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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이 되어버린 투자자-43화 (43/138)

42화 한남동 거물 01

<36>

최종 매수 계약, 19,867계약.

매수 총액은 대략 54만 6천 달러.

현재 가치는 1억 998만 달러.

무려 200배를 넘는 수익이 터졌다.

우와아아!

세상에나.

왜 이렇게 기분이 좋지.

휘파람이 계속 나왔고.

아침 일찍 짐들을 정리하는데.

내내 하늘을 노니는 듯한 그런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 투자 수익은 절대 이 정도 선에서 끝날 수가 없다.

직관적으로 나는 알아차렸다.

사실, 일부 종목에 대해선 희미하게 남아 있는 미래 지식들.

반면, 특종 종목들은 차트 움직임까지 세세하게 기억날 정도로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이 종목은 그렇지가 않은데.

희미한 미래 지식으로 투자를 했으나.

뜻밖에도 큰 성공을 거뒀다.

그래서 이 투자의 맛 자체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알고서 투자하는 것과 애매하게 모르는 상태에서 투자하는 것.

바로 그런 차이.

결과적으로 더 달콤한 꿀맛을 보게 되었다.

이보다 더 달콤할 수밖에 없다.

자신감도 폭발하듯 충만하게 된다.

이게 바로 나다!

이게 바로 나라고···!!!

#

아침 7시.

이른 아침.

뉴스가 시작되었다.

국제 유가 폭등세는 바로 주요 뉴스로써 보도됐다.

이어폰을 끼고서 나는 잠시 인터넷 뉴스를 들었는데.

[···오늘 새벽, 미국 뉴욕증시가 일제히 하락세로 반전했습니다. 국제 선물 유가가 갑자기 치솟으며 투자 심리를 꺾였고, 현지 시각 기준 뉴욕증권거래소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장 마감 직전 전장보다 262포인트 떨어진 10,097포인트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 지수 역시 30.56포인트 떨어진···.]

국제 유가 하락은 바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유가 상승은 증시 악화로 이어질 수 있고.

투자 심리마저 위축시키게 된다.

그렇듯 모두가 탄식할 때.

불신과 두려움에서 벗어난 나는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

‘와아, 그럼 다음 목표치를 얼마로 잡을까.’

비록 선물 호가가 상승했으나.

묵직하게 상승했고.

거세게 밀어올렸다.

엄청난 투기성 자금이 시장에 쏟아졌고.

그 자금은 한동안 전율적으로 시장을 지배할 것이다.

그래서!

#

‘어쩌면··· 꿈의 100달러 달성도 가능해.’

국제 유가 100달러 선!

이른바 고유가 시대의 출몰.

물론, 각국의 경제적 타격은 상당할 것이다.

화학 업종에서 원료비가 급증할 거고.

생산단가가 높아지면서, 화학 업종의 수익률은 저하될 것이다.

에너지 산업도 마찬가지다.

피부로 와 닿게 되는 실질적인 물가 부담률은 훨씬 더 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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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 정도까진 아닌 것 같은 느낌인데.'

초급등은 아닐 거라는 느낌.

단순 '감'이 아니라 과거에 대한 희미한 회상이다.

그럼에도 상승이다.

현재, 입을 꾹 다물고 있었으나.

입에선 실실 웃음이 새어나오고 있었고.

짜릿한 기분을 나는 계속 맛보고 있었다.

'아직 청산을 안 했으니 수익은 더 커지겠어. 확실히 초대박 징후야.'

#

“···그럼 정산은 다 된 거죠?”

한편, 잠시 후.

1층에서 고시원 총무를 만났고.

월세 관련하여 정산도 마쳤다.

“···그래서 어디서 산다고?”

“한남동요.”

“아아, 거기도 괜찮은 고시원이 있나?”

고개를 갸웃거리는 총무.

지방 출신이라 서울 지리가 약한 그.

그는 의아해했고.

나는 씩 웃다가 얼른 입을 열었다.

“저 이제 가볼게요. 정리할 게 아직 남아 있어서.”

“야, 대충 대충해.”

“네?”

“내가 가서 또 정리할 낀데, 넌 필요한 거만 그냥 갖고 가. 새로 사람 받으려면 또 청소도 해야 할 끼고. 내가 아는 처지에 그냥 알아서 해 줄게.”

“그래도 될까요? 아, 네. 감사합니다.”

“근데 이 모니터들 쪼매 쓸만한데. 이런 거 와아 버리고 가노?”

“쓰고 싶은 사람들 그냥 쓰라고 하세요.”

“그냥 써도 돼? 나도 써도 돼?”

“네.”

“우아, 죽이네! 야, 이거 받아. 영수증!”

나는 정산 영수증을 받은 뒤, 목인사를 했고.

곧장 3층으로 다시 올라갔다.

방 열쇠까지 이미 반납한 상태다.

그래서 문을 활짝 열어뒀던 방으로 다시 들어갔고.

내가 오랫동안 머물렀던 그 방을 잠시 먹먹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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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책상.

낡은 침대.

낡은 벽면.

그대로인 모습들.

한편, 버릴 짐들은 대부분 빼서 고시원 앞쪽에 놓아뒀는데.

대형 쓰레기 딱지까지 붙여서 둔 터라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그런 짐들이 사라진, 어느새 휑해진 그 좁은 방을 쳐다보다 보니.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쌔 해졌고.

