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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이 되어버린 투자자-56화 (56/138)

54화 달라진 미래

<48>

“···네?? 조 부장이라는 사람이 절 만나고 싶어 한다고요?”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시면서, 한수씨만 따로 꼭 뵙고 싶다고···.”

나만 따로?

변호사 없이?

대체 무슨 작당을 하려고 그런 요청을 할까.

“소희씨! 근데 소희씨가 왜 그런 전화를 저한테 주시는 건가요? 조 부장이 직접 저한테 전화해도 되는데.”

“그게···.”

“그리고 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아셨어요? 이젠 퇴사자인데.”

“아, 조 부장님이 주셨어요. 인사기록부에 있던 거라···.”

그러니까 퇴사한 직원의 인사기록부를 뒤졌단 말인가.

스마트폰으로 갈아탈 때, 그때 휴대폰 전화번호도 바꿀 걸 그랬다.

아니지.

그러면 좀 귀찮아지겠지.

내 개인 연락처가 바뀌는 거니까.

“그래서 소희씨한테 지시했다는 말인가요? 저랑 연락하도록?”

“···네.”

근데 이건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가.

조 부장은 최병우 변호사한테 연락을 취하면 된다.

최병우 변호사가 명함을 남겨놓고 갔기 때문이다.

구태여 날 만날 이유가 없다.

나는 최병우 변호사한테 공장의 일들을 모두 일임한 상태.

아놔, 진짜!

“소희씨.”

“네?”

“조 부장한테 그냥 전하세요. 최병우 변호사가 제 개인 변호사입니다. 최병우 변호사를 무조건 통하면 된다고.”

“아··· 그게···.”

“혹시 저한테 하실 딴 말씀은 없으세요?”

사실, 내가 괜히 중간에 나서게 되면, 최병우 변호사가 진행하는 일들이 이상해질 수 있다.

그래서 중간에 선을 그은 건데.

박소희는 갑자기 목소리 톤이 변하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무척 조심스러운 듯하면서도.

목소리 톤 자체가 작아져, 마치 소곤거리는 듯한 목소리였다.

“아, 이건 어쩌다가 들은 건데, 한수씨. 주요 주주가 되셨다고 하던데, 혹시 진짜 그러세요?”

주요 주주?

“근데 그건 대체 어디서 들으셨어요?”

그런 내 질문에 당황한 듯.

잠시 조용해졌다가.

한참 뒤 대답이 들려왔다.

“···사장님··· 사무실에서요.”

김도철 사장의 사무실?

순간, 나는 호기심이 좀 더 생겼고.

이때, 일부러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박소희는 잠시 뒤 조금 더 설명했다.

“···사장님 사무실에 일이 좀 있었어요.”

“무슨 일? 무슨 일 말입니까?”

“아, 그런 게 있는데.”

“혹시 김도철 사장이 제가 주요 주주라고 하던가요?”

“아, 그게···.”

“음. 솔직하게 말씀해주시면 저도 솔직하게 대답해드릴게요.”

“그럼··· 정말 대답해주실 거죠?”

“네.”

“그럼 말씀해 드릴게요.”

“······.”

“···김 전무님께서··· 갑자기 화내시다가 한수씨 이야기를 하셨는데···.”

김 전무?

공장 김 전무라고 하면···.

“혹시 김도형 전무??”

“네.”

그 순간,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김도형 전무가 회사에 왔다고?

김도형 전무는 김도철 사장의 동생이다.

그러나 회사에 거의 출근하지 않고 꼬박꼬박 월급을 타 먹는 것으로 소문난 임원.

생산직 직원들 사이에서 파다하게 퍼진 소문이었다.

그런 김도형 전무는 원래 회계사였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놀고 먹는 백수나 다름없고.

매일 같이 골프나 치는 그런 사람으로 소문이 나 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사장실에 나타났고.

사장실에서 뭔가 일이 있었다고 한다면.

내가 공장에 다녀간 직후, 김도철 사장을 중심으로 뭔가 난리가 난 것 같았다.

‘혹시 회계장부를 조작하나?’

바로 그런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럼, 박소희도 관련이 있겠는데.’

