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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이 되어버린 투자자-46화 (46/138)

45화 유명인사 01

<40>

“···정민씨. 잘 부탁합니다. 여기 김한수 선생님 잘 도와주세요.”

“네. 전무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민씨는 항상 말투가 좋아.”

최수경 전무는 씩 웃고는 나한테 손짓했다.

“일이 끝나면 제 방으로 오시겠어요?”

“네. 그럴게요.”

최수경 전무가 바로 자리를 뜨자, 곧바로 베테랑 여직원 윤정민 대리가 내 일을 도와주었다.

투자사 설립에 필요한 각종 서류 정리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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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여기 보시면 아시겠지만, 인가받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최대 두 달 정도 걸립니다. 빠르면 한 달 안에 가능하기도 합니다.”

“근데 제가 작성한 신청서는 보셨죠?”

“네. 구비서류들까지 다 확인했습니다.”

“문제 소지가 있을까요?”

“애매한 부분들이 좀 있긴 한데, 제가 정리하고 있는 중입니다. 최대한 보완해서 다시 드릴게요.”

“근데 정리를 좀 더 빨리 진행해주시면 더 감사할 것 같은데요.”

똑똑한 실무급 담당 직원인 윤정민 대리.

그녀는 씩 웃었다.

“그럼, 속도를 더 낼게요. 선생님도 내일 중으로 사무실 위치 확정을 해 주세요. 그리고 어제··· 금융위원회 해당 부서에 전화를 넣어봤는데, 최대한 빨리해주겠다는 말씀은 들었습니다. 근데 법인이 신규법인이고 신설이기 때문에 요건 심사가 전보다 더 엄격해졌다고 들었습니다. 요즘 투자사 설립이 많아지고 있거든요. 경기 회복과 증시 회복 때문이겠죠.”

“참! 궁금한 게 있는데, 최근 3년간 재무제표와 부속 명세서 제시 요건, 이런 건 문제없겠죠?”

“네. 제시하면 유리하긴 하지만, 지금 경우는 그럴 수가 없죠. 신설이니까요. 근데 상시 전문인력 요건은 저희가 도와드릴 거지만, 사무 시설 결정이 시급합니다.”

“네. 그 부분은 빨리 진행할 겁니다. 그리고 어쨌든 신속하게 진행해주십시오. 잘 부탁드립니다.”

“네! 걱정마세요. 등록·인가까지 잘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법인설립은 우선 잘 된 것 같아서···.”

무척 밝은 톤인 윤정민 대리의 목소리.

한편, 나는 이것저것 일이 바빠, 먼저 일어섰고.

윤정민 대리도 회의 테이블에서 일어섰다.

30대 초반에 아직 싱글이라고 하는 그녀.

날 빤히 쳐다보다가 환하게 웃고는 가볍게 인사했다.

“서류 보완해서 완료되면, 바로 연락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윤 대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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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나는 최수경 전무의 사무실로 바로 가지 않고.

미래증권 1층 안내 데스크 옆, 커피숍에 잠깐 들렀다.

“현주씨!”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손을 흔들자.

선물사업본부 박현주는 재빨리 다가왔다.

“앉으세요.”

“네.”

“음료는 어떻게 하실래요? 제가 살게요.”

“아, 아뇨,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여기 법카도 가져왔습니다. 법카! 선생님, 어떤 거 드시겠어요?”

어느덧 내 호칭은 ‘고객님’에서 ‘선생님’으로 바뀐 상태다.

“아, 저는 그냥 ‘아아’가 좋습니다.”

“네. 잠시만요.”

박현주는 잠시 후 주문을 마치고 돌아왔다.

이때 나는 내 서류 가방을 무릎 위에 올려둔 뒤.

그 안에서 편지 하나를 꺼냈다.

미래증권에서 발송된 편지.

이것 때문에 박현주 사원한테 볼 일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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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그 초대장이군요?”

편지를 보자마자 두 눈에 이채를 보이는 박현주.

그리고 그 편지 봉투 안에 들어있는 것은 바로 금박의 초대장이었다.

한편, 다른 사람들이 다른 데 쓰지 못하게 내 이름 석 자가 또렷하게 박혀 있다.

“2010 Global Financial Challenge Workshop(GFCW) 초대장. 이렇게 되어있는데, 혹시 이거···?”

내가 의문을 보이며 그렇게 묻자.

박현주는 유심히 그 초대장을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선생님. 이게 그때 말씀드린, 다이아 분들의 모임입니다.”

