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물이 되어버린 투자자-80화 (80/138)

78화 뜻밖의 기회

<74>

싱가포르 거래소(SGX) 웅옌첸 이사.

짧은 머리가 온통 백발인 그의 표정은 아주 심각했다.

좀 전에 집계된 어느 특정계좌의 철광석 선물 차익.

그 차익 때문이었다.

현재, 철광석 선물 거래는 활황이다.

그런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결국 현실이 되었다.

“이런 미친! 36억 달러입니다! 36억 달러!!”

“흠. 나도 알아! 웅옌첸 이사! 좀 진정하지! 으음. 우선은 어제저녁 위원회 명의로 한국 미래증권에 협조 요청을 보냈네.”

“위원장님! 혹시 우리가 지급을 막을 방도는 없습니까?”

“아니! 그건 불가능해! 합법적인 거래였고, 불법 요소는 저번에도 확인했으나 발견되지 않았네. 혹시 우리가 지급 정지를 하면, 사태가 커질 수 있어!”

그러자 누군가 외쳤다

“맞습니다! 저번 대만 사태와 같이, 트레이더들이 분노하면, 모두 홍콩 거래소로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 혼란을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그 말에 웅옌첸 이사는 인상을 팍 썼다.

대만의 경우, 과거 대만 정부에서 전격적으로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를 부과했다.

그 결과, 대만 거래소를 이용하던 외국인 대다수는 싱가포르 거래소로 넘어왔고.

그로 인해 싱가포르 거래소는 동남아 허브로 성장할 기반을 확보할 수 있었다.

“차라리 한국과의 협력을 중단하는 건 어떨까요? 이사들이 동의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인데?”

웅옌첸 이사는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 뒤.

좌우를 쳐다봤다.

그러나 대다수 이사들은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파생상품, 지수, 채권, IPO 등.

한국을 상대로 영업할 아이템들은 아주 많기 때문이다.

아시아권 허브로 성장하기 위해, 특히 싱가포르 거래소는 절대 한국 시장을 무시할 수가 없다.

“우선은 한국 미래증권에 항의를 넣도록 하고, 투기성 자금에 대한 우려를 천명하도록 합시다!”

“그 정도면 우리 뜻을 알 겁니다!”

그렇듯 장 마감 이후의 저녁 회의는 특별한 대책 없이 고성만 오간 채 끝나고 있었다.

#

그리고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어느덧 토요일, 일요일을 지나, 월요일이 되었다.

이날, 나는 유진 인테리어 박유진 사장과의 약속이 있어.

저녁이 되자, 일찍 저택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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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유진씨! 무조건 저 가건물을 없애고, 차고 형태로 그냥 개조했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나는 박유진 사장에게 짧은 설명을 마쳤다.

그러자 박유진 사장은 그 가건물을 잠시 쳐다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괜찮으시겠어요? 저긴 정말 창고나 다름없는데.”

“네?”

“혹시 안 보셨어요?”

그러고 보니 내가 딱히 관심이 없었다.

그냥 그 가건물이 필요 없다는 생각을 했을 뿐.

그리고 돈도 많은데.

새로운 차량들을 구매하려면 당연히 집 차고 확충은 필수였다.

#

“···정원 관리 때문에 제가 저번에 잠깐 확인했는데, 정원 관리에 필요한 도구들이 저기에 다 있을 겁니다.”

이 저택의 인테리어를 맡았던 박유진 사장.

그녀는 이 저택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상태다.

“그럼, 한번 직접 보세요.”

잠시 후, 가건물 문을 열고 내부를 확인했는데.

근데 뭐가 이렇게 많이 들어있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아 몰랐던 것들.

엔진식 잔디 깎기.

예초기.

호스.

공구 세트.

시멘트 2포대.

삽, 호미 등.

다양한 물건들이 그곳 선반 혹은 바닥 위에 놓여 있었다.

잠시 당황하는 내 모습에 박유진 사장은 살짝 웃었다.

“꼭 차고가 필요하세요?”

“네! 필요합니다. 집 전체 크기에 비하면, 차고가 좀 작은 편이죠.”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새카만 눈동자에 총기가 가득한 박유진 사장.

그녀는 작업복 차림에 롱패딩을 입고 있었는데.

롱패딩 안에서 수첩과 볼펜을 꺼내더니.

가건물 내 선반 의자에 앉아 뭔가 적기도 하고 뭔가 그리기도 했다.

#

그리고 잠시 뒤.

“보세요. 이건 어떠세요?”

그림은 차고 내부 디자인 모습인데.

