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화 김한수 대표도 이제 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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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두 눈이 뚫어지라 날 쳐다봤다.
어딘지 모르게 좀 뜨겁기도 한데.
나는 잠시 박현주의 표정을 살핀 뒤,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미래증권은 저한테 많은 도움을 주셨고, 그래서 고마운 마음에 몇 분한테 좋은 제안을 좀 할까 합니다. 물론, 이번 탐방에 필요한 경비 일체는 제가 개인적으로 부담할 생각입니다.”
특히, ‘제안’이라는 말에 두 눈에 이채가 살짝 나타나는 박현주의 모습.
순간, 나는 됐다 싶어, 웃으며 제안했다.
“혹시 저랑 같이 가시겠어요?”
그리고 그 제안에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짓는 박현주.
“제 담당자인 데다가 과장 승진도 앞두셨고. 선물사업본부의 새로운 테마를 찾는 일은 미래증권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박지훈 상무님한테도 이 제안을 드릴 겁니다.”
그러자 박현주는 눈이 좀 커졌다가.
이내 알 수 없는 미소가 피어올랐다.
부담감이 한결 덜해진 듯한 표정.
박지훈 상무의 동참 때문이겠지.
“언제 가시려고요?”
박현주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 지금 계획은 크리스마스 시즌 전에 출발할 생각입니다.”
그렇듯 예상 밖의 빠른 계획을 전해 들은 박현주.
그녀는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그렇게나 빨리요? 그게 가능할까요?”
내가 불가능하다는 건지.
자신이 불가능하다는 건지.
그렇듯 모호하게 말했지만.
그러나 나는 바로 알아들었다.
사실, 한국에서의 연말은 한 해를 정리하는 시기가 아닌가.
크리스마스 시즌, 연말 시즌은 한국의 진짜 휴가철이 아니라, 무척 바쁜 시기다.
연말 업무 정리, 매출 관리, 내년 계획 수립.
그리고 수많은 송년회 참석 등.
“연말이라 업무가 더 밀리고 있고, 각종 행사들도 많고···.”
“현주씨, 걱정하지 마세요. 같이 갈 생각이 있으시다면, 제가 뒷일은 알아서 도와드릴게요.”
“어떻게요?”
조금 눈이 커지는 박현주.
도대체 내가 어떻게 처리할지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이다.
“말씀드릴게요. 완벽한 찬스! 내일 박명식 회장님과 점심 약속이 있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입이 약간 벌어졌고.
순간.
풋! 소리를 내며 웃었다.
“회장님과 2주 뒤에 저녁 드시기로 한 거 아니었나요?”
“아, 일정이 바꿨습니다. 다행히 승낙받았고요.”
박현주는 가볍게 탄성을 질렀다.
“대표님! 회장님을 설득하신다면, 저도 같이 갈게요.”
“와! 진짜 가신다는 거죠?”
“네!”
박현주는 낭랑하게 외쳤고.
순간, 내 입가엔 미소가 피어올랐다.
<90>
다음 날 아침.
아침 7시 무렵.
박유진이 집으로 찾아왔다.
“유진씨! 여기 열쇠!”
차고 공사를 위해 필요한 정문 열쇠를 박유진한테 넘겼고.
이후, 그녀는 차고 위치와 주변 상황을 다시금 점검했다.
듣기론, 오늘 오후 대설이 끝난 뒤 내일 중으로 가건물을 부수고.
그 주변 정리가 끝나면.
그때부터 차고 제작 공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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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선생님, 혹시 저한테 시간 한번 내주실 수 있으세요?”
한편, 설명을 다 마친 박유진.
그녀는 잠시 후 뜻밖의 요청을 했다.
내가 의아해하자.
그녀는 부연 설명도 했다.
“저도 투자 쪽에 관심이 많은데, 별다른 지식이 없어 은행 저축만 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투자 상담을 받고 싶다는 말.
차 한잔하면서.
이런 걸 보면, 회귀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나는 박유진과 친구로서의 인연이 확실히 있는 것 같았다.
“아아, 시간 되세요?”
