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물이 되어버린 투자자-60화 (60/138)

58화 상류사회 01

<53>

사실, 내가 기억하는 미래의 모습에서, 그 공장의 위치는 복합 타운 개발의 중심지에 있었다.

부지 용도 변경을 통해 공장은 엄청난 활용가치를 만들어내게 되고.

주요 상업지구 형태로 탈바꿈된다.

거대 쇼핑몰.

마트.

각종 업무·상업 시설 등이 이 공장 부지에 들어서는데.

그로 인해 이 일대의 땅값은 거의 미친 듯이 치솟게 된다.

‘그땐 채권자들의 손에 공장 부지가 들어갔단 말이야. 그리고 이 공장 부지를 소유한 어느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됐다고 했고.’

그만큼 공장의 위치는 아주 중요했다.

이런 공장 부지는 복합 타운 개발을 위한 가장 밑거름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현재, 미래와 달리 모든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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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세요?”

다음 날.

KH투자파트너스가 위치한 한세 빌딩 7층.

어느덧 이곳은 사무실 형태를 갖추고 있었는데.

아르바이트 인력 등을 이용해서.

조관형 변호사가 밤낮없이 사무실 세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한편, 내 질문에 조관형 변호사는 잠시 고민하다가.

회의 테이블 종이 위에 뭔가를 쓰더니 다시 고개를 들었다.

“우선, 임시 주총부터 소집해야 하지 않을까요?”

“네. 그것도 시급하죠. 주주명부도 확인해야 하고, 최대주주라고 해도 형식적이지만 인수과정도 밟아야죠.”

“대표님이 직접 나서실 겁니까?”

“아뇨. 우선은 조 변호사님이 좀 도와주십시오.”

“아,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서둘러 움직여 보겠습니다. 좀 전 말씀 중에 CP(기업어음)들이 갑자기 들어올 수 있다면서요?”

“네. 당분간 조 변호사님이 임시 대표이사를 맡아, CP 같은 것도 좀 처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네? 근데 대표이사? 제가요?”

약간 당황한 듯한 조관형 변호사.

검사복을 벗은 뒤 그는 얼마 되지도 않았다.

오로지 고액 연봉 때문에 이 투자사에 취업한 것인데.

요즘 그는 텅 빈 사무실에서 혼자 일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 실제 경영을 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명목상으로 대표이사 역할을 하시면서 회사의 흐름만 잘 유지시켜 주시면 됩니다.”

“아, 글쎄요.”

살짝 오른쪽 눈을 찡그리는 조관형 변호사.

“그리고 관련 법적 부분들도 좀 있다 보니, 우리 투자사에서 누가 봐도 조관형 변호사님이 적격입니다.”

그래. 당연히 적격이지.

단 두 명밖에 없는데.

내가 바빠 제대로 대표이사 일을 할 수 없으니.

당연히 조 변호사가 해야 한다.

“그럼, 서류들을 준비한 뒤, 내일 중으로 한번 찾아가 보겠습니다.”

“근데, 조심하십시오!”

“네?”

“경리과 박소희씨. 공장에 가게 되면 만나게 될 텐데, 혹시 모르니까 조심하십시오.”

“근데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조관형 변호사는 무척 의아해했다.

그래서 나는 잠시 박소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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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로부터 조금 시간이 흐른 뒤.

“···아아, 그래요? 대표님! 그게 그렇게 된 거였군요. 정덕씨 때문에 사건이 시작된 거네요.”

한편, 전반적인 상황을 전해 들은 조관형 변호사.

그는 내가 그 공장의 생산직 직원이었던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래서 직접 표정으로 드러내진 않았으나.

무척 놀란 기운이 두 눈에 감돌고 있었다.

“···그리고 박소희씨 증언도 중요하군요. 그 증언 덕분에 일이 좀 더 쉽게 풀린 거 같습니다. 근데 왜 저한테 박소희씨를 조심하라고 하시는지?”

그래서 나는 다시 설명했다.

“우선, 박소희씨의 증언이 없더라도 아마 결과는 같았을 겁니다.”

“결과가 같았다고요?”

“네. 그저 박소희씨는 영리할 뿐입니다.”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음, 간단히 현재 상황만 두고서 이야기한다면, 그 사건 관련자들은 다 구속됐습니다. 그러나 박소희씨는 아무 문제 없이 풀려났습니다.”

“아, 그건 그렇지가 않죠. 박소희씨는 피해자죠.”

“피해자요?”