차고 내부의 좌측, 우측, 후면에 선반 등을 세워 물건을 비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간 활용이 잘 될 거고, 차고로써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순간, 나는 만족스러웠다.

“그럼, 제가 디테일하게 짜서, 다시 보여드릴게요. 측량도 필요해서 저희 기사 아저씨랑 다시 방문할게요.”

그렇게 얼른 일들을 마친 박유진 사장.

그녀는 바쁜 듯 얼른 등을 돌렸다.

#

‘근데 참 열심히 일하며 사네.’

인테리어 공사를 쉴 새 없이 하다 보니 늘 작업복 차림인 박유진 사장.

오늘도 하루 내내 작업장에 갔다가.

저녁이 되어서 여길 찾은 거라고 했다.

그녀는 인테리어 전문가지만.

직접 발로 뛰는 현장 전문가이기도 했다.

#

‘어쨌든 차고가 늘겠다.’

새로운 차도 몇 대 더 살 수 있을 것 같고.

한편, 나는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코끝이 약간 시린 것을 느꼈다.

점점 더 차가워지는 늦가을의 저녁 공기.

‘조만간 겨울인데.’

이번 겨울은 유난히 이상 한파가 많을 거라고 한다

기상 이변으로 인한 겨울 폭설도 무척 심하게 이어질 거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은 견딜 만한데.

‘참, 현주씨가 나한테 볼 일이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도대체 뭘까?’

오늘 낮에 잠깐 걸려온 박현주의 전화.

그 전화를 떠올린 뒤.

나는 스마트폰을 바로 꺼냈다.

그러고는 곧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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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현주씨!”

“네, 대표님.”

“혹시 저녁 드셨어요?”

“아, 아뇨. 지금 회사에 있습니다.”

“야근하세요?”

“야근은 아니고. 일이 좀 남아 있어요. 근데 곧 끝날 겁니다.”

“아, 그래요? 그럼, 현주씨! 낮에 잠깐 전화 주신 거. 혹시 무슨 일이죠?”

“바쁘신 것 같아 제가 잠깐 말씀드린 건데, 대표님께 저희 회사 전달 사항이 있습니다.”

“저한테요?”

“네.”

“그럼 직접 만나서?”

“네!”

“아, 그럼 이렇게 하죠. 혹시 지금 시간 되세요? 하던 일 마무리하시고, 밤 8시 정도? 식사를 안 하셨다면서요? 제가 사겠습니다.”

“대표님, 전 괜찮습니다.”

“아뇨. 제가 사겠습니다. 혹시 시간이?”

“잠시만요.”

잠깐 조용해졌다가.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능할 것 같아요. 그럼 어디서 만날까요?”

“제가 바로 문자로 드릴게요.”

“네.”

“그럼, 조금 있다가 뵙도록 하죠.”

그러고는 전화는 끊어졌다.

#

잠시 후.

‘아, 저녁인데, 식사 장소는 어디가 좋을까?’

뒤늦게 머릿속으로 궁리하다가.

오래전, 기억을 떠올린 뒤.

서재로 들어가 노트북으로 검색해 봤다.

‘여기다!’

아슬아슬했다.

그 가게는 작년에 오픈한 상태다.

그러고는 대략 20년 넘게 그 가게는 유명세를 치르며 운영될 텐데.

‘확실히 여기가 엄청 맛있는 데야.’

나는 곧이어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서둘러 준비를 했다.

다시 정장을 입었고.

넥타이를 맸고.

향수도 살짝 뿌렸다.

그리고 손목시계도 착용했다.

서두르자!

그러고는 얼른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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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어느덧 밤 8시가 가까워지는 시각.

“현주씨! 여깁니다!”

박현주는 시간에 맞춰 나타났다.

회사에서 막 퇴근한 그녀.

그녀는 저번 수능 때 봤던 모습과 큰 차이가 없는데.

그러나 옷차림은 바뀌어 있었다.

더 추워진 날씨 때문에.

회색의 긴 코트를 입고 있었고.

목 주변엔 검정 머플러로 감싸고 있으나.

의외로 무릎 위쪽까지 훤히 드러나는 짧은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한 손엔 가방을 들고 있었고.

무척 지적인 커리어우먼다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조금 짙은 아이라인과 붉은 입술은 유난히 빛이 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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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발소리와 함께 그녀는 다가왔고.

나한테 인사했다.

한편, 그녀의 코트를 받아 한쪽 옷걸이에 걸어뒀는데.

기다리고 있던 웨이터는 그녀가 의자에 앉은 걸 도와줬다.

