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화 KH투자파트너스 초대박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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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첫날! 천둥 번개가 동반되며 엄청난 기습폭우가 한반도를 강타했습니다! 상습 침수 지역에선 500가구가 넘는 주택들이 침수되며, 시민들이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긴급 구조 및 수해 복구 작업이 현재 진행되며···.”
점점 더 가을의 기운이 물씬 피어오르는 추석.
그러나 이 추석 연휴 첫날, 서울 전역에 폭우가 쏟아졌다.
평균 강수량 250mm를 순식간에 넘어섰고.
일부 지역은 시간당 100mm가 넘는 집중 폭우가 쏟아졌다.
이 폭우 사태는 주택과 도로 침수 등으로 이어졌고.
서울 전역에 수많은 피해를 안겼다.
한편, 이날 늦은 오후부터 시작된 수해복구는 다음 날 추석까지 이어졌는데.
그 요란했던 폭우의 와중에.
나는 한남동 집에서 조용히 수능 공부에만 매진했다.
그래도 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뒤.
그다음 날, 나는 수해 성금 2천만 원을 기부했다. 비록 큰돈은 아니지만, 간단히 정성을 다한 것이다.
그렇게 다사다난했던 추석 연휴가 끝났고.
갈수록 밤 기온은 뚝뚝 떨어졌는데.
이제야 진짜 가을이 시작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9월 말경, 김인범 부사장이 관여하는 인터내셔널 투자 컨퍼런스에 참석했고.
어느덧 10월을 맞이한 뒤.
다시 빛바랜 단풍이 떨어지는 11월이 되자, 지속적으로 투자 진행 중인 코스피200 콜옵션에 대한 현황을 나는 중간 검토하듯 확인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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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도 콜 옵션들을 대량 매수했고.
매수 비용으로 총 36억 8천만 원 정도가 지출되었다.
최초 옵션 투자를 시작할 당시의 코스피200지수는 200포인트 초반까지 떨어졌는데.
현시점 기준, 코스피200지수는 무려 247포인트까지 상승한 상태다.
‘매달 계속 청산하고 또 수익이 쌓이다 보니 이젠 억 단위가 아니라 수백억 단위네. 벌써 플러스 767억 원. 흠. 괜찮긴 한데.’
그러나 여기서 절대 만족할 수가 없다.
지수는 더 높이 오를 수 있다.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다.
현재, 코스피 상황은 장밋빛 일색.
적어도 올 12월까지 상승세가 쭉 이어질 분위기였다.
‘계속 투자를 이어가자 적어도 몇천억 원은 먹어야 제대로 먹은 게 아닐까.’
사실, 철광석 선물·옵션 매집 건도 그렇고.
금 투자도 그렇고.
비트코인 투자도 그렇다.
잘 묵혀 두면 나날이 광채가 쏟아질 것이다.
‘근데 이제 다음 투자도 진행해야 할 것 같은데.’
물론, 현재의 투자 행위는 조금 달라졌다.
KH투자파트너스에 직원들이 있다 보니.
그곳에선 저번 달부터 내 지시에 따라 국내 투자들이 현재 진행 중에 있다.
그런데 투자라는 것은 항상 좋은 시기가 있지 않은가.
2배가 4배가 되고.
4배가 8배가 되고.
그리고 폭발하듯 수익이 확장되고.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그런 시기!
그런 시기를 순간적으로 잡을 때, 투자는 더욱 빛이 난다.
한편, 나는 살짝 턱을 쓰다듬으며.
순간, 나도 모르게 흥분되었다.
점점 다가오는 수능 시험.
그런데 그 수능 시험에 앞서.
우리나라 증시엔 일대 사건이 터지게 된다.
즉, 그날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그래서 그날을 기다리며.
이제 굵직한 열세 번째 투자를 준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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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빛바랜 단풍들이 바람에 찢겨지고, 행인들의 발길에 찢겨지는 11월.
그 단풍들이 이리저리 쌓이고 또한 흩어지고 있는 어느덧 해 질 무렵의 거리.
한편, 강남 입시컨설팅학원에서 과외를 마친 뒤.
나는 백팩을 메고서 서둘러 건물 밖으로 걸어 나왔다.
어느덧 늦가을이다 보니 조금 두꺼워진 외투를 입고서 그렇게 걸었고.
