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물이 되어버린 투자자-29화 (29/138)

29화 여덟 번째 투자

<26>

“···김 팀장님, 어때요? 사람은 어떤 거 같아요?”

함께 복도를 걷던 중.

최수경 전무가 불쑥 묻자, 김청준 팀장은 자신의 생각을 바로 이야기했다.

“고졸 출신인데도 무척 당당한 것 같습니다.”

“뭐, 투자판에선 대졸, 석사, 박사, 이런 학벌이 아무 필요가 없죠. 수익률이 바로 말해 주니까요.”

“네. 근데 아쉬운 점이··· 제도권 투자자와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거리가 있다? 고졸 출신이라는 거. 혹시 그거 때문인가요?”

“네. 그 점도 무시할 수가 없죠. 하지만 수익률이 너무 엄청나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내내 부러워서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정말 솔직하게 말해 주는 김청준 팀장.

그러고 보니, 김 팀장의 얼굴은 어느새 약간 상기되어 있다.

사실, 증권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나 그런 잭팟을 터트리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런데 전설적인 수익률이 터졌고.

그 잭팟을 터트린 당사자는 너무나도 젊은 사람이다.

26살?

속된 말로 핏덩이나 다름없는 나이.

그런 나이에 누군가는 수천억 원대 부자의 대열에 올라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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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박현주씨!”

“네! 전무님.”

직급 차이가 있다 보니 한 발 뒤에서 걷던 박현주.

그녀는 최 전무의 호출에 얼른 앞으로 걸어 나왔고.

김성민 차장은 슬쩍 뒤로 빠져주었다.

“플래티넘 다이아 안건.”

“네!”

“품의서 바로 작성할 수 있죠?”

“네! 준비해서 바로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다이아 등급이 한 명 더 늘어났어요. 업무에 차질 없겠죠?”

“네! 문제없습니다.”

“그럼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죠?”

“아, 관리요? 네, 말씀드리겠습니다. 직접 관리와 간접 관리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습니다. 직접 관리는 고객님의 회사를 직접 방문해서···.”

“그만···! 됐어요. 현주씨. 됐어요.”

“네.”

“하던 대로 계속해 주시고. 새로운 고객이 다이아 등급으로 올라갔으니까 당분간 고객 관리에 더 집중해 주세요.”

“네!”

“다이아 등급이 혹시라도 움직이면, 회사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것, 그것도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사실, 이런 지시 사항은 김청준 팀장이 직접 해 줘도 되는 것인데.

최수경 전무가 그렇게 지시하자, 박현주는 잔뜩 긴장한 표정이 되었다.

어느덧 입사 3년차.

아직 사원 직급이지만.

그녀는 생각보다 힘든 업무를 맡고 있다.

바로 다이아 등급의 회원 관리 업무.

이런 중요한 업무는 본래 베테랑들이 맡아야 한다.

그러나 앞서 이 일을 맡았던 베테랑 직원들은 하나같이 얼마 버티지 못하고 퇴사해 버렸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자신한테 이 일이 주어졌다.

사실, 이런 일들은 김성민 차장 같은 노련한 사람이 더 적합하다.

하지만 그는 골드 등급의 회원 관리 외에도 우수 고객 프리미엄 제도의 단위 책임자이다 보니, 추가적인 업무 여력이 없다면서 뒤로 물러서 버렸다.

이런저런 선배들까지 이 일에 난색을 보이며 피하자, 결과적으로 자신이 이 업무를 맡게 되었다.

그런데 하필, 이 등급의 멤버가 오늘 또 늘어났다.

하필, 자신과 같은 또래의 남자가 그 멤버가 되었다.

국내 선물시장 공략을 목표로 해서.

프리미엄 등급제가 만들어진 것은 바로 작년.

어느덧 일 년 정도 시행된 제도인데.

특유의 장점도 있지만.

실무자로서 봤을 때, 절대 쉽지 않은 제도인 것도 사실이었다.

위에서는, 마치 VIP를 대하듯 다이아 등급에 대해 세심한 것까지 신경 쓰라고 주문하고 있지만.

실무자인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늘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다른 증권사로 넘어갈까 봐.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하게 된다면, 인사피해는 고스란히 자신이 입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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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김 팀장님! 다음 주, 주중으로 해서, 인터뷰 일정 좀 잡아보세요.”

“네. 아까 사인도 받은 터라, 그럴 예정입니다. 보도자료도 서둘러 준비해서 기자들한테 넘기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세금 관련해서 도움 줄 수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세요. 컨설팅이 필요하다면 주선해주시고. 우리가 먼저 나서서 도와주면 상대는 더 감동하는 법이죠. 아시죠? 제 영업 마인드?”

“네! 전무님! 근데, 개인의 파생상품 해외 투자 같은 게··· 개인 양도소득세가 따로 잡혀 있지 않습니다! 파생상품 투자 수익이 주로 법인에서 나오다 보니, 법인세에는 포함됐지만. 개인한텐 꼭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 말에 최수경 전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면, 지난 2004년부터 정부는 해외 파생상품 투자와 관련된 양도소득세법을 개정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중인데.

이 시기는 아직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그런 논의단계에 불과했다.

실제, 해외 파생상품 양도세 법안은 2014년도가 되어서야 도입되는데.

과세는 2016년도 거래분부터 시작되게 된다.

이때 세율은 5%(지방소득세 별도) 선.

그러나 그 세율은 이후 더 높아지게 된다.