나는 잠시 기다렸다가 비슷한 속도로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뜻밖이다.

박현주는 무척 밝은 표정이다.

입구에서부터 테이블까지 오는 동안.

정신없이 날 쳐다봤는데.

표정이 뭔가 말하고 싶어.

안달이 난 그런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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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네?”

갑자기 목소리가 너무 큰데?

박현주가 저렇게 목소리가 커질 때가 있나.

그리고 눈은 왜 저렇게 반짝반짝 빛나지?

“대표님, 아까 이야기 들었습니다.”

이야기?

무슨 이야기?

“철광석···.”

그 순간.

나는 움찔하며 박현주를 쳐다봤다.

지난 목요일에 있었던 투자 성공.

그땐 내가 흡사 철광왕이 된 듯한 그런 느낌이었는데.

그 일에 대해 혹시 박현주가 뭔가 알고 있나.

그런데 박현주는 날 뚫어지라 쳐다보며 웃었고.

갑자기 톤이 높은 목소리로 외쳤다.

“대표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순간, 나는 정말 당혹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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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잠시 뒤.

“···전무님한테서 이야길 들었어요.”

“무슨 이야길요?”

“싱가포르 거래소(SGX)에서 또 연락이 왔대요. 이번엔 좀 더 강력한 요구가 있었고, 그래서 전무님께서 직접 그 일들을 다 처리하셨다고···.”

근데 뭘 처리했다는 걸까.

“다행히 문제없이 다 처리됐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자세한 설명들이 이어졌다.

“단일 계좌에서 발생한 거액 투자. 천문학적인 수익. 그 일 때문에 싱가포르 거래소(SGX)에서 확인 요청과 우려 표명을 해 왔답니다.”

확인 요청과 우려 표명?

“그래도 최수경 전무님께서 다 처리하셨고. 저는 아까 오후 늦게 그 전달을 받았습니다. 직접 대표님께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 직접 뵙자고 한 겁니다. 그리고 축하도 해야 할 것 같았고.”

그러면서 박현주는 더 놀랍다는 듯 날 쳐다봤다.

“근데 어떻게 저희 회사 매출보다 더 큰돈을···?”

한편, 박현주는 날 정신없이 쳐다보고 있었고.

마치 신기한 사람을 보는 듯한 눈빛 같았고.

또한, 나한테 완전히 매료된 사람의 모습 같았다.

“근데, 앞으로 그 큰돈은 어떻게 쓰실 건가요?”

잠시 후, 그녀는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는데.

나는 씩 웃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부러워요.”

부럽다?

“현주씨, 제가 너무 과하다는 생각은 안 드세요?”

“···음.”

“이젠 돈이 아니라 숫자가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숫자가 됐다고요?”

“네. 잠깐만, 이거 좀 보시겠어요?”

그러면서 나는 지갑에서 뭔가를 꺼냈다.

늘 갖고 다니는 부적 같은 거.

1977년도에 발행된 10원짜리 동전이다.

훼손되지 않게 작은 투명 플라스틱 케이스에 넣어둔 동전.

“보세요.”

“10원짜리인데요.”

“맞아요. 1977년도에 발행된 동전입니다. 유통이 많이 되지 않아 아주 귀한 동전이거든요.”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저랑 친한 분이 주신 건데. 10원을 아주 귀하게 여기면서 항상 절약하라고. 그런 당부의 말씀이 이 속에 있습니다. 근데 갈수록 돈이 많아지니까 이 10원이 많이 초라해 보이죠? 근데 이 동전도 그냥 숫자로서 대하면, 그 가치가 크죠.”

“숫자? 무슨 말씀인지 전 아직도 모르겠어요.”

“하하! 아무튼, 그 이야기는 그만하죠. 참, 어떤 거 드시겠어요? 축하도 받았고, 제가 맛있는 거 대접하겠습니다.”

박현주는 살짝 웃었다.

“아, 그리고 제가 부탁 하나 좀 드려도 될까요?”

“네. 말씀하세요.”

“간단히 정보가 좀 필요합니다.”

“네?”

나는 자세를 바로 하며 진지하게 물었다.

“혹시 자산운용사에 대해 좀 아세요? 가능하다면, 제가 중소형급 자산운용사 한 곳을 인수하고 싶어서요.”

박현주는 미래증권 가문이기 때문에.

귀한 정보들을 종종 접할 수가 있어.

한번 물어본 것이다.

그런데 잠시 뒤.

생각지도 못한 귀한 정보가 내 귀에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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