찢겨진 단풍들로 수북한 그 거리를 가로질러 가며.
간간이 전화를 받기도 했다.
“네. 지금 바로 가고 있습니다. 5분 안에 도착할 겁니다.”
나는 좀 더 빠르게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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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어느 출구.
‘아마 여기인 것 같은데?’
잠시 후, 나는 계속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근데 대체 어디에 있지?’
이 주변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사람이 보이지가 않는다.
‘아까 전화에선 이미 도착했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래서 계속 두리번거리던 중.
갑자기 나는 반색하며 손을 들었다.
‘하하, 진짜 웃긴다.’
나도 모르게 한쪽 방향을 뚫어지라 쳐다봤고.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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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저걸 왜 사지?’
강남역 출구 근처.
길가 가판대에 있던 큼직한 인형 하나.
그걸 사고 있었고.
그걸 큰 비닐봉지에 넣은 뒤 그는 그걸 한 손에 들고서.
또한, 다른 한 손에는 큼직한 양복 케이스를 들고서 몸을 돌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눈이 커지며.
갑자기 후다닥 뛰어왔다.
약간 엉성해 보이는 양복을 입고 있는 남자인데.
그는 어느새 내 앞에 섰고.
그러다가 갑자기 대뜸 90도로 머리를 숙였다.
순간, 나는 놀라며.
잠시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다행히 그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약간 우거지상을 하면서.
그런데 그가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좀 알 수가 없는 상태였다.
“괜찮으세요?”
“아, 괜찮아. 고, 고마워.”
근데 아직 저 말투는 고쳐지지 않았나.
지금 눈앞의 남자는 고시원 옆방에 살던 바로 그 아저씨였다.
내가 그때 양복을 빌려줬었고.
그러나 여름을 지나 어느덧 늦가을이 되어서야.
비로소 연락이 왔고.
이렇듯 가을이 깊어지는 이 시각, 나는 드디어 여기서 그를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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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살이 많이 빠지셨네요?”
“살? 아아, 살이 많이 빠지긴 했지.”
원래 배가 나왔었는데.
어느새 배는 홀쭉해져 있었고.
얼굴 살도 상당히 많이 빠진 상태다.
고시원에서 봤던 반팔 티셔츠, 펑퍼짐한 반바지, 슬리퍼 차림의 아저씨는 온데간데없었고.
다소 홀쭉하고 깔끔한 모습의 중년 남자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럼 혹시··· 취업은?”
과외를 받던 중.
잠깐의 휴식 시간 중에 전화를 받았던 터라.
나는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그래서 즉시 물어본 건데, 의외로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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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취업은 거의 한 것 같아.”
“네? 취업하셨다고요?”
내 두 눈이 약간 커졌다.
그래서 나한테 연락을 한 거겠지.
정말,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꽤 그럴싸한.
그러나 나이가 좀 있는 회사원의 모습으로 그렇게 바뀐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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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축하드립니다!”
“고, 고맙다.”
근데 아직도 말투가···.
여전히 더듬거리고 있는 그의 말투.
약간 걱정이 됐다.
하지만 그는 그걸 먼저 이야기했다.
“괘, 괜찮아. 내가 흥분돼서. 어디 취업했는지 말하려고 하니까 흐, 흥분돼서···.”
근데 대체 왜 저러지?
정말 좋은 곳에 취업했나.
그간 소식도 없었고.
아무 연락도 없었다.
그런데 늦가을이 되어서 갑자기 연락을 했다.
다행히 표정은 무척 밝아 보인다.
어쨌든 뭔가 잘 됐단 말인데.
“그럼 취업하신 데가?”
“하아, 진짜 어려웠어. 진짜! 내가 이거 아니었다면 아마··· 내가 견디지 못했을 거야.”
“근데 아저씨. 양복 때문에? 하하! 이 양복 때문에 취업하신 거라고요? 아뇨! 아닙니다! 열심히 하셨으니까 잘 되신 거죠.”
“아니, 아니야. 내가 이리 비싼 양복이 없었으면 그렇게 못 버텼어. 이 양복만 입으면 웬걸 기분이 정말 좋았거든.”
그게 그렇게 좋았을까.
하긴, 130만 원짜리 양복이긴 한데.
“근데 이거 진짜 비싼 양복 맞지?”
