으로 오시죠.”

한편, 경호원들은 각자 알아서 움직였는데.

그동안 나는 스마트폰을 들고서 간단히 주변 사진들을 찍었다.

유럽 내, 쉥겐 조약 때문에 따로 입국 심사가 필요 없는 이곳.

그 때문에 룩셈부르크에 들어왔다는 게 바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

#

‘그래도 여하튼 룩셈부르크에 온 거잖아.’

사실, 이곳 룩셈부르크는 꽤 긴 전통을 가진 도시이며, 역사적인 성채 도시다.

또한, 이곳엔 중세 유럽의 흔적들이 가득 남아 있다.

“대표님, 혹시 간단히 요기라도 하시겠습니까”

그러나 주변엔 제대로 된 식사를 할 만한 곳이 없어 보인다.

김성태 팀장은 바로 한쪽을 눈짓했다.

피자가게였다.

“네. 괜찮네요. 잠깐 들르죠.”

바로 동의한 뒤,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룩셈부르크 역을 다시금 쳐다봤다.

사파이어 색채의 뾰족한 첨탑의 모습.

그 첨탑 바로 아래쪽에 위치한 시계.

그 시계를 잠시 쳐다보며 나는 현재 시각을 확인했다.

한편, 경호원들이 렌트카를 빌려오는 동안.

우리는 먼저 피자가게로 들어갔고.

이것저것 주문한 뒤.

다행히 주문한 피자가 빨리 나오자, 즉시 식사를 시작했다.

#

“···네! 볼턴씨. 저희는 식사 마치고, 바로 대공 궁전(Palais Grand-Ducal)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네! 그럼 조금 있다가 뵙죠···.”

피자집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는 동안, 나는 앤디 볼턴씨한테 전화를 걸었고.

마침 룩셈부르크 대공 궁전에 있는 볼턴씨와 미팅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사실, 그 대공 궁전(Palais Grand-Ducal)은 현 대공이 공식적인 집무를 보는 곳인데.

이 궁전은 룩셈부르크 정치, 행정, 문화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궁전은 현재 관공서 같은 개념일 뿐.

대공 일가가 사는 곳은 아니라고 한다.

대공 일가는 기욤 2세 광장의 동쪽 방향에 있는 베르크 성(Berg Castle)에서 살고 있다고 하는데.

그 때문에 현 대공은 베르크 성에서 대공 궁전으로 매번 출퇴근을 하는 식이었다.

#

“우리 빨리 먹고, 바로 움직이죠.”

내 말에 경호원들은 좀 더 빨리 먹기 시작했고.

나는 또 말했다.

“김성태 팀장님과 강민정씨는 제 수행원으로 이야기해놨으니까 앞으로 계속 같이 움직이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김성태 팀장은 굵직한 목소리로 대답했고.

강민정은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그리고 잠시 뒤.

“···아! 저기가 국회의사당 건물 같죠?”

한편, 우리는 어느덧 대공 궁전 앞에 도착했는데.

궁전 바로 옆에 위치한 국회의사당을 손으로 가리킨 뒤.

우리는 천천히 룩셈부르크 대공 궁전으로 다가갔다.

현재, 깃발이 걸려 있는 룩셈부르크 대공 궁전.

그런데 저 깃발 표식은 대공이 현재 집무 중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

“···혹시 볼턴씨를 뵈러 오셨습니까?”

“네.”

“하-안수 킴?”

“···신분증은 여기 있습니다.”

“···네! 이쪽으로 오시지요.”

궁전 앞, 의전용을 보이는 총기를 손에 들고 있는 룩셈부르크 근위병들.

그들을 스쳐 지나간 뒤.

우리는 궁내 의전 직원들과 함께 궁전 안으로 들어섰다.

#

“···자, 이쪽입니다!”

잠시 후, 노크를 한 뒤, 한쪽 문이 열렸는데.

그 실내의 모습이 바로 두 눈에 들어왔다.

꼿꼿한 자세의 앤디 볼턴씨가 집무실에 앉아 펜을 들고서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다가 그는 고개를 들어 우리를 쳐다봤다.

새하얀 머리카락의 노인.

그 앤디 볼턴은 바로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곧장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힘껏 그와 악수했다.

#

“반갑소. 룩셈부르크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하오.”

“감사합니다.”

“자! 우선 이쪽으로 앉읍시다!”

그의 집무 공간 앞쪽.

우아한 1인용 소파들을 가리켰고.

나는 한쪽 소파로 가서 앉았다.