나는 가만히 생각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약속한 대로 저도 말씀드릴게요. 현재 지분 기준으로 보면, 제가 회사의 세 번째 주주입니다.”

“아? 세 번째요?”

“네.”

“3%?”

“네. 맞습니다. 지분율 3%입니다.”

“그럼 대충 4억, 5억···?”

“네. 아마 그 정도될 겁니다.”

“고시원에 사시지 않으세요?”

“아뇨. 얼마 전에 이사했습니다.”

“이사? 전 몰랐는데···.”

“······.”

“그래서 요즘 안 보이셨구나.”

근데 이 여자!

계속 날 의식했나.

문득, 묘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애써 머릿속으로 부정하면서.

나는 이제 전화를 끊기로 결정했다.

“소희씨! 근데 제가 좀 많이 바빠서 그런데··· 다른 사안이 없다면 죄송하지만, 이만 좀 통화를 끊었으면 합니다. 죄송합니다!”

“아! 잠깐만요! 한수씨!”

“네?”

“잠시 끊지 마세요!”

“왜요?”

“혹시 제가··· 잠깐 혹시 뵐 수 있을까요?”

“네? 저를요? 왜요?”

내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따로 드릴 말씀도 있고, 제가 의견을 좀 구할 것도 있고 해서···.”

“근데,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나는 좀 황당했다.

박소희와 내가 그렇게 친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회귀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우연히 몇 번 만난 적은 있으나.

그저 그뿐일 뿐.

딱히 무슨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니다.

“죄송한데, 제가 좀···.”

“아뇨. 꼭 좀 부탁드릴게요. 한수씨! 제발 좀 부탁드릴게요!”

거듭되는 박소희의 요청.

대체 이게 뭐지?

왜 갑자기 날 보자는 거야?

그러나 나는 박소희와 얼굴을 마주치는 게 대략 부담스럽다.

회귀 전의 나쁜 기억 때문일 터.

하지만 공장과 관련된 일들이 조금씩 수면 위로 드러나는 상황이다.

특히, 사건 중심에 있게 될 박소희 존재는 절대 무시할 수가 없다.

‘아아, 진짜 어떡하지?’

그러나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 의혹을 가진 사람이 절대 뒤로 물러날 수가 없다.

“그럼··· 음! 좋습니다. 사실, 제가 할 일이 좀 많다 보니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혹시 저녁에? 그때 시간이 잠깐 되는데···.”

“저녁이요? 그럼, 그 편의점에서? 아, 아니지. 이사 가셨다고 했죠?”

“네. 그렇습니다.”

“그럼 어디서···.”

대체 어디가 좋을까.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일부러 간단히 대답했다.

“이동하시기 불편하실 텐데, 그냥 그 편의점에서 뵙는 거로 하죠.”

“정말 괜찮으세요?”

“네. 저녁 7시. 제가 그 시간에 맞춰 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한수씨! 그럼 그때 뵙도록 할게요.”

그러고는 마침내 통화는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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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내가 잘한 건가.

박소희와 약속을 잡은 거 말이다.

나는 잠시 더 고민하다가.

이내 고개를 떨쳐냈다.

이미 약속을 잡은 상태다.

하지만 내가 승부수를 잡은 상태.

최 변호사한테 부탁해서 경호원들을 알아봐 달라고 하고, 모두 데리고 가면 될 것이다.

그래서 과한 고민은 그만두기로 했다.

곧이어 나는 메인 모니터를 다시금 쳐다보며 다시 집중했다.

현재, 옵션거래 체결 알림은 아직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그런 거래 체결 알림들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잠시 후, 나는 스마트폰을 손에 다시 쥐었고.

그러고는 곧장 최병우 변호사한테 연락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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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근데 그런 건 좀 곤란한데요. 김도형 전무가 회계사였다고요?”

“네.”

“근데 아시다시피, 회계장부 조작이 발각되면 코스닥 등록 취소 사유가 됩니다. 과거엔 수기 장부 형태로 회계장부를 적은 뒤, 장부 조작을 한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는 어떻게 된 건지 직접 장부를 보면 대략 파악될 겁니다.”

