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화 PMC(Private Military Company)
<92>
도이치DB자산운용???
나는 솔직히 엄청 놀랐다.
태원이가 도이치DB자산운용 소속이란 말인가.
강석의 말과 너무나도 달라, 순간 멘붕이 올 것만 같았다.
조폭의 세계로 들어갔다가 튕겨 나온 강석.
심적 폐인이나 다름없는 녀석.
그런 강석이가 태원이를 비난하며.
강태원도 깡패, 건달이나 다름없다고 외쳤는데.
그리고 강태원이 모시는 여사장의 뒤에는 건달, 양아치, 검찰, 경찰, 정치인, 기업인 등, 거미줄처럼 이권과 사업들이 엉켜있다고 했다.
그런데 강석의 표현이 좀 과했던 걸까.
아니면, 태원의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던 걸까.
“야! 도이치DB자산운용은 마카오 혹은 상하이 쪽에 본점이 있을 텐데? 정말 도이치DB자산운용이 맞아?”
“이야, 잘 아네? 역시 김한수! 존나 대단하다고 하더니. 너 진짜 달라졌다. 맞아! 도이치DB자산운용 본점은 마카오에 있어. 상하이 지점도 본점이나 다름없고. 서울 지점은 규모가 좀 작은 편인데. 우리 사장님과 함께 나는 서울 지점으로 들어갔어. 그 서울 지점을 앞으로 크게 키우게 될 거야.”
서울 지점?
“그럼, 넌 대체 거기서 뭘 하는데?”
“야, 아직도 의심하냐? 인마! 우리 사장님 이제 깨끗하다고! 제도권으로 들어가기 전에 냄새나는 펀드들을 좀 만지긴 했지만, 탈탈 털어냈고. 본격 제도권에 입성했어!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들어간 건지 넌 모르겠지.”
“야! 그래서 대체 네 역할이 뭔데!? 솔까, 니가 투자 일을 직접 하진 않을 거 아냐?”
“김한수, 너 존나 날 무시하는데?”
“궁금하잖아! 좀 솔직하게 말해!”
“아흐씨. 알았다. 야! 너니까 내가 말하는 건데, 똑바로 들어! 나는 우리 사장님 수행비서 일을 하고 있고···.”
수행비서?
“···내가 전에도 말했지? 우리 사장님, 좀 거친 돈도 만지셨다고. 깡패 새끼들 득실대는 곳에서 그땐 별의별 영업도 했어. 뭐, 그래도 그건 옛날 일이고, 지금은 단순 수행비서이면서 정확한 내 직급은 영업전략팀 과장이야···.”
영업전략팀 과장?
그러나 저 직급은 결국 포장된 직급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다른 생각을 했다.
“혹시 너, 경호원 같은 거냐? 하지만 전문 경호회사들도 많은데 왜 경호원으로 널···?”
그러자 강태원은 이내 콧방귀를 꼈다.
“시발, 경호원 새끼들? 그 새끼들은 졸라 멋만 부렸지, 최악의 상황에선 우리한테 못 이겨. 우린 최악의 상황에선 무조건 칼을 써. 그러나 그 새끼들은 함부로 칼을 못 쓰는 거 알지? 강석이 같은 초보는 칼 들고 설치다가 개쪽이 됐지만, 난 달라.”
사실, 단 한 번도 이야기되지 않았던 태원의 실제 임무.
그 일을 태원은 갑자기 말하게 됐고.
이내 스스로 당황한 듯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 순간, 나는 강석이가 왜 태원이에 대해 그렇게 말했는지도 알게 되었다.
결국, 태원이도 칼을 쓰는 일들을 했던 것이다.
다만, 소속과 목적이 달랐을 뿐.
“그럼 그 사장과는 어떻게 만났어?”
“으음. 에이씨, 모르겠다! 강석이가 내 욕을 했다며? 잘 들어. 술집에서 픽업. 우연히 도움을 준 게 있는데, 그때부터 쭉 모시고 있어.”
이거 참.
대답을 다 듣고 나니, 도대체 뭐라고 말해야 하나.
이제야 태원의 역할이 뭔지 정확하게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이때,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질문했다.
“그럼, 내 기사 나간 건 혹시 언제 봤어?”
그러자 태원의 목소리가 조금 차분해졌다.
“진작에 봤지. 근데 시바! 전화를 못 하겠더라.”