“아, 그렇게 비싸진 않은데··· 그때 130만 원 정도에 샀습니다.”
“그, 그렇게 비싸?”
그러나 크게 놀라며 눈이 동그래지는 아저씨.
“이게 비싼가요?”
“이 양복. 13만 원··· 13만 원 짜리야.”
13만 원?
현재, 자신이 지금 입고 있는 양복을 가리키는 그.
정말 싸게 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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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리 어디 가게라도 들어가자! 점점 더 어두워지는 것 같고···.”
“근데 어디로 갈까요?”
“내가 밥 산다고 했으니까, 혹시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아아, 정말 밥 사시게요?”
“당연하지!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이때, 나는 잠시 고민했다가.
얼른 대답했다.
“삼겹살은 어떠세요?”
“와! 삼겹살? 좋지! 가자! 가자고! 근데 여기선 어디가 좋지?”
“제가 아는 데가 있습니다. 싸고 맛있는데요.”
“하하. 가자. 가자. 어서 가자고!”
잠시 후, 우리는 구수한 냄새가 풍기는 삼겹살집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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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이이익!
잠시 후.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며.
지글지글 구워지고 있는 삼겹살.
사실, 나는 차를 놔두고 온 터라.
바로 소주 한 병부터 깠다.
이내 소주잔에는 술이 꽉 찼고.
가볍게 건배한 뒤, 단숨에 들이켰다.
“카아! 좋다아!”
이때, 유난히 강하게 탄성을 지르는 아저씨.
“좋죠? 잠시만요. 이건 지금 드셔도 될 것 같은데.”
약간 탄 듯한, 그러나 노릇노릇하게 잘 익은 삼겹살 조각.
그걸 집게로 집어서 내밀자, 그는 사양하지 않았다.
쌈장에 듬뿍 찍은 뒤, 바로 쌈을 싸서 입에 쑥 넣었다.
마치 첫끼를 먹는 듯 아주 맛있게 먹고 있었고.
그런 그를 쳐다보다가 나도 쌈을 싸서 입에 넣었다.
“근데 아까 취업하신 거···. 그럼, 어디에 취업하셨는지···.”
“아, 맞다. 내가 아직 제대로 말을 안 했지?”
“네. 좀 많이 궁금합니다.”
도대체 어디에 취업했을까.
장기간 사법고시 공부를 했던 사람이다.
40대의 나이.
나이가 상당히 많은 편이다.
그리고 심리적 요인 탓인지.
말도 조금 더듬거리고 있다.
대인관계도 많이 약해 보인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취업을 했다?
도대체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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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내가 어디에 취업했냐면···.”
그렇게 다시 조금 뜸을 들였다가.
갑자기 그는 자신의 안경을 벗어 테이블 위에 내려놨고.
그러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더니.
긴 한숨을 몇 번 내쉬었다.
그러고는 다시 안경을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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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합격했다.”
그렇듯 갑자기 들려온 말.
이때, 나는 무슨 말인지 바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저 잠시 멍하니 쳐다봤는데.
“네?”
내가 그렇게 되묻자, 그는 다시 대답했다.
“2차 합격했다고.”
2차 합격이라니?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이지.
“아, 아니! 2차 합격 말이야. 사, 사법고시!”
순간,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네? 사법고시요??”
이때, 그의 설명이 바로 이어졌다.
“···지, 지난 6월 말에 내가 2차를 봤거든. 근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2차에서 떨어진 것 같아서. 그래서 시험은 이제 포기하고 취업이나 하려고 여기저기 회사 원서를 냈거든.”
“그래서요?”
“니가 빌려줘서 이 양복은 참 많이 입고 다녔어. 근데··· 될만한 데도 다 떨어지더라. 보험회사 쪽도 넣었고, 별의별 공장에도 원서를 넣었고, 회사 법무팀에도 참 많이 넣어봤는데, 몽땅 다 떨어지더라.”
“아아. 그래서요?”
“망연자실. 난 죽으려고 했어. 근데 이 양복을 보니까 내가 죽을 수가 있어야지. 고맙게도 이 비싼 양복을 빌려줬는데. 내가 원래 그렇게 못된 놈은 아니거든.”
이때 나는 이해할 수가 없어 미간을 조금 찌푸렸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양복 때문에 죽을 수가 없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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