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화 핵무기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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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대한항공에서 알려드립니다! 연결편 항공권을 소지한 승객들은 탑승권을 준비하시고 환승 카운터를 통해 이동해주십시오···.”
“···한국을 방문하시는 승객님들께 알려드립니다! 외국인 손님들께서는 반드시 입국 신고서를 입국 수속 중에 제출해야 합니다···.”
“···저희 아시아나항공에서 알려드립니다! 저희 아시아나 연결편 OZ-70X편 항공권을 소지하신 고객님께서는 즉시 환승 카운터를 통해 이동해주십시오···.”
잠시 후, 좌우를 두리번거리다가.
쿵칭페이 홍콩 선물 투자사 대표 마빈 칭은 잠시 멈춰섰다.
20대 후반의 나이.
얼굴이 유난히 하얀 그는 짙은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낸 뒤.
어수선한 입국 수속장을 가만히 쳐다봤다.
“이쪽입니다.”
두 명의 건장한 보디가드들.
그들은 각자 자신의 큼직한 캐리어를 끌고 있었고.
마빈은 성큼성큼 입국 수속장으로 다가갔다.
한국방문은 처음이다.
지형적으로 동양의 작은 나라.
그러나 경제가 크게 부흥한 나라.
한국은 반도체 강국인 것도 잘 알고 있고.
자동차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국가인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여긴 무대가 작아.’
코스피 지수가 아직 2천 포인트에 다다르지 못했다.
증시 규모가 무척 작고, 흔들림에 취약하다.
선물 시장도 형성되어 있으나.
대다수 지수선물에 집중되어 있다.
외국계 글로벌 펀드들의 놀이터다.
‘이왕 온 거, 시간을 허비할 순 없어.’
아쉽지만 니니 첸에겐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그냥 자신이 해야 할 일이고.
중국 정부가 자신에게 원하는 일이다.
자신은 그냥 수행하면 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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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홍콩에서 오신 마빈 칭 선생님 되십니까?”
유창한 영어 발음.
공항 건물에서 나온 마빈은 해가 막 떠오르는 듯한 어슴푸레한 하늘을 가만히 쳐다봤고.
그러고는 공항 도로 앞에서 보디가드들과 함께 대기하던 중.
때마침 대형 벤츠 SUV가 멈춰선 뒤 운전석의 젊은 남자가 뛰어나오자, 바로 그쪽을 응시했다.
“네. 제가 마빈입니다.”
“아, 선생님. 어서 타십시오. 거기 캐리어는 트렁크에 넣어주시고···.”
뒷좌석 문이 열렸다.
마빈은 뒷좌석에 앉았다.
그사이, 자신의 캐리어들은 트렁크에 들어갔고, 트렁크 문은 곧 닫혔다.
보디가드들은 조수석과 자신의 옆자리에 각각 앉았다.
한편, 남자는 뛰어와 운전석에 앉았고.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제가 알아야 할 게 있습니까?”
“아뇨. 바로 호텔로 가죠.”
호텔 도착 즉시 해야 할 일들이 있다.
잠시 그런 걸 생각하다가 마빈은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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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도대체 그자는 누굴까?’
한세빌딩에 자리잡고 있고.
중국 국가안전부에서 가져온 정보에 의하면, 세계적인 헷지 펀드 랜드브리지 캐피탈의 나단 메이어 킴 이사도 그 빌딩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한세빌딩에 두 명의 거물이 있다?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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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혹시 서로가 손을 잡았나.
서로가 연대 관계인가.
상황이 생각보다 안 좋을 수도 있다.
특히, 랜드브리지 캐피탈이 주도한 일이라면, 좀 더 심각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중국 정부는 극도로 글로벌 헷지 펀드에 대한 반감이 심하다.
과거 러시아를 공격했던 것도 글로벌 헷지 펀드들이었고.
호시탐탐 중국 시장을 노리고 있는 것도 글로벌 헷지 펀드들이다.
마빈은 머릿속 생각이 계속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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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살의 나이에 마빈은 미국 MIT 수학과에 입학했고.
19살의 나이에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살의 나이에 월스트릿 IB은행에 입사했고.
