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물이 되어버린 투자자-35화 (35/138)

35화 아홉 번째 투자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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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이거, 저거. 얼마죠?”

“네? 세 개 전부요? 계산해드릴까요?”

약간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직원.

그녀는 재빨리 계산기를 두드렸다.

“백화점 카드가 있으면 5% 할인이 가능한데. 혹시? 아, 없으세요? 잠깐만요.”

타다닥! 소리를 내며 계산기를 두드리더니.

나한테 계산 결과를 보여주었다.

2,250만 원.

개당 750만 원꼴이다.

좀 전 TV 매장을 둘러보다가.

괜찮아 보이는 대형 TV를 발견했고.

나는 즉시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총 3대의 TV.

특히, 그 상품은 신상 제품이었고.

출시기념 특별할인가 푯말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최신 모델인 데다가.

화면 크기도 아주 크다 보니 가격은 상당했다.

차라리 인터넷에서 살까 생각하다가.

그만뒀는데.

내가 가진 신용카드의 금액 한도는 아직 초라할 지경이었다.

더군다나 다시 생각해 보니 한남동 저택의 방 숫자는 고작 3개가 아니지 않은가.

총 6개의 방.

나 혼자 살다 보니, 대체로 빈방이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빈방 형태로 그대로 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총 6대. 그렇게 구매할게요.”

“6대요?”

약간 놀란 듯 다시 날 빤히 쳐다보는 직원.

도대체 대형 TV가 왜 그렇게 많이 필요한지 그녀는 다소 의아해하는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그걸 설명해 줄 이유도 없거니와.

그저 나한테 필요한 사항부터 즉시 물어봤다.

즉, 이틀 뒤, 배송될 수 있냐는 질문.

그러자 그녀는 노트북을 통해 뭔가 조회를 하더니.

다행히 기분 좋게 대답했다.

“가능합니다. 고객님. 선호 시간대를 말씀해주시면, 그 시간대에 맞춰 저희 배송 기사님이 연락을 드릴 겁니다.”

“네. 좋습니다! 그럼 바로 현금결제를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계좌 이체를 해 드릴게요.”

“네. 현금 이체도 가능합니다. 근데 혹시, 저희 백화점 카드는 없으세요? 5% 할인율이 적용되면 대략 225만 원 정도가 나오는데···.”

“아, 그래요? 근데 제가 지금 카드가 없는데. 혹시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그러자 직원은 바로 방법을 알려줬다.

별도의 적립카드를 통해 5%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적립카드는 신용카드 발급 전까지 일시적으로 쓸 수 있다고 한다.

“그럼 그렇게 할게요.”

“그럼, 먼저 이번 건을 처리해주신다면, 제가 카드 신청하는 곳까지 바로 안내해드릴게요. 물론 이번 건도 바로 적립할 수 있습니다. 할인 혜택도 적용되고요.”

그래서 잠시 뒤, 대형 TV 6대 가격인 4,500만 원을 이체한 뒤.

나는 그 직원과 함께 고객센터로 갔고.

백화점 카드 발급 신청을 했다.

좀 전에 이체한 현금에 대해서 바로 포인트 적립이 되었고.

할인 혜택도 즉시 주어졌다.

나는 5% 금액을 환불받았는데.

첫 거래이다 보니, 현재 매장 행사 중인 추가 10% 할인도 적용받았다.

이래저래 할인을 받다 보니.

TV 가격은 인터넷 가격보다 더 싸게 살 수 있었고.

그 일을 마친 뒤.

일어서려고 하는데.

고객센터 직원은 갑자기 작은 카탈로그 하나를 펼치더니 다른 이야기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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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보시면, 저희 우수 고객 등급제도에서 고객님은 벌써 크라운 등급이신데, 지금 당장 크라운 등급을 드리진 않습니다. 한 달 뒤에 저희 고객센터에서 자체적으로 연락이 갈 겁니다. 그래도 여기 보시면 나와 있듯이, 크라운 등급은 연 4천만 원 이상을 사용하신 고객님들한테 드리는 특별 혜택입니다.”

“특별 혜택? 아, 뭔가 좋아 보이는데, 도대체 어떤 혜택이 있죠?”

그러자 아리따운 직원은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VIP 라운지를 언제든 사용하실 수 있으시고요. 발렛파킹은 무료입니다. 각종 할인 혜택도 주어지는데···.”