그러고는 태원은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우리 중에 내가 젤 잘 나가는 줄 알았거든. 시바! 전화기 몇 번 들었다가 그냥 던졌어. 졸라 부럽더라. 근데 전화하려고 하니까 이상하기도 하고, 괜히 민망하기도 하고. 야! 김한수! 넌 공장 체질이 아니라고 내가 수없이 말했지?”
“음. 암튼,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다.”
“야! 이젠 너한테 아무것도 숨기는 게 없어! 알지?”
“그래, 알았어. 아차! 그리고 강석이는 어떻게 지내? 혹시 알아?”
“알지. 그 새낀, 그냥 맛이 갔어.”
“어?”
“지가 살려면 어쩔 수 없이 짭새(경찰) 따가리해야 하잖아. 죽고 싶겠지. 그냥 반병신된 꼴이니까. 저번 달에 한 번 연락해 봤어. 편의점 알바 시작했다더라.”
“편의점 알바?”
“할 일이 없잖아. 시바, 족보도 없는 새끼 주제에, 짭새 따가리 새끼는 더더욱 그쪽에 얼씬도 못 해.”
“아, 그럼 더 잘된 거네.”
“잘 됐다고? 존나 망한 거지. 야, 그리고 너, 오늘 또 한 건 했더라? 내가 그거 보고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전화했다.”
이때, 무슨 말인지 몰라 가만히 있자, 태원은 조금 더 목소리가 커졌다.
“야! 존나 모른 척하지 말고. 암튼 새끼! 진짜 대단하다! 공장 노가다 뛰다가 뒤질 줄 알았는데, 완전 빛나게 출세도 하고! 야, 야, 암튼 앞으로 잘 해 보자. 아! 사장님 지금 나오신다. 미안! 그만 끊자.”
그러고는 바로 전화는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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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나는 황당함과 의문이 교차하는 가운데, 서둘러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도이치DB자산운용.
혹시 내가 알던 곳이 아닌가 해서 빠르게 검색해 봤으나.
놀랍게도 내가 아는 독일계 자산운영사가 맞았다.
도이치DB자산운용.
이곳은 독일 최대 투자은행인 ‘도이치푸르트 은행’의 계열사다.
이 ‘도이치푸르트 은행’은 세계 금융시장에서 유럽계 거대 자금으로 불리는 곳인데.
한편, 도이치푸르트 은행과 연계된 ‘도이치DB자산운용’의 홈페이지로 잠시 후 들어갔다가.
뜻밖에도 두 명의 CEO 프로필 사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이 여자 같은데?’
그중의 한 명은 안경을 끼고 있는 중년의 독일인 남자.
그런데 다른 한 명은 누가 봐도 아시아계 여자.
그리고 그 이름을 보는 순간, 나는 놀라며 좀 더 자세히 사진을 쳐다봤다.
우아한 정장 차림에 긴 머리카락, 고혹스러운 눈빛.
나는 계속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숙였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도대체 이럴 수가 있나.
내가 알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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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푸르트 은행.
도이치DB자산운용.
강태원.
그리고 임수연.
녀석이 항상 말하던 여사장.
그 여자가 바로 임수연 대표였던 것이다.
‘근데 임수연 대표가 사채업을 했었다고?’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외국계 투자회사를 거친 뒤.
국내 대형 PEF를 이끌던 여성 CEO 임수연.
그러고 보니, 지금은 그녀의 전성기보다 훨씬 이전의 시기였고.
이 무렵, 임수연 대표는 진흙탕 속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것 같았다.
‘도이치DB자산운용’을 통해 제도권 입성을 시도한 것 같았다.
그런데 의외로 아주 화려한 입성이 아닌가.
‘이럴 게 아니라, 좀 더 자세히 확인해 봐야겠어.’
태원이가 분명히 자신은 칼을 만졌다고 했다.
임수연 대표의 감춰진 이력이 그만큼 무시무시하다는 것인데.
잠시 후, 나는 즉시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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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녕하세요? 강 부장님. KH투자파트너스의 김한수입니다.”
그러자 놀람과 함께 조금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기, 김한수 대표님? 하아, 죄송합니다! 대표님! 제가 그때 못 알아봤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는 그.
이때, 나는 얼른 말을 이어 나갔다.
“아, 아닙니다. 제가 그때 정확하게 이야기를 못 드린 건데요.”
“하아! 그래도 제 실수가 큽니다. 그때 다른 일들이 너무 많아, 제가 추가 검증을 못 했습니다. 해외 PMC(Private Military Company) 쪽과 협의 중인 게 좀 있었는데, 인적 소싱 업무 쪽에 좀 급한 것들이 있었습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특별히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 근데 PMC 쪽과 협의 중이라고요? 혹시 그럼 앞으로 PMC 출신들이 회사에 많이 들어오는 겁니까?”