그러고는 24살의 나이에, 중국 정부의 끈질긴 요청에 응하며.
과감히 중국을 택한 뒤 홍콩으로 들어왔다.
그때, 쿵칭페이 홍콩 선물 투자사를 창업했으며.
지난 5년간 부지런히 뛰었다.
지난 3년간 투자 수익은 미친 듯이 급증했는데.
미 선물 시장 투자에서만 무려 8억 달러가 넘는 찬란한 수익을 올린 것이다.
투자사는 순식간에 커졌고.
수많은 투자금들이 몰리면서.
현재 자산 운용금은 무려 200억 달러에 이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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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이쪽으로 가시죠.”
잠시 후, 호텔 체크인을 마친 뒤.
정장 차림의 호텔 직원 두 명과 보디가드들과 함께 마빈은 호텔 최상층까지 이동했다.
“···앞으로 한국에 머무시는 동안, 불편함이 없도록 저희 호텔에서는 버틀러(집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관광, 쇼핑, 교통, 비즈니스, 그 모든 부분에서 저희는 최선의 서비스를···.”
“흠! 잠시만요.”
“네?”
“제가 머물 방에 인터넷 회선은 초고속 업무용 전용 회선으로 준비되어 있습니까? 그런 요청을 제가 이미 했습니다.”
흠칫하며 마빈을 쳐다보는 직원.
“(아, 정훈씨? 혹시 인터넷?) (네, 다 조치했습니다) 아, 손님! 특별히 전용 회선들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직원은 다시 미소를 지었고.
마빈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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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입니다.”
잠시 후, 최상층에 도착했고.
호텔 직원 한 명이 호텔 방문을 힘껏 열자, 아주 넓은 실내의 모습이 마빈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러나 마빈은 개의치 않고.
서재로 들어가, 인터넷 회선 라인과 그 속도에 더 신경을 썼다.
“그럼 됐습니다. 제가 좀 바빠서 그런데. 전속 버틀러는 제가 전화 드릴 때까지 대기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전까지 이 방 출입을 최대한 삼가해 주십시오.”
“아, 출입을요? 캐리어는···.”
다행히 이때, 벨보이가 캐리어들을 싣고 나타났는데.
이때, 마빈은 바로 지갑을 열더니.
미화 100달러짜리 지폐 두 장을 벨보이한테 건넸고.
눈앞의 호텔 직원들한텐 각각 100달러를 팁으로 건넸다.
“감사합니다. 저희는 나가 있겠습니다.”
그렇게 직원들과 벨보이가 나간 뒤.
마빈은 서둘러 노트북 세 대를 꺼내 서재 데스크에 배치했고.
보디가드들을 밖으로 보내 문밖을 지키게 했다.
그 일들을 마친 뒤, 그는 서둘러 스마트폰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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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카이! 어떻게 되고 있어?”
“보스! 준비는 끝났습니다.”
그러나 현재 시각 기준, 한국증시는 아직 오픈 전이다.
“그리고 보시면 아시겠지만, 코스피 지수 흐름은 지난 한 달간 계속 밋밋합니다.”
“탕꿔이! 바꿔!”
“네!”
“탕꿔이!”
“네! 보스!”
“장이 시작되면, 5분 뒤, 바로 매수 시작해! 우리 목표는 코스피200지수 265포인트다! 무조건 올린다! 탕꿔이! 무조건!”
현재 코스피200지수는 257.98포인트다.
이 포인트를 거의 7포인트 가까이 올리는 일.
이게 절대 보통 일이 아니다.
엄청난 자본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실물 자산인 주식을 대량 매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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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느덧 시간이 되었다.
“매수 시작해!”
날카롭게 외치며 지시를 던지는, 작은 거인 마빈.
그는 차가운 눈으로 코스피 차트를 응시했다.
지난 11월, 한국에 있었던 코스피 쇼크 사태를 마빈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쇼크를 유발한 이들이 비록 영국인, 프랑스인들이지만, 시작점은 바로 홍콩 지점들이 아닌가.
결국, 지난 11월, 대량 물량들이 쏟아지며 코스피 지수는 순식간에 폭락하는 처절한 운명을 맞이했지만.
