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도약하다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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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하신 성함은요?”
“아, 박현주씨가 예약했을 텐데, 저는 김한수라고 합니다.”
“네. 여기 있네요. 근데 우리 샵에는 처음 오셨죠?”
“네. 처음입니다.”
“그럼 그 외투부터 주시고, 아! 그 정장은 나중에 갈아입고 나가실 옷인가요?”
“네. 맞습니다.”
물론, 정확하게 말한다면, 단순 정장 형태가 아니라.
내가 가져온 옷은 미래증권 워크샵 드레스 코드에 맞춘 턱시도였다.
“외투랑 그 옷은 저희가 잠시 보관하고 있을게요. 그리고 이 옷은 나중에 3층 드레스 룸으로 올려드릴 겁니다. 손님, 그럼 이쪽으로 오세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청담동 유명 헤어샵.
줄리엣로미오 하우스.
한편, 외투 등을 건넨 뒤 잠시 후 샵 안으로 들어갔는데.
이때 내 눈은 이내 살짝 커졌다.
갑자기 딴 세상에 온 듯한.
마치 그런 느낌이 들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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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근데 여긴 젊고 잘 생긴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지?’
무척 넓은 공간.
세련된 카페 분위기의 공간.
그곳 소파에 앉아 대기하고 있는 우아한 모습의 여자들이 보였고.
개인 매니저와 같이 온 듯, 연예인급으로 보이는 여자들도 있었다.
이목구비가 무척 세련된 20대 초반 나이의 여자들.
모델 같은 모습의 남자들.
그들도 여기저기 소파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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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에 잠시 앉아 조금만 기다리시면 저희가 바로 도와드리겠습니다. 혹시 차를 준비해 드릴까요? 메뉴는 여기에 있습니다.”
차 메뉴를 건네는 여직원.
그러나 나는 손을 저었다.
“아뇨. 괜찮습니다. 안 마셔도 됩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러고는 공손하게 인사한 뒤 데스크로 돌아가는 여직원의 모습.
웃는 표정이나 말투가 무척 친절한 모습이다.
그리고 잠시 앉아서 대기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또각또각 구두 굽 소리가 나더니 젊은 디자이너가 나한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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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김한수 선생님 맞죠?”
“네.”
“저는 여기 수석디자이너 글로리아 강입니다. 여기 제 명함입니다.”
글로리아 강?
수석디자이너?
근데 재미 교포인가.
아니다.
너무 유창한 한국말투였다.
단순히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 것 같은데.
“혹시 명함 있으세요?”
잠시 후, 명함을 달라고 해서 나는 조금 머뭇거렸으나.
이내 무표정하게 내가 가지고 있던 명함을 건넸다.
“···아, 대표님이시구나. 근데 저희 샵은 처음이시죠?”
“네. 처음입니다.”
“그럼 간단히 소개부터 할게요. 저희 샵은 총 3층 규모입니다. 헤어 존, 스킨케어 존, 메이크업 존, 마사지 존, 네일 존, 프라이빗 존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구역에서 각각의 서비스를 받으실 수 있으며, 3층 프라이빗 존에서는 편안하게 쉬시면서 릴레스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다만,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시면 입장이 힘듭니다. 그 점은 꼭 양해주세요.”
“아, 네. 그렇군요.”
“근데 현주씨가 예약을 했네요?”
“네. 맞습니다.”
“음, 근데 현주씨는 아마··· 메이크업 존에 있을 텐데, 연락은 들어갔을 겁니다.”
“그럼?”
“아마 메이크업이 진행 중이라 현주씨는 움직일 수가 없을 거예요. 대표님은 그동안 각 서비스를 받으신 뒤, 그쪽으로 이동하면 될 겁니다. 저희가 다 안내해 드릴 겁니다. 그럼 먼저 헤어컷부터 진행하실 거죠?”
“네. 머리부터. 그렇게 해 주세요.”
“그럼, 헤어컷부터 하시고, 스킨케어 존과 메이크업 존을 거쳐···.”
“잠깐! 잠깐만요!”
“네?”
“제가 시간이 많지 않은데, 그런 게 다 가능한가요?”
“아, 잠시만요.”
손에 들고 있던 디스플레이 탭을 잠시 쳐다보다가.
글로리아 강은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미소를 보였다.
“현주씨가 이미 말씀해주셨네요. 괜찮습니다. 늦지 않게 출발할 수 있도록 저희가 성심껏 준비하겠습니다.”
그래, 이번에도 박현주가 뭔가 조치를 취한 것 같았다.
