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물이 되어버린 투자자-67화 (67/138)

65화 거물 김한수 02

<61>

“···전무님! 설마 김한수씨일까요? 전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아뇨.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싱가포르 거래소(SGX)에서 우리 선물사업본부에 직접 연락까지 왔어요. 김 팀장님!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우리 회사를 통해 거래하는 기관 투자자들도 꽤 많지 않습니까? 이걸 꼭 김한수씨라고 단정 지을 근거는 전혀 없습니다!”

“혹시 우리가 개인정보 열람을 진행하는 건 어떨까요?”

“전무님! 근데 저는 부정적으로 봅니다. 계좌 개설시 고객들이 최초 동의하는 선택 조항에 이런 사항은 없는 데다가, 멤버십 등급 지정 업무는 적어도 순수 영업 목적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이거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마케팅 목적으로 연결할 요소가 전혀 없다? 그 말씀인가요?”

“네! 특정 사안 없이 고객의 투자 상황을 중간에 확인하는 것은 큰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으음.”

“또한, 김한수씨 정보는 다이아 등급 기준에 맞춰 기관 투자자들과 동일하게, 시스템 보안 등급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시스템 보안 등급?”

“네! 우선, 제 컴퓨터에선 김한수씨 정보 열람이 현재 불가능합니다.”

“현주씨는 어때요?”

“저도 차단되어 있습니다.”

“그건 좀 이상하네. 다이아 관리 담당자인데 접근이 안 된다고요?”

“전무님. 저는 회원 관리 업무만 맡고 있습니다. 등급 상향, 확정, 삭제 등의 권한은 저한테 없습니다.”

“그럼 액세스 가능한 정보가 어떤 게 있어요?”

“주소, 연락처, 직장 등, 일반적인 개인정보들뿐입니다.”

“혹시 접근 가능한 사람이 있나요? 담당 실무자인 김성민 차장님! 김 차장님은 어때요?”

“저도 검색이 안 됩니다.”

“그럼 다르게 질문하죠. 김 팀장님! 혹시 전산팀 협조를 구하는 건 어떨까요? 혹시 가능한 절차와 방법이 있을까요?”

“아아, 근데 죄송한데, 상당히 위험합니다. 기관 투자자급으로 보안 설정된 투자자의 개인 투자 내역을 열람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험합니다.”

“음.”

“이건 임의 목적이어서 결국 계좌 열람과 투자 진행사항을 열람한다는 것은 역시 법적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억지로 업무를 진행할 이유는 없겠군요. 하지만 싱가포르 거래소(SGX) 웅옌첸 이사가 직접 연락을 준 겁니다. 중국 정부의 압박도 뭔가 심상치 않고, 앞으로 혹시 뭔가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그런 상황입니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한테 위해를 끼치는 건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다른 방법은 가능하죠. 우리가 힘들게 확보한, 싱가포르 거래소(SGX)와의 선물업무 계약. 이게 조기에 중단될 수도 있어요.”

“전무님! 그 정도로 심각한 겁니까?”

“저번에 기사도 나왔지만, 철광석 재고 독점 문제는 중국 정부가 주목하고 있어요.”

“하지만 김한수 대표의 재력으로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선물이 아닌 옵션이라면, 그게 불가능한 것도 아니죠.”

“전무님! 근데 싱가포르 거래소(SGX)와의 선물 거래가 중단되면 회사에 큰 타격이 올 텐데, 괜찮겠습니까?”

“저도 그 점이 염려됩니다.”

“아! 전무님, 제가 의견을 좀 드려도 될까요?”

“네, 현주씨 말씀하세요.”

“현재 상태가 위험해도, 실제 독점 상태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80~90%에 이르는 재고량 독점이 발생한 구리, 아연 쪽 시장과는 다릅니다. 최근 기사에서 언급된 철광석 시장은 20~30% 수급 확보만 발표됐고, 이건 독점과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지금 중국 정부가 격앙하는 이유는 철광석 선물 호가의 급등 때문이 아닐까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산업적 리스크가 커진다고 해도, 이런 중국 정책 방향에 우리가 흔들릴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현주씨는 우리가 특별히 나설 필요가 없다, 그 말씀인가요?”