그러나 오늘 자신이 하려는 일은 코스피200 물량들을 대량으로 매수하여.
지수를 가파르게 폭등시킬 생각.
옵션 만기일 당일, 이런 일들은 지수의 급격한 변동세를 유발하는 일이고.
전자는 형사처벌 대상이다.
그러나 공격적 매수를 시작하는 자신은 어떤 문제조차 없을 것이다.
무섭게 파는 게 아니라.
신나게 사서.
모두가 즐거워지는 그런 일이 될 테니까 말이다.
‘오늘 대한민국 코스피 2,000시대! 내가 연다.’
마빈의 입꼬리가 쓱 길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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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 대형주 위주로 미친 듯이 쓸어 담고 있습니다.”
“보스! 주가 상승이 가파릅니다!”
“보스! 매도세 저항이 심합니다!”
“보스! 자금 소진율이 큽니다. 계속 진행할까요?”
“보스! 저항이 심상치 않습니다!”
“보스!”
“보스!!”
“아! 붙었습니다!”
“보스! 여기도 갑자기 붙었습니다!”
“다들 따라붙고 있습니다!”
“보스! 갑자기 다른 곳에서 매수세가··· 한국 기관투자자들, 글로벌 IB은행들··· 미친 듯이 사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 감탄하는 듯한 직원들의 목소리가 폰을 통해 들려왔다.
“탕꿔이! 1월물 콜 옵션 물량 추가는?”
“2,580계약! 추가 확보했습니다!”
오케이!
진정 네 마녀의 날이다.
이 정도의 분위기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지난 11월의 지수 추락이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면.
오늘의 지수 상승은 사회적 환호성을 만들 것이다.
물론, 자신은 천문학적인 ‘해피 머니’를 벌게 될 테지만.
똑똑한 사람들은 해피 바이러스를 퍼뜨리며 돈을 버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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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 곧 2천선 돌팝니다!”
“그럴 수밖에 없지. 내 예측 모델에선 한국은 무조건 2천선을 돌파하게 돼 있어!”
그리고 실제, 코스피 지수는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 마빈 칭은 자신의 노트북 세 대를 움직이면서.
프로그램 매매 방식 초단타거래도 즉각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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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증시 주요 속보입니다! 코스피 지수는 오늘 장중 2,000선을 돌파하며, 2008년 금융 사태 이후 다시 2,000선 고지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장 초반, 상승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현재 2,016.33선까지 상승했고, 코스피200 종목의 지수는 264포인트까지 급격하게 상승했습니다. 전날, 매도 우위였던 외국인들은 갑자기 매수세로 전환하며 외국인의 매수세가 무척 뜨겁습니다. 현재까지 외국인들은 1조 3,390억 원을 순매수했고···.”
네 마녀의 날, 바로 당일.
나는 장중 코스피가 2,000선을 돌파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근데 이렇게 빨리 달성하다니.’
내가 기억하는 코스피 2,000포인트.
이 포인트는 적어도 12월 중순이 되어야만 달성된다.
그런데 오늘은 네 마녀의 날, 오늘은 무언가 이상하다.
갑자기 급격하게 추세 전환이 이루어졌고.
증시에 강력한 훈풍이 돌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미친 듯이 물량들을 털고 있고.
기관과 외인이 물량들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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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기분은 좋은데.
뭔가 기분이 좀 묘하기도 하다.
‘오늘 만기일의 코스피 지수가 원래 파란불일 텐데.’
그래서 지속적으로 물량 처분을 한 것인데.
현재는 코스피 지수가 쉴 새 없이 상승 중이다.
현재 코스피 지수는 2,026.30포인트.
전일 지수 종가인 1,962.52포인트와 비교한다면, 무려 3.25% 상승세가 아닌가.
‘증시 흐름은 진짜 알다가도 모르겠단 말이야.’
증시를 예측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단순히 패턴형 흐름이 아니라.
갑자기 급변하여 소낙비가 내리기도 하고.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변칙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현재 상황에선 만족감이 더 커졌다.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콜 옵션 청산.
호가는 더 날아올랐기 때문.
시세 차익은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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