“그럼, 조작 여부는 식별하기 쉬운가요?”

“셈법 자체가 복잡하다 보니, 단기간에 모든 조작은 쉽지 않습니다. 허점은 어디든 생깁니다. 그래서 우선 저도 좀 더 빨리 움직여 봐야겠습니다.”

“네.”

“그리고 박소희씨라고 했죠? ”

“네. 그렇습니다.”

“혹시 그분을 만나게 되면, 되도록 협조를 부탁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협조라고요?”

“네. 한국거래소에 제보가 들어가게 되면 바로 조회공시가 들어갈 겁니다. 물론, 코스닥 상장 폐지 자체가 회사에 큰 부담이 될 테고. 그래서 회계장부 조회 및 검토는 바로 가능해질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상황을 숙고해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네! 저 역시 제 나름대로 조치를 취해보겠습니다.”

그러고는 전화는 끊어졌다.

여하튼, 갑자기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사실, 이런 상황 자체가 회귀 전에는 없었다.

박소희와 이런 만남 자체도 없었고.

내가 주요 주주가 되지도 않았다.

그래서 앞으로 이 일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문득 상폐 가능성도 염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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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게 걱정할 게 아니네.’

이게 바로 줍줍 상황이 아닌가.

3% 지분은 내가 팔 게 아니다.

상폐 가능성이 터지게 된다면, 주가는 더 폭락할 것이고.

이때, 나는 헐값에 추가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내가 공장을 찾아가면서 일이 마치 엉망이 된 것 같지만.

사실, 오히려 일이 척척 진행되고 있는 경우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나는 공장 부지의 미래를 알고 있다.

물론, 내가 일했던 곳이라.

괜한 욕망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회사를 먹을 가능성이 더 커진 것 같아.’

물론, 그러려면 앞으로 무조건적인 지분 확보가 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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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잠시 뒤.

쉴 새 없이 이어지던 금 선물에 대한 콜 옵션 매수가 드디어 끝났다.

이때, 상당량의 콜 옵션 계약 물량이 확보되었는데.

언제나 그렇듯.

아직 관심이 크게 없는, 특히 소외된 곳들만 노리다 보니.

매수 호가는 언제나 저렴하다.

행사가(strike price) 1,250달러 콜 옵션.

이 옵션의 매수 호가는 0.10달러.

이런 콜 옵션 256계약 확보부터 시작해서.

행사가 1,245달러 콜 옵션.

평균 매수 호가 0.26달러, 458계약 등.

다양한 행사가의 콜 옵션들을 내 계좌에 가득 담았다.

그렇게 체결된 총 매수 계약은 7,570계약

총 매수 비용은 31만 달러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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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계약 물량이 좀 적어서 아쉽긴 한데···.'

그러나 선물 물량으로 환산한다면 정말 엄청난 양이었다.

'그래 이 정도면 충분해. 근데 이 투자도 잘 되겠지?’

내가 진행한 열한 번째 투자였다.

다만, 현재 차트만을 봤을 땐 투자 성공 여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아무래도 2008년의 후속 여파가 남아 있어서 그런지, 안정 자산(금)에 대한 선호도가 아주 큰 편인데.

그래서 금 선물 및 옵션 거래량도 나쁘지 않았고.

변동성의 잔재가 또한 남아 있어, 물량 회전율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그러면서도 혹시 모를 낙폭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보니.

매도 포지션의 매도 공세도 활발한 편이다.

또한, 지속적인 호가 상승을 바라는 콜 포지션에 대한 매수 역시 활발한 편.

그렇듯 위험과 호재가 공존하는 상황.

이게 바로 파생시장의 버팀목이고.

선물과 옵션 시장을 활황으로 만드는 바로 그 근간이 되지 않겠는가.

즉, 금값의 변동은 누구도 알 수가 없고.

미래는 지극히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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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근데 지금 몇 시지?’

한편, 나는 잠시 후 뒤늦게 시간을 확인한 뒤.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얼른 서재를 정리한 뒤.

백팩을 다시 어깨에 멨다.

그러고는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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