“나설 수도 없거니와 중간에 제어하는 것도 현재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위험도는 높으나 적절한 범위에서 투자를 실행하신 분을 우리는 존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음, 그럼 이렇게 하죠. 팀장님, 현주씨. 저랑 좀 같이 가죠. 김한수 대표를 한번 만나죠. 최근 국내에서 선물 투자를 이렇게 위험하게 하시는 분은 김한수 대표님밖에 없으니까, 우리가 직접 그분의 의견을 들어보도록 합시다. 그럼, 이번 회의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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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나는 잠시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미래증권 최수경 전무, 김청준 팀장, 그리고 박현주씨를 응시했다.

“그래서 철광석 선물 사태 때문에 절 찾아오신 거라고요?”

KH투자파트너스 회의실.

현재 이곳엔 미래증권 관계자들이 둘러앉았고.

나는 이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물어봤다.

그러자 최수경 전무는 곧이어 대답했다.

“저희는 대표님한테 조언을 구하고 싶어 갑자기 찾아왔습니다.”

이때, 미래증권 최수경 전무는 내 눈을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었고.

박현주는 한 번씩 날 쳐다본 뒤 업무 다이어리에 뭔가를 쓱쓱 적고 있었다.

“혹시 제 계좌 내역은 확인하셨습니까?”

우선,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사실, 증권사는 고객의 투자 업무를 직접적으로 중개하다 보니 이런 정보 접근 자체가 아주 용이하다.

그러나 최수경 전무는 이때 고개를 저었다.

“저흰 그때도 말씀드렸지만, 영업 목적이 아닌 경우엔 절차적으로 개인 계좌 열람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땐?”

“멤버십 등급 문제가 있었고, 대표님께서 얻게 되신 수혜도 상당하지 않습니까?”

“아, 그럼 지금은 전혀 열어보지 않으셨다, 그런 말씀인가요?”

“저희가 접근할 수가 없습니다.”

“정말 열어보지 않으셨다는···?”

“김 팀장님! 김 팀장님께서 대신 말씀해주시겠어요?”

한편, 최수경 전무는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을 김청준 팀장한테 미뤘고.

김청준 팀장은 힐끔 최수경 전무를 쳐다본 뒤 입을 열었다.

“현재, 대표님의 계정은 기관투자자와 동일한 등급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즉, 시스템 보안 등급으로 상향되어 있고, 특별한 사유가 없을 경우엔 접근이 안 됩니다. 이땐, 마케팅 사유에도 해당되지 않습니다.”

아아, 그렇구나.

그래서 이들의 표정에서 난처함, 호기심, 의심 등이 묻어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앞서 철광석 사태에 대해서 이야기했으나.

사태를 일으킨 주역이 누군지 아직 확실치 않다는 것.

내 계좌 내역을 보고 왔다면, 바로 직설적으로 말했을 텐데.

그러나 그런 말들을 하지 못하고 있는, 무척 답답한 표정들이었다.

“전무님! 그럼 절 찾아오신 목적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내가 다시 묻자, 최수경 전무는 싱가포르 거래소(SGX) 웅옌첸 이사 이야기를 꺼냈다.

한참 설명들은 이어졌고.

나는 계속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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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최근 일들 때문에 미래증권 선물사업부가 조금 위태로워졌다, 그런 말씀이군요?”

“대표님이 워낙 이런 투자 쪽에 일가견이 있으신 것 같아, 긴밀하게 의견을 구하고자 저희가 온 겁니다.”

내 의견을 구한다?

아니지.

그게 아니라 정확하게 말한다면.

내가 그 투자 당사자인지 확인해 보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대략 듣다 보니 확실히 알겠다.

내 패를 오픈할 필요가 없어진 상황이 아닌가.

그 당사자가 나라는 것을 이 자리에서 공개할 필요도 없는 상황이라.

나는 그저 먼 산을 쳐다보듯 잠시 후 제3자의 입장에서 대답했다.