“아! 아마 이전보다는 좀 더 많이 들어올 겁니다. 뭐, 대표님 경호를 맡고 있는 강민정 경호원도 PMC 출신이 아닙니까?”
“네?”
순간, 내가 당황하며 되묻자, 강동수 부장이 더 당황한 것 같았다.
“모르셨어요? 혹시 제가 그때 자료를 안 드렸습니까?”
“아뇨. 처음 듣는 이야깁니다.”
“어어어, 죄송합니다. 제가 또 정신이 나갔나 봅니다. 실은, 이 회사에 부장이 저 하납니다. 위로 사장님, 부사장님이 계신 데, 대외 활동들만 하시다 보니 제가 고객관리를 다 맡고 있습니다. 중간 간부급 인원들을 좀 늘려야 하는데. 김성태 팀장도 부장될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고. 암튼, 강민정 경호원은 PMC에서 일하다가 여기로 넘어왔습니다. 고졸 학력인 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해외에서 첩보, 공작 등, 이런 일들을 좀 하다가, 적성이 안 맞는다고 우리 회사로 넘어왔는데. 보통 여자가 아니죠.”
“아, 그랬군요.”
나는 놀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오늘 낮에 있었던 일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모두가 버스 정면 유리창을 깨고 있을 때.
강민정은 갑자기 사라졌었다.
그리고 갑자기 측면 출입 공간을 그녀는 먼저 확보했다.
내가 버스 안으로 진입하자, 그녀는 버스 앞쪽 측면을 보겠다고 한 뒤 이내 사라졌었는데.
앗!
그 순간, 나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껏 생각하지 못했던 뜻밖의 모습이 갑자기 머릿속에서 추측된 것이다.
혹시 민정씨가 버스 폭발을 늦춘 것은 아닌가.
그러고 보니, 버스 앞쪽의 그 시커먼 연기들.
보통, 버스는 연료탱크가 우측 앞부분 출입문 쪽에 있는데.
그녀는 그걸 정확하게 알고 있는 듯.
그쪽을 곧장 살피러 갔었다.
근데 그러고 보니까 그게 끝이 아닌 것 같은데.
2차 사고로 인해 압착되어 사망한 사람의 모습.
그 모습에 내가 놀라며 굳어버리자.
그녀는 고함을 질러 내 의식을 즉시 환기시키지 않았나.
그녀가 현장을 침착하게 봤다는 의미다.
그러나 아직은 긴가민가하다.
승객들을 구하는 일에 나는 정신이 없었고.
그녀의 움직임들을 직접 본 적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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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대표님, 갑자기 이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
잠시 딴생각에 빠졌다가.
곧이어 나는 전화 목적을 즉시 이야기했다.
‘강동수 부장이 실수는 잦아도 별의별 인맥이 상당하다고 했어.’
“혹시 부장님! 제가 특정 개인에 대한 세세한 정보를 좀 알고 싶은데, 혹시 그쪽 문의가 가능할까요? 부장님이 그쪽 인맥이 많이 활성화되어 있다고 김성태 팀장님한테서 이야길 좀 들었습니다.”
“아, 뒷조사 말인가요?”
“네.”
“당연히 의뢰해 드릴 수 있죠. 제 후배 놈이 기무사 출신으로 딱 그쪽 일을 하고 있는데. 다만, 그쪽은 단가가 좀 세요. 아, 아니지, 대표님은 상관없겠네. 제가 바로 연결해 드릴까요?”
“부탁드립니다.”
“그럼, 30분 정도만 기다려 보십시오. 바로 연락이 갈 겁니다.”
그러고는 나는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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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로부터 정말 30분 뒤.
연락이 왔고.
나는 ‘임수연’에 대한 정보 일체를 요청했다.
그러고는 잠시 과거를 회상해 봤는데.
확실히 이것저것 문제가 있었다.
내가 만났던 임수연 대표.
그 여자의 옆에는 태원이가 없었다.
그사이 도대체 무슨 일들이 발생했을까.
회귀 전의 나는 공고 친구들과 연락을 끊고 지냈는데.
그 때문에 태원이가 어떻게 됐는지 나로선 알 수가 없다.
‘갑자기 머리 쓸 일들이 또 많아지네.’
그렇듯 생각에 잠겼다가.
잠시 후, 태원이가 했던 말들이 다시 떠올랐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나는 인터넷 포털사이트로 들어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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