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거물이 되어 버린 투자자
<22>
“···저기 팀장님! 이거 좀 보시겠어요?”
미래증권 선물사업본부 선물영업3팀 김청준 팀장.
그는 의아해하며 고개를 들어 김성민 차장을 쳐다봤다.
현재, 선물옵션 부문 우수 고객 모니터링을 담당하고 있는 김성민 차장.
그는 다소 표정이 이상해진 모습으로 다가왔고.
부랴부랴 서류 한 장을 자신의 책상 위에 올려놨다.
도대체 뭐야.
김청준 팀장은 김성민 차장을 한 번 더 쳐다본 뒤, 곧이어 그 서류를 살펴봤다.
“이거 고객 잔고 아냐?”
“네.”
“김 차장! 이거 참나, 알만한 사람이 아직도 이래? 이런 개인정보는 함부로 인쇄했다가는···.”
“팀장님! 숫자부터 확인해 보십시오!”
“숫자? 잠깐만! 근데 이거 숫자가 잘못된 거 같은데?”
어느 골드 등급 고객의 계좌.
계좌 잔고가 인쇄되어 있고.
지난 일 년의 수익률도 찍혀 있다.
근데 도대체 이게 말이 되나.
“김 차장! 이거 잘못 찍힌 거 아냐?”
“아닙니다! 제대로 인쇄한 거 맞습니다!”
“뭐!? 제대로 인쇄했다고?”
갑자기 김청준 팀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이봐! 이게 잘못 인쇄된 게 아니라고?”
“네!”
“수익률이 어떻게 이렇게 나와?”
“저도 이유는 모릅니다.”
“그냥 인쇄가 밀린 거 아냐? 이게 아마 현재 잔고 달러인 거 같은데. 근데 이 숫자는 또 뭐야?”
갑자기 언성이 다시 높아지는 김청준 팀장.
“팀장님! 그거 전혀 잘못 찍힌 게 아닙니다!”
김성민 차장이 다시금 문제가 없다고 외치자.
김청준 팀장은 인상을 팍! 쓴 뒤 그 인쇄물을 좀 더 꼼꼼하게 쳐다봤다.
“골드 등급? 그리고···.”
“······.”
“그러니까 이게 진짜 수익률이라고?”
볼펜 끝으로 서류 한쪽 숫자들을 가리키는 김청준 팀장.
“잠깐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숫자들.
그런데도 눈앞의 직원이 계속 우기자, 그는 왼쪽 모니터에 우수 회원 관리 창을 띄웠다.
빠르게 고객 이름을 입력했고.
바로 고객 잔고 정보를 눌렀다.
이 무렵, 개인정보 보호법은 엄격하지 않았고.
원칙적으로는 관리자급만 개인정보 열람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대다수 증권사들처럼 영업 목적을 위한 개인정보 열람은 수시로 가능한 상태였다.
“이야아아! 이게 뭐야! 숫자가 진짜였네?”
“네! 제가 전산팀으로 직접 내려가, 전산 확인도 했습니다.”
“직접 확인했다고?”
“네! 거래 내역까지 직접 확인했고···.”
그 순간.
김청준 팀장은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
놀라며 쳐다보던 김 차장.
이때, 김청준 팀장은 옆에 걸려 있던 자신의 정장 상의를 잡더니 후다닥 뛰어나갔다.
잠시 멍해지던 김성민 차장.
“야! 김 차장! 그 서류 들고 튀어 와!”
팀장의 외침에 김 차장은 재빨리 그를 뒤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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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무님! 빅 뉴스가 터졌습니다! 이거 좀 보십시오!”
어느새 깔끔한 정장 차림을 하고서 선물사업본부 전무실로 들어간 김청준 팀장.
그와 함께 들어간 김성민 차장은 현재 와이셔츠 반팔 차림이다.
요즘 날씨가 무더워지면서 반팔 와이셔츠 차림이 문제될 건 없으나.
정장 상의를 입자 아주 깔끔한 모습이 된 김청준 팀장의 모습과는 확실히 대비될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최수경 전무가 자신을 잠시 흘겨보자, 김성민 차장은 약간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소식 전달이 먼저다.
“전무님, 그건 제가 관리하고 있는 골드 등급, 고객 관련 자료입니다.”
고객 자료?
순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최수경 전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대체 왜 고객 자료를 저한테 가져왔죠?”
선물사업본부 본부장 최수경 전무.