무언가 울컥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애증과 묘한 그리움(?)이 교차하는 고시원.

그 고시원과의 영원한(?) 작별이었다.

#

큼직한 가방 두 개.

그것들을 각각 손에 쥐었다.

한쪽 가방 안에는 옷들이 가득 들어가 있고.

다른 가방 안에는 수능 책들이 가득 들어가 있는 상태다.

어깨는 백팩을 멨고.

그러고는 그 가방들을 들고 방에서 나왔다.

바로 그때.

바로 옆에서 문이 열렸다.

옆방에 사는 그 아저씨다.

#

“이사? 이사를 가?”

텅 비어 있는 내 방을 쳐다본 뒤, 곧이어 내 모습을 쳐다보고서.

놀란 듯 눈이 점점 커지는 아저씨.

그는 좀 전에 일어난 듯.

런닝구 차림이었고.

머리도 짓눌려 있고, 눈곱도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더 황당한 표정을 짓는 아저씨.

“양복! 어어어, 어떡하지?”

갑자기 안절부절못하는 아저씨.

나는 그 모습에 실소하다가 대꾸했다.

“혹시 더 필요하세요? 양복 더 빌려드릴까요?”

그러자 날 뚫어지라 쳐다보는 아저씨.

“아, 아직··· 2차 면접도 있고···.”

그렇게 말한 뒤, 그는 계속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내가 이사가는 걸 직접 본 터라 정장을 다시 돌려줘야 할 것 같은데.

면접이 끝나지 않은 상태라.

무척 당황한 표정이었다.

설마 내가 이렇게 이사 갈 줄은 꿈에도 몰랐던 모양이다.

“그럼, 연락처 주세요.”

“연락처?”

“이왕 빌려드린 거, 면접 다 보실 때까지 빌려드릴게요.”

“지지, 진짜 그래도 돼?”

“네. 괜찮습니다.”

“그, 근데 너너너, 너무 미안한데···.”

“괜찮다니까요. 진정하세요!”

한편, 내가 손을 휘이 저으며 진정하라고 하자.

다행히 그는 표정이 좋아졌고.

더듬거리던 말투도 좀 좋아졌다.

"고, 고맙다."

그러고는 얼른 방으로 들어가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종이에 적어왔고.

그걸 나한테 건넸다.

나도 내 연락처를 적어서 건넸다.

“지, 진짜 고맙다.”

나이는 나보다 많으나.

이 아저씨는 행동 자체가 무척 순박하다.

“내가 합격하면···.”

순간, 그는 뭔가 보답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 같은 모습이었는데.

이때 나는 바로 말을 자르며 먼저 말했다.

“합격하면 꼭 연락 주세요! 식사나 같이 하시죠.”

“······?”

“바로 옆에서 살았는데, 지금껏 그런 것도 하나도 없었고. 아마 5년 정도 같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맞죠?”

“그, 그런 것 같은데.”

“꼭 연락 주세요.”

“그래! 그럼 내가 밥을 살게.”

“네, 그러세요.”

“고맙다···.”

그러면서 그는 날 빤히 쳐다봤다.

한편, 원래부터 그의 두 눈이 충혈된 것인지.

갑자기 충혈된 것인지는 몰라도.

그의 두 눈에선 어딘지 모르게 훈훈함과 진솔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아무튼, 나는 그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가볍게 인사했고.

등을 돌렸다.

“그럼 면접 잘 보시고 꼭 취업하세요.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그러고는 나는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런데 그때.

어두컴컴한 복도를 막 지난 뒤.

좀 더 밝아진 계단 쪽으로 들어섰을 때.

후다닥 소리가 나더니 바로 내 뒤에 누군가 뛰어왔다.

순간, 내 손에서 두 개의 가방을 빼앗았고.

누군가가 그걸 양손에 들었다.

놀라며 쳐다보니.

바로 옆방 아저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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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 내가··· 양복이 너무 좋아 면접을 잘 보고 있어서.”

그러고는 그는 내 가방들을 들었고.

후다닥 뛰어서.

계단을 밟고 재빨리 내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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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잠시 뒤.

환하게 웃으며 쉴 새 없이 덕담을 하는 고시원 총무가 손을 흔들며 배웅해줬고.

옆방 아저씨도 무척 어색한 포즈로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그런 두 사람의 배웅을 받으며.

나는 고시원 건물에서 나왔고.

골목길 저 너머에 막 도착해 있던 택시에 탑승했다.

“바로 가죠.”

이때, 창가를 통해 그들을 한번 쳐다본 뒤.

간단히 목인사를 했고.

택시는 바로 출발했다.

그렇듯 점점 멀어지다가.

어느덧 택시는 아침 출근길로 북적이는 도로에 접어들었고

그 순간, 나는 머리를 뒤로 바짝 기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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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진짜 사람 마음이란 게 참 묘하다.

그냥 단순한 이사일 뿐인데.

마음이 이상해진다.

어둡고 배고픈 이 고시원에서 벗어나는 것이고.

새로운 곳에서 이제 살게 된다.

그래도 감정이 메마르지 않은 탓인지.

문득 돌아가신 할머니도 생각이 나고.

얼마 전에 돌아가신 정옥순 할머니도 생각이 났다.

에휴!

뭐든 더 잘 되겠지.

찬란한 한남동 저택에서의 생활.

그게 이제 시작되는 그런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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