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화 폭발적 한세빌딩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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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김인범 부사장은 표정을 수습했다.
그리고 무척 진지해지는 모습이다.
사실, 미래증권 IB투자본부에서 현재 공식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것은 ‘대현통운’ 인수 프로젝트다.
그런데 도대체 내가 어떻게 ‘미성건설’에 대해 알고 있으며.
또한, 어떻게 그런 제안을 하는지.
김인범 부사장은 무척 궁금해하는 표정이었다.
“흠! 근데 그 귀속이라는 게 대체 무슨 말씀입니까? 제가 처음 듣는 이야기라서.”
나는 잠시 김인범 부사장을 가만히 쳐다봤다.
당황함을 억지로 감추려는 그.
그리고 어느새 그의 얼굴은 평정을 되찾고 있었다.
‘이럴 게 아니라 좀 더 세게 밀어붙여야겠어.’
이대로 미래증권이 모른 척하며 쏙 빠져나간다면.
유니파트너스 자산운용 인수까지 무척 험난한 일들이 예상될 수밖에 없고.
내 도움 없이는, 미래증권, 아니 미래그룹은 ‘미성건설’ 인수에 결국 실패할 것이다.
서로가 무척 힘들어진다.
잠시 후, 나는 좀 더 진지하게, 좀 더 힘을 주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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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건설! 미래건설!”
순간, 다시 당황하는 김인범 부사장.
“부사장님! 미성건설의 옛 사명이 바로 ‘미래건설’이 아닙니까?”
현재에서 과거를 관통하며.
나는 단숨에 핵심부터 찔렀다
“아, 근데 그걸 어떻게 아시고?”
다시 표정이 바뀌는 김인범 부사장.
그러고는 날 빤히 쳐다보다가.
할 수 없다는 듯.
우선은 그 사실을 인정했다.
“대표님이 어떻게 아시는지 모르겠으나, 미성건설이 미래건설인 것은 맞습니다. 회장님한테서 제가 얼마 전에 직접 들었던 이야깁니다. 근데 대표님께서 아실 줄은 몰랐습니다. 어떻게 아신 겁니까?”
“아, 저는 그저 우연히 알게 된 겁니다.”
“우연히? 우연이란 게 참 신기한데.”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그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요? 또 어떤 걸 아십니까?”
“미래그룹 박명식 회장님! 회장님의 동생이신, 故박윤식 회장님이 한때 ‘미래건설’을 운영하신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아, 그것도 아시는군요.”
“근데 안타깝게도, 박윤식 회장님의 사후, ‘미래건설’이 ‘미성건설’로 사명이 바뀌고, 오너 일가 역시 바뀐 거로 알고 있습니다.”
“음.”
“그리고 더 추가하자면, 과거 미래건설이 미래그룹으로부터 이탈하여 독립했으나, 그 마지막이 결코 좋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기회가 온 상황입니다! 미래건설을, 아니 미성건설을 미래그룹으로 합류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말입니다!”
김인범 부사장은 계속 고개만 끄덕였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고.
그런데 그것보다 내가 미래증권의 은밀한(?) 프로젝트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뭔가 다른 생각에 잠긴 것 같았다.
결국, 잠시 후, 그런 질문이 나한테 날아들었다.
“대표님, 우연히 그런 사실들을 알았다고 쳐도, 저희가 미성건설에 주목한다는 것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아직 공개된 것도 아닌데. 도대체 그걸 어떻게 아시고?”
당연한 질문.
그래서 나는 준비된 답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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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M&A 인수합병 시장에서 핫 매물로 떠오른 매물들이 몇 개 있지 않습니까? 하이딕스, 제이엠메딕스, 대현통운 등입니다.”
“음. 그래서요?”
“하지만 그중에서도 덩치가 너무 크지 않고, 인수전에 뛰어들더라도 부담감이 적고, 캐시카우(현금 창출) 능력이 출중하고, 디벨로퍼 등 부동산 및 향후 각종 도심 개발사업의 교두보가 될 수 있는 그런 매물은 누구한테나 매력적입니다.”
김인범 부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그 중에서 미성건설은 건설사 시공순위와 토건 시평액 등을 두고 봤을 때, 가장 매력적인 매물입니다.”
결국, 김인범 부사장은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동의하듯 말했다.