“김도철 사장 때문에 범행을 강요당한 그런 피해자가 아닙니까?”

하긴, 조 변호사한텐 회귀 전의 기억이 없으니.

그런 반응은 당연하다.

하지만 나한텐 회귀 전의 기억이 있다.

억울한 피해자 박소희?

아니지.

나는 다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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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박소희씨가 일부러 한발 빨리 움직인 거라고요?”

“조상구 부장은 ‘설천’의 최병우 변호사의 명함을 받았습니다. ‘설천’은 명실공히 대형 로펌이죠.”

“그러니까 대형 로펌이 움직였으니까, 곧 일이 터질 거라고 박소희씨는 이미 직감했다는 그런 말씀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아아, 근데 그건···.”

쉽사리 믿어지지 않을 일.

하지만 현재 상황을 놓고 본다면.

미래의 박소희가 그 모든 혐의를 벗어 던진 거 자체가···.

무죄 판정이 된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앞으로 2년이 더 지난 뒤.

그런 상황이 변하지 않고 공장이 망했다면.

박소희는 조 부장의 일에 묵인한 공범이다.

아마 그 대가를 바탕으로.

그녀는 미국 유학을 갔던 것 같았고.

세계적 금융재벌의 아시아지역 투자 이사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두 경우 모두 박소희는 무죄로 풀려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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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근데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피해자는 피해자인 것 같은데, 아무튼 대표님께서 조심하라고 하시니까 우선은 되도록 조심하겠습니다. 근데, 말단 경리직 직원을 조심하라고 하시니까 좀 이상합니다.”

“음. 그게 회사가 작다 보니, 듣기론 요즘 대다수의 외부 경비 처리가 박소희씨의 손에서 시작됩니다. 물론, 경리과에 최선희 주임이 있긴 한데, 업무 분야가 좀 다릅니다.”

“그럼, 그걸 절대 그렇게 두면 안 되겠군요.”

“그래서 경리직 직원들부터 보강해주십시오.”

“네!”

우선, 그렇게 그 일을 매듭지은 뒤.

나는 곧이어 공장 부지에 대해서도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좀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이 지도 위의 부지를 보시면 뭔가 보이는 게 있지 않습니까? 대강화학 부지! 이 위치만 우선 잘 보십시오.”

그러고는 나는 회의 테이블 위에 놓인 지도 한 곳을 손으로 가리켰고.

조 변호사는 가만히 쳐다보다가.

잠시 후,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위치적으로 보면, 대강화학 부지가 주변의 중심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그렇죠! 잘 보셨습니다. 지형적으로 여기 대강화학을 중심으로 이렇게, 이렇게 도로 공사가 추가 진행된다면, 이쪽, 이쪽, 이쪽, 이런 쓸모없는 땅들까지 모두 포괄적으로 아우를 수 있습니다.”

내가 아는 미래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나는 그 지식을 현재의 지형 해석에 섞였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땅을 이렇게 부르죠. 노른자위 땅! 더 놀라운 것은 대강화학을 중심으로 개발이 이루어지면, 인근 지역 저 너머까지 개발 호재가 터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 순간, 조관형 변호사는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

처음 설명을 했을 땐, 의아한 표정을 지었으나.

현재, 그의 두 눈에선 강한 빛이 도드라지고 있었다.

“대표님! 이쪽 관련해서 전문가들을 서둘러 영입하는 게 낫지 않습니까?”

“네. 당연하죠.”

이건 사업이고.

새로운 상업·업무·문화·주거 지역을 만들 수 있는 그런 사업이었다.

“근데, 이 일은 아직 공장 직원들이 알아선 안 됩니다.”

“네.”

“대신에 이건 알고 계십시오. 공장 직원들은 제가 책임지고 새로운 취업기회들을 줄 생각입니다.”

그러고는 새로운 법인 등록 작업과 금융, 시공, 평가, 중재 등 전문가 채용 부분에 대해서도 좀 더 세밀하게 논의했다.

그렇게 논의를 마친 뒤.

이제 개발 사업 전략 쪽에 대해서도 잠시 논의를 진행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대강화학 공장이 계속 가동될 경우.

누구도 거길 터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강점을 갖고서 우리는 향후 개발사업 ‘조합’을 구성할 수도 있고.

혹은 사업을 역으로 제안할 수도 있다.

그리고 제안한 우리 사업계획이 받아진다면, 사업제안자로서 포지션 이동이 되며.

전략적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민간 사업자로서 다시 포지션 이동이 될 수 있다.

