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물이 되어버린 투자자-86화 (86/138)

84화 열네 번째 투자 - 거인과의 전쟁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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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주씨. 어디세요?”

“네. 저는 퇴근하고 집에 도착했어요.”

“아, 그래요? 저는 지금 신호대기 중인데.”

“기사 봤어요!”

“그러셨군요. 저는 적응 중입니다.”

“걱정 마세요. 잘 되실 겁니다.”

걱정?

근데 내가 걱정을 하나?

내가?

그건 아닌데.

불안하긴 하지만.

단순 불안함이 아니다.

뭔가에 대한 기대감에서 출발된 불안감.

앞으로 펼쳐질 거대해질 무언가.

그런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자 불안감이었다.

“현주씨, 제가 다음에 다시 전화 드릴게요. 신호대기 곧 풀릴 것 같은데.”

“···네. 그러세요.”

이때, 아쉬움이 묻어나오는 목소리가 잠시 귀에 들려왔는데.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나는 다시 액셀을 밟았다.

잠시 후, 내가 도착한 곳은 어느 경호업체 사무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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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여기 사인하면 됩니까?”

“네. 이쪽도 사인해 주세요. 그리고 장기수행 경호원 파견 계약은 매달 계약이 갱신됩니다.”

“다 된 거죠?”

“네. 다 됐습니다. 그리고 사은품으로 이 전술자켓을 드릴 수 있는데, 가져가시겠습니까? 미국에서 수입한 겁니다.”

그러면서 담당자는 세련된 야상 자켓를 가져왔다.

주는 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렇게 상담을 마치고 계약까지 끝냈는데.

경호 계약이라 특별할 것이 없다.

잠시 후, 우리는 악수했고.

나는 곧장 경호회사에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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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2시간 정도 소모한 것 같아.’

경호회사에서 경호원 정보들을 확인하고.

상담을 마친 뒤.

세부 계약들을 체결했는데.

이곳 경호원들은 2인 1팀 체제다.

나는 총 5개 팀과 계약했고.

인원수는 총 10명이다.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경호원들을 특수부대 하사·중사급 출신들로만 뽑았다.

그래, 이 정도면 됐다.

한남동 집이 너무 큰 터라.

이 정도 규모의 인원이면 충분할 것 같았고.

경호원들은 각종 경호 장비들을 착용할 거라고 하니 충분한 무력 확보도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경호는 하루 2교대 형식.

낮 2팀.

밤 2팀,

그리고 나머지 1팀은 지원 업무를 맡게 될 것이다.

내일부터 그런 경호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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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또 전화를 했네?’

박현주였다.

경호업체 계약 때문에.

나는 아직 저녁 식사를 못 하고 있었는데.

뒤늦게 어느 유명 스시집으로 들어갔고.

주차장에 주차를 마친 뒤.

스마트폰을 확인해 보니.

중간에 전화가 왔었나 보다.

무슨 일이지?

나는 진동 상태인 스마트폰의 화면을 쳐다보다가 곧이어 통화버튼을 다시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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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현주씨, 접니다.”

“아, 지금 어디세요?”

“경호 계약 마치고, 스시집에 도착했습니다. 저녁 먹으려고요.”

“근데 이렇게 늦게요?”

“항상 그렇죠 뭐. 근데 전 괜찮습니다.”

“대표님, 그럼, 혹시 제가···.”

“네?”

“아, 아니에요. 대표님. 맛있게 드세요.”

“근데 혹시··· 다른 이야깃거리가 있으세요?”

“···아, 그 이야기 때문에 제가 전화 드린 건데.”

“말씀하세요.”

“회사에서 대표님을 사외이사로 모시려고 준비한다고 들었습니다.”

사외이사?

난 처음 듣는 이야기다.

그럼, 순전히 내부 소식인가.

“···김인범 부사장님이 추진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먼저 알고 계세요.”

“아, 감사합니다. 현주씨.”

“그럼, 식사 잘 하시고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그러고는 우리는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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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도대체 이건 또 뭘까.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인수합병 협력.

컨소시엄 구성.

미래증권 홍보.

이런 생각들이 떠올랐으나.

정확한 답을 알 수가 없다.

그래도 미리 아는 게 더 나으니까.

‘현주씨한테 계속 고마워지네.’

계속 도움을 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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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도 좋고, 머리도 좋고, 학벌도 뛰어난 박현주.

외모 역시 뛰어난 여자.

어디 하나 부족함이 없는 그녀.

근데 나한테 관심이 있는 게 확실하다.