“인수합병이란 게 단순히 과거의 낭만에 젖어선 절대 접근할 수가 없어요. 회장님의 의견도 마찬가지십니다. 다행히 미성건설은 가치가 있죠.”
그러고는 그는 또 말했다.
“수많은 자금이 들어갑니다. 함부로 평가했다간 큰 피해를 입게 되고. 투자를 망치게 됩니다.”
“네. 맞습니다. 그래서 미성건설입니다!”
나는 검지를 내밀며 웃으며 강조했다.
그 모습에 김인범 부사장은 씩 웃었다.
“근데, 대표님은 대단하시군요. 과거 역사 사례까지 찾아보시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저희 의도까지 꿰뚫어 보시고. 어쨌든 이번만큼은 저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시 미소를 보이는 김인범 부사장.
“한데, 회장님께선 저 ‘미성건설’을 반드시 회수하겠다는 의지가 강합니다. 다만, 상황이 좀 힘듭니다. 무조건 성취해야 하는 것과 가능성을 재면서 효율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죠.”
인수 경쟁 때문이다.
과도한 경쟁이 발생하면, 인수가가 치솟는다.
“그럼, 대표님께선 이 인수과정에서 어떻게 저희를 도울 수 있습니까?”
사실상, 이 질문을 받기 위해 나는 기다렸는데.
잔잔한 미소를 지었고.
그때부터 좀 더 솔직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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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장님! 우선, 미성건설이 가진 가치가 각 입장마다 다르다는 것은 잘 아실 겁니다.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주택, 호텔 등 민간개발 사업 등의 추진, 도심 개발사업, 해외 투자 등, 다양한 목적성이 있습니다. 인수 작업에 뛰어들 업체들은 이런 ‘미성건설’이 가질 목적성에 맞춰 인수전략들을 짤 겁니다. 다만, 여기서 위협적인 주요 경쟁그룹들은 반드시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표님,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십시오.”
“부사장님도 아시다시피,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AEP), 스탠다드 차티드 프라이빗 에쿼티(SCPE), 버그크래비스 로버츠(KKR) 등, 국내 M&A 시장으로 진출한 외국계 펀드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대형화가 되고 있죠.”
김인범 부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런 외국계 펀드 계열에서 새로운 합류자들이 나타났습니다.”
“도대체 어떤 곳입니까? 좀 답답합니다.”
김인범 부사장은 재촉했다.
“그럼, 말씀드리죠. 뱅크 오브 뉴체이스. 글로벌 IB은행. 우선, 이곳의 투자력에 대해선 부사장님도 잘 아실 겁니다. 잭 걸리건 이사에 대해선 더 잘 아실 테고.”
“잭 걸리건? 잭이 정말 여길 노린다는 말씀입니까?”
“근데 또 있습니다. 랜드브리지 캐피탈도 있습니다.”
“설마?”
놀라는 김인범 부사장.
그리고 즉시 질문을 던졌다.
“대표님! 한데 그들이 ‘미성건설’을 노린다는 증거는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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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잠시 뒤.
“···미성건설은 현재 국내 시공순위 상위권에 있습니다. 토건 시평액 역시 8조, 9조 원 정도 되는 핫 매물이죠. 다만, 이 회사는 저번 지역 재개발 사업에 실패하면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상환을 못 해 법정관리가 현실화됐습니다···.”
날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김인범 부사장.
“그러나 시공사로써 미성건설의 노하우는 확실히 대단합니다. 자금난에 봉착했으나, 미성건설은 그 성장 잠재력이 확실하고 전망도 비교적 뚜렷합니다.”
다시금 고개를 끄덕이는 김인범 부사장.
“저번에 부사장님께선 기업 인수 역시 투자라고 했습니다. 불확실한 증시보다 이런 투자가 더 확실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그게 이유가 될까요?”
“우선은 이런 배경들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리고 더불어, 저는 나단 킴 이사를 직접 만나고 왔습니다.”
그 순간, 김인범 부사장의 태도가 확 바뀌었다.
“뭐라고 하던가요?”
다급한 목소리.
이때, 나는 미소를 참으며 대답했다.
“반도체 하이딕스. 거기엔 일절 관심이 없다는 거, 그건 확인했습니다.”
