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제가 바로 김한수 대표입니다 02
<69>
치이이익!
고기 굽는 소리.
구수한 냄새.
그런데 내가 공장 선후배들과 자주 찾던 삼겹살집에서 이제 벗어나.
KH투자파트너스의 회식 장소는 현재 한우 숯불갈비 집으로 바뀐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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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축하드립니다! 대표님!”
조관형 변호사는 아주 기분 좋게 외치며.
소용돌이치는 소맥을 제조한 뒤 나한테 즉시 건넸다.
“아, 감사합니다.”
“그럼, 제가 다른 분들한테도 각자 한 잔씩 제조해서 돌리겠습니다!”
조관형 변호사는 재빨리 소맥을 만든 뒤.
직원들한테도 소맥을 돌렸다.
“자, 그럼, 대표님! 첫 회식을 기념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난 9월 중순에 회사 운영이 시작됐고.
어느덧 거의 두 달이 지난 시점.
오늘이 첫 회식이었다.
그리고 회사에 터진 재복 덕분에 직원들은 다들 웃고 있었고.
그래서 분위기는 무척 좋을 수밖에 없다.
“하하. 그럼, 제가 간단히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좌우의 직원들을 가만히 쳐다봤고.
그러고는 조금 힘을 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좀 장황하게 말을 하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 와아, 괜찮습니다. 대표님.
- 대표님, 말씀하십시오!
- 경청하겠습니다!
- 대표님, 길게 하셔도 돼요!
여기저기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씩 웃으며 좌우를 응시한 뒤,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오늘 무척 기쁜 날입니다. 그래서 저도 더 강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하! 앞으로 우리 KH투자파트너스는 더 크게 될 겁니다. 그리고 우리 회사는 우리 직원분들이 더 행복하게 일할 수 있고, 앞으로 우리 회사를 찾아줄 고객님들도 안정된 수익을 받으며, 서로가 무척 행복하면서도 아주 발전적인 회사로 반드시 거듭날 겁니다.”
내가 말을 하는 동안, 다들 입가엔 미소가 짙어지고 있다.
하긴, 기분 좋은 날이니까.
“오늘 무척 즐거운 날인 만큼, 마음껏 드세요! 다만, 저는 개인적인 일이 있어 2차는 조관형 상무님께서 책임지실 겁니다. 그래도 이 시간! 아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 우리 건배하죠! 건배는 선창 후창으로 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우리의 인연은!”
내가 외치자.
일제히 함성이 터져 나왔다.
“소중합니다!!”
우리의 인연은 소중합니다!
다시 말해서 끈끈한 우정, 결속을 이야기하는 건배사였다.
‘카아, 근데 소맥이 왜 이렇게 맛있지?’
단숨에 원샷한 뒤.
나도 모르게 빈 컵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공부를 해야 하는데.
수험생이 이래도 되나.
하지만, 첫 회식이었다.
KH투자파트너스가 도약하는 기념비적인 순간이라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순간이다.
“대표님! 안주도 드세요.”
파생팀 임범준, 그가 외쳤다.
32살의 임범준.
직원들 중에선 나이와 경력이 가장 많다 보니.
이들 중에선 가장 고참이라고 해야 하나.
“아, 맛있겠네요.”
역시 한우 꽃등심은 맛있다.
비싼 값을 톡톡히 하는 것 같은데.
안주가 좋으니 술이 고픈데. 으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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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대표님! 혹시 비결 같은 거 있으세요?”
어느 정도 술이 돌아 기분이 더 좋아지고.
회식이 어느 정도 무르익을 때, 앉아 있던 자리도 서로 많이 바뀌었다.
나 역시 상석을 지키지 않고, 소주병을 들고서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이미 내가 큰 부자라서 양주를 들고 테이블을 돌아도 되겠지만.
적어도 1차 회식 땐, 모두에게 익숙한 소주가 더 나은 것 같았다.
“아, 비결요? 근데 우리끼리 비결 이야기할 게 뭐 있습니까? 여긴 투자사이고, 다들 전문가인데?”
“그래도 대표님은 무려 수천억이나···.”
아!
그 순간.
갑자기 깜짝 놀라며.
입을 꾹 닫는 직원.
나는 피식 웃고는 그 직원을 쳐다본 뒤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
김규리, 김채경, 임범준, 김찬우 등.
아까 투자를 같이했던 그 직원들은 술잔을 만지작거리면서도.
약간 어색한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하! 이거 참!
드디어 그 이야기가 나온 건가.
“자! 자! 정리 좀 할게요.”
