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화 철광왕 (초대박) 03
<72>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이 울렸다.
한세빌딩 7층. 내 사무실.
“네! 안희영 차장님! 부사장님한테선 이야길 들었습니다. 아, 그래요? 그럼, 대현통운 건은 다음 주에 미팅을 잡아보죠. 저희도 내부적으로 검토할 것도 있고. 네. 좋습니다. 네!”
전화를 끊은 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 대현통운 건은 프로젝트팀 김경민씨한테 맡기면 될 것 같은데.’
그러나 그 생각과 달리, 내 시선은 다시 모니터로 향했다.
지금 내 몸은 프로젝트팀으로 향해야 하지만.
눈이 모니터에 딱 달라붙어 버렸다.
‘아직도 상승 분위기?’
눈앞에 보이는 철광석 선물 호가.
오늘 아침.
싱가포르 거래소(SGX) 개장과 동시에 내가 보유한 물량들을 조금씩 시장에 풀었다.
그리고 그 현 시각 기준, 끊임없이 수급은 밀려들고 있었고.
철광석 호가는 여전히 상승세였다.
‘지금 청산 작업을 하기엔 딱 좋은 위치 같은데. 잠깐, 이 물량 몇 개는 먼저 던져 놓자.’
그러고는 큼직한 물량들을 여기저기 툭툭 던지자.
수많은 피라냐들이 득달같이 달려들면서.
빗발치며 순식간에 거래 체결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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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이게 벌써 다 팔렸네!’
이렇게 잘 팔릴 수가 있나.
시장에 내놓자마자 바로 품절되고 있었다.
‘이럴 게 아니라, 조금만 더 던져보자.’
나는 도로 자리에 앉았고.
모니터를 쳐다보며.
다시 매도 주문을 냈다.
그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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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폭풍 같은 기세로 밀려드는 매수세들.
굶주린 늑대 같았고.
배고픈 아귀 같았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
#
‘와, 진짜 날개 돋친 듯 잘 팔리네!’
차라리 좀 더 갖고 있어야 하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럼에도 선물 차트 등을 계속 주시한 뒤.
다음 물량들도 계속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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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역시 수급이 좋아.’
그래서 물량 소진이 빨라진다.
다만, 내가 보유한 것들은 초대형 물량이라 컨트롤 릴리스(control release)가 반드시 필요하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그렇게 내가 던진 매도 물량들은 순식간에 수면 아래로 사라지며.
그 계약들은 다른 사람의 소유로 바뀌고 있었다.
‘10% 덜어낸 것 같은데, 오늘은 이 정도만 하자.’
아직 물량은 산더미처럼 계좌에 쌓여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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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
깍지를 낀 손으로 뒷머리를 잡으며.
나는 의자를 뒤로 밀쳤다.
스르륵 뒤로 넘어가다가 어느 순간 멈추는 의자.
그렇듯 비스듬하게 누운 것 같은 자세로 잠시 있다가.
다시 자세를 바로 했다.
‘근데 이번 투자는 진짜 수익 자체가 엄청나겠다.’
철광석 고점 시대.
이 시대의 나는 중국을 상대로 투기를 한 거나 다름없는 상태다.
어쨌든 나는 그저 행복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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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싱가포르 거래소(SGX)가 오픈되자마자, 나는 장 초반 물량들을 다시 장내에 풀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엄청난 매수세가 밀려들었고.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
폭풍 같은 거래 체결들이 이어졌다.
‘흐름은 어제와 비슷한데.’
그리고 그 흐름들을 좀 더 살펴보다가.
잠시 후, 프로그램 매도 형태로 돌린 뒤.
나는 일어섰다.
‘몇 시지?’
시간을 즉시 확인해 보니 어느덧 오전 11시가 다 된 시각.
‘준비해서 바로 회사로 가야겠다.’
사실, 철광석 물량은 개인적인 물량인 데다가 개인적인 일이었다.
비록 회사에서 이 처리를 한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차라리 개인 일은 최대한 집에서 처리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저택 서재에서 일들을 마친 뒤.
