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물이 되어버린 투자자-66화 (66/138)

64화 거물 김한수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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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구리 종목은 그 독점 현상이 철광석 쪽보다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현재 분위기상, 미국 특정 펀드 쪽에서 구리 재고의 80~90%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 같은데. 선물투자본부에선 최근에 구리 선물 호가를 고점으로 보고서 매도 포지션을 잡았습니다. 그게 큰 문젭니다. 그 포지션을 서둘러 청산하려고 시도하고 있으나 청산 자체가 현재 불가능합니다. 피해가 하루가 다르게 천문학적으로 치솟고 있습니다.”

“도대체 헷지를 왜 안 했어?”

순간, 목소리가 커지는 최경욱 부사장.

“했습니다. 하지만 리스크가 전혀 경감되지 않고, 시장이 반응하지 않습니다. 피해만 커지고 있습니다.”

“그럼 헷지가 아니지! 이 멍청한 놈들! 경기가 회복되려고 하니까 쇳덩어리들이 난리를 치네. 철광석, 구리, 그리고 아연도 그렇다며?”

“네. 투기판과 다름없습니다.”

“참, 구리 재고량은 규모가 얼마야?”

“전세계 30억 달러입니다.”

“오케이. 계속 확인 좀 하고. 다른 문제 생기면 바로 보고해주게. 그래도 선물투자본부에서 뻘짓을 하고 있으니 내 면목은 서겠어. 그리고 최 상무! 오늘 저녁에 인천공항으로 나가 봐. 그분 알지? 호텔까지 잘 모셔드리고.”

“네!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깍듯하게 인사한 뒤 최세진 상무는 부사장실에서 나왔다.

그 뒤, 그는 손목시계를 쳐다본 뒤.

스마트폰을 꺼냈다.

최신통화목록에서 금방 찾아낸 전화번호 하나.

미래증권 박지훈 상무.

최세진 상무는 즉시 통화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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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상무. 나야.”

“어? 형, 무슨 일?”

“지금 바빠?”

“정신없이 바쁨. 형, 무슨 일 있어?”

“내일 너희 워크샵 말이야.”

“워크샵? 내일 열리는데. 왜?”

“혹시 거기 내가 가도 될까?”

“잠깐만! 무슨 소리야? 우리 워크샵에 왜 최 상무님께서 오시려고?”

“야! 박지훈 상무! 미래증권과 연줄 닿은 잘난 사람들이 거기 다 오신다며? 나도 사람 구경이나 좀 하자. 어쩌다 보니, 속칭 귀족클럽이 된 거라며?”

“아아, 최 상무님! 근데 그건 회사 영업 비밀에 속하는데 좀 그렇지 않습니까? 고객 정보 역시 영업 비밀에 해당됩니다.”

“박 상무! 내가 영업 비밀 훔치러 가겠어? 거물급이랑 인사 좀 하자고. 요즘 유명한 김한수씨도 온다면서?”

“최 상무님! 저도 아직 김한수씨는 안 봤습니다. 그래서 간단히 말씀드리면, 한세증권 퇴사하시면 제가 모셔가겠습니다! 아, 그럼 제가 바빠서.”

그러고는 바로 통화는 끊어졌고.

최세진 상무는 아쉬운 듯.

스마트폰을 쳐다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한세증권 가문 출신이긴 하지만.

한세증권은 요즘 갈수록 수익률이 악화되고 있다.

반면, 미래증권은 갈수록 날아오르고 있다.

점점 더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계속 무리하게 선물만 손대고 있는데, 그게 어디 쉬운가. 회사 수익률만 악화될 뿐이지.’

차라리 다른 방법인 미래증권이 운영 중인 프리미엄 멤버십 제도 같은 것을 도입하고 싶기도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예산 문제가 있다.

수수료를 고객한테 환원한다는 것.

회사에선 큰 리스크가 될 수밖에 없다.

‘할 수 없지.’

어쩔 수 없다는 듯 쓴 미소를 짓고는.

최세진 상무는 자신의 상무실로 걸어갔다.

그러다가 한번 더 고개를 갸웃거렸다.

‘동명이인이 많나? 5천억 거물 김한수라는 이름이 그렇게 흔한가?’