“그렇군요. 근데 제가 좀 다른 것들도 여쭤봐도 될까요?”

“네, 말씀하세요.”

“오늘 저는 좀 살 게 많은데. 지출 규모가 좀 커질 것 같습니다. 여기 보면, 6천만 원 이상이 프레스티지 등급? 1억 원 이상은 플래티넘 블루 등급? 2억 원 이상이 플래티넘 블랙 등급이라고 적혀 있는 것 같은데. 근데 저는 현금결제로 좀 더 많이 쓸 생각입니다. 이럴 땐 등급 적용을 좀 더 빨리할 수는 없습니까?”

그렇게 머리를 굴려서 내가 묻자, 잠시 생각하던 그녀.

그녀는 곧이어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이미 4천만 원이 넘는 TV들을 산 게 나름 효과를 발휘한 것 같은데.

잠시 후, 전화상으로 뭔가 이야기를 나눈 그녀는 웃으며 나한테 말했다.

“고객관리팀에 바로 문의를 넣었는데, 이번 건은 우선 모니터링 절차를 거친 뒤, 추후 결정하겠다고 합니다. 쇼핑하시다가 혹시 추가 결제 건들이 발생하면, 그때 저희가 매장을 통해서 말씀드릴게요.”

그러니까 지금 당장은 등급 지정이 안 된다는 말 같았다.

그러나 단칼에 자르지 않는 걸 보니, 내가 거액 지출을 한 게 의외로 주목을 끌었나 보다.

어쩌면 가능성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쪽 플래티넘 블랙 등급 위에 있는 프레지던트 VIP 등급은 도대체 조건이 뭡니까? 영업점마다 그 기준이 다르다고, 그냥 그렇게 적혀 있는데···?”

그렇듯 아주 애매하게 표현되어 있는 최고 등급, 프레지던트 VIP 등급.

내 질문에 직원은 바로 설명했다.

“그건 매장마다 매출 규모가 달라서 따로 기재하지 않은 겁니다. 저희 매장에서도 자체 기준이 있는데, 고객관리팀에서 관리하는 내용이라 저는 잘 모릅니다. 참고로, 이 등급에 대한 주요 혜택은 전문 쇼퍼가 고객님과 동행하면서 모든 쇼핑을 보조해드립니다.”

“아, 알겠습니다. 그럼, 신용카드가 나올 때까지 이 적립카드를 쓰면 된다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그렇게 카드 발급 신청을 마친 뒤.

나는 고객센터에서 나왔고.

다시 백화점 여기저길 돌아다니며.

쇼핑 겸 구매를 빠르게 이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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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얼마죠?”

“···이것도 살게요.”

“···이거 3개 주세요.”

“···계좌 이체해드릴게요.”

그렇게 쇼핑을 계속 이어가던 중.

계좌 이체를 통해 어느 매장에서 1억 원 정도를 다시 입금했는데.

이때, 명품매장의 직원은 갑자기 매장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고.

뭔가 대화를 하더니.

전화를 끊은 직후, 나한테 잠시 기다려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러고는 대략 3분 정도 지난 뒤.

두 명의 백화점 직원이 부랴부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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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안녕하세요? 고객님.”

“근데 무슨 일이죠?”

“죄송합니다. 고객님! 저희가 바로 대응했어야 했는데···.”

“네?”

“포인트 적립이 갑자기 폭주해서 전산 에러인 줄 알았습니다. 아아, 저희는 VIP 고객관리팀 직원들입니다.”

그러면서 좀 더 설명했는데.

VIP 고객들에 대해선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데.

일반 고객의 실시간 적립 누적 포인트 수치가 갑자기 확 늘어나면서.

처음에 정말 전산 에러인 줄 알았다는 것이다.

“혹시 오늘 쓰신 금액이 10억 원이 넘으신 건가요?”

10억 원?

나는 잠시 생각해봤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TV, 냉장고, 와인 보관을 위한 냉장고 등 각종 가전제품들과 각 방과 서재에 들어갈 책상, 의자, 책장, 소파 등 각종 가구들도 구매했는데.

이건 다 합쳐봐야 2억 원이 채 되지 않는다.

또한, 와인 냉장고에 채워 넣을 최고급 와인들도 구매했으나 고작 2천만 원을 넘어서지 않았다.

