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물이 되어버린 투자자-91화 (91/138)

89화 핵무기 02

<87>

도대체 어떤 세력이 이렇게 코스피 지수를 끌어올렸을까.

다음 날도 코스피 지수는 날아올랐다.

이대로 가다간 곧 2,100선까지 돌파할 것 같은 그런 기염이다.

‘이상하네. 이러진 않았는데.’

내가 기억하는 미래와 완전히 어긋난 모습.

차트를 다시 확인했다.

수급도 확인했다.

특히, 매수 거래량을 주도한 세력을 확인해 봤으나 거울 뒤에 숨어 있는 듯 찾을 수가 없다.

‘근데 미래증권을 통해 엄청난 자금이 들어왔는데.’

그렇다면 미래증권 매매 시스템을 쓰는 세력이란 말이다.

하지만 수천억 원 이상의 자금이 조달된 흔적이 있고.

이런 세력이라면 단순 국내 세력이 아닐 수도 있다.

‘외국?’

그럼 어디?

‘아무래도 그쪽이 아닐까?’

한군데 의심 가는 데가 있다.

미래증권이 글로벌 증권사로 거듭나기 위해 해외 진출 사업을 벌이며 또한 큰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곳.

바로 아시아권역 금융중심지.

바로 홍콩이었다.

#

“···오늘 코스피 시장 역시 무척 낙관적입니다. 외국인들은 ‘바이 코리아’를 외치며 기관투자자들과 더불어 순매수 행렬에 나서고 있습니다. 오늘 장중 코스피 지수는 개장 직후 2,100선을 터치하기도 했으나, 현재 2,072.67포인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코스피 성장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대단한 코스피 성장세.

12월 옵션 만기일을 어느덧 지나갔고.

그다음 주가 되었음에도 코스피 상승세는 식을 줄 몰랐다.

지금이라도 1월물 코스피 콜 옵션을 매수해야 하나.

그런 고민까지 하다가.

결국, 나는 물러섰다.

‘이미 콜 호가가 너무 높아.’

그 때문에 먹을 것도 별로 없고.

미래와 다른, 비이상적인 흐름 때문에 혹시 모를 위험성을 절대 간과할 수가 없다.

대신에 나는 곧 다가오는 금 선물옵션 만기일에 맞춰.

금 콜 옵션 물량들부터 빠르게 처분해 나갔다.

거래는 뉴욕상품거래소 COMEX 사이트를 통해 진행되었고.

주로 야간 시간대 프로그램 매매 형태로 진행되었다.

#

‘이것도 진짜 많이 올랐네.’

어느덧 트로이온스 당 1,398.50달러.

곧 1,400달러 진입을 앞두고 있다.

올 초에 트로이온스 당 1,119달러였으나.

연중 끊임없이 상승했고.

지칠 줄 모르는 상승세를 계속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수익이 엄청나.’

0.60달러에 샀던 콜 옵션은 지금 199.70달러다.

호가는 천정부지로 뛰었다.

무려 332배의 상승세.

그런 식으로 콜 옵션 가치들이 달라지면서.

총 매수 계약 7,570계약, 총 매수 비용 31만 달러에 이르는 이번 금 투자는 풍성한 수익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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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도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도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도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

청산 러쉬!!

한편, 사흘에 걸친 콜 포지션 매도 과정을 통해 포지션청산은 완성되었고.

투자 수익도 바로 결정되었다.

‘다만, 금 시장 규모가 좀 아쉽네.’

수십만 계약을 했더라면 더 큰 수익이 터졌을 텐데.

그러나 선물옵션 시장은 바로 제로섬 시장이 아닌가.

카운터 파트의 규모도 생각해야 하고.

그런 규모에 맞춰 수익 규모도 대체로 결정된다.

1억 3,838만 달러.

원화 가치로 대략 1,600억 원.

비록 철광석 독점에 가까운 선점을 통해 4조 원 넘게 벌었던 것과 비교한다면.

생각보다 가벼운(?) 수익이다.

하지만 이것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거액이 아닌가.

이것도 어마어마한 수치다.

거기다가 코스피200지수 콜 옵션 수익은 1,980억 원으로 잡혔는데.

잠시 후, 나는 이 결과들을 분석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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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금 옵션 7,570계약으로 1,600억 원을 벌었던 거네.’

