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물이 되어버린 투자자-55화 (55/138)

53화 열한 번째 투자 02

<47>

‘하긴, 테슬라는 조금 있다가 사도 되겠다.’

2010년 6월, 나스닥 상장을 끝낸 테슬라.

그러나 이 시기의 테슬라는 적자기업이었다.

기업가치 평가를 통해 나스닥 상장이 이루어진 것인데.

이런 테슬라형 상장은 2017년 우리나라 코스닥에도 도입된다.

‘주가 차트 자체가 지속적 하향세야. 이럴 때 일부러 매수세를 끌어올리기 위해 한번 올렸다가 다시 낮출 테고. 그걸 생각하면 아직 살 때가 아냐. 곧 공모가까지 떨어지겠네.’

테슬라의 지난 주가 차트를 한번 보면, 상장 첫날 급등했다.

주가는 41%가량 상승했고 23.98달러에 마감했다.

물론, 이 주가는 2010년도 기준 주가.

이후 테슬라는 액면분할을 여러 번 하면서 주식 숫자를 크게 늘렸고.

주가는 액면분할 비율만큼 낮춘 뒤, 다시 장중에 상승했다.

‘근데 이 차트 자체가 확실히 기술 상장 차트야. 초기 투자자들이 물량을 쭉 빼던 7월 초순에 사는 게 가장 저렴했던 구간이야. 뭐 아쉽지만, 그래도 조만간 다시 좋은 기회가 올 테니까.’

그래서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그리고 테슬라 투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현시점에서 테슬라는 개별주식옵션 형태로 공략할 수도 없다.

그 때문에 내 눈에 크게 들어온 것은 바로 금 선물 투자.

‘금값이 점점 오르는 시기야.’

원유도 오르고.

금값도 오르고.

그 때문에 이 시기는 선물 트레이더한텐 또 다른 황금기라고 할 수 있다.

호가의 변동세가 커졌다는 것.

바로 수익 창출 기회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난 기사들이지만.

관련 기사들을 찾아서 다시금 확인해 봤다.

[···작년 연말 온스당 1,098달러였던 금값···(중략)··· 이 금값이 올해 6월 말 기준 1,246달러까지 상승했고, 앞으로 금값 상승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중략)··· 금값 상승은 미국 달러 약세, 금융 완화 정책, 인플레이션 우려, 중국발 귀금속 수요 증가 등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며···]

그러고 보면, 글로벌 시장의 흐름은 이중적이다.

2007년,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극복한 뒤.

세계 경제는 경기 성장세로 돌아간다는 긍정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미래가 아닌 현재 상황이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글로벌 경기는 아직 불확실했고.

인플레이션 발생 우려는 아직도 남아 있다.

그리고 이런 심리가 적나라하게 반영되는 곳.

그건 바로 선물옵션 시장이었다.

‘그래서 이것도 재밌어. 미 연준(연방준비제도)이 긴축 통화정책을 실시할 수 있다는 반짝 기사 같은 게 실물 시장을 흔들고 있어.’

왜냐하면, 미 연준이 긴축 통화정책을 쓰게 되면, 달러의 안정성이 생긴다.

‘킹달러’ 현상!

이런 게 발생하게 된다.

대안적 안정 가치인 금값은 그래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선물 호가의 상승 동력은 대체로 상실하게 된다.

‘분위기가 혼조세야. 양쪽으로 흔들어대고 있고. 갈피를 잡을 수가 없고.’

그래서 대다수 투자자들은 혼란스럽다.

언제나 미래는 어디로 튈지, 쉽게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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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나는 금 선물 트레이딩 호가창을 메인 모니터에 띄웠다.

그리고 잠시 유심히 세부 사항을 확인했다.

보통, 금 시세는 온스, 즉 ‘트로이온스’ 기준으로 선물 거래가 되는데.

이 트로이온스라는 것은 귀금속 중량 단위다.

금 31.1034768그램을 의미한다.

우선, 금 선물 종목들부터 확인해 봤다.

금 선물 거래는 일반 계약단위가 100 트로이온스(troy ounces) 기준이다.

틱 단위는 0.1포인트.

