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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이 되어버린 투자자-16화 (16/138)

16화 다섯 번째 투자, 선물투자 성공

<12>

탁! 탁! 탁! 탁! 타탁! 탁!

아주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렸다.

각종 데이터가 각 모니터에 떠올랐고.

보정된 프로그램에 의해 구간별 차트 변화와 각 구간의 연도별 차트 변화 등이 통계적으로 분석되었다.

한편, 엑셀을 띄워 일부 데이터를 따로 입력했고.

그 데이터 출력값을 다시 정리해 봤다.

이번 투자 종목은 에너지 선물 종목.

사실, 지난 급등주 투자들을 통해 투자 감각을 한층 끌어올렸고.

이제 무척 위험하긴 하지만.

그러나 확실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선물 투자 종목으로 눈길을 돌리게 되었다.

뭐, 시기도 적절하고.

현재, 개인투자자가 해외 선물거래 쪽에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었다.

지난 2월,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서.

증권, 선물, 자산운용 등, 금융투자업무가 하나의 기관에서 동시 서비스가 될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는 선물사에서 선물거래 업무가 이루어졌다면, 이젠 증권사에서도 선물거래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저번에 증권계좌를 오픈하면서 각종 선물옵션거래계좌도 오픈해뒀는데.

그 연장선에서 이제 해외선물거래를 직접 진행할 생각인 것이다.

그러나 이때 의외로 이것저것 접근성에 문제가 있었고.

그 때문에 2010년으로 해가 바뀌며, 대치동 수능 학원을 다니기 시작한 2010년 1월 7일에 되어서야 첫 거래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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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되겠지?

기분이 무척 묘하다.

2010년 1월 7일 밤 10시.

이 시각이 되면, 이곳 고시원에는 생활 소음이 가장 심해진다.

고시원에 사는 직장인, 막일꾼, 공시생 등이 이 시각에 가장 많이 들어오고.

출입이 잦다 보니 이런저런 소음이 사방으로 퍼지게 된다.

그러나 나는 귀를 닫은 채 계속 모니터에 집중했다.

사실, 파생상품인 선물 투자가 어디 쉬운 투자인가.

이런 투자는 투자 리스크가 엄청나다.

그래서 각 증권사는 단계별 투자자들을 위해 투자 교육 과정을 제시하고 있었고.

기존 선물사에선 증권사로 고객들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각종 베네핏과 수수료 할인 등을 제시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럼에도 개인투자자들에게 있어 선물 투자는 개인 역량이 가장 중요하고.

선물거래 매수 프로그램의 활용 편의성과 각종 정보 접근성도 중요한데.

그런 사유들로 인하여 아직까진 증권사 혹은 선물사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게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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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어색하긴 해.

2010년이라서 그렇겠지만.

우선, 매수 프로그램 자체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선물거래 차트 등의 정보도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선물거래를 처음 하는 투자자들이 이런 것들을 보게 되면, 딱! 감으로 매수주문을 넣기에 좋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아주 위험한 선물거래를 단순히 ‘감’으로 하게 된다면, 그 후폭풍은 엄청날 것이다.

빈털터리가 되는데 사람마다 각자 시간은 다르겠지만.

빠르면 몇 시간 안에 원금 제로에 도달할 수도 있다.

훗날, 파생상품 적격개인투자제도(2014년 12월 29일)가 시행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파생상품 사전교육 및 모의거래 등이 한동안 의무화되는데.

이런 게 무분별한 투자 행위를 막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시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의 파생상품 투자 접근이 좀 더 자유로운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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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나는 고시원 밖으로 나왔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쌩쌩 불어오고 있다.

금방 눈이라도 내릴 듯한 그런 맹추위의 날씨.

곧이어 인근 분식집에 도착했고.

라면을 주문한 뒤 기다렸다가.

막 나온 뜨거운 라면을 후후 불어서 서둘러 먹었다.

그리고 김밥 두 줄은 따로 포장 주문했다.

콜라 두 캔도 거기서 샀는데.

편의점에 들러 콜라를 살까 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샀고.

잠시 후, 김밥 두 줄과 콜라 등을 들고서 다시 고시원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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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드디어 시작하자.

그러고 보면, 선물 투자 같은 위험 투자는 역시나 준비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런데 그 투자의 칼바람 속에서 나는 버텨냈고 승승장구했는데.

그러나 마지막 순간, 철퇴를 맞고 초주검이 되어 나가떨어진 게 지난날의 내 모습이었다.

파생상품 투자는 영원한 승자가 없다.

그리고 그 승자의 위치에서 갑자기 추락하는 순간,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모든 것들을 다 잃게 된다.

고시원 내 방.

다시 시작하는 파생상품 투자.

나는 주식 투자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시 집중했고.

내가 변형시킨 주요 차트들을 몇 번이고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그리고 내가 가진 미래 지식들도 최대한 떠올렸다.