그러자 의아해하며 날 쳐다보는 사람들.
“우리 KH투자파트너스는 앞으로 엄청나게 성장할 겁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더 많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저 역시 반드시 그렇게 만들 겁니다.”
그러고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직원들과 시선을 하나씩 맞추었다.
“여러분들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여러분들은 KH투자파트너스와 시작을 같이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아주 많아지겠지만, 그러나 여러분들은 각자가 더 큰 성장을 할 기회를 충분히 갖게 되실 겁니다. 그러니 제가 누구냐는 더 이상 중요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모호한 내 말에 다들 한 번씩 날 쳐다봤다.
이때, 나는 웃으며.
조관형 변호사를 한번 쳐다본 뒤, 말을 이어 나갔다.
“KH투자파트너스에서 어떤 커리어를 쌓고, 얼마나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 그게 더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아직 회사는 작지만, KH투자파트너스는 그런 부분에서 여러분들에게 충분한 지원을 해 드릴 겁니다.”
“근데 대표님.”
“네?”
고개를 돌렸다.
회계·인사팀 안세연이었다.
임범준과 나이가 같고.
그녀는 회사 재무 부문을 현재 맡고 있다.
“말씀하세요.”
“아까 채경씨한테서 이야길 들었는데요.”
나도 모르게 김채경을 쳐다봤고.
김채경은 깜짝 놀라며 고개를 숙인다.
“그래서요?”
“대표님이 혹시 그분이신가요? 아, 죄송합니다만, 정말 궁금해서요! 그게 아니시라면, 좀 이상하긴 한데. 또, 신기할 것 같기도 하고.”
안경을 쓰고 있는 안세연.
그녀는 차분하게 말했는데.
그러면서 날 뚫어지라 쳐다보며 뭔가 탐색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은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호기심이 넘치는 모습들.
나는 씩 웃고는 소주잔을 들었다.
“제가 요즘 ‘정리’를 좋아하네요. 다시금 정리하죠! 아, 그럼 정확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이름은 김한수입니다! 이건 다들 아시지 않습니까? 그리고 현재는 KH투자파트너스의 김한수입니다. 그리고 이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 순간, 날 쳐다보던 김채경은 입이 떡 벌어졌고.
나머지 직원들은 눈이 잔뜩 커지며 눈동자가 이리저리 돌아가고 있었다.
“자, 다시 한번 건배하죠!”
혼란 속에서.
내 외침에 각자 소주잔을 일제히 들었다.
“그리고 이번 투자가 다 정리되면, 11월 말쯤에 언론 보도를 할 생각입니다. 물론, 기업 홍보 목적입니다. 또한, 12월엔 개인적으로 정리할 건들이 있어서 그걸 마무리하면, 그때가 KH투자파트너스는 제2의 도약기를 거치게 될 겁니다. 그래서 그 전까지 다들 좀 참아주세요. 이름값이 아닌 진정한 실력으로 KH투자파트너스의 모습은 완성되어야 합니다. 아시겠죠? 자! 그럼, 건배하죠! KH투자파트너스를! 우리가 만든다!!”
다시금 외치며 소주잔을 중앙에 내밀자.
잔들이 내 소주잔과 소용돌이를 치며 부딪혔고.
요란한 외침들과 함께, 와아! 하는 소리가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곧이어 술잔을 각자 비우고 나자, 직원들은 이내 싱글벙글한 모습으로 바뀌고 있었다.
조관형 변호사는 웃으며 날 쳐다본 뒤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일어섰다.
“그럼 이번엔 제가, 이 회사의 상무로서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대표님?”
조관형 변호사가 날 쳐다보며 묻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는 간단히 부연 설명을 하겠습니다.”
도대체 무슨 부연 설명?
그런데 뜻밖의 이야기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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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아시다시피, 미국엔 워렌 버핏이라는 현자가 있습니다. 제가 아직 이쪽 투자계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한국증시가 무척 열세라고 들었습니다. 왜 다들 외국인들의 눈치만 봅니까? 우리도 이제 바뀌어야 합니다! 다행히 한국증시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천재가 지금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학벌, 나이, 가문, 아무것도 상관없어요!”
갑자기 목소리가 커진 조관형 변호사.
“우리도 할 수도 있고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 큰 미래가 열릴 겁니다!”
그러다가 고개를 살짝 돌리며 웃는 조관형 변호사.
“하하하! 죄송합니다. 제가 좀 흥분했네요. 그럼, 이번 건배의 구호는 이렇게 하죠! 우리 대표님을! 사랑합니다! 자! 자! 술잔부터 채우시고!”