“네. 이것저것 감사해서, 무조건 시간 내도록 할게요.”
“어머,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박유진은 너무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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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나는 경호원들과 함께 회사에 도착했고.
아침 일찍 업무를 시작했다.
그리고 대략 오전 9시쯤 미래증권 박지훈 상무한테 전화했고.
박현주한테 이야기했던 제안을 그대로 박지훈 상무한테도 했다.
그리고 박지훈 상무는 박현주한테서 이미 이야기를 들은 터라 곧장 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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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감사합니다! 곧 연말이라 정신없이 바쁘긴 해도, 회장님께서 오케이하신다면 저는 어디든 훨훨 날아갈 겁니다.”
“하하. 좋게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렇게 수락을 받은 뒤.
우리는 다른 이야기들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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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표님! 최세진 상무와 혹시 친합니까? 사내이사 제안도 받으셨다면서요?”
“아, 근데 친하다고 말하긴 좀··· 그냥 같은 빌딩··· 거기서 종종 만나다 보니, 좀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박 상무님은 어떠세요?”
“저요? 아, 저는 최세진 상무와 알고 지낸 지가 꽤 됐습니다. 제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 선뱁니다.”
그렇게 잠깐 잡담 식으로 이야기하다가.
조금 구체적인 대화가 이어졌다.
좀 확인하고 싶은 게 있기 때문인데.
현재, 국내 하위권 위치인 한세증권.
이 한세증권과 KH투자파트너스가 같은 둥지에 있고.
한세증권엔 랜드브리지 캐피탈의 나단 메이어 킴 이사도 와 있다 보니.
한세증권에 대해 내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혹시 최세진 상무가 한세증권 회장의 조카가 맞죠?”
“네. 잘 아시네요.”
“최경욱 부사장은···?”
“최세진 상무의 먼 친척뻘이죠.”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한세증권 회장한텐 아들이 없다고 했죠?”
“너무 잘 아시네요. 딸이 있는데, 사생아입니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고요.”
그래서 최세진 상무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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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럼 그건 그렇다고 치고, KH투자파트너스에선 누굴 데려갈까.’
잠시 후, 나는 또 생각에 잠겼다.
다만, 문제는 누구 하나 뺄 수 없을 정도로 KH투자파트너스 직원들은 다들 너무 바쁘다는 것.
특히 이용훈 전무는 경험이 많아 내가 없는 동안 KH투자파트너스를 잘 운영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래서 이용훈 전무는 무조건 배제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내가 다른 일반 직원들을 데려갈 수도 없다.
각자 맡은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
결국, 남은 사람은 조관형 상무뿐.
잠시 고민하다가.
여행 파트너를 확정 짓기 위해 조관형 상무를 불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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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조 상무님, 이번 여행에 같이 가시겠습니까?”
내가 그렇게 묻자.
“근데 제가 가도 됩니까?”
“네!”
“대표님, 대강화학 일도 있는데···.”
걱정하는 조관형 상무.
하지만 대강화학 일은 조만간 이용훈 전무한테 완전히 넘겨야 한다.
더군다나 며칠 뒤, 이용훈 전무의 ‘업무 패밀리’들이 회사에 입사한다.
“대강화학 일은 결국 이용훈 전무님이 맡으셔야 할 부분이고, 차라리 이번 기회에 대강화학 업무를 이 전무님한테 전부 넘기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러자 조관형 상무는 조금 표정이 굳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네요! 정이 들어서 좀 아쉽긴 한데, 뭐 대표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조 상무님.”
“아닙니다. 대표님.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게 맞죠. 그게 대강화학의 운명이니까요.”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그리고 유럽 여행에 저도 가겠습니다.”
그러면서 아내 김민주 변호사가 곧 미국으로 출국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로스앤젤레스 한국 투자사 법인 쪽에 무슨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김 변은 그쪽 일들을 좀 도와줘야 해서 곧 출국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처가가 있는 캐나다 토론토에 들러 며칠간 쉬다가 오겠다고 합니다.”
와! 잘 됐다.