나는 피식 웃다가.

다시 스마트폰을 쳐다봤다.

아까 정덕이랑 강석이 누나한테서도 연락이 왔던 것 같은데.

비록 늦었지만.

전화를 하는 게 당연한 일.

‘근데 누구부터 하지?’

결국, 정덕이부터 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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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엉! 저 울 뻔했어요! 형한테 그런 능력이 있는지도 몰랐고, 형! 축하해요!”

잠시 후, 통화가 되자마자 고함을 지르는 정덕.

무척 흥분된 목소리다.

“고맙다. 넌 잘 지내?”

“미안해요. 연락도 잘 못 하고. 택배 일이 너무 바빠서···.”

“나도 미안하다. 너무 바빠서. 참, 건강은?”

“견딜 만해요. 형은 어떠세요?”

“나도 괜찮아.”

“근데··· 너무 궁금한 게 있는데.”

“어떤 거?”

“지금 저한테 천만 원 정도가 있거든요.”

“천만 원? 근데 그걸 어떻게 모았어? 월급 절반을 어머니한테 보낸다며?”

“퇴직금이랑 보상금 받은 것. 그리고 이것저것···.”

“그래서?”

“형 회사에 저도 돈을 맡기고 싶어서···.”

“우리 회사에?”

“네.”

“괜찮겠어? 투자사는 그 나름의 리스크도 있는데.”

“형, 잘 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날 믿고 맡기겠다고?”

“네.”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그때 호텔에서 잤잖아요. 저도 생각이 좀 많아졌어요.”

생각이 많아져?

어떻게?

“저도 꼭 부자가 되고 싶어요.”

나는 다시 웃었다.

“근데 투자는 잘 안 될 수도 있어. 원금을 날릴 수도 있고.”

그러고는 혹시 몰라 주의사항도 알려줬다.

“투자금 입금은 알아서 결정하고, 리스크도 잘 생각한 뒤 결정해. 알았지?”

그런데 잠시 후.

강석이 누나와의 통화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기사에 나온 내 사진을 보고서 누나는 너무 놀랐다는 것과 처음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제 내 회사에 투자금을 넣겠다는 것이다.

판단은 알아서 하라고 했음에도.

무조건 넣겠다고 한다.

그렇듯 지인들마저 나서서 넣겠다고 난리인데.

회사에선 상담 전화가 폭발하고 있고.

이런 식으로 돈이 모이게 되면 엄청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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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잠시 뒤.

나는 어느 유명 스시집으로 들어가, 이것저것 주문을 했다.

이곳 스시집은 일본 유학파 출신 젊은 여성 요리사가 운영하는 곳인데.

마케팅 차원에서 요리 메뉴를 모두 일본식으로 바꾸어 놓은 상태다.

간사이즈시, 이나리즈시, 지라시즈시, 마키즈시 등.

일본식 이름들이 메뉴에 있었고.

다행히 그 아래엔 간단한 한국말 설명들도 적혀 있었다.

잠시 후, 나는 시원한 생맥주도 같이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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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맛있다. 시원하고.

시원한 맥주에 맛있는 스시.

“생맥 한 잔 더 주세요.”

“스시도 좀 더 드릴까요?”

살짝 웃으며 날 쳐다보는 요리사.

20대 후반 정도의 나이.

무척 단아하고.

눈이 상당히 큰 여자다.

일본 여배우 같은 느낌이지만.

그러나 토종 한국인이라고 한다.

한편, 그렇게 여러 잔의 생맥주를 마신 뒤.

잠시 후, 나는 대리기사를 불렀고.

밤 10시 30분이 다 되었을 때.

마침내 한남동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81>

와! 근데 오늘 하루는 진짜 긴 것 같다.

언론사 인터뷰를 했고.

그리고 이후의 일들.

온갖 전화들이 폭풍처럼 밀려 왔고.

신변 경호를 위해 경호업체와 계약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과 생각보다 많이 통화할 수도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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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자. 다시 또 일을 시작해야지.’

한편, 나는 간단한 샤워를 마친 뒤.

체육복 차림으로 다시 서재로 내려갔다.

그리고 힘껏 기지개를 켜고서.

잠시 후, 컴퓨터와 모니터들을 켰다.

이제 열네 번째 투자를 시작할 생각.

비록 앞선 몇 개의 투자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미래를 위해 다시 집중할 순간이 온 것 같았다.

잠시 후, 실물 주식, 지수, 선물, 옵션 등의 차트 흐름에 몰두했고.

한참 뒤.

나는 몇 개 종목들을 골라냈다.