잠시 후.
“우리 대표님을!!”
“사랑합니다!!!”
엄청나게 떠들썩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참 고맙기도 했고.
이래서 회사를 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고.
나는 웃으며, 다시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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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아. 근데 소주가 왜 이렇게 달아?’
큰일이다. 큰일.
공부를 해야 하는데.
얼른 소주잔을 내려놓은 뒤.
나는 얼른 물을 마셨다.
그러고는 얼굴을 탁탁 치며 정신을 차렸다.
‘안 돼. 안 돼. 안 돼. 술은 이 정도만 마시자. 더 먹으면 공부를 할 수가 없어.’
슬슬 회식 자리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되었다.
이젠 조관형 변호사한테 나머지 일들을 맡기면 될 것 같은데.
그렇게 좌우를 살피는 사이.
한우숯불구이 집에서의 회식은 서서히 마무리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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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18일.
수능 당일.
이날, 이른 아침에 시험장으로 향하다 보니.
찬바람이 쌩쌩 불어오며 몸이 으스스해진다.
그래도 와우! 드디어 수능이다.
나는 백팩을 메고 도시락 가방을 들고서 조용히 시험장으로 들어섰다.
이때, 가족들과 함께 온 수험생들도 보였고.
모 고등학교 후배들이 부스를 만들고 선배들을 요란하게 응원하는 모습들도 보였다.
한편, 내가 수능 공부를 하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박현주.
그녀는 수능 당일 아침에 오겠다고 했는데.
무척 번거로울 것 같아.
시험 끝나고 그녀와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근데 내가 잘 치를 수 있을까.’
걱정이 그저 태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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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나는 시험장 창가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앉고 나니.
에휴! 뭔가 만감이 교차하는데.
회귀 전에도 늦깎이 나이에 수능을 봤는데.
지금도 26살의 나이에 수능을 보게 됐다.
공고 졸업.
고졸 학벌.
그러나 대단히 성공한 투자가로서의 나.
뭐, 고졸이라고 해서 투자를 못 하는 게 아닌데.
학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이 더 중요하니까 말이다.
다만, 투자계에도 촘촘한 라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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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내가 개인 투자만 한다면, 그런 외면적인 것들은 불필요하겠지.’
그런데 내가 지향하는 점은 좀 다르다.
사실, 조 단위를 넘어서게 되면 투자 범위가 오히려 좁혀지는 순간이 나타나게 된다.
물론, 충분한 인프라를 갖고 있을 땐, 그 투자 범위가 한층 넓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계속 주식 선물 옵션만 만지면 되긴 한데.’
그렇게 혼자서 직접 투자를 하거나.
작은 투자사를 이끌면서 투자를 하는 것도 나름 쏠쏠한 재미와 수익이 보장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도가 되면, 돈이 돈이 아니라 그냥 숫자가 되는 거야.’
즉, 나는 돈이 숫자가 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러다 보니, 나에게 있어 돈은 목적이기도 하지만.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바로 수단이기도 하다.
못난 내가 세상에 드러날 수 있는.
바로 그 수단 말이다.
그래서 나는 참 욕심이 많은 인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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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수능 시험은 질식할 것 같은 침묵 속에서 계속 이어졌고.
잠깐의 점심시간을 거쳐.
오후에도 그 시험은 이어졌다.
그래도 모든 시험을 무사히 마친 뒤.
마지막 답안지가 시험 감독의 손에 수거되는 것을 지켜봤고.
“오늘 수고했습니다!”
간단히 코멘트를 하고 사라지는 시험 감독의 모습에 그제야 나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시 후, 나는 백팩을 메고서 시험장을 나섰는데.
‘와! 진짜 사람들 많네.’
시험을 본 수많은 수험생들.
이들이 한 번에 나오자 인산인해였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걸으며.
학교 정문까지 걸어갔고.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시험장에서 조금 떨어진 유료주차장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잠시 뒤, 벤츠 운전석 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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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수능도 이제 끝났는데, 차를 몇 대 더 사야겠다.’
수능이 끝났으니 기분이 좋으니까 말이다.
‘근데 어떡하지? 채점을 바로 해야 할 텐데.’
하지만 저녁에 박현주씨도 만나야 한다.
‘아아, 근데 대체 몇 개나 틀렸을까?’
금방 다시 떠오르는 고민.
그런 고민에 저절로 빠져들었다가.
나는 이내 엔진 시동을 켜고 출발했다.
2010년 11월, 수능의 순간.
그 시간은 다행히 조용히 그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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