현재 모니터 세 대에는 수많은 차트와 자료들이 가득 찬 상태.

주식거래와 다르게, 이런 투자는 좀 더 많은 분석치들이 필요한데.

왜냐하면, 이런 차트의 흐름이 갑자기 극단적으로 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문 매수가와 체결 매수가가 달라지는 슬리피지(slippage) 상황이 이런 거래에선 종종 발생할 수도 있고.

이때, 차트 변화가 빛과 같아서.

특정 조건 도달시 주문이 들어가는 매도 예약 주문과 매수 예약 주문 등, 각종 대비책들도 이런 투자에선 꼭 필요했다.

물론, 프로그램을 활용한 자동 매매가 오히려 가장 이상적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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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55분.

시간은 다시 빠르게 흘러갔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매수 타이밍을 찾지 못하고 나는 계속 차트만 노려보며 대기했다.

보통, 주식에선 자신이 원하는 종목의 주가가 적절 주가가 될 때까지.

최대 몇 달을 기다리는 경우가 있으나.

이런 파생상품 투자에선 꼭 그럴 필요가 없다.

최적의 기회가 갑자기 나타나고.

또한, 갑자기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그 위치를 보고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징후를 보고 직접 투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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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차트를 보면서 내 손에 조금씩 땀이 맺혔다.

현재 내가 노리고 있는 종목은 천연가스 선물 종목.

이 종목은 만기일이 매달 잡혀 있는 매월물인데.

차트 흐름상, 서서히 선물가격이 고점으로 향해 치솟고 있다.

호가가 곧 6.1달러를 찍을 수 있는 그런 상황인데.

나는 이것저것 다시 확인한 뒤, 거래 주문을 위한 막바지 채비를 갖췄다.

이 종목의 증거금률은 5%.

투자 조건으로선 절대 나쁘지 않다.

코스피 선물의 증거금률은 대략 15% 선인데.

그 때문에 코스피 선물보다도 더 높은 레버리지가 가능하게 된다.

거기다가 앞으로 이 종목의 선물가격은 약세장이 확실해 보였다.

그 이유는 바로 천연가스 종목의 특수성 때문이다.

우선, 이 종목은 선물 특유의 높은 변동성이 있는 데다가.

계절 이슈가 있는 선물이다.

주로 기후예보에 따라 미리 선물가격이 움직이게 되는데.

어느덧 겨울이 지나가는 시기가 되면, 천연가스 수요가 줄어들면서 점진적 약세장이 열릴 수밖에 없다.

물론, 그런 흐름에도 변화가 있다.

각종 역대급 사건이 터지게 되면, 선물가격이 갑자기 급등할 수도 있다.

그래서 차트 분석 과정에서 여러 외부 요소들을 특히 고려해야 한다.

천연가스 생산량과 재고량 데이터에서부터 시작해서.

정치적 이슈, 천연가스 수송 관련 각종 사고들, 각 정부의 에너지 정책 등, 다양한 이슈들을 이런 데이터와 결합시켜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아는 미래의 모습에서 이 무렵 에너지 수급과 관련된 큰 사건은 없었다는 것이다.

적어도 이 시기, 이 종목의 호가 방향성은 확실해 보였다.

정점을 찍은 뒤.

결국, 점진적 하락은 시작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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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35분.

시간은 다시 흘러갔고.

선물 호가가 6.1달러에 근접했으나.

아직도 6.1달러에 다다르지 않았다.

그저 고요 속.

긴장감만 고조될 뿐.

그러나 그로부터 10분이 다시 흘러갈 무렵.

갑자기 호가창에선 거센 매수세가 몰려들었고.

빛처럼 틱이 움직이는 그런 호가 변화가 생겨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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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5달러

6.038달러

6.099달러

6.059달러

6.088달러

6.106달러

6.124달러

우와!

영점 몇 초의 순간.

호가는 갑자기 6.1달러를 돌파했고.

기다렸던 나는 즉시 준비해둔 주문을 던졌다.

찰나, 나는 다른 생각도 떠올렸다.

대다수 파생투자 전문가들이 쓰고 있는 헷지 전략.

혹시 모를 리스크를 낮추는 게 투자의 핵심이고.

이런 위험한 투자에선 헷지 전략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게 가장 안정적인 방법이다.

물론, 과거의 나 역시 그런 헷지 전략의 전문가인데.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일방적인 전략이 들어간 주문을 던진 상태다.

그리고 잠시 뒤.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쉴 새 없이 체결 알림 창이 화면에 떴다.

잠시 숨을 죽이고 쳐다본 끝에 마지막 매도 물량까지 드디어 주문 체결됐는데···.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그 마지막 알림 창을 확인한 뒤.

나는 재빨리 거래 내역을 확인해 봤다.

현재 내 선물 포지션은 매도 포지션(short position).

선물 호가가 상승하면 수익을 얻게 되는 매수 포지션(long poistion)이 아니라.