나는 부랴부랴 준비를 끝내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차고의 벤츠 쪽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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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운동과 조깅 같은 것들도 시작해야겠어.’
그러면서 나는 슬쩍 우측을 쳐다봤다.
저 너머, 좀 떨어진 언덕의 저택.
적어도 동네 이웃이라고 할 수 있는 저택.
현재, 그곳엔 제임스 케럴든 싱가포르 골든 뱅크 이사가 살고 있을 것이다.
시기상, 한국지사 근무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히 그는 그곳에 살고 있을 것이다.
‘나도 이젠 조금씩 해외 진출을 고려해야 돼. 참! 그리고 유진씨한테도 다시 연락해야 하는데.’
유진 인테리어 박유진 사장.
왜냐하면, 집을 조금 개조할 생각.
이 집은 차고에 넣을 수 있는 차량 숫자는 총 2대뿐.
그러나 건물 옆, 창고 같은 가건물은 특별히 쓰지도 않는 터라.
차라리 거길 허물고.
거기에 차고를 설치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앞으로 어쩌면 손님들도 많아질 테고. 내 차 숫자도 늘어날 테고.’
그래서 차라리 집을 옮길까, 그런 생각도 했으나.
이 집 자체가 나한텐 너무 컸다.
혼자 살기엔 충분히 큰데, 구태여 이사를 갈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스마트폰을 들고 통화하면서 차량 운전석에 앉았다.
“···네. 그럼 한번 오셔서 상황 좀 봐 주세요. 아, 다음 주 월요일에 시간이 되신다고요? 그럼 그날 저녁에 한 번 방문해 주세요. 네. 네···.”
잠시 후, 전화를 끊었고.
벤츠의 엔진 시동을 걸고는 바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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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날.
싱가포르 거래소(SGX) 개장과 동시에.
수급이 가장 활발한 장 초반 때를 다시 겨냥했다.
철광석 선물 옵션 물량들을 다시 장내에 쏟아냈고.
물량들은 순식간에 흩어지며 사라졌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
‘역시 수급이 좋아. 나머지 물량들은 이번에도 프로그램 매도로 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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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날.
철광석 선물 거래 현황은 여전히 호황이었고.
이날도 물량들을 일부분 풀었다.
한편으로는 반대 포지션인 철광석 풋 옵션들을 조용히 매집하기 시작했다.
<73>
“이사님! 근데 정말 풋으로 가야 할까요?”
최근, 철광석 선물 호가의 폭등세 때문에.
철광석 선물에 대한 관심은 국내외 폭발적이었고.
그 관심은 국내 선물 트레이딩 투자사 곳곳에 번지고 있었다.
그리고 JS인베스트먼트도 예외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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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과장! 철광석은 나도 처음인데, 하지만 시장을 따라가는 것은 늘 하수가 하는 일이야. 항상 내가 하는 말인데. 아직도 모르겠나?”
“하지만, 골드리치, AG스탠다드, SP 애들까지 달라붙어 선물 매수 포지션을 잡으려고 혈안입니다. 제가 들은 정보인데, 이건 확실합니다!”
“확실? 확실하다? 근데 여기 좀 봐! 이 차트! 이미 고점 차트 같지 않나?”
“하지만, 고점 갱신 중이고, 선물 호가가 최대 2배까지 간다는 기사도 좀 전에 떴습니다.”
그러자 김대호 이사는 고개를 저으며.
선물 차트 외에도 여러 기사들을 모니터에 띄웠다.
“김 과장! 자, 자, 이거 좀 봐! 중국은 고작 몇 주 전과 다르게 이미 항구마다 재고량이 넘치고 있어. 이런 식으로 가다간 무조건 무너져.”
“하지만···.”
쯧쯧!
결국, 혀를 차는 김대호 이사.
희끗희끗한 머리칼의 그는 젊은 김 과장을 쳐다보며 다시 설명했다.
“아직도 모르겠어? 지금 위험수위야. 중국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해피한 콜의 승리로 끝나겠지. 근데 호가가 너무 많이 뛰었어!”
김대호 이사는 차트를 다시 가리켰다.