한세빌딩 7층에 입주한 어느 신생 투자사 대표.

지하 2층 주차장에서 처음 만났을 때 명함을 주고받았다.

아까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같이 움직였던 그 소탈해 보이는 젊은 대표.

‘흠, 아니겠지. 김한수가 저렇게 젊을 수가 없지.’

잠시 생각하다가.

최세진 상무는 더는 고민하지 않았고.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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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현재까지 직원 채용 규모가 남자 3명, 여자 3명. 총 6명 수준이군요. 하하. 진짜 적네.”

내가 웃자, 조관형 변호사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대표님께서 서류 전형으로 대부분 지원자들을 다 걸러냈고. 며칠 전에 진행했던 면접으로 총 6명 합격자가 통보됐습니다.”

다시 쫙 펼쳐진 입사원서들.

모두 대졸자였고.

경력 1년에서부터 3년 사이의 젊은 사람들이다.

“대표님, 다만 이 친구는 좀 특이하지 않습니까?”

조관형 변호사는 입사원서 하나를 가리켰다.

나는 즉시 그걸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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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경?’

25살 여자.

특기? 항상 반대로 생각하는 걸 좋아한다?

특이하긴 하지.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순식간에 지나갔던 면접 때의 일이 잠시 뇌리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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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돈을 벌려는 목적이 있습니까?’

‘네. 있습니다.’

‘어떤 목적이죠?’

‘솔직하게 말씀드릴까요? 아니면 정상적인 답변을 원하십니까?’

‘아, 솔직한 답변? 정상적인 답변? 음. 그럼 저는 솔직한 것만 듣겠습니다.’

‘네. 말씀드릴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빨리 은퇴해서 더 젊은 나이에 인생을 맘껏 즐기고 싶습니다.’

‘아아, 그 파이어족 말하는 건가요?’

‘네.’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그 목적을 달성하려면, 서둘러 큰돈을 벌어야겠군요?’

‘네. 그래서 제가 투자사를 선택했고, 현재 2년 경력입니다.’

‘근데 죄송한데, 그렇게 회사에 다녀선 많이 벌지 못할 텐데요?’

‘상관없습니다. 저는 투자사에서 투자 시스템들을 익힌 뒤 나중에 독립할 생각입니다.’

‘꿈이 크군요?’

‘아뇨. 크다고 생각진 않습니다.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아, 알겠습니다. 혹시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절 채용해 주신다면 재직하는 동안 정말 미친 듯이 일만 하겠습니다.’

그래서 뽑았던 직원.

하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KH투자파트너스.

회사 이름만 거창하다.

회사가 아직 실질적으로 세상에 알려진 게 없다.

그러니 뛰어난 실무자들을 구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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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쓸만한 사람들이 이 정도밖에 없는데 다시 공고를 낼까요?”

“근데 공고를 낸다고 괜찮은 사람이 더 올까요?”

“그럼 연봉을 더 올려서 인재를 모집하는 건 어떻습니까?”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유인책이 되겠지만, 제 생각은 좀 더 지속적인 유인책이 필요합니다.”

한편, 회사 업무를 거의 도맡아 하고 있던 조관형 변호사.

그는 첫 난관으로 인해 뭔가 고민이 많았던 듯.

갑자기 날 쳐다보며 고갯짓으로 날 가리켰다.

“그럼, 대표님 얼굴을 공개하시면 안 됩니까?“

그 말에 나는 씩 웃었다.

“저더러 얼굴을 공개하라고요?”

“네. 그게 가장 좋죠! 하지만, 저도 궁리한 게 좀 있는데 그것 외에도 차선책도 있습니다.”

“차선책? 어떤 겁니까?”

“투자사 등록과 인가가 다음 주 중에 나올 거라고 들었습니다.”

“아마 그렇게 될 겁니다.”

“그럼 회사가 본격적으로 운영된다면, 서둘러 큰 실적을 뽑는 게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조관형 변호사는 자신의 앞쪽 서류 뭉치들 중에서, 몇 개의 서류를 꺼내 회의 테이블 위에 펼쳐 보였다.

