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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이 되어버린 투자자-73화 (73/138)

71화 KH투자파트너스 초대박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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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지난달 27일에··· 2차 발표가 났거든. 아마 떨어졌겠지··· 그래도 확인은 해 봤거든. 그런데 도대체 이럴 수가 있나. 내 이름이 있더라. 내 이름이···.”

???

“그리고 누구한테서 들었는데, 최저 합격점이 340점 근방이었다고 했어! 근데 내가 340.50···.”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입이 쩍 벌어졌다.

진짜 아슬아슬한 점수가 아닌가.

조금만 부족했어도 불합격이었던 점수.

“3차 면접이 뭐 남아 있긴 한데, 그건 뭐 그냥 형식적인 거라서···.”

“그럼 혹시 최종 합격자 발표는 언젭니까?”

“11월 말쯤에.”

“아아. 그렇군요. 근데 지금 입고 계신 양복은?”

사법고시 2차 합격일 뿐, 순수한 회사 취업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는 양복을 입고서 나타났고.

그 점이 이상해서 내가 묻자, 그는 바로 대답했다.

“하! 이거? 이거 우리 딸애가, 우리 딸애가 사준 거야.”

“네? 딸애가요? 딸이 있었습니까?”

너무 놀라 내가 묻자, 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하아. 내가 정말 일찍 장가를 갔거든. 우리 딸이 이제 고등학생이야. 근데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이 양복을 사주더라고. 내가 2차 시험 합격했다고. 13만 원짜린데 너무 좋아 내가 계속 입고 다니고 있어.”

그렇게 흐뭇해하며 말하다가.

갑자기 그는 머리를 스르륵 숙였고.

그때부터 갑자기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 순간 어찌나 서럽게 우는지.

가게의 주변 사람들이 다 그를 쳐다봤다.

이때 나는 잠시 당황했으나.

어느 순간, 감정이 전이되어···.

나도 모르게 두 눈이 약간 충혈되고 말았다.

한편, 그는 한참을 울었고.

한참 뒤.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미 얼굴은 눈물범벅이 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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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닦으세요.”

휴지를 받아 이리저리 얼굴을 닦더니.

좀 진정된 듯.

그는 또 입을 열었다.

“내가 진짜 나쁜 놈이야. 사법고시에 미쳐 가지고, 그렇게 엄한 세월을 보냈으니까.”

“그래도 잘 되신 거니까, 이제 앞으로 더 잘 되실 겁니다.”

“그래야지. 그래야지. 그래서 내가 더 고마워.”

“네?”

“내가 안 죽은 게 바로 이 양복 때문이거든.”

그렇듯 계속 양복 이야기를 하고 있는 아저씨.

문득 나는 이 아저씨가 편집광적으로 저 양복에 의존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흔들리는 정신이 무언가 대상체를 정했던 것 같았고.

그 대상체한테 ‘취업’과 ‘탈출’이라는 의지와 의미를 부여한 것 같았다.

하긴, 그의 고시원 방에서 제일 비싼 게 저 양복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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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혹시 사모님은?”

“아, 우리 와이프?”

“네.”

“지금 시골에 있는데, 곧 서울로 올라오기로 했어.”

“와! 정말 잘 됐네요.”

“그럼 자녀분은?”

“우리 딸? 하하. 날 닮아서 공부를 정말 잘 해. 그 나이에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

“아까 고등학생이라고 했죠?”

“그래. 고등학생. 이제 고1.”

“아, 고1이라고요? 다행히 이제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겠군요?”

“그래. 이제 공부만 시켜야지. 고생도 많았으니까.”

“혹시 선생님, 선생님은 어느 대학 출신인가요?”

나도 모르게 ‘아저씨’에서 ‘선생님’으로 호칭 변화가 됐다.

“음, 한국대 경제학과.”

“그러셨군요. 좋은 데 나오셨군요.”

“근데 정통 법대 출신이 아니라서 많이 힘들었어. 운도 지독하게 없었고.”

“그래도 결국 잘 되신 거 아닙니까?”

“그나마 다행인 거지. 아아, 참! 이, 이거.”

그제야 그는 양복 케이스를 나한테 건넸다.

“잘 썼어. 정말 고마워. 정말 고마워.”

“근데 아직 3차 면접도 남으셨는데?”

“괜찮아. 이젠 이 양복을 입고 가려고. 우리 딸애가 사준 거 이거 입고···.”