“이런 호가에 대해 중국 정부가 갑자기 나서지 않을 이유도 없어졌고. 밸런스가 깨지는 순간, 폭락이야. 다만, 큰 관심이 몰리면서 시장 수급력이 크게 좋아졌고, 그 때문에 시장은 더 심하게 혼란해질 거야.”
“그럼 폭락한다는 말씀입니까?”
김대호 이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말을 덧붙였다.
“내가 만약 콜을 갖고 있다면, 지금 당장 팔았을 거야.‘
“······.”
“여기 봐. 지금 풋을 사면 종잇값이야. 봐. 봐. 벌써 풋을 건드리는 인간들이 나타났지?”
잠시 후, 김 과장은 몇 번 한숨을 내쉰 뒤.
어쩔 수 없다는 듯 김대호 이사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표정은 썩 좋지 못하다.
김대호 이사의 의견과 달리, 지금 차트는 전혀 다른 모습이기 때문.
철광석 호가는 점진적 우상향 상태.
수급도 엄청났고.
장내엔 물량이 나오자마자.
빛처럼 빠르게 거래 체결되고 있었다.
한편, 김대호 이사는 팔짱을 끼고서 김 과장의 모니터를 뒤에서 쳐다보다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고.
이내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 시간 뒤.
김대호 이사는 전화기를 들었다.
미래증권 최수경 전무한테 거는 전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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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아침 기운은 떨어졌고.
어느덧 초겨울의 날씨가 되고 있는 목요일.
그리고 목요일 오후 2시 무렵.
조금 일찍 저택에 돌아온 나는 즉시 서재로 들어가, 아직 남아 있는 철광석 물량들에 대한 매도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
이번에도 어김없이 물량 해소는 순식간에 이어졌는데.
그 중간중간, 나는 풋 옵션 매수를 진행했다.
그러고는 다시 물량들을 장내에 우르르 쏟아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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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추 24% 정도 남은 것 같은데.’
아직도 엄청난 물량들이 남아 있는 상태다.
그래도 대략 4분의 3가량의 물량들을 걷어냈다.
‘그럼, 오늘 중으로 마저 청산하고, 풋으로 든든하게 채워 넣자.’
그러고는 매물들을 장내에 더 밀어 넣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
그리고 그로부터 또 시간이 흐른 뒤.
그때부턴 프로그램 매도로 돌렸는데.
쉴 새 없이 거래 체결 알림들이 모니터에 뜨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거래들이 이어졌고.
무난히 청산 작업들이 진행되는 듯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물량 해소 속도가 어딘지 모르게 이상해지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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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수급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은데?’
특히, 프로그램을 운용하면서.
초당 거래 체결 속도까지 체크하고 있던 터라.
바로 그 변화를 알아차렸다.
그래서 큰 불길함까진 아니었지만.
뭔가 싸한 느낌이 일어났다.
즉시, 차트를 다시 한번 확인해 봤고.
물량 수급 현황 등도 다시 분석해 봤다.
그렇게 잠시 고민하다가.
풋 옵션 차트를 확인한 뒤.
나는 재빨리 키보드를 두드렸다.
#
그리고 잠시 뒤.
철광석 선물 호가와 행사가별 옵션 호가들이 일제히 0.74% 혹은 최대 10.56%까지 추락했다.
그런 상황과 다르게.
내 모니터엔 일제히 거래 체결 알림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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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
모니터 전체에 이런 거래 체결 알림들이 빽빽하게 가득 찼는데.
잠시 후, 나는 얼어붙은 듯 내 모니터를 뚫어지라 쳐다봤다.
한때 엄청났던 철광석 선물·옵션 잔고!
그 잔고의 계약물 숫자가 어느덧 0을 가리키고 있었고.
반면, 현금 계좌의 잔고는 아주 혼란스러운 숫자들을 내 눈앞에 나열하고 있었다.
‘도대체 저게 숫자가 몇 개지?’
갑자기 헛바람이 터져 나왔고.
한동안 얼어붙은 듯.
그저 모니터 앞에 나는 가만히 서 있었다.
“마, 맙소사!”
4조··· 1,254억 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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