그녀는 김 팀장과 김 차장을 번갈아 가며 쳐다본 뒤, 그들이 가져온 그 서류를 다시금 쳐다봤다.
그러나 그녀는 노안 때문에 바로 안경을 착용했고.
잠시 집중하며 서류를 유심히 살펴봤다.
그러다가 두 눈이 저절로 커졌고.
무척 놀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전무님! 보시면 아시겠지만, 개인투자자의 최근 수익률과 현재 계좌 잔고입니다.”
“근데, 이게 가능한 수치인가요?”
순간, 날카로워지는 최수경 전무의 목소리.
화장기가 짙은 그녀의 얼굴에는 여기저기 주름이 생겨나고 있었다.
“네! 김 차장도 확인했지만, 저도 확인했고. 김 차장은 전산실에 직접 들러, 오류가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혹시 불법 사유는?”
“투자가 한 달 혹은 반년 정도 진행된 것 같고, 특이 사항은 없습니다. 거래 내역 역시 단순합니다. 매수 포지션 잡은 뒤, 차분하게 정리됐습니다.”
이때, 김성민 차장이 중간에 김 팀장을 대신해서 대답하기도 했는데.
그런 대답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수익률이 믿기지 않은 최수경 전무.
그녀는 자세를 바로 하고서.
즉시 키보드를 통해 고객 정보를 입력했다.
그러고는 자신의 모니터를 뚫어지라 쳐다보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외마디 탄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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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게 진짜 가능한 수치였네.”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일이지만.
실제 일어난 일이었다.
어느 개인투자자의 계좌 잔고.
그 잔고가 현재 2억 1,053만 달러로 변해 있었다.
현재 환율 기준으로 보면, 대략 2,574억 원에 육박하는 돈.
“전무님! 거기 보시면 아시겠지만, 첫 계좌 입금액이 대략 1억 원 안팎이었고···.”
그러니까 1억 원 남짓 되었던 돈이 대략 7개월 만에 2,574억 원으로 크게 성장한 것이다.
그 순간, 아연실색을 넘어서 잠시 할 말을 잃었던 최수경 전무.
그러다가 갑자기 그녀의 두 눈이 격렬하게 반짝거렸다.
이럴 때가 아니었다.
갑자기 거물이 되어 버린 개인투자자.
개인이 보유한 자금이 2천억 원을 넘어선 상태였고.
그 자금은 현재 미래증권 계좌에 고스란히 박혀 있는 중이다.
“이번 일만 잘 되면, 시장 점유율을··· 확실히 높일 수 있겠군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전무님!”
투자운용본부 상무보와 전략기획본부 상무를 거쳐, 작년 초에 선물사업본부 본부장이 되었던 최수경 전무.
실적에 목마른 그녀는 갑자기 머릿속이 바빠졌다.
현재, 선물 시장에서 미래증권은 기존의 선물사들과 경쟁하고 있는 데다가.
타 증권사들과도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기존 점유율을 깨고 시장을 확대하는 것은 거대한 선물시장을 통한 미래증권의 수익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어.
미래그룹 총괄본부 쪽에서까지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업 부문이다.
그러나 점유율 주도권 싸움이 워낙 치열해.
갈수록 미래증권은 밀리고 있었고.
할 수 없이 고객 등급에 따른 할인 혜택까지 주며.
출혈 경쟁까지 마다하지 않는 그런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갑자기 그런 개인 거물이 튀어나왔다.
순식간에 2천억 원대의 부자가 되어버린 슈퍼개미.
이건 투자계에서도 훗날 전설로 남을 수 있는 그런 획기적인 일이었다.
“영리하게 가도록 하죠.”
“네?”
“우리나라에선 잭팟을 터트린 사람은 항상 조심해야 됩니다. 그 고객도 자신의 이름이 공개되는 걸 처음엔 싫어할 겁니다. 그러니까 그 이름만 쏙 빼고 기자들한테 먼저 흘리죠. 우리 ‘미래증권’ 이름이 같이 기사에 들어가면 더 좋겠고···. 나중에 다시 보도자료를 내도록 하죠. 골드 회원이니까 수수료 할인도 받았을 테고. 우리 요청을 받아들여 기자 인터뷰에 응해준다면, 그걸로 홍보 효과는 확실하겠죠.”
“그렇죠. 전설적인 수익률이 터진 건데. 전무님! 그럼, 제가 직접 만나서 설득해보겠습니다.”