이때, 김성태 팀장과 강민정씨는 잠시 밖으로 나갔다.

한편, 볼턴이 뭔가 서류들을 챙겨서 가져오는 동안, 나는 주변 좌우를 살펴봤다.

여기 벽면엔 오래된 중세풍의 초상화들이 걸려있고

바닥엔 우아한 양탄자가 깔려있다.

무척 깨끗하지만.

중세 귀족의 저택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런 공간이었다.

#

“음료는 어떻게 하시겠소?”

“따뜻한 커피. 그거면 충분합니다.”

볼턴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전화를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장 차림의 백인 여성이 따뜻한 커피 두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갔다.

#

“···그럼, 룩셈부르크는 처음 방문한 거요?”

“네. 처음입니다.”

“아마 앞으로 오래 기억에 남을 그런 방문이 될 겁니다.”

“저도 기대가 큽니다.”

“우선 이것부터! 룩셈부르크 영주권이오.”

먼저 그가 내민 것은 영주권 카드였다.

“그리고 여기 사인도 하시고.”

이때 서류를 한번 검토한 뒤, 나는 그곳에 사인했다.

“이번 일은 획기적으로 빠르게 영주권이 발급된 거요. 자비로우신 대공 전하께선 능력 있는 투자가들을 무척 사랑하오.”

나는 웃으며 영주권을 챙겼다.

반면, 현주의 영주권은 나중에 발급된다고 한다.

본인이 직접 와야만 발급된다고 하니, 어쩔 수 없다.

“혹시 도시 관광은 하셨소?”

“아뇨. 아직 못 했습니다.”

“그럼, 며칠간 머물 거요?”

“여정이 빠듯해서, 아마 내일쯤 떠날 예정입니다.”

“아, 그런가? 그럼 혹시 저녁엔 시간이 있소?”

“저녁엔 딱히 스케쥴 잡힌 게 없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습니까?”

그러자 볼턴의 표정이 밝아졌다.

“잘 됐소! 대공 전하께서 김 대표를 뵙기를 원하오.”

순간, 나는 눈이 살짝 커졌다.

“혹시 대공께선 어디에 계십니까?”

그러자 볼턴은 바로 대답했다.

“이곳 궁전은 아니오. 이곳은 현 대공께서 집무를 보시는 곳이고. 전하께선 베르크 성(Berg Castle)에 머물고 있소. 혹시 그쪽으로 오실 수 있소?”

베르크 성?

그러니까 집으로의 초대가 아닌가.

“네. 시간은 됩니다.”

“그럼, 오늘 저녁 손님으로 내가 등록해 두겠소.”

이때, 나는 즉시 물어봤다.

“그럼, 저녁 식사를 대공 전하와 같이하는 일정입니까?”

볼턴은 손을 저었다.

“아니오. 저녁엔 베르크 성에서 공식 파티가 열리기로 되어있소.”

공식 파티?

볼턴은 좀 더 설명을 이어 나갔다.

#

“오늘 저녁에 라노이 백작가에서 손님들이 오시기로 되어 있소. 작은 파티지만 공식 파티를 개최할 예정이오. 유명한 금융인들도 여기에 참석할 거고, 몇몇 손님들이 더 오시기로 되어있소. 대공 전하께선 내 보고를 들으시고는 마침 김 대표를 초대하셨소.”

그렇듯 대충 무슨 사정인지를 파악했으나.

그 사정을 알게 되자, 내 머릿속 회전은 더 빨라졌다.

왜냐하면, 오늘 공식적인 파티의 주인공은 라노이 백작가 사람들인 것 같은데.

내가 아는 라노이 백작가는 훗날 현 왕세자(후계자)의 처가가 되는 가문이다.

그러고 보니 아직 룩셈부르크 왕세자는 결혼을 하지 않은 몸이다.

그 때문에 오늘의 파티는 어쩌면 아주 중요한 파티가 될 수 있다.

#

“감사합니다! 볼턴씨! 좋은 자리에 절 초대해주셔서···.”

“아니오. 내가 아니라, 대공 전하께서 초대하신 거요.”

“여하튼, 대공 전하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그럼, 절대 늦지 않게 도착하도록 주의하시오. 오늘 새해 첫날부터 현 대공께서 사무를 보시는 이유는 바로 오늘 일정이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오.”

그렇게 몇 번이고 시간 엄수를 강조하던 볼턴은 잠시 후 다른 이야기들도 꺼내고 있었다.

#

“그리고 지난 연말에 있었던···.”

한편, 그렇게 말을 꺼내며 갑자기 자세를 고치며 앉는 볼턴.