“···저도 잘 압니다. 제가 말하려는 것은 앞으로 그 고객이 대주주 급 투자자가 될 텐데, 세금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아주 크겠죠? 한번 확인해 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들 명심하세요. 현재 선물옵션 부문은 그만큼 거대 자금이 몰려들고 있고. 갈수록 그 자금 크기가 커지고 있어요. 물론, 파생상품 시장은 증시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되죠. 그 때문에 한순간 침체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 그 점도 늘 경계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지금은 한껏 기대감이 고조된 시기.

증시 활황과도 맞물려 있었다.

“그래서 한 가지만 더 말하죠!”

어느덧 자신의 사무실 앞에 도착한 최수경 전무.

그녀는 몸을 틀었다.

그러고는 김청준 팀장 등을 쳐다봤다.

“그 고객이 지금 현재 수천억 원대 부자라는 것만 꼭 기억하세요. 앞으로 그 고객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건 미래의 일이고. 우리가 구태여 거기까지 생각할 게 없다는 겁니다. 회사는 회사이고, 고객은 고객이라는 것. 그것만 기억하면 됩니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부하 직원들이 그 고객을 일확천금의 수혜자로서 폄하하지 않도록.

또한, 직원들이 너무 과도하게 자세를 낮추지 않도록.

최수경 전무는 칼같이 선을 그었다.

사실, 투자자의 미래는 누구도 알 수가 없다.

수천억 원대 부자 역시 장중에 탈탈 털릴 수도 있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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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앞으로의 투자는 어떻게 될까?’

문득 최수경 전무는 호기심이 생겼다.

독보적인 수익률을 갖고서 단숨에 부자가 되어버린 남자.

위험한 선물옵션 부문에 계속 뛰어들까.

아니면, 다시 한국증시에 뛰어들까.

그녀의 호기심은 점차 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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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저 앞에 세워주세요!”

그로부터 한참 뒤.

강남 모 외제차 매장 앞.

그 앞 도로에 택시가 정차하자 나는 요금을 지불했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

사실, 목적지까지 회사 리무진으로 태워주겠다는 김청준 팀장의 제안을 거부했다.

괜히 내 일정이 노출되기 싫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내 눈앞으로 투명한 유리창이 좌우로 넓게 펼쳐져 있는데.

바로 그 너머로, 멋진 외제차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그 자동차들을 가만히 탐색하듯 쳐다보던 중.

나도 모르게 묘한 감동의 물결이 밀려왔다.

그리고 잠시 뒤.

나는 슬쩍 고개를 숙여 내 구두를 쳐다봤다.

여전히 반질반질 빛나는 구두.

그리고 이렇게 구두가 빛날 때.

과거에도 그때, 내 행운은 요란하게 빛났던 것 같고.

바로 지금!

다시 그런 시기가 찾아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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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 모델로 하겠습니다!”

시간이 흘러, 그로부터 30분 뒤.

나는 바로 차량 구매를 결정했다.

이번에도 속전속결이다.

물론, 몇 개 브랜드를 놓고서 고민하다가.

결과적으로 벤츠 E300 모델을 고르게 되었다.

이 차는 2010년도 외제차 부문 베스트셀링 1위가 되는 모델인데.

부자들한텐 아주 대중적인 모델이기도 했다.

사실, 벤츠 감성 자체가 좀 오래된 느낌도 있어.

젊어진 내 모습과 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과거에도 나는 큰 성공을 한 뒤, 여의도 증권가에 입성했을 때.

그때, 일부러 벤츠를 구매했었다.

벤츠의 감성 자체가 투자사 대표라는 위치와 나름 조화가 잘 될 수 있고.

무난한 안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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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고객님! 워낙 이 모델이 요즘 잘 팔려서 말이죠. 양도받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데···. 뭐, 저희가 입고 내역과 양도 시기를 계속 확인해 드릴 테지만, 이 점은 좀 양해해 주셔야 합니다. 괜찮겠습니까?”

“그럼, 얼마나 걸릴까요?”

“2주 혹은 3주. 그 정도 걸릴 겁니다.”

2주에서 3주?

나는 잠시 생각해봤다.

저택 관련하여, 다음 주에 잔금을 치를 예정인데.

그 일이 끝나고 나면, 한남동 저택은 법적으로 내 소유가 된다.

그러나 바로 이사할 수가 없다.

박유진 사장이 인테리어 시안을 조만간 보내올 테고.

그 시안이 확정되면, 인테리어 작업이 바로 진행될 것이다.

듣기론 최소 2주 정도 걸린다고 했다.

그렇다면 내가 이사를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시일은 앞으로 3주 뒤.

‘음, 나쁘진 않네.’

새차를 인도받은 뒤, 새집에 주차하면 되니까 말이다.

“전 괜찮습니다. 바로 계약할게요.”

그러고는 바로 자동차 매매 계약서에 사인했다.

그렇게 그걸 마지막으로 해서, 오늘 내가 하려던 일들은 대충 끝나게 되었다.

물론, 임대 사무실 계약은 아직 해결되지 않아 남아 있고.

내 새집을 채우게 될 가구, 소파 등, 여러 물건들을 사는 일도 남아 있다.

그러나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 있다.

그래서 그 일들을 잠시 뒤로 미루고.

나는 다시 택시에서 내린 뒤.

삼일대 병원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로부터 대략 한 시간가량 그곳에 머물며.

유강석의 병문안을 했고.

이후 다시 고시원으로 돌아왔다.

아쉬운 점은 형사들이 바로 옆에 붙어 있어서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는 것.

그래도 강석의 상태는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한편, 이날 밤.

나는 드디어 여덟 번째 투자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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