코스피 옵션은 연중 지속적인 투자로 1,980억 원을 벌었던 거고.

그러나 전체 계약당 수익 면에서 코스피200지수 콜 옵션은 오히려 열세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지. 싹쓸이하다 보니 호가가 비싼 거 싼 거 가리지 않고 담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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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내 자산은 얼마나 될까?

기존 4조 6천억 원에 3,580억 원(=1,600억 원 + 1,980억 원)을 더하자.

4조 9,580억 원 정도가 되었다.

대략 5조 원에 이르는 자산.

거기다가 KH투자파트너스의 자본금은 2천억 원을 돌파했고.

외부 투자자들이 약정한 KH투자파트너스의 투자 운용자금은 어느덧 3천억 원(외부 자금)을 넘어선 상태다.

하나 같이 어마어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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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또 뭐가 남았지?’

우선, 열네 번째 투자, 파머 밀 코퍼레이션 개별주식옵션 투자는 현재 진행형이고.

그 외 비트코인도 남아 있고.

대강화학도 있다.

거기다가 철광석 콜 옵션을 대량 매도하는 과정에서 매수했던 풋 옵션은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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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철광석 풋 옵션이 아직 남아 있었어.’

그때 매수한 게 대체 몇 계약이었나?

얼른 나는 상황을 확인해 봤다.

그러고 보니, 철광석 특수는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투자가 투자를 부르네.

이건 얼마나 수익이 나올까?

그리고 잠시 후.

으음. 잘하면 300억 원, 400억 원 정도 수익이 되려나.

그런 수익을 어림짐작한 뒤.

나는 다른 생각을 살짝 했다.

‘이걸로 뭘 좀 살까?’

영국? 아니면 미국?

그리고 모처럼 해외여행도 좀 가고.

릴렉스!

참, 유람선 여행은 어떨까.

유럽 유명 경매소를 통한 미술품 구매도 포함하고.

슈퍼카 쇼핑 역시···.

하하.

과연 어떤 게 좋을까?

순간, 입가에 미소가 감돌다가.

잠시 후, 나는 뒤늦게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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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나는 거실로 나왔다가 나도 모르게 두 눈이 한없이 커졌다.

뜻밖의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

갑자기 창밖으로 하얀 세상이 보였기 때문이다.

12월 중순.

그런데 벌써 눈이 이렇게 많이 내릴 수 있다고?

내가 모르는 사이, 하얀 눈들이 펑펑 쏟아진 것 같았다.

사실, 올해 한파는 엄청날 거라고 했고.

폭설 예보가 많을 거라고 했는데.

요 며칠간 추운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더니.

하얀 눈들이 밤새 펑펑 쏟아진 것 같았다.

설국의 세상.

눈부시고.

온통 하얗게 변한 설국의 모습에 나는 피식피식 웃고 말았다.

은근히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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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동네 길에도 눈이 많이 내렸다.

도로가 얼어붙었고.

차량 통행이 힘들어졌다.

경호원들이 스노우 체인을 차량 바퀴에 감는 동안.

이때, 나는 잠시 산책 겸 밖으로 나왔다.

하얀 눈이 내린 골목길을 기분 좋게 잠시 걸었는데.

온통 다른 세상에 온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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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저기요··· 혹시··· 선생님! 선생님!”

조금 걷다가 이제 집으로 돌아가던 중.

희미하게 들려오는 듯하다가.

갑자기 크게 들려오는 목소리.

그 목소리에 나는 바로 고개를 돌렸다.

김성태 팀장은 날카로운 눈으로 잠시 쳐다보다가.

내 표정을 확인한 뒤 물러섰다.

나처럼 두꺼운 외투로 무장한 누군가가 빠르게 다가왔는데.

손이 시려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나와 다르게.

상대는 털모자에 털장갑까지 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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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혹시 그 차고 공사···?”

“아! 유진씨! 어쩐 일이세요?”

아침 7시.

이 시각, 동네 길에서 만난 게 참 희한한 일이다.

“그러는 선생님은 어쩐 일이세요?”

“다른 분들이 스노우 체인을 감고 있어서 그동안 산책 좀 하려고요. 주변이 너무 이뻐, 그냥 강아지처럼 나왔습니다.”