내가 이런 곳은 처음일 거라고 생각하고서.
나름 배려를 한 것 같았다.
‘그래서 다행이다.’
근데 한편으론 묘한 느낌도 든다.
‘진짜 이런 곳은 처음인데···.’
회귀 전의 나는 도대체 왜 이런 곳을 몰랐을까.
그러고 보면, 회귀 전의 나는 정말 소탈했던 것 같다.
공장 생산직 직원에서 정점까지 치고 올라갔던 나.
그러기 위해서 내가 얼마나 부단히 노력했던가.
‘휴!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어쩔 수 없이 잠을 거의 못 잤어.’
사실, 투자를 요행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은 절대 투자로 돈을 벌 수가 없다.
투자는 요행으로 하는 게 절대 아니다.
투자업 자체가 직업이 될 수가 있고.
그래서 투자 자체는 수많은 분석을 거쳐 가며.
수없이 쌓인 경험과 차가운 판단력으로.
‘호가창’이라는 그 전쟁터에서 매번 치열한 전투를 치르는 것이다.
‘근데 재밌네. 이런 곳들은 여자들이 더 잘 알 텐데, 내가 과거엔 이런 샵을 다니는 여자들을 못 만났나 보다.’
애매한 이성 친구, 여사친이라고 할 수 있는 유진 인테리어의 박유진 사장.
그녀는 그냥 일에 미친 사람이었고.
다른 여사친들도 대체로 비슷했다.
그때 내 주위엔 미친 듯이 날아오르고 싶어 하는, 정말 열심히 일했던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하물며 나 역시 비슷했는데.
한편, 여기가 꼭 정답은 아니겠지만.
두루두루 이런 경험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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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이쪽으로 오시죠.”
잠시 후, 헤어컷부터 진행되었고.
어느새 내 헤어스타일은 무척 깔끔해졌다.
“와아, 대표님. 원래 정말 잘 생기셨구나! 자, 보세요! 훨씬 더 똑똑해 보이시고, 훨씬 더 이목구비도 뚜렷해진 것 같지 않으세요?”
이때, 거울을 바라보며 나는 약간 어색하게 웃었는데.
“이렇게 머리 스타일을 바꾸시니까 대표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좀 더 힘이 있어 보이기도 하고, 어때요? 인상이 좀 더 강해지신 것 같지 않으세요?”
나는 거울을 계속 쳐다보다가 다시금 미소가 새어 나왔다.
‘오, 제법인데?’
보면 볼수록 괜찮다.
그러고 보면, 26살의 나이.
그 나이 때문에 다소 어려 보이는 내 얼굴.
그러나 내가 이마를 완전히 드러내자, 좀 더 강한 인상이 되었고.
내 눈빛도 좀 더 강렬해진 것 같았다.
‘생각보다 마음에 들어. 헤어디자이너가 실력이 좋나 보다. 내가 과거에 고용했던 그 전담 미용사보다 훨씬 더 실력이 나아.’
사실, 앞으로 내가 만나게 될 사람들은 대다수가 금융 투자계 사람들.
대체로 나이가 적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과 앞으로 일을 하려면, 좀 더 강한 인상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이런 외면적 분위기도 나름 중요한데.
나는 무척 만족했다.
“대표님, 그럼 저쪽에서 머리 한번 다시 정리하고 제가 다시 봐 드릴게요.”
잠시 후.
나는 모든 헤어컷 절차를 마친 뒤, 이제 스킨케어 존으로 넘어가게 되었고.
한편, 거기서도 간단히 상담을 마쳤다.
이후, 얼굴 피부에 대한 몇 가지 트리트먼트와 피부 마사지 등을 받은 뒤.
곧바로 3층 메이크업 존으로 옮겨갔다.
그런데 바로 그곳엔 미래증권 사원 박현주가 정말 화사한 모습을 하고서.
마침 날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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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오셨다는 연락은 받았는데, 아아! 제가 좀 전에 메이크업이 끝나서···.”
날 보자마자 바로 사정 이야기부터 하는 박현주.
그런데 그녀는 현재 메이크업 톤 때문에 마치 피부가 아기 피부처럼 화사하게 빛나고 있었고.
짙은 눈썹 아래, 새카만 눈동자는 놀라울 정도로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그런 모습을 하고서.
인사와 함께 사정 이야기를 끝냈고.
나는 피식 웃으며 괜찮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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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사람이 또 변했네. 와, 박현주가 저렇게 이뻤나?’
눈앞 박현주의 모습.
어깨의 가냘픈 쇄골은 수줍은 듯 드러나 있고.