“···저도 그 기사를 봤습니다만, 근데 아까 최 전무님께서 언급하신 것처럼, 구리, 아연 시장과는 철광석 시장은 다르지 않습니까? 철광석 시장은 이미 수많은 투자자들이 몰려와 있고, 거대 헷지 세력들이 득실 득실대는 그런 곳입니다. 고작 20~30%에 해당되는 선물 확보? 그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저러는 건 오히려 넌센스입니다.”

“하지만, 싱가포르 거래소(SGX) 문제도 있습니다.”

“아뇨. 그것보다 더 심한 경우가 얼마나 많은데요. 고작 그걸로요? 제가 봤을 땐 그런 문제가 절대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혹시 싱가포르 거래소(SGX)에서 선물 계약 협약을 깬다면, 자본주의 원칙에 따라 싱가포르 거래소(SGX)는 그대로 망합니다.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설명만 길었을 뿐.

아주 간단한 내 대답들.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그러자 곰곰이 뭔가를 생각하고 있던 최수경 전무.

이때, 최 전무는 뭔가 말할 듯 말듯 망설이다가.

도저히 참기 힘든 듯.

다소 힘이 실린 듯한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만약 그 매수 세력이 철광석 독점까지 시도한다면요? 문제는 구리, 아연의 독점 케이스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무척 강렬해지는 최수경 전무의 시선!

그 순간, 나는 진짜 이유를 깨달았다.

최수경 전무가 정말 여길 온 이유 말이다.

경험 많은 최수경 전무가 그딴 일로 혼란스러워할 필요가 없는데.

그녀는 내가 철광석 시장을 완전히 교란할까 봐, 정말 염려하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매수 세력이 나라는 것이 특정되지 않았지만.

혹시 내가 아닐까 하는 그런 의혹 속에서.

그녀는 그렇게 묻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갑자기 파생 시장에서 툭 튀어나온 내 존재.

그런데 그 와중에 철광석 사태마저 터졌다.

문제는 내가 아직 젊고, 내 개인 데이터가 많지 않다는 것.

그런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다 보니.

위험을 예단하고서 최수경 전무는 현재 불안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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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무님!”

“네, 말씀하세요.”

“우선, 가정해서 설명해 드리면, 제가 만약 그 투자자라면 절대 그런 일들을 벌이진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철광석 독점 사태가 정말 터지게 되면, 중국 정부는 무조건 개입합니다. 국가적 개입은 전방위적으로 일어날 수가 있고, 특히 철광석 정책 변화는 철강석 선물 호가에 치명적입니다. 압살적 글로벌 헷지 펀드가 아니고선 그런 무모한 투자를 벌이긴 쉽지 않죠. 저라면 절대 그러지 않을 겁니다.”

그 순간, 짧은 탄성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최수경 전무가 가장 먼저 탄성을 질렀고.

박현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 탄성의 느낌은 각각 달랐다.

안도의 탄성, 흥미로움의 탄성 등등.

전자는 최수경 전무였고, 후자는 박현주였다.

그리고 그때부터 어딘지 모르게 그 숨겨진(?) 날카로움들이 회의실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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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럼 회사는 언제 정식으로 오픈됩니까?”

어느덧 회의가 끝난 뒤.

최수경 전무는 한껏 웃으며 회의실에서 걸어 나왔고.

어느새 사무실 입구에 이르자, KH투자파트너스의 정식 영업 시작일에 대해 물어봤다.

그래서 나는 다음 주 인가를 받자마자 영업을 시작한다고 말했는데.

“그래요? 그럼 그때 제가 꼭 방문할게요. 당연히 축하해야죠. 그리고 오늘 갑작스럽게 요청했지만 귀한 시간을 내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희가 앞으로 미래증권을 많이 찾을 것 같은데, 그때 많이 도와주십시오.”

그렇게 웃으며 대화를 마친 뒤.

최수경 전무와 김청준 팀장은 엘리베이터를 타고서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나 내 옆에 서 있는 박현주는 바로 떠나지 않았고.

다른 용무가 있어 내 옆을 잠시 지키고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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