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화 연말 풍성하게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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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트 투자.
모든 판단 근거로써 숫자를 사용하고.
그 숫자로써 결정하는 방식.
그 반대 개념은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A 레스토랑 음식은 조금 짜지만 맛있다.
B 레스토랑 음식은 달긴 하지만 간이 맞아 맛있다.
C 레스토랑 음식은 밋밋하긴 하지만 건강식이라 괜찮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느 레스토랑을 선호도 1위로 뽑아야 할까.
A?
혹은 B?
아니면 C?
결국, 정성적 평가에선 주관이 개입한다.
그래서 이런 정성적 평가에 따라 투자를 결정하게 된다면.
흔히 말하는 직관력 혹은 일종의 ‘감’이라는 것이 의사결정을 지배하게 된다.
‘아, 주가가 떨어질 것 같아. 오늘 팔아야지.’
‘아, 오늘은 좀 불안해. 파는 게 좋을 것 같아.’
‘아, 이 정도면 많이 올랐어. 더 늦기 전에 팔아야 돼.’
이런 게 바로 직관이고 ‘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에게 이런 직관과 ‘감’은 성공 확률이 절대 50%를 넘어서지 않는다.
그런데도 매번 이런 직관과 ‘감’에 의존하게 된다.
그러나 글로벌 투자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현재 주가에 대해 냉철히 평가하게 되고.
그런 평가를 기반으로 투자를 진행한다.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그런 평가가 수행되기 때문에.
전날 상한가 종목이라도.
다음 날 다시 적극적인 매수 공세에 나설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은 도무지 불안해서 그런 상황에선 적극적인 매수를 할 수가 없다.
그저 소극적인 매수일 뿐.
그래서 개인 투자자들은 늘 속시원한 저점을 꿈꾸는데.
현명한 투자자들에겐 그런 저점이 꼭 필요 없는 게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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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에 퀀트 투자 기법이 갈수록 매력적이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대단한 글로벌 펀드, ‘알파 펀드’.
퀀트 투자 헷지 펀드인 ‘D.E.쇼’, ‘투시그마(two sigma)’, ‘AQR 캐피털’ 등.
퀀트 투자 방식을 따르는 글로벌 펀드들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퀀트 투자는 더 진화할 수 있다.
머신러닝, AI 등.
새로운 기술들과 결합하면서.
점점 더 이상적인 투자 프로세스로 진화될 수 있다.
백테스팅의 성공 확률도 더 높아질 것이고.
효용성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그러나···.
나는 씩 웃으며 창가에서 등을 돌렸다.
이 시대의 퀀트 투자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
즉, 치명적인 약점이 그곳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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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황푸강 동쪽 마천루.
어느덧 해가 저무는 그 시각.
화려한 중국 상하이의 모습이 더 선명해지는 그런 시간인데.
도심 빌딩 숲, 마천루를 구경하기 위해.
사람들은 해질 무렵, 상하이 와이탄 쪽으로 삼삼오오 몰려들고 있었다.
- 와아, 저거 좀 봐.
- 멋있다!
- 빨리 사진 찍자!
- 와아아, 너무 찬란해.
웅성웅성.
그사이, 점점 더 선명해지는 도심 빌딩들의 화려한 변화들.
저무는 태양 빛을 받으며.
요란한 조명 불빛들과 어우러지며.
마천루는 거대한 금빛 휘광에 휩싸이는 듯했고.
요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중국 비즈니스의 성지, 상하이.
상하이의 저녁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는데.
한편 그 시각.
어둑어둑해지는 상하이조선소 건물.
그 건물 앞으로 대형 외제차 한 대가 조용히 멈춰 서고 있었다.
곧이어 뒷문이 열리며.
그 안에서 얼굴이 유난히 하얀, 잘 생긴 남자가 깔끔한 정장 차림을 하고서 걸어 나왔다.
이지적인 눈빛에 가늘고 짙은 눈썹
그는 유난히 빛나는 구두를 또한 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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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어서 오게. 칭 선생. 갑자기 상하이로 오느라 많이 힘들었을 텐데, 칭 선생의 헌신에 무척 감사하네.”
