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물이 되어버린 투자자-32화 (32/138)

32화 경이로운 투자자 03

<28>

“이사님! 이거 조짐이 이상한데요.”

연초 1,700선에서 시작됐던 코스피 지수.

변동세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소폭의 우상향 중인 코스피 지수 흐름.

그런데 이런 차트에서 갑자기 변화가 점점 더 거세어지고 있었다.

특히, 투자와 관련하여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옵션·선물과 관련된 코스피200 지수다.

연초 223.49포인트에서 시작된 코스피200 지수.

이 지수는 얼마 전 227.99포인트의 고점을 장중에 찍었는데.

그런데 그 고점이 마치 새로운 저항선이 된 듯.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지수 포인트는 점점 더 주저앉고 있었다.

물론, 지난 6월 24일에 소폭 상승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반짝 상승이었을 뿐.

이후, 코스피200지수는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

문제는 어느덧 4거래일 연속 하락장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어느덧 여름 장마전선이 몰려오며 먹구름이 짙게 깔리고 있는 6월 30일.

그런 바깥 분위기만큼, 갈수록 장내 분위기는 나빠지고 있었다.

#

“몇 포인트야?”

“좀 전에 217.35포인트 찍었습니다.”

물론, 큰 폭의 하락세는 아니었지만.

선물옵션 시장에 몰려와 있는 개미들의 동요가 갈수록 심상치 않게 변했다.

주로 소폭의 상승 혹은 하락을 매개로 해서, 다소 안정적인 수익을 취하고 있던 소액 투자자들.

연중 큰 변동세가 없다 보니 그들은 선물옵션 투자를 다소 안정적인 투자로 오해하고서.

투자 규모가 점점 더 커진 이들도 상당히 많았다.

그만큼 위험성 인식이 많이 떨어진 상황.

큰 폭의 변동세가 없는 코스피 지수의 현 특수성.

그거 때문에 벌어진 일이지만.

문제는 현시간 기준, 4거래일 연속 하락장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실질적으로 본다면, 지난 7거래일 동안 지속적인 하락세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사님! 그럼 저희도 풋으로 들어갈까요?”

“풋 매도?”

“네? 풋 매수가 아닙니까?”

단기적으로 지수가 하락할 때, 풋 옵션 투자는 상당히 매력적인데.

여기서도 개별 포지션들이 있다.

풋 옵션을 파는 쪽은 풋 옵션 매도 포지션.

풋 옵션을 사는 쪽은 풋 옵션 매수 포지션.

그리고 개미들이 주로 잡는 것은 바로 풋 옵션 매수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풋 매도 쪽이다.

풋 매도 포지션이라는 것은 지수 하락 시 오히려 손해를 보는 포지션인데.

풋 매수 포지션은 지수 하락시 큰 수익을 얻게 된다.

“이사님! 정말 풋 매도입니까?”

“야! 시장 따라가는 것은 하수가 하는 일인데. 아직도 몰라?”

“아, 죄, 죄송합니다.”

“투자는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보는 거야.”

“네.”

“매도 물량 바로 뿜어내고, 분위기도 좀 잡아봐. 요즘 개미들이 너무 들끓어서 도대체 뭐가 잘 안 되더니, 드디어 기회가 온 것 같아.”

김대호 이사는 씩 웃었다.

“정 과장. 이건 정 과장만 알고 있으라고.”

“네.”

“지금 골드리치, AG스탠다드, SP 애들이 뭔가 작업을 치는 것 같아. 속칭! 조정 작업을 시작한 거야.”

“그럼 하락장이 더 거세진다는 말씀인가요?”

“야! 그러면 또 개미들이 풋으로 몰려들 텐데?”

“네?”

“지금 물량 회전 봤잖아! 개미들이 아직 머뭇거리고 있어. 주식 장투(장기투자) 근성이 남아 있어서 쉽게 나서질 못해. 그렇다고 지수를 바닥까지 밀어내면 얼마나 올리기 힘든지 알지? 나스닥도 날아갈 것 같은데, 코스피가 주저앉는 게 말이 되냐?”

“그럼?”

“팔 수밖에 없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게 고수의 일이지.”

“그럼 전략상으로?”

