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 KH투자파트너스 초대박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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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인베스트먼트 김대호 이사의 눈꼬리는 가늘게 경련했다.
뭐? 이 사람이 김한수라고?
26살, 수천억 원의 옵션 승자.
너무 놀라, 자신은 연락까지 취했었는데.
그래도 다행히 그런 노력 덕분에 그가 자신을 찾아왔다.
이건 무척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면서도.
계속 쳐다보면 처음 보는 얼굴인 김한수.
‘혹시 재벌가의 자식인가?’
그 와중에 문득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흐트러짐이 전혀 없는 복장을 하고 있었고.
그가 입고 있는 화려한 턱시도는 그와 무척 잘 어울렸다.
그러면서 얼굴에선 가히 빛이 나는 듯했다.
‘아무리 봐도 평범하지 않은데.’
정말 뜻밖이었다.
예리한 눈매의 젊은 투자자의 모습을 생각했던 김대호 이사.
그러나 김한수의 모습은 완전히 달랐다.
‘그래도 다행히 사기꾼 같지는 않아.’
눈을 보면 어떤 사람인지 대충 알 수가 있다.
사기꾼은 대체로 좌우를 살핀다.
그러나 김한수는 자신만을 또렷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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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제가 좀 놀랐습니다. 정말 김한수씨 본인 되십니까?”
놀랐다는 표현과 달리, 무척 차분하게 흘러나오는 김대호 이사의 목소리.
그리고 그 목소리에는 어렴풋이 경륜이 느껴질 정도다.
“네. 맞습니다. 제가 김한수입니다.”
“아아, 그래요?”
“반갑습니다! 김대호 이사님! 투자계의 전설적인 선배님을 만나 뵙게 되어 기쁩니다. ”
그리고 그제야 악수했고.
김대호 이사는 이때 그의 손에서 문득 강한 힘이 느껴졌다.
‘역시 젊은 사람이라 뭔가 달라.’
김대호 이사는 씩 웃었다.
“근데, 아까 박 상무님께서 대표님이라고 하셨는데?”
“아, 제가 얼마 전에 투자사, KH투자파트너스를 설립했습니다.”
“KH투자파트너스? 사업을 시작했군요!”
“근데 아직 시작된 것은 아닙니다. 투자사 인가가 다음 주 주중에 나올 예정이라, 아마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겁니다.”
“그러나 이미 시작한 거나 마찬가지죠. 곧 인가까지 받는다면.”
“네. 그렇습니다.”
잠시 탐색하듯 질문들을 던진 김대호 이사.
그는 다시금 빤히 쳐다보다가.
갑자기 의아해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김대호 이사는 아차! 싶었다.
“아, 이런! 죄송합니다.”
자신이 아직도 김한수 대표의 손을 꼭 잡고 있었던 것이다.
‘으으! 내가 왜 이런 실수를 했지?’
그러나 김대호 이사는 바로 그 이유를 깨달았다.
‘이거 참, 저렇게 눈길을 끄는 사람도 처음이네.’
풍기는 기운도 예사롭지 않다.
‘이목구비는 어쩜 저리 선명할까?’
귀하게 자란 박지훈 상무마저 김한수 대표에 비하면 초라한 모습이다
단연 눈에 띄는 그런 모습.
그러나 이런 변화가 박현주의 작품인 것을 김대호 이사는 알 수가 없었고.
5천억 원 투자자다운 젊은 김한수의 모습에 김대호 이사는 그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편, 주변의 웅성거림도 더 심해졌는데.
사람들이 하나둘 몰려들고 있었고.
김한수 대표를 손으로 가리키는 사람들의 숫자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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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김 대표님. 제가 좀 드리고 싶은 말씀들이 상당히 많은데, 근데 우선 이분과도 인사를 나누시지요.”
그러면서 김대호 이사는 살짝 옆으로 물러섰다.
그는 조금 전 자신과 대화하던 사람을 슬쩍 가리켰다.
그런데 외국인이다.
본래 멀리서 봤을 땐, 그저 한국인인 줄 알았는데.
이렇듯 가까이에서 보니, 한국인과는 다른, 미묘한 차이들이 더 뚜렷해 보였다.
“아, 이분은 CPC파이낸셜의 젠펑 찬 부사장님이십니다···.”
그렇듯 소개가 끝나자, 나는 흠칫 놀랐다.
박지훈 상무는 이미 알고 있는 듯 별다른 얼굴 변화가 없었는데.