“아닙니다. 감사해 하실 건 없습니다. 국가의 부름에 헌신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하하! 이래서 우리가 칭 선생을 귀하게 여기지. 칭 선생의 애국과 당에 대한 충정은 큰 귀감이 될 거네. 자, 자. 앉지!”
잠시 후. 향이 은은한 차를 마시면서 대화가 시작되었다.
“이것들 봤지? 그리고 이건 좀 더 구체적인 자료인데.”
다른 서류를 넘겨 받은 남자는 한동안 그 서류를 유심히 쳐다봤다.
그러다가 얼굴엔 놀람이 확산되었고.
의혹과 의심이 가득해진 눈으로 쳐다보며, 고개를 들었다.
“미화 36억 달러? 이게 진짜 가능한 일입니까?”
“놀랍지? 기록적인 수치야.”
“이게 진짜 사실입니까?”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
그러나 그게 사실인 것 같았다.
“우리 국가안전부에선 이 사건에 대해 관심이 크네. 국가적 재고 확보가 시급한 자원 사업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네. 칭 선생,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겠나?”
그러나 남자는 그 질문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로지 너무 궁금했다.
“대체 어떤 펀드입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투자를 대체 어디서 한 겁니까!”
이때, 입 꼬리를 씩 올리며 웃는 중년인.
“펀드가 아니네.”
“펀드가 아니라고요?”
“그 모든 수익은 모두 단일 계좌, 개인 계좌로 들어갔네.”
순간, 믿을 수 없다는 듯.
짙은 눈썹을 꿈틀거리는 남자.
“근데 더 놀라운 것은 상대가 한궈, 한국에 있어.”
순간, 칭 선생, 아니 마빈 칭은 더 심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한궈 출신의 투자가?
그런 투자가가 36억 달러의 수익을 냈다?
비교적 단시간에 말이다.
“정말 믿기 힘든 사람이군요.”
일전에 생겼던 철광석 파동.
그 우려 속에서.
결국, 누군가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냈다는 말이다.
“칭 선생.”
“네.”
“칭 선생이 현재 이끌고 있는 쿵칭페이 홍콩 선물 투자사, 우리는 그 투자사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네.”
“항상 감사합니다.”
“그러나 이건 꼭 명심해야 될 거네. 당의 시야에서 벗어난 사업가는 절대 이 넓은 대륙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것! 절대 당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순간, 마빈 칭은 공손하게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중년인은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여기 상하이조선소가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아는가? 이곳 푸둥은 한때 허허벌판이었네. 황푸강 저 너머, 상하이 도심은 그때도 불야성같이 빛났지만, 여긴 아주 황폐했지. 그러나 지금 이곳은 벌크선, LPG선, 원유선, 여객선 등 온갖 대형 선박들을 건조하고 있네.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고의 조선소로 성장하고 있네! 칭 선생, 왜 내가 여기로 자넬 부른 것인지 알겠나?”
마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알 수밖에 없다.
철광석, 아니 철강산업과 조선 업종은 떼려야 뗄 수가 없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킴(Kim)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국인이야.”
한국인 킴?
마빈 칭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우선, 한국으로 들어가서 상황을 좀 파악해 보게. 우리 대국의 산업에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 전문가인 자네가 가서 확인을 좀 해 보게.”
“근데 죄송합니다만, 저는 단지 투자사 대표입니다. 제가 안전부 소속도 아니고.”
“그래서? 할 수 없다고?”
“아, 그게 아니라, 정확하게 어떤 일인지··· 아! 죄송합니다. 제가 투자사 일만 하다 보니,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합니다.”
“음. 그럼, 다시 말하지. 이번 파동보다 더 큰 파동을 일으킬 수 있는 인물인지 그걸 확인해주게. 이런 건 뉴욕 출신인 자네가 잘 판단할 수 있을 텐데?”
“아. 그건···.”
“아직 윗분들은 이 일엔 직접 관여하실 생각들이 없으시네. 우리도 웬만해서는 중국 땅을 벗어난 외국인의 일에 크게 간섭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국가 경제가 개방이 된 상태이고. 우리도 이제 외국 자본들과 더 치열하게 싸워야 할 때네. 당이 나서서 혼란을 수습하기 전에 칭 선생 같은 금융인들이 외부 자본 충격을 최대한 해소해줬으면 좋겠네.”
“······.”
