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화 공장을 인수하다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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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강화학 대표이사 김도철씨 구속!”
“코스닥 대강화학 거래 정지 공시!”
“대강화학 상장폐지 사유 발생!”
“개미 투자자들 피해 우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화학 생산 업체인 대강화학 대표이사 김도철씨, 전무이사 김도형씨 등이 서울중앙지검에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되었다고 공시했다. 또한, 이날 장 마감과 동시에 증권 매매 거래를 즉시 정지한다고 밝혔다···]
장 마감 시각, 20분을 앞두고서 터진 한국거래소의 공시.
이미 예고된 거나 다름없는 그 초대형 악재가 터지자.
현재 바닥으로 치닫고 있던 대강화학 호가창은 다시 쑥대밭이 되고 있었다.
나는 그 호가창을 가만히, 냉정히 쳐다봤는데.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그러나 관련 기사들은 속속 게재되고 있었다.
특히, 김도철 사장 등에게 적용된 범죄 혐의들은 그 자체로 완벽한 상장 폐지 사유였다.
회계장부 조작.
분식회계.
이중장부.
횡령.
배임.
공문서 위조 등등.
또한, 김도철 사장의 횡령 금액이 확인된 것만으로도 이미 수백억 원을 넘어서고 있었고.
김도형 전무가 바지사장으로 있는 계열사는 횡령, 배임의 주요 루트 중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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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근데 진짜 미친 듯이 쏟아지네.’
지난 몇 주간 끊임없이 주가가 하락했던 대강화학.
한때 400원대까지 주가가 상승했던 대강화학의 모습은 이제 머나먼 일이 되어버렸다.
‘지금 호가가 하한가로 잡히니까 매물이 더 쏟아지고 있단 말이야.’
현재 호가는 132원 하한가.
그리고 이 호가에서라도 주식을 팔려고.
수많은 주주들이 지금 서둘러 물량들을 던지고 있다.
그러나 그게 도무지 팔리지 않는다.
팔려는 사람들은 쓰나미처럼 몰려왔으나.
주식을 사려는 사람들은 거의 실종된 상태.
‘대략 2,470만 주? 우아! 엄청나구나.’
무려 2,470만 주에 달하는 초대형 물량들.
그런 초대형 매도 물량들이 덕지덕지 하한가 호가가 쌓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절대 팔리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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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2,470만 주? 으음. 이건 거의 지분 70% 정도 물량인데.’
즉, 엄청난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 나온 것이다.
‘그럼, 김도철 사장도 던진 거네. 혹시 다른 사람한테 매도를 시켰나?’
김도철 사장의 와이프.
그 와이프가 부랴부랴 매물들을 던진 것일 수도 있다.
하긴, 현 상황에선 모든 게 절망적이니까.
조만간 기업 어음들이 날아들면.
회사는 자금 유동성이 사라져.
부도 직전의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회사가 망하는 순간.
수많은 주식들은 그저 먼지 덩어리가 될 것이다.
‘근데 상폐시, 정리 매매가 있긴 한데.’
보통 상장 폐지 확정시, 정리 매매를 위한 7일간의 기한이 주어지는데.
문제는 회사 부도 발생시, 이런 매매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 주식을 팔 마지막 기회(정리 매매)도 상실되게 되는데.
어쩌면 주식 매매의 기회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일 수도 있다.
그래서 몇 푼 받더라도.
해당 주식들을 처분하는 게.
훨씬 더 나을 수 있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수많은 주주들이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는.
정말 얼마 남지도 않은 그런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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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쌓이는데?’
하한가에 잡힌 매도 물량들.
눈더미처럼 쌓여.
어느덧 매도 물량이 81% 지분율에 육박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사이, 다시 기사들은 쏟아졌다.
[대강화학, 과연 회생할 수 있을까?]
[회계조작? 회계사마저 공모한 범행]
[대강화학 영업이익 연속 적자로 밝혀져]
[···온갖 비리의 백화점, 작년 주가 조작 가능성도 커져]
좀 전에 일부 주주들은 용단을 내려, 하한가 물량들을 일부 잡기도 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다시 매도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김도철 사장 등의 횡령액이 엄청난 데다가.