다이아?

플래티넘 다이아 회원들의 모임?

박현주는 계속 설명했다.

“그리고 이 워크샵 참석 대상은 다이아 회원분들 외에도 저희 그룹 회장님과 사장님, 부사장님도 참석하시게 될 거고. 사내 주요 임원 분들도 여기에 참석하실 겁니다.”

“그럼, 회사의 높으신 분들이 참석하시는 거군요.”

“네! 그리고 그때 선생님한테 설명할 때, 담당자인 제가 워크샵 상황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 많이 죄송했는데, 그래서 팀장님께 다시 여쭤봤습니다. 그랬더니 그쪽 워크샵 담당자인 그룹비서실 정 차장님을 연결해주시더군요. 그분을 통해 그 이야길 들었습니다.”

“근데, 그룹비서실? 음. 그럼 혹시 워크샵 개최는 뭔가 다른 업무인가 보죠?”

그러자 박현주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와, 바로 눈치채셨네요. 그 행사는 그룹비서실에서 주관한다고 합니다. 회장님께서 직접 제안하셨고 행사 자체가 좀 개인적인 행사라고 들었습니다. 비록 멤버십 혜택이지만 비공식 혜택이고. 회사 정규 업무가 아니라서 저도 정보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럼 워크샵 자체가 회사 업무가 아니라는 겁니까?”

“네. 조금 애매합니다. 그룹비서실에서 주관하고 있으나 행사 비용은 회장님 사비로 전액 지불된다고 들었거든요.”

“아, 그래요?”

특급호텔 그랜드 홀에서 개최되는 워크샵.

그 시간은 저녁 시간대다.

저녁 식사 비용, 그리고 여타의 행사 비용까지 생각한다면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하긴, 부자한테 그런 돈이 문제가 될까.

“당일, 이 초대장과 멤버십카드를 꼭 지참하고 가셔야 합니다. 그리고 이건 나중에 전화를 드리려고 했는데, 당일 드레스 코드도 나왔습니다.”

드레스 코드?

“여름이 끝난 뒤, 9월 추계 시즌에 맞춰 블랙 타이(black tie)로 결정됐습니다.”

블랙 타이?

나는 눈이 살짝 커졌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여기서 블랙 타이(black tie)라는 것은 검정색 옷을 입은 게 아니다.

블랙 타이 코드는 남자의 경우, 턱시도를 입어야 한다.

여자는 롱 가운 혹은 칵테일 드레스를 입어야 하는데.

보통, 칵테일 드레스는 주로 무릎 쪽까지 내려오는 원피스를 가리킨다.

이런 드레스 코드는 대략 2번째 높은 격식.

그 위쪽에 있는 드레스 코드는 바로 화이트 타이(white tie)다.

이 드레스 코드는 다소 엄격함이 요구되는데.

예를 들어, 남자는 셔츠와 함께 하얀 넥타이, 조끼, 턱시도를 반드시 입어야 하고.

여자는 드레스가 길게 내려온, 다소 화려한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와야 한다.

“근데 드레스 코드까지 있고, 이건 꼭 상류층 사교모임 같네요.”

“저도 대충 그렇게 들었습니다. 그리고 젊은 아가씨들도 많이 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말하며, 슬쩍 내 눈치를 살피는 박현주.

나는 의아해하며 바로 되물었다.

“젊은 분들이 그렇게 많이 회원이 될 수 있나요?”

이상할 수밖에 없다.

플래티넘 다이아 등급이 절대 흔하지 않을 텐데.

그러자 박현주는 다시 설명했다.

“연세가 꽤 있으신 분들이 많이 오시다 보니까 부부 동반에 자녀 한 명까지 동반 참석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선생님도 동일한 조건입니다.”

그러나 나는 와이프도 없고 아이도 없다.

나 혼자 가면 된다.

그런데 대한민국에 이런 게 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비공식 행사.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사실, 나는 과거에 이런 행사에 잘 참석하지 않았지만.

생각해 보니, 얼핏 비슷한 것들을 종종 들어 본 것 같다.

특히, 미래그룹 박 회장은 회사 경비가 아니라 개인 비용으로써 모든 비용을 지출한다고 하니.

외부에 공개적으로 드러날 일도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저는 대략 사정 이야기를 했더니, 그 모임에 저도 참석하게 됐습니다.”

“아, 현주씨도요?”

