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물이 되어버린 투자자-38화 (38/138)

38화 개미는 지는 게임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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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WTI유 옵션은 선물 1,000배럴이 1계약 기준이 되는데.

1계약 옵션 가격은 옵션 호가 × 1,000 × 계약 건수, 이렇게 결정된다.

현재 이 옵션들의 호가는 아주 촘촘하다.

'역시 콜 옵션 가치는 엉망이야.'

행사가 80달러짜리 WTI유 콜 옵션.

현재 내재가치가 제로라고 할 수 있고.

연속적인 하락장 분위기 때문에 옵션 가치가 거의 휴짓조각이나 다름없는 상태다.

현재 호가는 최저가 0.01달러.

이런 최저가 0.01달러짜리 콜 옵션들이.

행사가 77.5달러부터 시작해서 80달러 이상까지 쭉 분포하고 있다.

문제는 호가창에 나온 물량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이다.

'하하, 초대박?'

실제, 초대박을 노리고 이런 물량들을 일부러 잡는 이들도 있지만, 절대 쉽지 않다.

옵션 시장에서 이런 물량들을 잡을 때는 대체로 독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대체로 투자 실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누구도 잘 잡지 않지. 물론, 헷지 목적으로 매수할 수는 있겠지만.'

이미 호가가 바닥으로 떨어진 일부 콜 옵션들.

이들은 행사가가 너무 높다는 맹점이 있고.

이런 고(高) 행사가 콜 옵션들은 거래량도 부족하고 수요 역시 많지 않았다.

'차라리 그럴 땐 콜 옵션 매도 포지션이 더 나을 수도 있어.'

콜 옵션 매수 포지션에 대한 반대 개념인 콜 옵션 매도!

그러나 콜 옵션은 호가가 너무 낮아져 있어.

매도 포지션이 수익을 얻기가 쉽지 않다.

그 때문에 대다수 옵션 트레이더들은 폭발적 거래량이 터지고 있는 풋 옵션 거래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런 하락장인데, 소외된 곳에서 콜을 잡는다? 역시 투자자들한텐 아주 어려운 선택지야.’

바닥 아래 지하가 있고, 지하 아래 지옥이 있다.

단테의 신곡에서 지옥은 총 9층까지 내려갈 수 있는데.

유가라는 것도 언제든 그 지옥 9층까지 내려갈 수 있다.

현재는 바로 그런 분위기다.

우선, 나는 내 거래물량들도 확인해 봤다.

행사가 77.5달러짜리 콜 옵션.

거래 체결된 물량은 대략 382계약 정도.

또한, 행사가 78.0달러부터 시작해서 행사가 81.5달러까지.

그런 고(高) 행사가 콜 옵션들도 고루 매수했다.

이때, 총 매수 비용은 고작 49,370달러.

매도 물량이 제한되니 계약 물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보유하게 된 전체 계약 건수는 거래량 부족으로 인해 고작 2,867계약이었고.

물량 부족으로 인해 큰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하나같이 0.01달러 호가대의 물량들.

나름, 아주 싸게 살 수 있었다.

다만, 대체로 내재가치가 제로인 상태.

투자자들이 외면하는 외가격대의 콜 옵션들을 공략한 것이고.

거래는 됐으나.

다소 지루한 거래이며.

누구도 흥미를 보이지 않는 아주 위험한 거래였다.

‘에이! 다시 풋으로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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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여긴 다르네.

콜 옵션 호가창의 미적미적한 반응과 다르다.

풋 옵션 호가창은 역시나 폭발적!

엄청난 매도와 엄청난 매수가 빗발치고 있고.

초당 호가의 등락이 최대 10% 등락을 오가기도 한다.

계약 물량 회전율은 엄청나게 빠르다.

그래서 거래량은 폭발적.

특히, 포지션 청산과 수익 실현을 위한 풋 옵션 매도가 많아지자, 풋 옵션 호가는 갑자기 급락하기도 했고.

다시금 강력한 수요 드라이브가 걸리면서 호가가 다시 급등하기도 했다.

‘저거 완전히 골 때리네. 좀 전에 매도한 사람들은 미치겠다.’

매도(청산) 가격에 따라 수익도 천정부지로 달라진다.