조만간 CP(기업어음)들이 돌아온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호가창은 무섭게 냉각되었다.
한편, 나는 좀 더 기다렸다.
오후 2시 49분 32초.
특히, 앞으로 동시호가 시간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데.
이때, 무척 긴장하며.
나는 조금이라도 더, 물량이 더 쌓이길 기다렸다.
그리고 2시 49분 49초.
어느덧 동시호가 시간대(2시 50분 ~ 3시 정각) 진입, 11초를 앞두고서.
길게 심호흡을 했고.
잠시 기다렸다가.
빠르게 주문 버튼을 클릭했다.
[매수 호가: 132원]
[주문량: 2,897만 주]
2,897만 주는 대략 82% 지분에 해당된다.
따각!
드디어 마우스 클릭 소리와 함께.
주문이 들어갔고.
찰나!
하한가 물량들이 일제히 내 증권 계좌로 쏟아지며 물밀 듯이 들어왔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간단한 체결 알림!
2시 49분 58초.
딱 2초를 앞둔 그 시각.
바로 그 순간.
82% 지분이 순식간에 내 손에 들어온 것이다.
이때, 매수 비용은 대략 38억 2,400만 원.
그런데 거기서 멈추지 않고.
나는 곧바로 추가 주문 물량을 넣었다.
곧이어 오후 2시 50분이 되면서.
호가창은 동시호가 형태로 바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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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 나이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나는 포효하며 방방 뛰었다.
진짜 헐값에 초대형 물량을 쓸어 담은 것이다.
물론, 지금 사지 않으면.
대강화학을 이렇게 쉽게 인수할 수가 없다.
그리고 대강화학을 반드시 인수해야만.
회사로 돌아오는 어음들도 내가 처리할 수 있게 된다.
회사의 부도 처리를 막을 수 있다.
특히, 부도 위기가 있는 터라 정리 매매 기간까진 기다릴 수 없고.
찰나의 공격적인 매수로 단숨에 회사 인수에 필요한 50% 지분율을 넘어서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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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여기서 끝낼 수 없지.’
조금이라도 더 지분율을 가져온다면.
앞으로 여러 일들을 진행하는데, 그 과정들이 더욱더 쉬워질 것이다.
물론, 코스닥 상폐는 아무 상관이 없다.
이 공장 인수의 목적은 코스닥 투자 목적이 아니니까.
공장이 보유하고 있는 거대한 땅.
여기저기 담보가 잡혀 있다고 해도.
나중에 살 수도 없는 땅들을 내 손에 꽉! 거머쥘 수 있다.
‘근데 아직 시간은 남았어.’
다시 긴장하며.
나는 동시호가 호가창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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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동시호가 창은 그야말로 미친 듯이 위아래로 오가는 혼전 양상이다.
‘바로 나 때문이지.’
동시호가 시작 전, 갑자기 초대량 매수가 터졌고.
하한가에서 물량들이 싹 사라졌다.
그러니 누구나 다 의심할 수밖에 없다.
특히, 투자자들은 몹시 당황한 듯.
일부러 거짓 매수주문들을 넣기도 했다.
그 때문에 호가는 들썩이다가.
순식간에 하한가를 벗어났고.
호가는 더 높이 위로 치솟았다.
하지만, 그 호가 변화에 다시 매도세가 밀려들었고.
가짜 주문을 넣었던 투자자들이 슬쩍 매수 주문을 빼자.
호가는 미친 듯이 급락해서.
다시 하한가 자리로 돌아오기도 했다.
그때부터 호가가 훅! 오르기도 하고.
다시 꺼지기도 하고.
정신없이 동시호가가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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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좀 더 기다려 보자.’
흥분은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현재의 배경 자체가 너무 무시무시하니까.
그리고 어느덧 오후 2시 57분이 다 되어갈 무렵.
동시호가는 무려 152원까지 솟구쳤다.
하한가 132원 기준으로 한다면, 엄청난 상승세다.
하지만 누가 봐도 위태로워 보이는 152원의 호가.
그 호가를 유심히 쳐다보며.