“그렇지! 내 생각도 그래. 회장님 생각도 마찬가지고. 장기적 하락장! 보폭은 얕으면서도 공포심을 심어주고. 조만간 회의적인 기사들도 우르르 터질 거야.”

“아아, 그렇군요. 그래서 풋 매도를?”

“그간 외인 새끼들이 얼마나 콜옵션을 팔아 재꼈냐? 뭣도 모른 개미들만 미친 듯이 샀고. 물론, 반대급부가 있는 거 알지? 외인들이 미친 듯이 콜을 파니까, 시장은 바로 위태로워지잖아. 지금 지수가 떨어지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이고.”

그러고 보면, 여기서 콜 옵션 포지션도 두 가지가 있다.

콜 옵션을 파는, 콜 옵션 매도 포지션.

콜 옵션을 사는, 콜 옵션 매수 포지션.

주가지수가 하락하면 수익을 얻는 게 바로 콜 옵션 매도 포지션이고.

주가지수가 상승하면 수익을 얻는 게 바로 콜 옵션 매수 포지션이다.

그런데 현 시장에서 개미들이 들끓다 보니, 각 포지션 공략이 조금 어려워졌다.

개미들이 옵션 매수에만 몰두하다 보니.

시장이 다소 기형적인 구조가 된 것이다.

그래서 외인들은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콜 매도 포지션 집중!

대체로 개미들이 접근하기 힘든 매도 포지션을 외인들은 잡았고.

그 와중에 개미들은 장밋빛 증시 반등을 예상하며 줄기차게 콜 옵션 매수 포지션을 잡았다.

그런 기형적인 상황 속에서 시장은 외인의 움직임에 무게를 뒀다.

특히, 외인들이 풋 매수 포지션까지 손을 대자, 지수하락 압박은 더 거세어졌고.

지금의 긴 하락장이 자연스럽게 도래한 것이었다.

#

“어쨌든 우리는 외인과 같이 움직인다.”

곧 외인은 낮은 호가의 콜 옵션을 매수해서 시세 차익을 내는 포지션 청산 방향으로 태세를 전환할 것이며.

또한, 기존에 매수했던 풋 옵션을 일제히 매도해 역시 시세 차익을 거두며 포지션 청산에 나설 것이다.

시장은 일시적인 지수하락 상태지만.

이때, 외인은 달콤한 수익을 맛보게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달콤한 수익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물갈이!

외인이 진짜 원하는 것은 바로 물갈이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미국증시 상황과도 절대 무관하지 않다.

지금 가지고 있는 포지션을 모두 청산하고, 새로운 포지션으로 갈아타고 싶은 외인들.

이런 상황에서 김대호 이사는 풋 옵션 매도 포지션을 잡으라고 지시했고.

또한, 콜 옵션 매수 포지션도 잡으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 시간 뒤.

김대호 이사는 다시 상황을 확인했다.

#

“정 과장! 상황은?”

“풋 옵션 매도 물량이 상당히 많아졌는데. 그래도 거래 체결이 아주 빨리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거래량도 폭발적입니다.”

“개미가 결국 달라붙었다?”

“네. 딴에는 단순한 헷지 전략을 흉내 내는 것 같습니다.”

“맙소사! 문제는 양방향 헷지가 아니라서 다 털리게 될 텐데. 근데 외인 쪽에서도 많이 흘러나온 것 같지?”

“네. 확실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럼, 이건 일시조정이야. 잡다한 것들은 한번 솎아내야 장 흐름이 좋아지니까. 아무튼, 우리는 좀 더 기다려보자.”

“네!”

“그리고 지수 반등은 회장님의 확고한 생각이시니까, 반드시 그에 맞춰서 진행해 봐!”

“네!”

그래서 풋 매도 포지션도 잡은 건데.

특히, 풋 매도의 효과는 아주 좋았다.

개미들이 몰리자, 풋 매도량은 폭증했고.

현시간 기준, 일시적으로 손해가 될 수는 있겠지만.

경색된 증시가 나중에 풀리게 되면.

바로 큰 수익으로 잡히게 될 것이다.

즉, 지금은 수요자가 많아 엄청난 풋 물량을 팔 수가 있다.