“···그럼 혹시 그 사업이 잘 돼서 잘 마무리된다면, 기대 이익은 어느 정도 될까요?”

조관형 변호사는 내가 어느 정도까지 예측하는지 궁금한 듯.

그렇게 물었고.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아직은 ‘개발이익 환원’이라는 그 사회적 개념이 크게 없다 보니.

이 시점에선 여전히 시행사의 수익이 상당하다.

“음. 제 생각엔 최소 1조 혹은 최대 2조 원 정도 투자 수익이 생길 거라고 봅니다.”

“와아! 1조에서 2조?”

크게 놀라는 조관형 변호사.

“파이는 그 정도이고, 컨소시엄 참여 업체들이 그 파이를 나누게 될 겁니다. 그런데 그 경험들을 갖고서 해외 사업 형태로, 해외 진출도 아마 가능할 수 있습니다. 혹시 이쪽에 큰 관심이 있으시다면 제가 이 부분을 떼서 변호사님한테 맡길 수도 있습니다. 물론, 변호사님이 이 일에 열심히 하신다면요.”

그러자 눈이 저절로 커지는 조관형 변호사.

그는 정말 놀란 것 같았다.

파이가 엄청 크다는 것과 돈을 그렇게 쉽게 벌 수 있다는 사실에 그는 놀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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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 변호사님! 한 가지는 꼭 명심해주십시오.”

“아, 말씀하십시오.”

“여기서 다루는 투자 정보들은 그 자체가 돈으로 살 수 없는 아주 귀한 것들이 많습니다. 지금 건도 마찬가지죠.”

“혹시 보안 유지 같은 거 말씀인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님! 제가 검사 생활을 제법 해 봤기 때문에 그런 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래도 업무상 비밀유지 서약서, 그런 걸 만들어서 바로 결재 올리겠습니다.”

“네. 그렇게 해 주십시오···.”

그러고는 다시 세세한 일들을 조 변호사와 계속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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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로부터 잠시 뒤.

KH투자파트너스 대표실.

대략 20평 규모의 아주 넓은 곳.

모든 비품들이 완전히 새것이고.

소파도 깨끗하고.

테이블도 무척 반짝반짝 빛나는.

그 대표실에 나는 들어왔다.

‘아직 좀 어색하긴 해.’

잠시 후, 나는 집무 데스크 쪽으로 다가간 뒤.

푹신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데스크 중앙에 있는 큰 모니터를 가만히 쳐다봤다.

이 모니터는 단순한 업무용 모니터다.

반면, 각종 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은 바로 옆 방에 있다.

그곳엔 총 8대의 모니터가 두 단으로 세팅되어 있고.

공학용 계산기 외에도.

0.01초 단위를 볼 수 있는 탁상용 전자 초시계가 데스크 위에 놓여 있다.

그리고 창가 쪽.

도심 일부가 보이는데.

저 멀리 한강이 보인다.

다만, 층수가 낮아 거리의 제약이 있다.

그 점은 다소 아쉬운데.

한편, 나는 창가에 계속 서 있다가.

곧이어 옆 방, 투자용 데스크 쪽으로 가서 거기에 앉았다.

그러고는 컴퓨터를 켠 뒤.

이것저것 모니터들을 쳐다보다가.

잠시 고민했다.

‘조만간 테슬라 주식도 사야 하는데···.’

한편, 잠시 뒤.

나는 각종 선물 차트들을 모니터들을 통해 뚫어지라 쳐다보다가.

이내 컴퓨터와 모니터들을 끄고는.

가져온 백팩에서 수능 책들을 꺼내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 공부하다가.

다시 시간을 확인한 뒤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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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

엘리베이터가 서자, 엘리베이터를 타고서 나는 지하 2층까지 내려갔고.

지하 2층 전용공간에 주차된 내 벤츠 쪽으로 다가갔다.

이곳은 한세증권 임원들 외에도.

한세빌딩에 자리 잡은 중소형 투자사 대표들, 임원급들을 위한 전용 주차 공간인데.

그곳에서 나는 벤츠에 탑승했고.

곧바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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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로부터 한 시간 남짓 운전한 끝에 내가 도착한 곳.

어느덧 해 질 무렵, 강남의 어느 고급 컬렉션 의상실이었다.

거기서 미래증권 직원 박현주를 만나기로 되어 있는데.

9월 11일에 개최되는 미래증권 워크샵.

이곳 참석을 위해선 드레스 코드를 맞출 필요가 있어.

좀 더 여유를 갖고서 미리 의상을 맞춰두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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