그리고 좀 더 압축시켰는데.

프로그램을 돌리면서 분석도 진행했고.

미래 지식들과 이리저리 합쳐지던 중.

마침내 아주 재밌는 종목 하나가 내 눈앞으로 갑자기 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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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머 밀 코퍼레이션.’

미국 주식 종목이다.

대형 농산물 유통·판매업체.

이 업체는 1932년도에 설립된 뒤, 식재료 유통, 판매 등을 영위하면서.

‘파머 밀’이라고 하는 대형 마트들을 미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고.

계열사인 미라클 푸드 코퍼레이션은 북미권 토마토, 아보카도, 멜론 등 신선한 농산물 포장 및 유통을 책임지고 있다.

이쪽 시장 점유율은 어느덧 30%에 육박하는데.

한편, 파머 밀 코퍼레이션은 부동산 투자 신탁 부분에서도 막강한 힘을 자랑하고 있다.

총 16만 에이크에 달하는 180개 미국 농장을 소유하고 있고.

이런 농장 부동산에 대한 임대업을 바탕으로 막강한 현금 자산을 구축한 뒤.

20년 전, 월스트릿 금융가에도 진출했다.

글로벌 펀드 ‘데이빗-보닐 펀드’가 바로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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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진짜 기가 막히네. 오늘 같은 날, 데이빗-보닐 펀드를 다시 기억하게 되다니.’

때마침 파머 밀 코퍼레이션 주가가 폭락해서 내 눈에 들어왔는데.

파머 밀 코퍼레이션에서 유래된 ‘데이빗-보닐 펀드’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글로벌펀드다.

연평균 수익률이 38%에 이르고 있고.

모기업의 ‘농부’라는 이미지와 다르게, 무척 공격적인 펀드다.

바로 이 펀드의 특이한 투자 스타일 때문인데.

수학 기반.

컴퓨터 기반.

이런 숫자와 투자 모델 등을 바탕으로 하는.

확률적, 논리적, 수식적 투자가 이 펀드의 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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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꺽.

근데 가능성이 있을까.

나도 모르게 조금 긴장이 된다.

오늘 타깃은 이전 투자와 조금 다르다.

이 종목에 숨어 있는 데이빗-보닐 펀드는 거인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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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트 투자, 근데 이게 참 대단하단 말이야.’

이 투자 기법 자체가 수십 년간 엄청난 수익을 보장했는데.

그러나 누구나 이 기법을 사용할 수는 없다.

‘퀀트 투자’는 수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하되.

개별 분석 툴과 각종 투자 모델 등을 장착한 뒤 시장 패턴과 흐름을 추적하고.

미래 가능성을 예측하는 투자 방식이다.

각종 수학적 이해가 필요하며.

새로운 모델들을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

그래서 개인 투자자들은 쉽게 적용할 수가 없다.

반면, 이런 투자에서 역대급 투자자가 있는데.

바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제임스 사이먼스 회장이다.

원래 그는 수학 박사학위를 가진 수학자이자 교수인데.

‘천-사이먼스(Chern–Simons theory) 공식’이라는 수학 공식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업적으로써 그는 당대 최고 수학자 반열에 오르기도 했으나.

갑자기 교수 일을 버리고 전업 투자에 나섰다

차트 분석, 수급 분석, 펀더멘털 분석, 미래 성장 가능성, 직관적 판단 등.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이런 것들은 하위 요소로 두고서.

경제 수학 이론 및 컴퓨터 프로그램, 시뮬레이션 등을 바탕으로 시장 패턴을 추적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각종 선물 투자를 진행했다.

30년간 600억 달러.

원화로 70조 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린 그는 이 퀀트 투자 분야를 개척했으며.

파생 투자 분야에서 독보적이고 신화적인 투자자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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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난 어떻게 할까?’

우선, 파머 밀 코퍼레이션은 무척 흥미로운 미국 주식 종목이다.

‘이 시점에서 건드리지 않고 넘어갈 수가 없어.’

작년 2009년, 34억 달러 매출을 보였는데.

이후, 매년 15%에서 20%까지 꾸준하게 성장하는 회사다.

‘재밌을 것 같은데.’

데이빗-보닐 펀드라는 위험 요소가 있으나.

그럼에도 거인의 다리 사이를 노리며, 그 빈틈을 노리며.

들어갈 수도 있는 일이 아닌가.

나는 잠시 턱을 쓰다듬으며.

차트를 관망하다가.

좀 더 생각을 정리할 필요성이 있어 조용히 서재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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