그러나 시계, 반지, 목걸이, 액세서리 등의 귀금속들과 셔츠, 바지, 양복 등의 명품 의류 등은 그 가격이 상당히 비쌌다.

특히, 귀금속 비중이 많다 보니 지출도 컸는데.

그 외에도 각 방에 비치할 잡다한 물건들 외에도 구두, 운동화 등도 샀다.

하나같이 최고급 제품으로만 구매했다.

그렇게 지출하다 보니 그 지출 규모가 어느새 10억 원을 훌쩍 넘어서 버린 것이다.

특히, 현금으로 결제한 터라.

바로바로 적립으로 이어진 것 같은데.

아마 모니터링 직원들이 무척 놀랐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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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어느덧 밤 8시가 다 된 시각.

오후 4시쯤 백화점에 도착한 이후.

4시간 남짓 진행된 구매는 어느덧 끝이 났는데.

잠시 후, 지하 3층으로 내려가는 동안.

내 옆엔 단아한 용모의 백화점 여자 직원 한 명이 계속 따라붙고 있었다.

내가 구매를 마치면, 물건들을 확인한 뒤.

직원은 구매 내역을 바로 정리했고.

그 물건들은 구태여 내가 직접 가져갈 필요도 없이 나중에 직접 집으로 배송해 줄 거라고 했다.

사실, 아직 등급 지정은 안 됐지만.

일시적으로 프레지던트 VIP 등급 혜택을 주겠다는 것인데.

조금 부족하긴 해도.

나로선 마땅히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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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 다음에 오실 때는 꼭 연락 주세요. 그리고 이쪽에 주차하지 마시고, 발렛파킹 구간에 내리시면 바로 주차도 도와드릴 겁니다. 시간에 맞춰 저희 직원은 항상 대기하고 있다가 고객님의 쇼핑을 정성껏 도와드리겠습니다.”

완전히 달라진 대우.

물론, 많이 쓰니까 대우해주는 건데.

한편으론 이게 바로 상류층의 모습이기도 했다.

어쨌든 내가 샀던 물건들은 이틀 뒤 한남동 저택으로 배송되기로 결정되었고.

물건 배치 등을 돕는 직원들도 따로 파견된다고 했다.

한편, 나는 간단히 귀금속 등만 몸에 지니고서.

벤츠를 몰고서 백화점에서 나왔고.

잠시 뒤, 고시원 근처의 유료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뒤.

곧장 고시원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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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거 왜 이러지.

막상 이곳 고시원으로 돌아와 보니.

기분이 무척 이상했다.

고시원 모든 것들이 갑자기 무척 어색하게 느껴진다.

너무 좁은 데다가.

어딘지 모르게 냄새도 나는 것 같고.

에휴. 참나, 내가 왜 이럴까.

한남동 저택을 다녀오고.

백화점에서 억대 쇼핑까지 하고 나니.

내 모든 인지력이 좀 달라졌나 보다.

익숙했던 고시원이 지금은 무척 낯설게 느껴진다.

결국, 방에서 집중을 못 하다가.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침 출출함도 느껴져.

즉시 밖으로 나왔는데.

그리고 계단을 밟고서 서둘러 내려가던 중.

이때, 갑자기 등 뒤에서 쿵쿵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

즉시 뒤돌아보던 나는 흠칫하며 멈춰섰다.

어? 내 옆방 아저씨.

40대 초반 나이에 안경을 쓰고 있는 아저씨.

부스스한 모습에.

반팔 티셔츠, 펑퍼짐한 반바지, 슬리퍼 차림인 그는 내가 쳐다보자 움찔하며 고개를 숙였고.

내가 반색하며 목인사를 하자, 바로 고개를 돌리더니 2층 통로 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잠시 의아해하며 그 모습을 쳐다봤으나.

어느새 그는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나는 곧장 1층으로 내려갔고.

곧바로 고시원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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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근데 바깥이 확실히 시원하네.

아직은 열대야가 시작되지 않은 시기여서 그런지.

시원한 밤공기가 밀려오며.

후끈한 열기를 내 몸에서 벗겨냈다.

그 시원함에 기분이 무척 좋아졌고.

나는 가볍게 걸은 뒤.

잠시 후,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는 근처 편의점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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