“제가 어제 공장에 있는 동안, 이것저것 확인하고 프린트한 건데, 우리나라 투자자들 중에선 자칭 전문가들은 많지만, 진짜 유명 투자자들은 없는 것 같습니다. 투자 수익 역시 대체로 검증되지 않았고, 스스로 주장하는 경우들만 많습니다. 그래서 검찰 선배 후배들한테 전화를 돌려 확인도 해봤습니다. 개중에 사기꾼들이 상당히 많더군요.”

“그래서요?”

“이걸 보시면, 글로벌 유명 펀드들이 얼마나 대단한 수익을 내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은 매년 수익률도 공개하고, 자체 유명세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조관형 변호사는 마치 수사하는 검사인 듯.

해외 투자자들의 사진과 각종 수익률 자료들을 내 앞에 제시했다.

나는 잠시 그 자료들을 쳐다보다가.

이내 익숙한 이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르네상스 테크롤러지의 CEO 제임스 시몬스?’

2년 전 자료인 2008년 기준, 그는 한해 25억 달러의 돈을 벌었다고 되어있다.

헷지 펀드 투자자 중에서 세계 1위 랭크였다.

2위는 폴슨 앤 컴퍼니의 존 폴슨 회장.

존 폴슨 회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예측했고.

당시 150억 달러를 벌어들인 헷지펀드 계의 새로운 스타였다.

그는 2008년 기준, 20억 달러를 벌어들여 세계 2위에 랭크됐다.

또한,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의 조지 소로스가 11억 달러를 벌어들여 그다음 순번을 잇고 있다.

이 외에도 아팔루사 펀드의 CEO 데이비드 테퍼, 바이킹 펀드의 안드레아스 할보르센의 이름 등이 거기에 보였다.

“와! 다들 대단하지 않습니까? 저는 이걸 보니까 왜 제가 법학을 공부했을까, 문득 이런 회의감이 들더군요.”

그리고 그걸 알기에 나 역시 조관형 변호사를 가장 먼저 회사로 불러들인 것이다.

여하튼, 나는 조관형 변호사가 가져온 자료들을 유심히 쳐다보다가.

현재의 내 위치도 대략 확인했다.

‘이걸 보면 회귀 파워를 능가하는 사람들도 있단 말이야.’

다행히 나는 다음 수익들이 예고되어 있다.

즉, 연말까지 마무리되는 투자가 여러 개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철광석 투자를 포함해서 말이다.

이런 투자들이 잘 마무리된다면.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메달리안 펀드를 완벽히 능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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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그리고 투자사 일은 이렇게 하죠!”

“네. 말씀하십시오. 대표님!”

“투자사 인가가 나오면 바로 법인 투자를 시작하도록 하죠. 투자 운용 자금은 우선 제가 2백억 원 정도를 빼서 법인에 넣을 테니까, 그 전에 회사 정관과 규정에 대해서 다시 한번 확인해주십시오.”

“네! 확인되면 바로 결제서류를 올리겠습니다.”

그러고는 잠시 뒤.

나는 KH투자파트너스에 합류하게 된 경력직 직원들의 업무를 각각 나누어봤다.

특히, 업무 경력에 따라 업무분장을 진행했는데.

당분간 KH투자파트너스 조직 구성은 주식운용팀, 파생팀, 부동산팀, 프로젝트팀, 회계·인사팀 등 팀제 중심으로 할 생각이었고.

아직 조직이 작다 보니.

대다수 직원들을 주식운용팀과 파생팀과 같은 투자 사업부 쪽에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사람 구하는 게 정말 힘든 게 사실이었다.

‘근데 조관형 변호사님도 이제 슬슬 한계에 부딪힐 텐데.’

조관형 변호사는 태생적 법조인이다.

상황상 법무 일이 아니라, 대강화학과 회사 전반의 일들을 다 맡고 있으나.

투자 사업부가 다음 주부터 영업을 시작하게 되면.

조관형 변호사는 실무적인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이사급에 해당되는 중역진들이 필요해. 누가 좋을까. 현역이 아니더라도 괜찮은 사람들을 초빙하면 좋을 텐데.’

그만큼 초기 스타팅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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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업무 배치를 마치고 이제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할 때.

갑자기 미래증권 최수경 전무로부터 몹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최수경 전무는 직접 KH투자파트너스 사무실로 찾아오겠다고 말할 정도였는데.

그로부터 잠시 뒤, 아주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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