무릎까지 내려오는 칵테일 드레스는 발랄하면서도 우아하다.
그리고 그런 드레스를 입고 있는 박현주는 도저히 일반 회사원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렇게 꾸미고 나니,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고.
그 때문에 주변이 아주 환해지는 듯한.
그런 기분이 잠시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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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손님, 이제 이쪽으로 오세요.”
잠시 박현주와 대화하던 중,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대표님, 저쪽에서 메이크업을 잠깐 받으세요.”
이때, 박현주도 즉시 말하며 한쪽 공간을 가리켰다.
다가온 메이크업 존의 직원 역시 활짝 웃으며.
나한테 그곳을 손짓했다.
“근데 현주씨, 제가 무슨 메이크업이 필요하죠?”
“음. 괜찮을 거예요. 아주 간단한 터치인데. 그래도 받으시면 기분이 좋으실 거예요. 제가 이미 말씀드렸으니까 저만 믿고 기다려 보세요.”
그리고 잠시 뒤.
내 얼굴엔 부드러운 터치가 이어졌고.
대략 5분 정도 뒤.
나는 씩 웃었다.
‘확실히 과하진 않네.’
메이크업을 한 듯 안 한 듯.
그렇듯 애매하지만.
그래도 이목구비가 좀 더 뚜렷해진 것 같았다.
“어때요? 괜찮죠?”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와 쳐다보던 박현주.
그녀는 웃으며 물었고.
나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네요.”
“그럼, 대표님! 이제 턱시도를 입고 나오시면 돼요.”
박현주는 다른 직원한테 즉시 손짓했고.
나는 그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드레스 룸을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얼른 턱시도를 갈아입고 나왔는데.
내가 벗은 옷들은 드레스 룸에 비치되어 있던 쇼핑백 같은 것에 넣어서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잠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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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너무 멋있으시다!”
근데 이거 좀 민망하긴 하지만.
그래도 직원들이 과하지 않게 탄성들을 질러 그나마 다행이었고.
박현주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소리없는 박수를 치고 있었다.
“대표님, 어떠세요? 거울도 한번 보세요.”
잠시 후, 나는 대형 거울 앞에 섰고.
잠시 날 가만히 쳐다봤다.
무척 젊은 26살의 김한수.
현재 나는 무척 세련된, 무려 수천만 원에 달하는 수제 턱시도를 입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그 턱시도 자체가 너무 귀티가 나서, 마치 번쩍번쩍 빛이 나는 듯한 모습이다.
‘너무 과한가?’
기껏 워크샵 참석인데.
그래도 ‘파티’라고 할 수 있는 곳을 참석하는 거다.
나는 애써 마음을 진정시킨 뒤.
다시 거울을 응시했다.
근데 확실히 기분은 좋다.
‘와아, 내가 이렇게 젊구나.’
알 수 없는 격세지감.
사실, 회귀 전, 몰락한 패배자의 모습이 아니라.
눈앞의 나는 이제 완전히 바뀐 모습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다소 특이한 경험이었고.
‘이래서 젊다는 게 좋은 거구나.’
이런 생각도 문득 들었다.
그리고 그저 즐거울 뿐.
잠시 후, 나는 그 상념에서 벗어나 이제 현재의 시간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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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듭니다.”
“다행이다. 정말 잘됐어요. 대표님, 그럼 늦지 않게 우리 출발하죠.”
한편, 무슨 일인지 몰라도 약간 굳어 있던 박현주는 갑자기 표정이 변하며 다시 활발해졌는데.
그 모습이 조금 이상했지만.
나는 모른 척 했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그것에 대해 물어봤다.
“네! 시간도 거의 다 됐는데. 현주씨는 그럼 어떻게 가려고요?”
“저희 오빠가 여기로 오기로 했습니다.”
오빠?
오빠라고 하면, 미래증권 박지훈 상무?
“그럼 어떻게 할까요? 오시는 동안 제가 잠깐 같이 기다려드릴까요?”
“아, 아뇨. 대표님. 번거로우실 텐데···. 먼저 가세요! 저는 뒤따라 가겠습니다.”
그렇듯 박현주는 먼저 가라고 이야기했는데.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냥 혼자서 휙! 이곳을 떠나는 것도 좀 이상했다.
고객과 직원의 관계를 떠나서.
박현주의 배려에 대한 도리.
그래서 나는 잠시 함께 기다리기로 했고.
그로부터 채 10분이 지나지 않아, 뭔가 표정이 다시 굳어있던 그녀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섰다.
드디어 오빠 박지훈 상무가 이곳에 도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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