틱 당 가치는 10달러로 잡혀 있는 상태다.

그런데 이런 금 거래는 한국거래소에서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쪽을 슬쩍 살펴본 결과, 금 선물 거래 자체가 뜸하다.

예상했듯이 이 시대 선물 투자자들은 주로 국내 지수 선물·옵션에만 몰두하고 있었고.

실물 자산인 금 선물 같은 것은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반면, 런던 금 시장협회(London Bullion Market Association)와 뉴욕상품거래소 COMEX의 금 선물 거래는 아주 활발한 편인데.

‘그래서 접근성이 좋은 COMEX를 통해 투자를 진행하면 되겠어.’

물론, 런던 금 시장협회 역시 절대 무시할 수가 없다.

이곳은 하루 2회에 걸쳐, 오전 10시 30분, 오후 3시 정각마다 금 가격을 결정해 세상에 고시하는 곳이다.

그러나 이런 고시 가격은 실물 거래에만 중요할 뿐.

현재 COMEX 기준 금 선물 시세는 온스 당 1,183.50달러였다.

이런 선물 시세는 서서히 소폭 등락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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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COMEX 기준, 금 선물에 대한 옵션 쪽은 어떨까.

역시 콜 옵션 매수세가 아주 무서운 상태다.

현재 행사가 1,180달러짜리 콜 옵션의 호가는 6.20달러.

이것의 1계약 매수 가격을 생각한다면.

6.20달러 × 100(거래승수) × 1(계약수) = 620달러가 되는데.

이런 콜 옵션의 호가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반면, 풋 옵션 호가는 갈수록 폭락하고 있는 상태.

행사가 1,130달러짜리 풋 옵션.

이 호가는 이미 0.20달러까지 뚝 떨어진 모습인데.

이런 외가격대의 풋 옵션을 매수한다면 아주 헐값에 살 수가 있다.

그래서 금값이 향후 폭락하게 된다면.

이런 풋 옵션 투자로 초대박이 터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외가격대 투자는 대다수가 쪽박을 차는 게 일반적인데.

큰 리스크가 있는 만큼 투자 성공은 절대 쉽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

‘그래. 전반적으로 분위기는 콜 대세야.’

그러나 풋의 향방은 절망적이다.

나는 잠시 그런 차트 흐름을 좀 더 눈여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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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차트상 콜로 가더라도 남들처럼 움직이면 시세 차익이 크지 않을 것 같은데···.’

언제나 그렇듯 투자는 위험을 각오할 때 대형 잭팟이 터진다.

좀 더 멀리 보고.

좀 더 눈을 넓혀야 한다.

‘감’이 아니라 차트적 흐름을 보면서 말이다.

또한, 차트 바깥의 시류 역시 유심히 살펴 보면서.

‘그럼, 만기일이 매달 나오는 매월물보단 조금 더 긴 편인 12월물로 들어가는 게 낫겠어.’

거의 12월 만기일까지 기다리는 코스피200 옵션 투자.

이제 금 옵션 투자까지 곁들이게 된다면.

2010년의 마지막을 바라보면서, 초대형 잭팟이 터질 수도 있다.

멋진 샴페인을 터트리며.

그 멋진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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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참 웃기네.’

그러고 보면, 문득 회귀 전, 2010년의 내 모습이 슬쩍 생각났는데.

그땐 투자를 시작하지도 않았고.

그저 공장 생산직 노동자에 불과했다.

그땐 정말 순박했고.

좀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세상 물정 모르는 고시원의 짠한 인간이었다.

‘그래도 그때 김주현 그 여자 때문에 투자 맛을 처음 본 것 같은데.’

고시원 근처에서 우연히 만났던 은행원 김주현.

첫눈에 반했고 헌팅에 성공한 뒤.

커피숍에서 첫 데이트를 했다.

솔직한 내가 고졸 생산직에 대해 이야기하자, 그 여자는 금방 얼굴이 굳어버렸다.

그리고 그로부터 일주일 뒤.

뭐든 선물을 해 줄 생각에.

순금 귀걸이 같은 걸 실제 샀는데.

그 귀걸이를 건넬 기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 뒤.