이번 워크샵의 특별 게스트, CPC파이낸셜의 젠펑 찬 부사장이 바로 앞에 있었던 것이다.
곧이어 김대호 이사는 영어로 날 소개했다.
“그리고 이쪽은 파생 투자 분야에서 큰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젊은 투자가 김한수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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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근데 진짜 CPC파이낸셜이라고?
젠펑 찬 부사장?
나는 이내 흥미를 갖고서 그 남자를 유심히 쳐다봤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다소 젊은 부사장.
그런데 그가 몸담고 있는 CPC파이낸셜은 요즘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권 글로벌 투자은행이다.
이 투자은행은 중국인에 의해 설립됐고.
중국 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곳이다.
그러고 보면,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뒤.
기업대출을 늘리면서 은행업이 크게 성장했고.
이후,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많이 늘어났다.
그러고 보면, 얼마 뒤 세계 10위권 투자은행의 절반 이상이 중국계에 의해 장악되지 않은가.
그리고 그런 흐름을 현재 주도하고 있는 CPC파이낸셜.
이 젊은 부사장의 등장은 확실히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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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반갑습니다. 한수 김이라고 합니다.”
소개를 받자마자 나 역시 영어로 말하며 젠펑 찬 부사장과 악수했다.
그리고 그를 유심히 쳐다봤다.
도수가 상당해 보이는 안경을 끼고 있고.
눈썹은 짙으나.
눈매가 얇은 모습이다.
광대뼈는 유난히 튀어나와 있는데.
입술 주변엔 붉은 물집 하나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다소 피곤해 보이는 젠펑 찬 부사장.
그는 억지로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네, 반갑습니다. 젠펑 찬입니다.”
가볍게 악수했고, 그는 다시 말했다.
“저희는 한국의 젊은 투자자분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큽니다. 더불어, 미스터 킴, 당신과의 협력에 대해서도 크게 기대하겠습니다.”
중국계 특유의 영어식 발음으로 우선 의례적인 이야기들만 늘어놨는데.
이때, 나는 속으로 살짝 웃었다.
‘저 CPC파이낸셜은 정말 무서운 곳이긴 하지. 그래서 목이 뻣뻣해지는 것도 이해가 돼.’
사실, 글로벌투자은행의 무서움은 막강한 자본력이다.
‘그래서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는 곳. 속을 감추고 있지만, 뭐든 집어삼키려 혈안이 된 곳. 그게 바로 CPC파이낸셜이야.’
그러나 나는 그 속내를 숨긴 뒤, 웃으며 대답했다.
“오늘 투자유치 설명회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한국까지 오셔서 투자유치를 한다는 소식에 무척 기대가 됩니다.”
그러자 젠펑 찬 부사장은 바로 씩 웃었다.
“관심을 가져주시니 더욱 감사드립니다. 혹시 명함 한 장 주시겠습니까?”
그래서 나는 명함을 꺼내 건넸고.
그러자 그 역시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그런데 잠시 뒤···.
“으음, KH투자파트너스?”
살짝 미간이 꿈틀거리다가.
젠펑 찬 부사장은 이내 입꼬리를 내렸고.
무표정하게 고개를 돌렸다.
“아,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이때.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대호 이사.
김대호 이사의 두 눈이 갑자기 커졌다.
그는 서둘러 젠펑 찬 부사장에게 뭔가 설명을 하려고 했는데.
이때, 누군가 김대호 이사를 제지했다.
바로 박지훈 상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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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잠깐만요! 이사님! 김 대표님과 대화도 끝난 것 같고, 그 자세한 이야기들은 투자유치 설명회 때 들으면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저기 다른 분들, 찬 부사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싶어 줄까지 선 것 같은데.”
그러고는 박 상무는 즉시 눈짓했다.
그러고 보니, 좀 전, 김대호 이사의 주변엔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바로 젠펑 찬 부사장 때문.
그런 지적에 김대호 이사는 한번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박 상무의 지적이 틀린 게 아니다.
그러나 젠펑 찬 부사장에 대한 관심은 어느새 많이 식어 있었고.
모여든 사람들은 온통 김한수 대표를 주목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김대호 이사는 쓴 미소를 짓다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어느 투자사 대표한테 손짓했다.
그가 다가왔고.
이때, 박지훈 상무가 저쪽 옆으로 가서 따로 이야기를 좀 하자는 제안에 김대호 이사는 덜컥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잠시 후, 젠펑 찬 부사장을 다른 사람한테 맡긴 뒤.