그 말에 나는 약간 울컥한 느낌이 들었다.

“네. 그게 좋겠네요. 근데··· 그럼 저 인형은?”

“아, 이거? 아주 크지? 하하하! 이런 곰 인형이 아주 크잖아!”

그렇게 웃다가 그의 표정이 바뀌었다.

“사실, 딸애가 어릴 때, 내가 아무것도 못 해줬어. 그래서 지금이라도, 이렇게 큰 거를 사주면, 우리 딸애가 조금 좋아할 것 같아서···. 누가 그러더라고. 큰 인형 선물을 받으면, 기분이 그렇게 좋다고.”

그래서 마침 거리에서 그게 눈에 띄니까 그걸 바로 샀나 보다.

나는 다시 질문했다.

“그럼 연수원 마치고 변호사가 되실 건가요?”

“그래. 변호사 해야지. 나이도 많으니까.”

그러고 보면 참 다행이다.

그래도 마침내 갖게 되는 직업이 결국 변호사니까.

그런데 이때.

문득 나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으음.’

정확하게 말한다면, 무언가 섬뜩한 위화감 같은 거.

역시 좀 뭔가 이상했다.

‘근데 내가 왜 몰랐지?’

옆방 아저씨가 그렇게 잘 됐다면 내가 왜 몰랐을까.

회귀 전의 나는 더 오랫동안 고시원 방에서 머물었는데.

그래서 아주 오래전 과거들을 억지로 억지로 헤집다가.

그로부터 한참 뒤.

속으로 큰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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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그랬구나. 그랬어···.’

시골에 내려갔다가···.

아마 강가에서 발견됐다던가.

그땐 취업 도전조차 못 했나?

에휴.

나도 모르게 속으로 혀를 차다가.

잠시 후, 물끄러미 쳐다봤다.

정신없이 삼겹살을 먹고 있는 남자.

그렇듯 내가 기억을 못 한 건, 확실히 그때와 지금의 달라진 사회적 관계성 같았다.

별로 친하지도 않았고.

거의 말도 하지 않았고.

당시의 나 역시 고시원 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힘들었던가.

타인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어느 날 옆방은 조용히 치워졌고.

내 또래의 남자가 이사해서 내 옆방에 들어왔었다.

그저 작은 변화였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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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자, 자. 마시자. 마셔!”

“네!”

바로 술잔들이 부딪쳤고.

출렁이는 소주를 나는 단숨에 털어 넣었다.

‘카아! 정말 좋다.’

갑자기 술맛이 너무 달달해진다.

그리고 이내 내 입꼬리도 조금 올라갔다.

“이름이 한수라고 했지?”

“네.”

“혹시 지금 뭐 해? 공장 다녀?”

“아, 아뇨. 지금은 다른 일을 합니다.”

“어떤 일?”

“수능 공부도 하고 있고··· 회사 운영도 하고 있고···.”

“뭐? 회사 운영?”

순간, 놀라며 눈이 커지는 남자.

이때, 나는 피식 웃었고.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KH투자파트너스에 대해 잠깐 설명했다.

그렇게 설명하는 와중에.

유심히 듣는 아저씨를 보게 되자.

진짜 묘한 느낌이 들었다.

근데 그러고 보니까.

이런 게 진짜 나비 효과 같은 것일까.

‘아! 근데 저 아저씨···.’

한국대 경제학과 출신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때부터 나는 긴가민가한 생각에 조금 조심스럽게 그를 살피기 시작했다.

<67>

그리고 다음 날.

나는 회사 다이어리를 꺼내 몇 가지 정보를 그곳에 적어놨다.

[강민수]

나이: 42세

사법고시 2차 합격

변호사 예정

한국대 경제학과 졸업

가족관계: 와이프, 딸(고1)

연락처: 010-56XX-XXXX

참고사항: 고시원 내 옆방, 양복.

그러고는 나는 피식 웃고는 다이어리를 닫았다.

‘앞으로 최소 2년 뒤야. 그때 뭔가 다른 관계가 형성될 수도 있겠지.’

적어도 사법연수원 2년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래야 변호사가 될 수 있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 있는 상태다.

어쨌든 그렇게 정리를 마친 뒤.

나는 이제 다음 투자를 위해 현재 국내 증시 상황을 유심히 확인했다.

그러다가 바로 일어섰고.

잠깐 직원들과 아침 회의를 진행했다.