그리고 나중에 청산시 그 물량만큼 엄청난 수익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물론, 상당한 리스크도 있다.

지수가 계속 하락하게 되면, 피해는 천문학적으로 커진다.

그러나 김대호 이사는 전설적인 투자자 서장수 회장에 대한 믿음이 확고했고.

개미들이 잘 보지 못하는 외인의 방향을 정확하게 보고 있는 터라.

자신의 결정에 대해 추호도 의심이 없었다.

“그리고 좀 더 기다렸다가 호가가 더 좋아지면, 콜 옵션 매수도 진행하도록!”

“네!”

코스피200 지수하락으로 공포심이 팽배해지면.

콜 옵션 호가도 결국 급락할 것이다.

투자는 단순히 좋은 포지션을 잡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더 좋은 호가, 더 낮은 호가에서 사야만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건 개미의 방향과 완전히 역행하는 방향인데.

어쨌든 그런 지시를 마친 김대호 이사는 이십여 명의 직원들이 각자 데스크에 앉아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가볍게 훑어본 뒤.

저 통로 안쪽에 자리 잡은 서장수 회장의 사무실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여의도 미꾸라지’라는 별명까지 붙은 전설적인 투자자 서장수 회장.

이번 투자 과정에 대한 중간보고를 하기 위해 그는 그쪽으로 바짝 다가서고 있었다.

<29>

‘와, 이거 진짜 개답답하네.’

현재, 코스피200 지수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

나는 계속 모니터를 응시했다.

4거래일 연속 하락하더니.

다음날도 그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다시 하락장은 연출되었고.

내가 확인해 본, 코스피200지수 동호회 게시판은 어느덧 꽁꽁 얼어붙고 있었다.

사실, 현재의 지수 변화는 그렇게 크지 않으나.

옵션 자체는 소폭의 지수 변화에도 그 호가가 크게 변한다.

몇 %의 지수 변화라도.

옵션 호가는 수십 % 등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옵션이라는 것은 미래에 대한 가치를 예상하는 것!

그래서 장기간 하락장이 이어지면, 당연히 미래 가치는 폭락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 폭락은 옵션 호가의 절망을 이야기한다.

그 때문일까.

어느 순간, 개미들이 뭔가를 깨닫기 시작하는 모습들이었다.

각종 투자 책에서 봤을, 선물·옵션 투자의 무한한 위험성들.

그리고 마침내···.

#

‘와아! 드디어 물량이 터져 나오네.’

점점 더 콜 옵션 매도세가 커지고 있었는데.

개미들이 물량을 털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 물량에 대해서 바로 달려들지 않았다.

콜 옵션 매도는 갈수록 증가하지만.

그저 호가별 물량이 층층이 쌓이면서 거대한 박스권만 형성할 뿐이다.

즉,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자, 외면받는 신세가 되었고.

오히려 매수자는 저 아래쪽 호가대에서 주문을 넣고서 그저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매수를 기다리는 누군가를 향해, 호가 위치는 쭉쭉 내려오기 시작했고.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봇물이 터지듯 거래가 빛처럼 빠르게 터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빗발치는 거래 체결!

호가 움직임은 미친 듯이 진동했고.

그사이, 행사가 240 콜옵션의 가격은 0.17까지 폭락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멀었다.

나는 재빨리 각 매수주문을 타이핑한 뒤, 여기저기 호가창에 던졌다.

주로 콜옵션 호가 가격을 0.01에서 0.03 범위에 두고서.

각 행사가의 콜 옵션마다 매수주문을 넣어둔 건데.

그러고는 계속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

그리고 한참 뒤.

기다리면 복이 있나니.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쉴 새 없이 튀어 오르는 알림창.

일부 매수 주문이 그렇게 체결되었고.

계약 건수를 즉시 확인했다.

아직 체결 물량 숫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

또한, 1계약당 들어간 매수 비용 역시 지극히 적었다.

이를테면, 1계약당 매수 비용은 호가 단위에 25만 원(거래승수)을 곱해주면 되는데.

0.1 호가의 옵션은 0.1 × 25만 원 = 2.5만 원을 지불하면 매수가 체결된다.

그리고 한편, 그 와중에 또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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