“그래서 칭 선생이 한국으로 좀 가보게. 알겠나?”
“···네.”
“어떤 자인지 확인해 보고, 할 수 있다면 그자의 콧대를 좀 눌러주게. 칭 선생이 지난 3년간 미 선물 시장에서 획득한 8억 달러의 수익은 빛나는 성과가 아닌가.”
이때, 마빈 칭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이 제안을 섣불리 거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거부했다가, 나중에 어떤 일을 당할지 알 수가 없기 때문.
그리고 한편으론 호기심도 생겼다.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싱가포르 철광석 선물옵션 시장을 흔들었고.
천문학적인 수익을 단번에 휘어잡은 사람.
그러나 그런 호기심도 이내 귀찮다는 생각과 뒤엉켰다.
그냥 조용히 미국 시민권을 유지하며 뉴욕에서 살걸.
중국 정부의 해외 중국인 포용 정책에 마음이 흔들려, 미쳤다고 중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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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 있어?”
그로부터 한참 뒤.
상해의 ‘명동’.
난진둥로에 위치한 신스지에다완 백화점.
사실, 날이 완전히 저물고, 하늘은 온통 어둡지만.
온통 환하게 밝혀진 상하이 거리의 백화점.
그 1층에서 약혼녀를 만났다.
즈란 그룹의 장녀, 니니 첸이다.
자신보다 키가 큰 니니 첸.
그래서 한때 어색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은 마빈.
그는 이내 쓴 미소를 지으며 손을 저었다.
“아무래도 내일 아침 비행기로 다시 가야 할 것 같아.”
“마빈! 오늘 왔잖아? 바로 간다고?”
“아, 일이 좀 있어.”
그러고는 마빈은 머리를 긁적였다.
“한국에 출장을 가야 돼.”
“갑자기 한국은 왜?”
“이것저것. 아! 내가 CPC파이낸셜 쪽과 일을 같이 하잖아.”
“그래서?”
“한국 증권사와 일을 하는 게 있어서, 협의 건들도 좀 있어. 어쨌든 나도 CPC파이낸셜 이사잖아.”
“휴가 아니었어? 2박 3일?”
당의 부름에 혹시 몰라 휴가까지 잡아 놨는데.
이미 상황 판단은 끝난 상황이었다.
“미안. 쇼핑 잠깐 하고, 바로 저녁 먹으러 나가자. 내가 좋은 곳 예약해뒀어.”
웃으며 마빈이 말하자.
그제야 표정을 바꾸며 그녀는 팔짱을 꼈다.
“근데 급하게 한국으로 가는 걸 보면, 심각한 건 아니지? 혹시 내가 알면 안 돼?”
아름다운 약혼녀 니니 첸.
그녀는 지적인 기운이 가득한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고.
마빈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 일에 대해 말하는 게 낫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도 했다.
약혼녀 니니 첸.
그녀도 상당히 똑똑하고 힘 있는 여자다.
중국 최대 펀드들.
퍼플스카이 캐피털, 화촹증권, 전거펀드, 세콰이어 차이나 펀드 등.
이런 펀드에 비견되는 즈완 차이나 펀드.
그녀는 ‘즈완 차이나 펀드’의 이사이자 대주주였다.
<84>
“하하, 여깁니다! 대표님!”
어느덧 해가 저문 시각.
일을 마친 뒤.
한세빌딩 1층으로 걸어 나오자, 바로 앞 도로에 정차 중인 외제차 앞에 선 최세진 상무는 힘껏 손을 흔들었다.
직접 식사 장소까지 모시고 가겠다며.
오후 통화 중에 그렇게 신신당부까지 했는데.
하지만 나는 이제 경호원들과 같이 움직이게 된 상황이라.
조금 상황적으로 애매했다.
그래서 다가가, 잠깐 사정 이야기부터 했다.
그러자 최세진 상무는 할 수 없다는 듯, 뒷좌석 문을 열어준 뒤 재빨리 운전석에 앉았다.
결과적으로 김성태 팀장과 내가 같이 타게 됐고.
나머지 경호원들은 내 차량과 자신들의 경호 차량에 각각 나누어 타고서 뒤따르게 되었다.
잠시 뒤 우리는 식사 장소인 한정식집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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