나는 계속 기다렸다.
급락과 급등이 오가는 장세.
그 장세가 서서히 진정되기를 기다렸고.
진짜 그럴듯한 호가가 잠시 후 튀어나오길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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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59분.
이제 장 종료까지 1분이 남은 상태.
후들후들 떨리는 그 1분.
특히, 이 1분은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희비가 교차될 수밖에 없는 그런 순간일 것이다.
‘이땐 단 한 번의 클릭으로 극단을 볼 수가 있어.’
그래도 영리한 투자자들은 좀 더 많은 것들을 보면서, 또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 싹쓸이 매수를 했다는 점.
반면, 코스닥 종목으로의 회생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
그래서 대량 매수를 호재로 보고서 매수주문을 던질까.
상폐 확정이라는 악재에 그냥 매도 주문을 던질까.
‘그래. 이런 두 가지 생각들이 공존하겠지.’
그런데 문제는 전자의 경우, 아직 명확하게 드러난 게 없고.
후자는 누가 봐도 확실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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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27초! 이제 27초 남았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초 단위로 탁! 탁! 시간이 바뀌고 있었고.
나는 마지막 주문 버튼을 준비한 채.
그저 호가창을 뚫어지라 쳐다보며.
조용히 그 마지막 시간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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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초.
15초.
14초.
13초.
그 사이, 동시호가는 152원에서 146원으로 떨어졌고···.
12초.
11초.
10초.
이때, 갑자기 극단적 불안감들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일어난 듯.
호가는 더 빠르게 떨어졌다.
하긴, 정리 매매 때, 땡전 처리를 하는 것보다 지금 당장 파는 게 낫겠지.
그리고 그런 불안감들을 가진 투자자들이 뒤늦게 우르르 몰려든 것 같았고.
무조건 거래 체결을 할 목적에서.
대다수 하한가 매도 주문들을 넣은 것 같았다.
9초.
8초.
7초.
6초.
점점 더 불안감이 팽배했고.
결국, 동시호가는 139원까지 떨어졌다.
이제 138원 호가도 위태위태한 모습이다.
5초.
4초.
3초.
그리고 그 순간, 호가는 135원까지 추락했다.
거의 하한가(132원)에 근접한 수치.
그리고 마침내 동시호가 135원대에서 거래가 형성되는 듯한 그런 분위기가 고착되었는데.
2초.
1초.
한편 그 순간!
나는 드디어 1초를 남겨두자.
즉시 매수주문을 넣었다.
주문 물량, 500만 주.
주문 호가, 상한가 주문.
시장에 나온 모든 물량들을 내가 다 삼키겠다는 의지였다.
따각!
그 순간, 호가창은 휘청거리는 듯했고.
찰나, 동시호가창은 흔들렸다.
이때, 순식간에 장 종료 3시 정각이 되었으나.
바로 종가가 나오지 않았다.
쑥 치솟는 호가.
그리고 다시 조정이 이루어지다가.
잠시 후, 마침내 최후의 종가가 결정되었다.
종가 146원!
전 거래일 종가 155원보다 9원 하락한 호가.
그 위치에서 결국 종가는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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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한편, 모니터엔 거래 체결 알림이 뒤늦게 떴는데.
이때, 엄청난 주식이 내 계좌로 다시 밀려왔고.
내 계좌 주식 잔고의 숫자는 다시 순식간에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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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종가 거래로 내가 242만 주를 쓸어 담은 거네.’
242만 주.
대략 지분 6.85%에 해당되는 주식.
‘와아! 진짜 엄청나게 모았다!’
잠시 나는 포만감에 젖어 들었다가.
입가에 미소가 가득한 채.
곧이어 대강화학 전체 지분율도 확인해 봤다.
기존 지분 3%.
거기에 좀 전 장내 매수한 88.85% 지분을 더했고.
그 결과!
현재 지분율은 무려 91.85%로 수직 상승했다.
‘와아! 91.85%? 그 숫자는 어마어마하구나.’
이 종목의 코스닥 상폐는 확실하다.
그러나 공장 인수는 성공했다.
결국, 나는 그 공장의 최대주주가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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