두꺼운 털모자 때문에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박유진 사장.

그러나 그 말에 그녀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해진 것 같았다.

“근데 유진씨는 어쩐 일이세요?”

“아, 제가 저쪽 동네에 사는데, 걸어서 사무실까지 가려고요. 차를 가져갈 수가 없어서.”

“아.”

“참! 차고 디자인·설계안은 제가 보내드렸는데, 혹시 보셨어요?”

대답하는 와중에 그녀의 하얀 입김이 온통 하얗게 번진다.

아차!

“제가 좀 깜빡했습니다. 오늘 중으로 무조건 확인하고 연락드릴게요. 죄송합니다.”

“아뇨. 괜찮아요. 천천히 보시고, 나중에 한 번 연락 주세요. 그럼 전 가볼게요.”

뽀드락 뽀드락.

눈 밟는 소리.

잠깐의 만남 뒤, 점점 멀어지는 박유진 사장.

나는 잠시 쳐다보다가.

다시 하얀 입김을 토해내며 등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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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잠시 뒤.

저택에서 차는 출발했다.

그러나 얼어붙은 눈길 때문에.

동네를 빠져나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래도 큰 도로는 제설 작업이 이미 진행된 터라.

크게 무리 없어 보였고.

우리는 정속으로 달린 끝에 무사히 회사에 도착했다.

그리고 회사 업무를 시작하고 나서 얼마 뒤.

오늘 아침에 막 게재된 코스피 분석 기사와 철광석 선물 기사 하나를 각각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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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투자증권, 내년 코스피 2,300선 예측···]

“···한성투자증권 김전호 애널리스트는 올해 증시가 지루한 보합세에 시달렸으나 내년부터 크게 반등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나긴 통화 긴축 사이클은 어느덧 해소되었고,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가 다시 살아날 것이며, 내년 2분기 코스피 지수는 2,300선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또 다른 기사.

[철광석 톤당 85달러 시대, 지난 3일간 10% 급락···]

“···철광석 선물가격이 지난 3일간 10%가량 급락했다. 중국발 철광석 재고량 급증에 따른 철광석 선물 호가의 시소게임은 결국 철광석 선물 호가 하락을 촉발한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중국의 철광석(Fe 62%) 수입 가격은 CFR 톤당 80달러 선을 기록하고 있으며, 연중 최고점인 CFR 톤당 116달러보다 크게 하락한 상태다. 특히, 싱가포르 거래소에 따르면, 내년 1월 인도분 철광석 선물 호가는 빠르게 추락하고 있으며···.”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철광석 선물 호가.

그 기세는 역전됐다.

‘이렇게 되면 내년 1월물 풋도 폭등세가 되는 건데.’

턱을 쓰다듬으며.

나는 수백억 원의 추가 수익을 생각했다.

그리고 문득 나를 위한 선물.

그에 걸맞은 여행과 쇼핑(?)을 잠시 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러갔고.

어느덧 오후 3시가 되었을 때.

갑자기 전화가 왔다.

한세빌딩 안내 데스크에서 온 전화인데.

홍콩 출신의 어느 중국인.

그가 날 찾는다는 것과 통화를 직접 하고 싶어 한다는 말들을 안내 데스크 직원은 나한테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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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도대체 누구지?

홍콩 출신 중국인?

마빈 칭?

으음.

내가 모르는 사람인 것 같은데···.

무시해야 하나.

나는 잠시 고민했다.

그러고는 다시 달력을 쳐다봤다.

크리스마스 시즌부터 연말까지 쭉 이어지는 기간.

그 기간에 휴가를 잡으면 딱 좋을 것 같은데.

그럼 내 휴가는···.

그런데 그 생각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참! 이 전화는 어떻게 하지?

나는 다시 고민하다가.

‘쿵칭페이 홍콩 선물 투자사’라는 정확한 소속 때문에.

결국, 그 전화를 그냥 받기로 결정했다.

“전 괜찮습니다. 마빈 칭씨라고 했죠? 우선, 전화를 받겠습니다.”

“아, 그러시겠어요? 그럼 제가 전화를 바꿔드리겠습니다.”

그러고는 잠시 후, 낯선 영어 발음이 내 귀에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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