선물 호가가 추락하면 수익을 볼 수 있는 매도 포지션(short position)으로 정한 것이다.

이걸 간단히 설명하면, 매수 포지션은 호가창의 선물 계약을 사는 것이고.

매도 포지션은 선물 계약을 파는 것인데.

이 시점에서의 모든 행위는 실물 자산이 아니라 가상의 실물 자산으로 거래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실물투자가 아니라 파생투자인 것이다.

특히, 매도 포지션은 주식거래에서 공매도와 동일한 개념인데.

높은 가격에서 팔고.

낮은 가격에서 사서.

거래물량의 수치를 맞춘 뒤, 시세 차익을 내는 구조이다.

그런데 이런 위험한 선물거래에서 공매도(매도 포지션) 같은 걸 한다고 매도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건 그저 선물거래를 1도 모르는 사람들일 뿐이다.

파생투자는 누구나 다 양방향 투자가 가능한데.

그저 투자자의 전략에 따라 그 방향성이 결정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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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내가 매도를 마친 계약 건수는 총 160계약.

호가는 6.100달러.

이때, 레버리지를 20배에 맞췄다.

물론, 이 시점에서 이런 거래는 가상 자산 거래이지만.

만기가 되면 실물 자산 거래나 다름없게 된다.

따라서 이 거래의 가치를 살펴보면, 이게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

천연가스 선물, 2010년 1월 21일 만기물 기준으로 봤을 때.

천연가스 1계약의 가치는 10,000 mmBtu를 가리킨다.

여기서 ‘Btu’ 단위는 British thermal unit(Btu)을 의미하며.

mm은 m(=1,000) 곱하기 m(=1,000), 즉 1,000,000(백만)을 의미한다.

따라서, mmBtu는 백만Btu를 말하는 것이다.

이걸 좀 더 익숙한 에너지 줄(J) 단위로 환산한다면.

1 mmBtu는 1.055 GJ의 에너지를 가리키게 된다.

그 때문에 1계약 10,000 mmBtu는 어마어마한 천연가스 물량을 의미하며.

1계약의 가치가 엄청날 수밖에 없다.

한편, 최소 1계약 단위의 천연가스 선물 호가창에서, 단위 1틱의 가치를 매길 수가 있는데.

0.001달러(최소 단위 호가) × 10,000 mmBtu(1계약의 크기) = 10달러.

즉, 1틱을 간단히 10달러로 지정했다고 기억하면 될 것이다. 이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이 호가창에선 그 가격으로써 임의지정한 것이다.

그런데 현재 내가 체결한 1계약에 대한 호가는 6.100달러.

그래서, 6.100/0.001(최소 단위 호가)=6,100틱.

총 6,100틱이 되고.

앞서, 1틱당 10달러 가치가 있다고 했기 때문에.

6,100틱 × 10달러 = 61,000달러.

즉, 61,000달러가 1계약을 위해 필요한 투자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레버리지 최대치에 해당하는, 20배 레버리지가 들어갔기 때문에.

필요한 증거금은 20배 감소된다.

즉, 61,000달러/20배=3,050달러.

결국, 1계약 유지를 위해 필요한 투자금이 61,000달러가 아니라.

3,050달러가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거액을 들이지 않고도 투자가 가능하게 되는 게 바로 레버리지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매도 포지션으로서 물량 160계약을 호가창에 던졌다.

그래서 이 투자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 투자비용은,

3,050달러 × 160계약 = 488,000달러다.

만약 레버리지가 들어가지 않았다면, 총 160계약 유지를 위해, 976만 달러(= 488,000달러 × 20배)가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현재 환율 가치로 평가한다면, 대략 110억 원이 넘는 돈이다.

결국, 더 낮은 비용으로써 160계약을 유지할 수 있는데.

그때부터 나는 뚫어지라 차트를 계속 주시했다.

호가가 6.1달러보다 더 높아지게 되면, 내 포지션에선 그때부터 심각한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땐, 증거금률 퍼센티지를 잘 살펴봐야 하며.

현재 가치 기준으로 증거금률 퍼센티지가 특정 퍼센티지 미만으로 추락하게 되면, 그 손해분(현금)을 계좌에 계속 채워 넣어야 한다.

그걸 하지 못하면 반대매매를 당하며 강제청산되는데.

그 때문에 선물옵션거래에선 자신의 투자를 계속 유지하는 것도 무척 힘들어지게 된다.

한편, 그때부터 졸깃졸깃한 시간이 계속 흘러갔고.

새벽 3시가 될 무렵.

다행히 호가가 5.820달러까지 주르르 추락하고 있었다.

이때, 내 계좌에선 강력한 플러스 사인이 떴는데.

플러스 44만 8천 달러!!

(6.100-5.820) / 0.001 × 10 × 160계약 = 448,000달러.

이 시대 원화 기준.

5억 원.

아직 약소하지만, 5억 원가량의 순수익이 잡히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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