“네. 제가 담당자인데, 멤버 혜택을 잘 모르고 있으면 그게 말이 안 되잖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번에 참석하신다고요? 정말 잘됐네요!”

순간, 내가 갑자기 웃자, 박현주는 의아해하며 쳐다봤다.

“처음이라서, 그런 데 가면 많이 헤맬 것 같았는데. 현주씨 도움을 좀 받아야겠습니다.”

그러자 박현주는 바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어떡하죠? 저도 처음이라 잘 모르는데···.”

다이아 등급 담당자가 사실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지 않나.

회사 고유 업무가 아니라고 해서, 그나마 상황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뭔가 좀 이상했다.

다이아 등급은 최고 등급인데.

최소 과장급 혹은 차장급에서 맡아야 하지 않나.

그런 것도 좀 이상했고.

뭔가 실수를 한 듯해도 박현주한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불쑥 들었다.

그래서 대체 뭔가 싶어, 유심히 박현주를 쳐다봤고.

한편, 조금 전 내 질문에 당황해서.

약간 홍조를 드러낸 그녀는 이내 어색하게 웃었다.

그 모습에 나는 할 수 없이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근데 혹시··· 거기 참석하시면 따로 하시는 일은 없으신가요?”

“그 행사는 모두 그룹비서실 주관이라서 전 상관없습니다.”

“아아, 그렇군요. 그럼 잠깐 동행하죠.”

“네?”

“같이 잠깐 움직이자고요. 거기 분위기를 잘 모르니까.”

“아, 네. 그러세요.”

날 힐끔 쳐다보더니.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나는 피식 웃은 뒤.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이제 일어나죠. 전무님도 뵈어야 해서···.”

그런데 이때, 우우웅 하는 소리가 마침 들려왔다.

무선 호출벨, 그게 이제야 울린 것이다.

황급히 박현주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잠시 후,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가져갔다.

일회용 커피컵이었다.

“감사합니다.”

우리는 각자 일회용 커피컵을 손에 들고 움직였고.

그리고 잠시 뒤.

이번에도 임원용 엘리베이터를 타고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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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저번에 보내주신 ‘미래증권 weekly global strategy’ 리포트 말입니다.”

“네. 그래서요?”

“그걸 읽다 보니 흥미로운 부분들이 있어서··· 혹시 북아메리카 전기·전자·밧데리 쪽 분야 리포트를 좀 구할 수 없을까요?”

“아, 최신 자료라면, 제가 찾아볼게요. 확인되면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것저것 부탁이 더 이어졌다.

물론, 플래티넘 다이아 등급이기 때문에 가능한 부탁이다.

그렇게 요청을 마친 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슬쩍 속으로 ‘테슬라’를 외쳤다.

2010년 6월 29일.

바로 저번 달.

나스닥에 기업공개를 하며 상장된, 운명의 테슬라.

이 회사는 2003년 7월 1일에 설립됐는데.

핵심 투자자였던 일론 머스크는 2008년부터 최고경영자(CEO)가 되어, 테슬라를 지배(?)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테슬라는 현재 그 주가가 헐값이었다.

그리고 그 주가는 향후 10년간 무섭게 폭등하는데.

현재 테슬라의 시총 규모는 대략 40억 달러 규모 선.

이게 나중에 최대 1조 달러 선으로 솟구치게 된다.

‘그래서 현재는 머스크도 세계급 부자는 아니란 말이야. 흠, 내가 나중에 그 경쟁이 될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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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 최수경 전무를 만나 간단히 담소를 나눈 뒤.

나는 미래증권에서 나왔고.

미래증권 블랙 리무진을 타고서 다시 한남동 집으로 돌아왔다.

들고 있던 여름 정장 상의를 소파 위에 던진 뒤.

부랴부랴 책들을 백팩에 넣었고.

잠시 후, 나는 저택에서 나와, 대략 5분 정도 걸은 뒤.

일반 학생들이 북적이는 독서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집중하며 한동안 수능 공부에 몰두했고.

그사이 해가 저물고 밤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었다.

어느덧 밤 11시쯤.

어느새 새카맣게 변한 하늘.

그 하늘을 바라보며 독서실에 나왔고.

터벅터벅 걸어 집으로 돌아가던 중.

문득 오늘 기사들을 확인하려고 나는 스마트폰을 잡았다.

그리고 늘 하던 대로 어느 포털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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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게 뭐야???

내 이름이 있다.

실검 순위, 1순위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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