다시 팔러 갔을 때.

나는 시세 차익을 볼 수 있었다.

금 가격의 급격한 상승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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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 나는 쉴 새 없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지난 차트 분석을 진행했다.

특히, 연말 기준.

각 차트 흐름을 각 통계 계수에 대비시켜 각 그래프에 플랏팅했고.

수차례로 모의 테스트를 거친 끝에.

간신히 목표가가 설정되었다.

금 선물 호가 1,400달러!

현시세 기준, 까마득하게 높은 값이다.

그러나 이 기준으로 매수 계획을 짰고.

호가창에 던질 주문들도 재빨리 프로그램에 입력했다.

‘이 호가들이 치솟으면 내 심장도 요동치겠지.’

좋게 좋게 생각하자.

긍정적 사고는 밝은 미래를 불러온다.

타다닥. 탁. 탁. 탁.

그 와중에 쉴 새 없이 키보드를 두드렸고.

한 번씩 차트 변화도 다시 주목했다.

그리고 잠시 뒤.

주로 행사가 1,260달러에서부터 1,350달러 선의 콜 옵션들.

이런 콜 옵션들을 집중적으로 사냥하기 위해 일제히 주문들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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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슬쩍 쫄깃쫄깃한데.’

왜냐하면, 이 시각 기준, 호가는 1,184.70달러다.

그래서 콜 옵션 쪽은 행사가 1,200달러에서부터 1,250달러까지 집중적으로 ‘강세’ 호가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행사가보다 훨씬 더 높은 곳.

그 위쪽 행사가 옵션들은 대체로 ‘불확실성’의 영역이다.

이런 고(高) 행사가 옵션을 노리는 트레이더들도 아직은 많지 않다.

왜냐하면, 금값이 많이 올랐다는 시장 분위기가 있었고.

고점을 찍으면 언제나 호가는 하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값이 만약 낙폭한다면.

이런 옵션들은 순식간에 “내재가치=0”의 휴지쪼가리가 된다.

‘그래서 콜일 때도 단계별 투자 전략을 짤 수 있어.’

즉, 대다수가 같은 눈으로 콜을 볼 때도.

그 목표치의 차이가 있다 보니.

이때, 적절한 투자 포인트가 생긴다.

‘선물’의 영어 명칭은 ‘Futures’가 아닌가.

미래 가치를 보는 것.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 명칭에서도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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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잠시 뒤.

호가창이 살짝 흔들리는 듯.

마치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이때, 거래 체결 알림창들이 우수수 모니터에 튀어나왔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우수수 쏟아지는 거래 체결들.

슬쩍 치솟는 기대감.

그리고 흥분감.

이건 말초신경을 폭발하게 하는 게 아니라, 슬쩍 자극하는 듯한 미세한 짜릿함이다.

그 기분에 살짝 빠져들 때.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호주머니에 있는 스마트폰.

그 스마트폰이 갑자기 요란하게 울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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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누구지?’

낯선 전화번호.

단 한 번도 통화되지 않은 그런 낯선 전화번호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그런 발신 번호가 찍히고 있었다.

‘받아야 하나? 그냥 무시해야 하나.’

잠시 쳐다보던 중.

조금 망설였고.

그러다가 요즘 이것저것 벌인 일들이 많아.

혹시나 하는 생각에 통화버튼을 꾸욱 눌렀다.

화면은 즉시 통화 상황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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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네, 여보세요?”

“···혹시 한수씨··· 한수씨 전화번호 맞죠?”

한수씨?

날 아는 사람 같은데, 도대체 누구지?

“네. 맞습니다만, 누구시죠?”

“혹시 저 기억나세요?”

순간, 여자의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저기 누구신데요?"

당황하며 내가 즉시 반문하자, 여자는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한수씨. 저는 경리과 직원··· 박소희라고 합니다.”

박소희??

나는 멈칫했다가.

의아해하며 재빨리 되물었다.

“공장 경리과···?”

“···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이 여자가 어떻게 내 전화번호를?

내 퇴직금 정산 일은 올 초에 끝났고.

그래서 개인적으로 연락할 이유가 없다.

정말 뜻밖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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