“만나긴 만나야죠. 그리고 혹시 필요하다면 회사 리무진도 사용해 보세요. 필요에 따라, 직접 모셔오는 것도 생각해 보시고.”
“네! 전무님!”
“혹시 미팅 잡히면 저도 참석할 테니까 꼭 알려주세요.”
“네!”
“그리고 한 가지만 더하죠. 반드시 극진하게 대하세요! 법인카드 한도치 상관하지 마시고 최대한 쓰세요! 그리고 꼭 명심하세요! 선물거래의 주 고객은 기관이지만, 개인투자자가 성공할 때 그게 큰 이슈가 된다는 거.”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지시를 마친 최수경 전무는 순간 묘한 느낌이 강하게 와 닿았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선물사업본부.
어느덧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면서, 자신의 역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
그런 갈증을 알기라도 한 듯.
때마침, 진짜 스타가 나타났다.
과연 대한민국 투자계에서 이런 스타가 과연 몇 명이나 나올까.
26살?
더군다나 무척 젊은 투자자다.
그래서 그 호기심과 기대감이 더 커졌고.
그녀의 입꼬리는 스르륵 길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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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15일 화요일 밤.
간간이 천둥 번개가 치더니.
자정을 지나 6월 16일 새벽이 되자.
비가 다시 우르르 쏟아졌다.
지난 금요일부터 간간이 내렸던 비.
그 비가 다시 쏟아지며.
주변의 열기를 한층 식히고 있었고.
어느덧 아침이 되자, 비가 그치며.
짙은 먹구름도 조금씩 개이고 있었다.
“···휴우. 이 정도면 됐어.”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보면, 현시점에선 인터넷 영문기사를 악착같이 검색해야만 알 수 있는 정보.
즉, 2010년 5월 22일, 미국 플로리다 잭슨빌의 라스즐로는 1만 개의 비트코인을 주고서 피자 두 판을 배달받았는데.
그건 바로 가상화폐가 실물 거래에 사용된 첫 역사였다.
이걸 바탕으로 당시의 비트코인 가격을 추정한다면.
비트코인 하나당 0.0025달러.
우리 돈, 2.7원에 해당되는 돈이다.
이 일은 불과 몇 주 전에 일어난 일이었고.
그 때문에 나는 이 시기를 기억하며.
드디어 비트코인 매수 작업을 진행해 봤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이런 비트코인을 매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2017년 12월.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에서 비트코인 선물이 등장하면서 완전히 제도권으로 들어서게 되는 비트코인 거래.
이후, 비트코인 거래 자체가 무척 쉬워지지만.
아직은 거래 자체가 쉽지 않은 시기였다.
결국, 인터넷을 정신없이 뒤진 끝에 개인 거래 등을 진행했고.
한편으론 게임카드 온라인 거래소인 ‘마운트곡스’를 통해 몇몇 거래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마운트곡스’는 2010년 7월, 비트코인 거래소로 완전히 업종이 전환되는 곳인데.
우선, 나는 500달러 정도를 치르고서.
10만 개 남짓한 비트코인을 매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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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잠시 뒤.
나는 하얀 와이셔츠 반 팔에 여름용 정장 바지를 입고서.
약간의 향수를 몸에 뿌린 채 고시원 방에서 나왔다.
이때, 옆 방 아저씨가 수건을 두르고서 나오다가 날 힐끔 쳐다봤고.
잠시 눈이 마주친 터라.
가볍게 목인사를 했다.
그런 뒤, 곧장 계단 쪽으로 걸어갔고.
건물을 빠져나온 나는 빠른 걸음으로 골목길을 지나 대로변에 이르렀다.
그리고 거기서 택시를 잡은 뒤, 곧장 한남동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 9시.
드림부동산 중개사무실에 약속을 잡아 둔 터라.
아침 일찍 출발한 것인데.
오늘은 학원에 가지 않고.
앞으로 내가 살 집과 내가 타게 될 자동차 등을 구매해 볼 생각이다.
문득 외제차 딜러 일을 하고 있는 고등학교 친구 조광섭이 생각났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앞으로 기회가 많을 텐데.
하도 머리 쓸 게 많다 보니, 이번에는 그냥 조용히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래. 우선, 다른 매장에서 자동차를 사는 게 낫겠어. 아마 광섭이가 다루는 브랜드가 포드링컨이었던 것 같은데.’
여하튼 자동차 구매 이후, 삼일대 병원에 들러 강석이의 상태도 확인하고 다시 돌아올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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