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물이 되어버린 투자자-12화 (12/138)

12화 네번째 투자 성공

<9>

거리에 경쾌한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리는 크리스마스이브.

그러나 고시원은 무척 조용하다.

그렇다고 해서 개미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지독한 침묵 속에 있는 것도 아니다.

생활 소음은 곳곳에 들려온다.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

누군가의 기침 소리.

문을 여닫는 소리.

부스럭거리는 소리.

저 멀리서 들려오는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그 작은 소음들에 노출되며 나는 크리스마스이브 아침을 맞이했다.

#

할 수 없지 뭐.

크리스마스이브라고 해서 딱히 다를 게 없다.

여자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다.

탁탁. 타다닥 탁.

잠시 후, 미세한 소음을 내며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매수 주문부터 넣었다.

2009년 12월 24일 현재.

코스피 지수는 연일 상승세다.

어느덧 1,670선을 터치하고 있었고.

장 개장과 함께 코스피 지수는 붉은 숫자를 보이며.

플러스 0.4%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연말 특수답게 우량주들은 서서히 날아오르는데.

배당 비율이 높은 은행주들 쪽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고.

한 해 매출이 크게 성장했던 대기업 우량주들도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었다.

#

근데 확실히 분위기가 영 그렇단 말이야.

내일은 크리스마스 공휴일.

그리고 바로 주말로 이어진다.

그런 크리스마스 시즌 휴가를 즐기려면 투자자들은 괜한 모험을 할 수가 없다.

대다수 종목은 그 때문에 주가 움직임이 지지부진했고.

소폭 상승 혹은 보합 쪽으로 가려는 기세가 아침부터 감지되었다.

그 와중에도 일부 종목들은 바로 상한가를 찍었는데.

거래량은 거의 없이 가뿐하게 상한가에 도달했고.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듯했다.

LS네트웍스, LS네트웍스 우선주. 이들이 바로 아주 가뿐하게 상한가에 도달한 종목들이다.

#

근데 이 종목도 심상치 않아.

툰미디어.

오전 9시 12분이 막 지나가는 시점.

거래량은 폭발할 듯이 쌓이고 있다.

잔잔한 크리스마스이브 정서와 거리가 먼, 폭발적인 반응들이다.

이 종목은 전일 종가가 3,910원이었고.

현재 4,190원(+7.16%)을 돌파한 뒤, 그 상승 기세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파른 주가 상승.

특히, 이런 급등 종목은 수많은 파리 같은 단타꾼들을 유혹하듯 끌어모으는데.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료한 증시 시황을 보던 중, 급등 소식이 들리자 이 차트에 들어왔고.

다른 단타꾼들처럼 잠시 차트 동향을 확인했다.

#

하하, 이건 축제다. 축제.

미친 듯이 달라붙는 단타꾼들.

쏟아지는 매수 주문.

거래 체결 창은 수많은 숫자들이 빠르게 밀려 내려가며.

쉴 새 없이 거래 체결을 알리고 있다.

상방 매수와 하방 매도가 빗발치며

주가는 가파르게 오르다가.

다시 주르르 밀려나기도 했다.

이런 급등주에 올라타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가 있는데.

갑자기 주가 상승분이 빠지는 순간, 그 급락의 폭은 지옥과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단타꾼들.

욕망과 짜릿함을 즐기는 이들.

이들은 주가 롤러코스터를 차트를 통해 보면서도 거침없이 주가 움직임에 다시 달라붙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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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이 종목! 크리스마스 특수를 단단히 누리겠다.

개미들이 엄청 올라탔다.

딱히 갈 데가 없는 개미들.

잔잔한 증시의 분위기보다는 이곳 광란의 주가 등락 파티가 훨씬 더 매력적일 것이다.

잠시 후, 주가가 4,280원까지 치솟자, 매수세는 더 폭발했고.

비례적으로 매물량도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는 듯한 모습.

파는 자와 사는 자.

뒤로 밀렸다가 다시 밀어내고.

그러다가 주르르 다시 미끄러지기도 하고.

사자마자 기다렸다가 당장 매도를 터트리는 게 다반사로 일어나면서.

거래량은 더 빠르게 폭증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팽팽했던 지렛대가 흔들렸다.

지렛대의 축이 뒤틀렸다.

우수수 쏟아지는 매도 폭포수.

4,280원이 순식간에 4,200원이 되었고.

더 추락하여 4,160원까지 떨어졌다.

그러자 불같이 일어나는 매수 기세.

그때부터 4,160원에서부터 4,190원까지 소폭 등락이 잠시 이어졌다.

#

탁. 탁. 탁.

잠시 후, 나는 다시 키보드를 두드린 뒤, 매수 주문을 다시 넣었다.

[종목: 툰미디어]

[매수 주문가: 4,120원]

[매수 주문량: 20,000주]

하지만, 주문가와 다르게 주가가 더 위쪽이라 아직 매수가 이루어지진 않는다.

뭐, 좀 더 기다려보면 되겠지.

그런데 그 와중에 외인의 태도가 갑자기 변한 듯.

갑자기 쭉쭉 늘어나기 시작하는 외인 매수.

그런 집중적인 매수 덕분에 주가는 다시 4,240원(+8.44%) 선을 회복했고, 더 높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단타꾼들이 다시 파리 떼처럼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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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치열하네.

정신이 없을 정도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오전 9시 37분.

그런데 그 팽팽했던 줄다리기는 어느 순간 매도자 우세가 강해지면서.

툰미디어 주가는 다시금 급락했다.