김대호 이사는 조용히 그곳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그렇게 옆으로 물러나서 다시 대화를 시작하자.
저쪽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넘어왔고.
김대호 이사와 김한수 대표가 있는 곳은 다시금 사람들로 들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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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님! 아시다시피, 저희 글로벌사업부에선 얼마 전부터 해외 진출을 크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지 개척을 위해 어쩔 수 없이 CPC파이낸셜 등과 같은 중국계 투자은행들과 협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잠시 후.
미래증권 박지훈 상무는 뭔가 할 말이 많은 듯 대화를 먼저 주도하기 시작했다.
“근데 저희가 워낙 경험이 없습니다. 까 놓고 말해서, 해외로 나가면 미래증권은 그냥 신생 투자사에 불과하죠. 글로벌 투자 경험이 전혀 없는 데다가 저희 자본력 역시 글로벌 기준에선 바닥권이라고 할 수 있죠.”
아직은 경쟁력이 부족한 한국의 금융 실정.
박지훈 상무는 그걸 이야기하고 있었고.
이때 그의 눈매가 약간 날카로워졌다.
“그러니 글로벌 교두보를 확보한 중국인들마저 속으론 저희를 무시하는 겁니다. 미국, 유럽 등지의 전통적 글로벌 펀드들은 과연 오죽하겠습니까? 우리가 세계 IB은행들과 경쟁할 수 있을지, 모두가 의문일 겁니다.”
무척 진지해진 박지훈 상무.
활발했던 모습은 거의 사라졌고.
말투에도 힘이 실리고 있었다.
“혹시 김한수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뭔가 목적성이 있는 듯하면서도.
공통의 문제 제기를 마친 박지훈 상무.
그는 갑자기 나한테 질문을 던졌는데.
그래서 나는 좌우를 한번 쳐다본 뒤.
할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현재, 김대호 이사를 포함하여 모두가 날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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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저 역시 궁극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바로 글로벌 IB은행으로의 도약입니다. 제 투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단번에 올라갈 수가 없죠. 치열한 정글에서 싸워야 하고 또한 버텨야 합니다. 그래서 더 강해지기 위해선 더 큰 시장으로 나가야 합니다. 적어도 아시아권 대표 투자그룹으로 거듭나야 하고, 그렇게 되면 적어도 무시하진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과감한 도전이 필요한 시기이고, 많은 도움과 협력도 필요합니다.”
“맞습니다! 우리 한국산업도 그렇게 성장했습니다. 세계의 싸늘한 시선을 이겨내고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어냈죠. 금융 투자계 역시 이제 앞으로 달라져야 합니다! 다만, 역량 집중이 필요하기 때문에 서둘러 체질 개선을 해야 합니다!”
내 말에 바로 동의하는 김대호 이사.
여하튼 김대호 이사는 정확하게 흐름을 보고 있었고.
그러고는 그는 약간의 부연 설명도 했다.
“그리고 앞으로 잘 되면, 우리도 다양한 역외펀드(off-shore fund)를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세계 시장을 겨냥하면서도 국내에서도 판매가 가능한, 새로운 미래 수익원! 이런 것들을 우리가 곧 확보할 수도 있게 될 겁니다.”
그러고는 김대호 이사의 두 눈은 갑자기 부드럽게 휘어졌다.
그때부터 각 기관에서 나온 임원들, 중형급 투자사 대표들까지 합세해서.
대화는 점점 무르익기 시작했고.
수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내 인맥 라인이 급성장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한참 시간이 지나가다가.
어느덧 밤 8시가 되자, 드디어 본격적인 워크샵 행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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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워크샵 본 행사에 앞서, 미래증권 박승규 사장님과 주요 임원단이 입장하겠습니다. 귀빈 여러분께선 열렬한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시작된 미래증권의 임원단 입장과 각 임원에 대한 소개.
그리고 미래증권 박승규 사장은 직접 회사의 미래 비전에 대해서 소개했고.
특별 게스트들의 새로운 투자유치 발표 등도 이어졌다.
그 모든 분위기들은 무척 자유스러웠고.
그 와중에 이런저런 협상들이 이어지기도 했으며.
때로는 투자유치가 진행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미래증권의 밤은 무척 소란스러운 듯.
그러나 열띤 분위기 속에서.
무려 자정까지 그 워크샵은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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