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물이 되어버린 투자자-51화 (51/138)

50화 무시무시한 3% 주주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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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뉴타운 사업.

주택재개발, 주택 재건축.

그리고 상업·업무 중심의 복합타운 개발.

특히, 이런 새로운 도심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각종 토목 공사들이 수행되어야 하고.

교량 사업, 도로 정비 등.

교통 수요에 대비한 전방위적 사업도 필요하다.

그렇게 다져진 자리에.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들과 새로운 쇼핑센터 등이 들어서게 되고.

각종 상업지구도 들어서면서.

단숨에 주변 토짓값과 집값 등은 오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자본들이 들어와서 엄청난 수익을 남기게 되고.

그 수익은 이내 해일 같은 썰물이 되어 사라져버린다.

무에서 유를 창출하듯.

낮은 호가의 저변 시설들은 어느새 높은 호가로 변모하고.

이때, 개발이익, 즉 시세 차익이 발생한다.

이건 바로 주식 투자, 선물 투자, 옵션 투자나 다를 바 없는 투자다.

그러나 다른 점도 있다.

이런 개발 투자는 정책적 방향이 포함되어 있어 절대 실패할 수가 없다.

진입하는 순간, 무조건 수익을 취하는.

도시개발 프로젝트의 가치.

그 진입이 바로 파생시장의 콜 옵션을 잡은 거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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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그렇게 보면, 공장이 진짜 노른자위였네.’

그 과정에서 욕심 많은 사장은 쫓겨난 거고.

한두 푼 회사 공금에 손대다가 사장은 쪽박을 찬 것이다.

결국, 공장은 공중분해가 되어, 낮은 호가대의 매물로 바뀐 것.

불법적인 부분들이 그 과정에서 포함된 듯 보이지만.

마치 작전주, 주가 조작 냄새나 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돈 냄새가 풍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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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나는 호텔 대형 스위트 룸에서 일어났다.

그 룸은 두 개의 구획으로 나누어져 있어.

내가 한쪽 방에서 잤고.

정덕이 다른 방에서 잤다.

술이 떡이 된 녀석을 업고서 내 차에 태웠고.

대리기사를 불러 이곳 호텔로 온 것이다.

‘그냥 한남동으로 갈 걸 그랬나.’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이럴 땐 호텔이 더 편해.’

룸 서비스를 시킬 수 있다.

그냥 방에서 룸 서비스로 식사를 대신할 수 있다.

한편, 숙취로 머리가 좀 아팠지만.

시원하게 샤워를 하면서.

나는 계속 머릿속 생각은 이어 나갔다.

‘아직 여덟 번째 투자 건은 회수가 안 됐어.’

그건 연말까지 기다려야 한다.

코스피200지수 콜 옵션 투자.

제대로 들어간 상태이고.

현재 내가 보유한 물량은 엄청나다.

그래서 코스피 지수가 오를수록, 계약 물량의 흐름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고.

한순간 콜 옵션의 호가는 마치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다.

‘그럼, 그건 좀 더 기다려 보기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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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샤워를 마친 뒤.

나는 머리를 말렸고.

옷들을 챙겨 입은 뒤, 샤워실 밖으로 나왔다.

‘녀석, 아직도 자고 있네. 오늘 택배 일이 있을 텐데? 참! 몇 시지?’

두리번거리다가 스마트폰부터 찾았다.

즉시 시간을 확인해 보니, 어느덧 아침 7시가 다 된 시각.

‘하아, 나도 참 못 살아. 그렇게 술을 먹었는데 이렇게 일찍 일어나고.’

기지개를 켰다.

뻐근하던 근육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그로부터 스트레칭을 좀 하다가.

정덕을 깨울까 하고 나는 잠시 망설였다.

택배 일은 보통 새벽부터 시작되는데.

이렇게 있으면, 택배 회사에서 분명 연락이 올 텐데.

침대 옆에 놔둔 정덕의 휴대폰은 계속 조용하다.

‘혹시 월차 같은 걸 썼나.’

그러나 택배 기사들은 휴가 자체를 잘 쓰지 못한다고 했다.

그만큼 물량 배송량이 많기 때문.

그래서 매월 월차를 쓰는 경우는 정말 희귀하다고 했다.

잠시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다가.

우선 깨어서 물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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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최정덕! 야! 정덕아! 최정덕!!”

고함을 지르고 흔들자, 정덕은 마침내 깨어났다.

부스스한 모습.

두 눈이 충혈된 모습.

잠시 그는 멍해 있다가.

택배 일에 대해 내가 묻자, 정덕은 귀찮은 듯 외치며 이내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월차 냈어. 월차!”

“야! 월차 내기 힘들다며?”

“괜찮아. 입사하고 처음 쉬는 거야. 토요일, 일요일도 다 일했다니까.”

순간, 나는 얼른 뒷걸음질 치며 물러났다.

“미안. 좀 더 자. 나가 있을게.”

그래서 녀석은 택배차를 타지 않고.

거금(?)을 들여 택시를 타고서 한강공원으로 왔던 것이다.

‘그럼, 이 방을 차라리 하룻밤 더 빌려두는 게 낫겠네.’

분위기상 하루 내내 잘 것 같은 모습이었다.

무척 피곤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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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나는 메모지에 일어나면 전화하라는 메시지를 남긴 뒤 호텔에서 나왔다.

호텔 숙박은 하루 더 연장했고.

한편, 아침 숙취 때문에 대리기사를 간신히 불러, 곧장 한남동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국내 주식 종목 차트를 각 모니터에 띄웠다.

생각해 보니, 열 번째 투자를 시작할 때였다.

바로 내가 다녔던 그 화학 공장과 관련하여.

코스닥 종목 투자.

바로 ‘대강화학’ 종목의 주식 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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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렇게 보니까 내가 이런 초라한 곳을 다녔었구나.’

회사의 재무제표를 보니 그저 참담하다.

매출액, 374억 원.

영업이익, 8억 원.

당기순이익, -26억 원.

부채비율(%) 179.47%

자본유보율(%) 18.83%

부채비율도 비교적 높고 자본유보율도 형편없다.

특히, 부채비율은 100% 이하일 경우 대체로 안정된 회사이고.

200%가 넘어가면 회사가 위험해진다.

그런데 그 부채비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그런 상태였다.

‘그럼 주가는?’

“390원?”

‘아, 동전주였네.’

주가가 천원도 되지 못하는, 바로 동전주다.

시총 규모도 형편없다.

미래 가치가 없고 발전성이 없다 보니.

시총 규모는 137억 원 정도.

간신히 코스닥 종목으로 버티고 있으나.

관심이 뚝 끊긴 그런 소외주였다.

‘진작에 확인해볼걸.’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뭐가 바뀌겠는가.

이 종목 자체만 두고 봤을 때, 어떠한 투자 포인트를 찾을 수가 없다.

주가 차트에서 나타나는 암담함.

물량 거래는 점점 얕아져.

지독한 지루함 일색이고.

누구든 한번 들어가게 되면, 그대로 물릴 수밖에 없는 그런 종목이다.

주가가 떨어져서가 아니라.

물량을 털고 나올 수 없을 정도로 거래량이 희미하다.

이런 경우는 상장 폐지 사유도 되는데.

특히, 하루 주식 거래량은 갈수록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어쨌든 드디어 시작됐다.’

드디어 오늘의 주식 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우선, 지분 3% 공략부터 하자.'

회사 내부 사정을 아주 자세히 알아보려면, 대략 그 정도 지분이 필요하다.

그리고 혹시라도 이번 일들이 잘 된다면.

내가 공장을 먹을 수도 있고.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게 될지도 모르는 그런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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