4,145원(+6.01%).

그런데 그 호가에서 더는 주가가 내려가지 않는다.

하방 4,140원 매수 호가에 몰려 있는 거대한 매수 대기량.

그 숫자가 어느새 122,980주를 넘어서고 있었고.

하방 바닥을 받치며 아주 강력한 지지선을 만든 것이다.

주가가 더는 내려오지 못하도록, 단단히 틀어쥐겠다는 것.

그러자 4,145원 매도 호가에 몰려 있던 132,350주가 서서히 소화되기 시작했다

와글와글!

빨리 뜯어먹고 올라가자!

마치 그렇게 외치는 듯.

수많은 단타꾼들이 이 호가에 몰려들었고.

5초 뒤, 잔여물량 119,599주.

6초 뒤, 79,230주.

7초 뒤, 45,937주.

8초 뒤, 30,900주.

9초 뒤, 25,595주

그렇게 무섭게 뜯어먹더니.

4,145원 호가 매물들을 다 깨버린 뒤.

주가는 4,165원까지 주르르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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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차트상 매수 심리는 괜찮은데.

좀 위험한 차트야.

여기저기 손바뀜 징후도 있고.

잠시 후,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차트 외에도 내가 가동 중인 프로그램 분석 자료 등을 유심히 살펴봤다.

주가는 하락하면, 다시 우르르 달려들어 주가가 상승하고.

이런 상황들이 초 단위로 쉴 새 없이 일어나는데.

갈수록 각 호가별 매매량이 두터워지고 있었다.

10분 전과 비교해도 거래량은 더 두터워지고 있었고.

아무리 초단타꾼들이 샀다 팔았다를 반복한다고 해도.

호가별 매매량이 조금씩 늘어난다는 것은 다른 의미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와중에도 주가가 급락하면, 강력한 지지선 하나가 나타나 주가 추락에 제동을 걸었고.

개미들이 달려들어 주가를 올리면, 강력한 저항선들이 나타나 주가 상승을 다시 막고 있다.

특별히 저항선 위치를 조정하는 것 같지도 않고.

일부러 누군가가 주가를 낮출 생각도 없는 것 같다.

시장에 흐름을 맡기되.

조금 더 고점에서 물량을 털어내려는 누군가의 의도.

그런 의도가 숨겨져 있는 그런 차트였다.

이건 바로 설거지 차트!

저러다가 우르르 무너질 거다.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거고.

수많은 개미들이 물려서 울부짖게 될 것이다.

그래서 미리 던져 놓은 매수 주문을 즉시 거둬들이려다가.

이때, 나는 잠시 다른 생각에도 빠져들었다.

설거지 차트의 전조가 나타났고.

확실히 설거지 차트인 것 같은데.

이 차트에선 끈질기게 달라붙는 개미들이 있다.

2009년 크리스마스이브.

연중 코스피 상승으로 인해 증시는 호황이었고.

오늘은 그런 분위기를 조용히 다듬어가는 그런 상황이다 보니.

이런 급등주가 유난히 없는 편이다.

결국, 이 종목이 아니고선 이런 급등의 롤러코스터를 탈 수도 없다.

그 때문에 거래량이 폭증하고 있다.

어느새 15,456,300포인트를 찍고 있는 거래량.

즉, 시장 심리가 압도적이다.

또한, 매도 폭풍에도 주가는 유지되고 있었고.

거래량은 갈수록 더 폭발적이다.

그런 상황까지 확인한 뒤, 나는 매수 주문을 거둬들이는 것을 잠시 보류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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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4,170원의 새로운 매물대를 깨고 치솟은 주가.

이 주가는 4,195원까지 상승했으나.

다시 주르르 밀려났고.

4,140원 호가까지 다시 내려왔다.

그리고 4,140원 지지선을 두드리다가.

잠시 뒤, 매수 대기량을 0으로 만든 뒤.

더 아래로 쭉쭉 내려갔다.

4,135원.

4,130원.

4,125원.

그렇듯 강력한 하락 징후가 나타나며.

내가 던져둔 주문가 4,120원에 거의 근접했다.

그래서 이대로 이 물량을 내가 받아내느냐.

아니면 재빨리 주문을 철회하느냐.

그런 선택지를 놓고서 나는 다시금 갈등했는데.

그런데 바로 그때.

주가가 갑자기 춤을 추듯 위아래로 움직이더니.

난데없이 위로 휘리릭! 올라가 버렸다.

빠르게 터져 나오는 엄청난 양의 거래 체결들.

쏟아지는 거래 체결의 붉은 소낙비를 보는 순간.

나는 깜짝 놀랐고.

정신이 번쩍 들며.

반사적으로 새로 [시장가] 주문을 넣었다.

따각!

번개같이 마우스를 클릭하는 순간.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알림 창이 바로 떴는데.

그 와중에 차트의 주가는 저 높이 위로 치솟고 있었다.

이때, 나는 매수 현황을 확인할 겨를도 없이, 주가가 미친 듯이 상승하는 것을 놀란 듯 쳐다봤다.

4,190원(+7.16%).

4,290원(+9.72%).

4,365원(+11.63%).

4,400원(+12.53%).

4,445원(+13.68%).

4,475원(+14.45%).

와! 미쳤다.

단번에 4,475원(+14.45%)까지 치솟아 오른 주가.

어느덧 상한가 4,495원을 코앞에 두게 되었다.

이건 명백한 설거지 차트였는데.

그러나 시장 심리와 반응은 그런 설거지를 압살해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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