그 일을 마친 뒤.

어느덧 아침 10시가 되자, 나는 회사에서 바로 나왔다.

수능도 코앞이고.

박진감 넘칠 새로운 투자의 순간도 바로 코앞으로 바짝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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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 근데 날씨가 많이 추워졌네.’

휘이잉! 불어오는 바람.

가로수 나뭇가지에 간신히 붙어 있던 일부 단풍잎들은 이내 흩날리며 떨어졌고.

학원가 도로에서 바라보는 늦가을의 모습은 다소 잔인하기도 하다.

잠시 후, 차량을 근처 주차장에 주차시켰다.

‘으음. 이렇게 공부도 해야겠지만, 증시 변화에 대한 준비도 늦출 수 없어.’

사실, 그러고 보면, 2010년 11월.

수능 시험을 어느덧 일주일 앞두고서.

찬 바람이 유난히 극성을 부리던 그때.

대한민국 증시의 일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코스피 지수 대폭락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원인은 참 웃겼어.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증시를 무시해서 발생한 일이었으니까.’

바로 원인은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폭탄 때문.

즉, 외국계 증권사의 임원들이 합세했고.

연말 실적을 만든 목적으로 한국증시를 상대로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며 코스피지수를 조작하듯 압살했다.

당시 코스피 지수는 보합세이긴 하지만 느림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었고.

당분간 하락 전망은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갑작스러운 변동세를 만들어 한 번에 털어먹을 작정이었어.’

당시, 그들은 장 막판,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거의 3조 원에 가까운 코스피 물량들을 일제히 장내에 쏟아냈다.

그리고 파생 시장 쪽에선 미친 듯이 풋 옵션 매수가 이어졌고.

콜 옵션 대량 매도와 청산이 빗발치듯 일어났다.

특히, 파생 시장의 불안정성!

‘이때 터진 대량의 풋 매수 시그널이 아주 중요하지.’

이건 수익 목적도 있겠지만.

의도적으로 코스피 지수를 더 바닥으로 추락시킬 의도가 깔려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한국증시를 순간적으로 초토화시켰고.

달콤한 열매를 따 먹을 생각이었다.

실제, 한국증시는 정규장 마감을 코앞에 두고서.

보합세에 가깝던 코스피 지수는 절벽을 만들며 폭락했다.

마감 동시호가 시간에 발생한 이 사건은 곧바로 지수 폭락과 연계되어 옵션 쇼크를 발생시켰다.

당시, 풋 옵션 500배 수익이 터지기도 했는데.

환호했던 사람들!

그러나 콜 옵션을 들고 있다가 일부는 쪽박을 차기도 했다.

그러나 그건 일시적인 현상일 뿐.

이 사건 이후, 코스피는 다시 상승했고.

2010년 12월 중순, 마침내 코스피 2,000선을 돌파하게 된다.

코스피200지수 역시 끊임없이 상승했고, 연말 270선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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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 슬슬 준비하자.’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느덧 사건 발생 일주일을 앞두고서.

나는 KH투자파트너스 직원들에게 즉각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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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증시는 보합 상태로 흐르고 있지만, 견고하지 못합니다. 아시다시피, 연말 구간은 간혹 위험한 구간이 될 수 있죠. 이럴 때 헷지 목적으로 옵션을 보유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잠시 국내주식 투자는 올스톱하고! 지수옵션에만 잠시 집중하겠습니다! 범준씨, 찬우씨! 가이드라인을 메일로 보낼 테니까 그 가이드라인에 따라 전략적으로 매수를 시작하세요!”

“네! 대표님!”

“그리고 콜 옵션들은 제 개인적으로 보유 물량들이 많이 있으니, 화살이 어디로 날아갈지 몰라도, 걱정하지 마시고 매수에 적극적으로 임해주십시오!”

그래도 KH투자파트너스의 업무가 시작된 지, 한 달 반 정도 경과된 시기였고.

조관형 변호사를 제외하면.

겨우 여섯 명에 불과한 직원들이지만.

이제 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시점이었다.

‘뭐, 회사가 작고 업무량도 적으니까. 뭐든 잘할 시기야.’

그렇듯 대표 입김이 확 클 때, 회사 외형 키우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물론, 이번 매수는 당연히 풋 옵션 매수.

아직 사람들은 잘 인식하지 못하겠지만.

KH투자파트너스는 서서히 진동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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