그런데 그의 눈빛이 갑자기 강렬해지고 있었다.

이때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바로 눈치챘는데.

백발의 볼턴.

그는 주로 정보 쪽을 다루는 룩셈부르크 정부 인사임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그가 내 사정을 모를 리가 없다.

유럽 증시를 뒤집어엎는데 사용한 계좌는 바로 룩셈부르크 계좌가 아닌가.

그래서 나는 좀 궁금했다.

볼턴의 태도 말이다.

그가 어떻게 나올까.

나는 주시하듯 볼턴의 표정을 살피며 그의 목소리에 계속 귀를 기울였다.

#

“···혹시 그 대혼란을 야기한 사람이 김 대표 본인이 맞소?”

역시 볼턴은 사태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이때 나는 잠시 생각하는 척하다가.

슬쩍 반문했다.

“혹시 그 일에 문제가 있습니까?”

그러자 그의 표정이 잠시 굳어졌다가.

이내 입꼬리가 쓱 올라가는 볼턴.

그런 변화에 나는 조금 긴장했는데.

갑자기 그는 아주 유쾌하게 웃기 시작했다.

“핫핫핫! 뭐 문제 될 게 있겠소? 전혀 문제 될 건 없소!”

뭐? 문제 될 게 없다고?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커졌고, 몇 달간 정체되어있던 자금들이 다시 유럽 전역으로 흩어진 것에 불과하오. 다만, 놀랍소! 김 대표가 그렇게 영리한 사람인 줄은 미처 몰랐소! 5백만 유로로 유럽 시장 전체를 전복시키다니! 으하하하! 나 혼자 알기엔 정말 아깝구려.”

볼턴은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아주 신나게 웃다가.

잠시 후 다시 진지하게 말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김 대표가 거둔 성과 역시 더욱더 흥미롭소.”

그렇게 내 칭찬을 계속 이어가는 볼턴.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짓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대공 전하께서도 이 일을 아십니까?”

볼턴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보고 드렸소. 하지만 이 일은 우리 외에는 누구도 알지 못할 것이오. 우리 룩셈부르크는 투자자의 정보를 엄격히 보호하는 곳이오. 다만, 이 전설적인 일이 이렇게 묻히는 게 나로선 그저 안타까울 뿐···.”

그렇듯 볼턴은 안타깝다는 표정을 계속 짓고 있었다.

#

잠시 후, 나는 볼턴과의 미팅을 마친 뒤, 기다리고 있던 김성태 팀장 등을 다시 만났다.

그리고 오늘 저녁 일정에 대해서 논의했고.

이후, 우리는 바로 룩셈부르크 시내 관광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룩셈부르크 소재지의 노트르담 대성당에 들렀는데.

성모 마리아상들이 가득한 대성당과 그 주변을 구경했고.

곧이어 웅장한 성채인 비안덴성으로 즉시 향했다.

그 비안덴성은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20년간 유배 생활을 했던 곳인데.

그곳 성벽에서 내려다본 비안덴 마을의 모습은 무척 아름다웠다.

새하얀 눈과 나무.

그리고 중세풍의 건물들이 어우러져 있는 마을의 모습.

그런 마을의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어느덧 저녁 약속 시각이 가까워지자, 우리는 근위병들이 경계를 서고 있는 베르크 성(Berg Castle)에 마침내 도착했다.

#

“···Sir! 주차는 저쪽에 하시면 됩니다.”

잠시 후, 나는 김성태 팀장, 강민정 경호원과 함께 베르크 성내에 진입했다.

성내 진입이 불가능한 나머지 경호원들은 캐슬 근처에 차를 대고서 대기하기로 했는데.

우리가 주차를 마치자, 바로 차 문이 열렸다.

바깥에 있던 의전 직원들이 우리의 차 문을 바로 열어줬고.

뒷좌석에 있던 나는 차에서 먼저 내렸다.

현재 나는 턱시도 차림이다.

김성태 팀장은 격식 있는 정장 차림.

강민정 경호원은 어쩔 수 없이 우아한 드레스 차림을 하고서 각각 차량에서 내렸다.

한편, 눈앞으로 보이는 대저택의 모습.

웅장한 캐슬 같은 느낌은 없었고.

그저 아주 넓은 대저택 같은 분위기였다.

그리고 잠시 후.

위압적인 높이의 오래된 건물들을 바라보며.

우리는 주변 근위병들을 스치듯 지나갔고.

점점 불빛이 환하게 빛나는 대저택 안으로 우리는 들어섰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