“···아, 근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러나 나는 도리어 반문하듯 다시 강조했다.
“아니, 그거면 오히려 더 충분하지 않습니까?”
흠칫하는 김인범 부사장.
그러고는 나는 좀 더 부연 설명을 했다.
“아시겠지만, 나단 킴 이사도 그렇지만, 뱅크 오브 뉴체이스의 잭 걸리건 이사는 빠르게 치고 흔드는 사람입니다. 미성건설이 딱 그런 상황에 맞는 매물입니다.”
빠르게 치고 흔든다.
기업을 사고파는 기간이 비교적 짧다는 말.
팔아치우면서도.
기업을 탈탈 털어가는 전략.
이런 쪽에 특화된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반면, 하이딕스 같은 대형 매물은 최대 10년을 봐야 하는 매물이라서 쉽게 만질 수가 없다.
“그런데 나중에 다시 사려면, 그땐 2배 이상의 비용을 치러야 할 겁니다. 그 때문에 제가 이 시점에서 다양하게 도울 수 있습니다. 혹시 인수과정에서 긴급 자금이 필요하시다면, 지분 참여 형식으로 제가 언제든 지원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내 제안은 잠시 후 끝났고.
나는 조용히 기다렸다.
구두 대화였고.
파트너십에 대한 협상이었다.
특히, 꿀리게 없는 내 입장.
잘잘한 증빙 따윈 필요 없었다.
그걸 아는 김인범 부사장.
그는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내가 내민 파트너 제안 선택지를 잡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았고.
날 쳐다보며.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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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이거 참! 언변력이 대단하시네요! 제가 대표님한테 좀 말린 것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네! 좋습니다! 그래도 확실히 좋은 조건입니다! 미성건설 인수에 투자도 해 주시겠다고 하시니.”
“네. 필요하다면 돕겠습니다.”
“하하! 하하하! 아주 좋습니다! 회장님께 바로 보고해야 할 사안 같습니다!”
그렇게 말을 마친 김인범 부사장.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손을 내밀었다.
나 역시 자리에서 일어서며 손을 잡으며 악수했다.
“부사장님. 좋게 생각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근데 좋은 것도 좋은 거지만, 이게 바로 윈윈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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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산운용사 인수과정에서 미래증권 인프라를 이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미래그룹이 독식하려고 했던 ‘미성건설’ 프로젝트에도 끼어들어.
‘미성건설’ 지분 획득도 가능하다.
그리고 훗날 대강화학 공장 부지 개발과도 연결될 수 있다.
한편, 미래증권에서도 내 제안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막대한 인수자금 확보 과정에서.
은행 등을 통한 대출 방식이 아니라.
나는 언제든 지분 투자를 해 줄 수 있다.
김인범 부사장은 이런 상황까지 생각한 듯.
새로운 파트너로서의 나.
나에 대해 감탄해 하고 있었다.
<78>
“대표님! 그럼 언론 보도는 어떻게 진행하실 생각입니까?”
그리고 그로부터 사흘 뒤.
KH투자파트너스 대표실.
조관형 변호사 등이 참여한 회의가 시작되었는데.
회계·인사팀 안세연씨, 프로젝트팀 김경민씨도 참석했다.
이번 회의 주제는 바로 코스피 옵션 투자 성공에 관한 것.
당시, 우리는 1,853억 원의 수익을 올린 바가 있는데.
비록 내가 주도했다고 해도.
KH투자파트너스 법인으로써 얻은 쾌거였다.
그래서 이런 성과를 계속 묻어두는 것은 다소 억울한 일이라.
언론 홍보를 시도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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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단순 보도자료를 신문사에 보내는 방식도 있고,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둘 다 진행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조관형 변호사는 그렇게 말했고.
곧이어 안세연씨도 의견을 냈다.
“기사가 터지고 나서 이슈화가 된다면, 방송사에서도 혹시 찾지 않을까요?”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잠시 후,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좀 더 들었고.
그런 뒤, 마침내 결론에 다다랐다.
“그럼, 이 건은 이렇게 하도록 하죠!”
그리고 그로부터 사흘이 다시 흐른 뒤.
점심때가 막 지나고.
이제 좀 한가해지던 한세빌딩 1층 로비.
그런데 이 한세빌딩 1층 로비가 갑자기 발칵 뒤집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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