다만, 호가 변화가 너무 빛처럼 변해, 눈으로는 그 최적점을 잡기가 너무 힘들다.

이때는 프로그램 매매가 답이다!

그렇듯 쉴 새 없이 빗발치는 거래의 현장.

장의 움직임은 너무 좋았고.

그 속도가 너무 현란해서.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을 정도다.

한편, 나는 본능적으로 풋 옵션 매수 혹은 매도 포지션을 잡으려고.

몇 개의 주문을 타이핑했는데.

그러고는 잠시 호흡을 골랐다.

그러나 현재 위아래로 미친 듯이 오가며 체결되는 거래들!

엄청난 거래량 폭발!

번개같이 이어지는 물량 추격!

특히, 거래가 빗발치듯 터지고 있어 도무지 접근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던 사이.

풋 옵션의 광란 같은 거래 열풍을 나는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저 바닥.

저 심해 같은 곳마저.

더 낮은 행사가의 풋 옵션 거래 창마저 현재 미친 듯이 들끓었고.

전방위적으로 풋 옵션 거래는 아주 폭발적이었다.

한편, 행사가 71.5달러 주변의 풋 옵션 매도는 주로 거래 잔량이 큰 트레이더들이 거래를 주도하고 있었고.

수많은 소액 계약 트레이더들이 이런 물량에 열광하며 매수에 달라붙고 있었다.

‘근데, 저 아래쪽, 낮은 행사가 풋도 무진장 잘 팔려. 유가가 그렇게 떨어지나?’

그게 더 의문스럽다.

글로벌 경기 성장세를 절대 간과할 수 없는데.

한편, 무언가 불안한 마음에.

내가 짜 놓은 프로그램들을 다시 확인했고.

거대 잔량을 가진 트레이더들의 물량 해소량이 일부분 집계되었다.

그런데 그런 표본 분석만으로도 전반적인 분위기는 바로 이해되었다.

즉, 장중에 유가 하락 리스크를 헷지하기 위한 풋 스프레드 전략이 교묘하게 나타나기도 했으나, 그것은 일시적일 뿐.

실제 흐름은 수익 실현에 도달한 수많은 트레이더들의 교묘한 매도 우세였다.

그들은 물량을 지금 청산하고 있다.

그러나 바로 청산하지도 않는다.

사고 팔고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었고.

그럼에도 매도 잔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아아, 차트만 보면 눈이 돌아갈 것 같은데. 이런 데 현혹되지 말자. 그만 끄자.’

움직임이 너무 현란했고.

풋은 강렬했다.

풋의 욕망은 무섭게 파고 드는데.

이런 현란함에 현혹되면 누구든 답이 없다.

그래서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고려했던 풋 옵션 매수, 이 행위 자체를 나는 즉시 중단했다.

'풋은 강렬하지만 풋 호가가 너무 높아. 이게 도리어 리스크가 될 수 있어.'

그래서 깔끔하게 풋 옵션 호가창들을 닫아버렸고.

선물 쪽은 매도 포지션을 우선 잡아두려다가.

선물 호가에서 하락 폭 간격이 너무 촘촘해지고 있는 터라.

갈수록 거래량도 줄어들고 있어.

이런 선물 호가창들 역시 서둘러 닫아버렸다.

대신에 콜 옵션 호가창의 흐름을 좀 더 유심히 지켜보다가.

잠시 후, 콜 옵션 500계약 정도 더 확보한 뒤.

이내 전체 창을 모두 닫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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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느덧 날이 밝자, 잠에서 깨어난 나는 아침 일찍 준비해서 대치동 학원가에 도착했고.

오전 강의를 듣던 중.

수강 시간 중간, 쉬는 시간에 미래증권 박현주 사원한테 전화를 한번 걸어봤다.

미래증권과 관련된 인터뷰.

그 인터뷰의 현재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고.

어떤 상황인지 확인하고자 박현주 사원한테 전화를 건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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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네. 당연히 기억하죠. 고객님! 잠시만요. 근데 잠깐만 기다려주시겠어요?”

무언가 바쁜 듯 그녀는 잠깐 시간을 달라고 했고.

잠시 뒤,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네! 말씀하세요!”