그때부터 나는 항공권 예약, 숙박 예약, 크루즈 여행, 기차여행, 영국, 프랑스 경매소 참여, 유럽 투자사 방문 등등, 각종 일정들에 대한 설계와 예약 등, 수많은 일들을 조관형 변호사한테 일임했다.
물론, 갑작스럽게 일정을 잡는 일이라.
해외 항공권은 퍼스트 클래스 예약.
그 외 모든 예약 등급을 최고 등급으로 잡기로 결정했다.
<91>
그리고 어느덧 정오가 가까워지자.
며칠 만에 다시 눈송이가 흩날리기 시작했는데.
오늘 오후, 서울 전역에 대설 특보가 있다고 하더니.
점점 더 눈발이 거세어지고 있었다.
하얀 눈들은 하나둘 여기저기 쌓이기 시작했는데.
금방 대설이 쏟아질 것만 같은 그런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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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래그룹 영빈관.
성북동에 위치한 미래원.
그 화려한 한옥식 건물 지붕 처마엔 하얀 눈들이 쌓이기 시작했는데···.
우아한 고송(古松)들도 이미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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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김한수 대표가 아직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 그 말인가?”
“네. 비서실에서 교차 확인했으나 대학 졸업 이력은 없습니다. 고졸 학력은 확인됐습니다.”
수려한 한옥식 건물 안쪽.
은은한 차향이 감도는 서재.
그곳에서 조용한 대화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철광석 투자로 벌어들인 수익은 4조 원이나 된다고?”
“싱가포르 거래소와 협의 과정을 통해 4조 1,254억 원에 해당되는 돈이 입금됐습니다. 이후, 국세청에 바로 통보됐습니다.”
“그럼 현재까지 재산은?”
“대략 5조 원 안팎이 됩니다.”
“나보다 부자야. 대한민국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부자. 비록 주식 부자는 아니지만, 현금으로 치면 최고겠군.”
“그렇습니다. 아버지.”
“핫핫. 이미 크게 난 놈이군. 승규 그놈은 나한테 숨은 보석들이 있다고 투자하겠다고 난린데. 나더러 천억 원이나 내놓으라고 난리야. 누구랑 비교되지 않나?”
“아, 죄송합니다. 승규 일은 제가 잘 모릅니다. 현재, 저는 고문에 불과합니다.”
“음. 그리고 또 신상과 관련해서 뭐가 있나?”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고 현주한테서 들었습니다.”
“시험?? 무슨 시험?”
“수능··· 아! 대학 수학능력 시험, 그냥 대학입학시험입니다.”
“대학에 갈 생각이라? 늦었지만, 대학 학위가 필요한가? 잘됐군! 조만간 여기 오면 물어보면 되겠어. 가정 형편이 어려워 험하게 살았다고 해도 대학 입학시험 같은 건, 본 실력이 드러나겠지. 승남아.”
“네. 아버지.”
“현주가 김한수 대표한테 마음이 있다고?”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니 딸 아니야?”
“죄송합니다. 지훈이가 이야기해서 저도 물어봤는데, 그냥 시큰둥했습니다. 현주 엄마한테도 마찬가집니다.”
“그래서?”
“그러나 지훈이가 하는 말이, 현주랑 김한수 대표가 아주 가깝다고 했습니다.”
“가깝다?”
“네.”
“현주 짝이 될 수 있을까? 여하튼 김한수 대표가 오면 그때 확인하면 되겠군. 너는 이제 나가 있거라! 오늘은 김한수 대표와 일대일로 만나기로 했다. 허튼 손님은 이제 넣을 수 없을 정도로 김한수 대표도 이제 거물이다.”
“네. 알겠습니다. 아버지. 그럼 저는 물러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점심 무렵.
두 대의 차량이 미래원 정문에서 신분 확인을 거쳤고.
이후, 미래원 주차장으로 차량들은 조용히 들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사방에서 흩날리는 눈발은 조금씩 더 두터워지고 있는 중이었다.
“···이쪽입니다. 대표님,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그리고 아리따운 여직원의 목소리가 그 하얀 눈송이 사이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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