“저기, 다름이 아니라··· 저번 인터뷰 건 말입니다. 제가 따로 연락을 받은 게 없는데. 상황이 어떻게 됐는지 저도 알고 있어야, 저도 스케쥴 준비가 될 것 같고···.”

그렇게 묻자, 박현주는 즉시 죄송하다고 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원래 인터뷰를 저번에 진행했어야 했는데, 중간에 여러 사정들이 있었습니다.”

여러 사정들이 있었다?

혹시나 해서 나는 내 생각을 물어봤다.

“그 사정이란 게 혹시··· 이번 월드컵 때문인가요?”

그러자 웬걸, 박현주는 말하기 쉬워졌다고 생각한 듯.

목소리가 좀 더 밝아졌다.

“고객님! 상황이 좀 그렇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건 인터뷰 일정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 아닙니까?”

“네. 그렇긴 하죠.”

그런데 영향을 받았다는 건가.

“그게··· 저희 내부적으로 논의할 게 좀 있었습니다. 인터뷰 질문지도 다르게 교체해야 했고.”

“그럼 질문이 바뀐 건가요? 대체 어떻게요?”

“아, 그 부분은 확정되면 알려드릴게요.”

“혹시 상황이 좀 안 좋나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내가 물어보자, 그게 의외로 정답이었다.

“아! 아시나 보네요.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된 게 아닌데?”

“네? 그게 무슨 말씀이죠?”

“아아, 혹시 그냥 하신 말씀인가요? 음! 그럼 제가 간단히 말씀 드리면, 요즘 시장 상황이 최악이라서···.”

시장 상황이 최악이다?

대체 이게 무슨 말이지?

“정말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월드컵 시즌 중에 주식 거래량이 크게 감소했거든요. 파생 상품 시장 역시 거래량 자체가 크게 감소했는데. 각 거래소 집계 외에도 저희 내부 자료에서도 그게 확인되고 있고···.”

“그런데 그런 건, 단기적 감소 현상이 아닌가요?”

이런 특수 시즌이 있을 때, 사람들의 관심은 그쪽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건 대체로 일시적인 현상인 것이다.

“근데 그게··· 이번엔 좀 심하게 나타나서···.”

심하게 나타났다?

대체 얼마나 심하게?

“숫자까진 말씀드리긴 그렇고··· 다시 말씀드린다면, 16강 진출 자체가 국민 입장으로선 무척 기쁜 일이죠. 그러나 파생시장 쪽은 많이 위축됐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일어났던 코스피 지수 대폭락 사태! 그것 때문에 더 심각해졌어요. 손해 보신 분들이 많으셨고, 그분들이 요즘 계좌 해지를 많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럼 영업에 큰 타격이 있다는 말씀이군요?”

“네. 계좌 해지 건수가 유독 많아지다 보니···.”

그렇구나.

다시 파생 투자의 위험성이 부각되었나 보다.

최근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던 파생 상품 투자.

잘되면 그만이지만.

망하면, 쫄딱 망하게 되는 투기적 투자.

이번 폭락 사태에서 일반 투자자들은 그 위험성을 피부로 온전히 경험한 것이다.

지속적인 하락장 압박.

그리고 강한 충격파!

증시 급락이 파생 시장을 세게 때렸고.

연중 안정된 증시 흐름에 익숙했던 파생 상품 투자자들.

그 흐름에 익숙했다가.

무참히 짓밟혀 버린 것이다.

그러고 보니, 간밤에 슬쩍 보게 된 일부 기사들이 문득 뇌리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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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선물옵션의 승자는 언제나 외인? 개인은 언제나 지는 게임의 희생자인가?]

[선물옵션, 외국인과 증권사의 배만 불려주는 듯]

[충격의 하락장! 개인 매매 손실 위험 경고···]

[코스피 지수 반등 안갯속··· 박스권 장세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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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답답하겠지.

피해가 너무 크니, 이탈이 저절로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고객님! 인터뷰가 확정되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희 사정이 갈수록 좋지 못합니다. 전무님께서도 많이 걱정하고 계시고. 아마 다음 주 중으로 다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땐 전무님께서 직접 연락을 드릴 것 같은데··· 미리 안내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러고는 전화 통화는 잠시 후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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