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물이 되어버린 투자자-10화 (10/138)

10화 이러면 로또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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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0원입니다!”

“10만 주라고 했지?”

“네!”

“설마 눈치챘나?”

“근데 세력 같진 않습니다.”

“세력 같지 않다고?”

“추가 액션 없이 조용합니다. 외인, 기관도 조용하고···.”

“오케이! 그건 됐고. 그럼, 더 낮춰봐. 반응 보고 들어가자!”

“근데 상무님! 지금 개미들이 저희 물량을 계속 갉아먹고 있는데···.”

“야! 추가 확보한 물량이 얼마라고 했어?”

“82만 주입니다.”

“82만 주? 아이씨, 그 물량 풀면서 하한가까지 낮추면, 82만 주 다시 회수할 수 있겠지?”

“근데, 상무님! 구태여 위험하게 주가 조정을 할 필요가 있을까요? 민감한 사안인데. 금감원 쪽에서 혹시라도···.”

“아! 알았어! 당장 멈춰!”

“네.”

“대영반도체는?”

“확실한 상한가입니다.”

“상한가? 흐음, 시간이 얼마 없군.”

“상무님! 저흰 2주 동안 집에도 못 갔습니다. 이제 마무리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흐음, 알았어.”

“물량 거두고 바로 올릴까요?”

“물량은 거두지 마! 자금은 충분하니까! 장내 매수해서 다른 계좌에 집어넣어!”

“네!”

“그리고 세력 들어오지 못하도록 지금부턴 확실하게 빗장 채워!”

“네!”

“시나리오 시작해!”

“네! 상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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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태경하이텍]

[평균 매수가(신용), 2,947원]

[매수 수량, 100,000주]

그 종목 정보를 우측 모니터에 띄운 나는 기적 같은 차트의 변화를 웃으며 쳐다봤다.

좀 전, 위쪽 호가들을 공략하며 10만 주에 달하는 물량을 단번에 먹어치우자 주가는 일부 상승했고.

그런 변화에 놀란 개미들이 갑자기 달려들어 매도 물량들을 뜯어먹자, 주가는 다시 올라 2,970원을 찍었다.

이런 2,970원 주가는 금방 2,980원으로 치솟았고.

이제 3,000원을 향해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다.

데드캣바운스, 주가 급락 이후 일시 상승.

그런 변화들을 노리고서 초단타 개미들이 접근한 것 같은데.

그런 개미들이 드글드글 꼬이려고 하던 그 순간.

바로 주가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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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47분 47초.

[종목: 태경하이텍]

[현재가: 3,365원(+4.83%)]

나는 마우스 클릭을 멈춘 뒤, 현재 주가를 확인했고.

또한, 호가창의 격렬한 거래들을 확인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2,925원(-8.88%)이었던 주가.

그런 주가는 수직 상승했고.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지금 거래가 빗발치게 이루어지고 있다.

평소에 보이지 않았을 수많은 물량들이 튀어나왔는데.

마이너스 8.8%까지 떨어질 때도 잘 나오지 않던 물량은 폭발적으로 쏟아졌고.

그 물량 폭탄에도 주가는 3,365원에서부터 3,400원까지 솟구치고 있었다.

그러자 단타꾼들이 더 몰려들었다.

하방에서 사고, 바로 몇 계단 위에서 물량을 토해내는 초단타가 횡행했는데.

이때, 그런 초단타꾼들을 털어낼 생각인지 차트가 아주 이상하게 변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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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가: 3,325원(+3.58%)]

[현재가: 3,245원(+1.09%)]

[현재가: 3,225원(+0.47%)]

[현재가: 3,355원(+4.52%)]

[현재가: 3,440원(+7.12%)]

[현재가: 3,330원(+3.74%)]

[현재가: 3,290원(+2.49%)]

그렇듯 롤러코스터를 타듯 주가 급락과 급등이 쉴 새 없이 나타났고.

곧이어 주가가 3,190원, -0.62%까지 추락하자.

놀란 초단타꾼들은 재빨리 손절하며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곧이어 애매한 주가 상승이 있은 뒤.

쉴 새 없이 등락하며 우상향 곡선을 그리다가.

갑자기 주가는 격렬한 수직 형태로 다시 치솟았다.

특히, 3,400원대에 몰려 있던 20만 주의 매물 저지선!

그 저지선은 속절없이 깨지고 있었고.

불기둥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구쳤다.

- 우와아, 차트 존나 지랄 맞네

- 주포 개새끼! 이따위로 할 거야!

- 이거 설거지 아냐? 갑자기 오를 이유도 없는데

지랄 맞는 롤러코스터 행보 때문에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초단타꾼들은 다시 뛰어들었고.

그사이, 주가는 휘리릭! 날아올라 순식간에 3,610원(+12.46%)을 찍어버렸다.

이때, 놀라며 시장가 매수 버튼을 눌렀던 일부 초단타꾼들.

그들은 피치 못하게 3,600원대 매물을 집어삼켰는데.

그러자 주가는 다시 미끄러졌고.

훨씬 낮은 3,430원(6.85%)에서 횡보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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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리다. 난리.

팔짱을 끼며 나는 조금 뒤로 물러섰다.

이미 나는 수익 상태라 느긋하기도 했지만.

차트 행보가 왜 저렇게 나오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아, 좀 더 느긋하게 지켜봤다.

근데 저렇게 가면 상한가가 안 나올 수도 있는데.

하지만, 좀 더 길게 보면, 태경하이텍은 더욱더 빛나는 주식이 될 것이다.

근데 욕심이 좀 많아.

최대한 많이 장내 물량을 흡수하려고 발악하는 누군가.

그런 목적성 때문에 주가 급등은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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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오후 2시 49분 50초.

어느덧 동시호가 시간대가 되자, 나는 잠시 자세를 고쳐 앉았다.

이제 동시호가 시간대에선 어떤 반응이 생길까.

이 시간은 물량을 빼앗길 걱정 없이 물량을 무조건 집어 삼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이런 동시호가 시간대에서 주포가 어떻게 반응할지 무척 궁금했다.

그리고 어느덧 오후 2시 50분 정각이 되는 순간.

바로 큰 변화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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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 쭉! 치솟는 호가.

직전 3,460원(+7.79%)이었던 주가.

3,600원까지 주르르 올라가더니.

오늘의 고행을 털어내듯 3,630원을 넘어섰고.

잠시 후, 3,690원 상한가를 터치했다.

그런데 이런 동시호가는 실제 거래 결과가 아니라 투자자들이 던진 주문들이 합쳐진 결과다.

결국, 변동이 발생했다.

상한가 3,690원(+14.95%)에서부터 2,960원(-0.78%)까지 호가가 주르르 내려갔고.

잠시, 2,960원에 머물다가.

다시 호가는 3,460원(+7.79%)으로 돌아왔다.

그렇듯 호가가 굳어지자, 매물량은 더 늘어났고.

거래 예상 주식 숫자는 67만 주를 가뿐히 넘어섰다.

그리고 잠시 뒤.

3시 정각이 되자, 오늘의 종가가 결정되었다.

종가, 3,460원(+7.79%).

마지막 거래량은 673,693주.

그러나 그게 끝난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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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30분.

나는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더는 볼 것도 없어졌다.

30분 단위로 매매가 진행되는 이 시대 기준에 맞춰, 4시 정각과 4시 30분에 시간외 단일가 매매를 확인했는데.

2009년 기준, 시간외 상한가(종가기준 +5%)에 해당되는 3,630원에 엄청난 매수세가 몰려들어 거래 자체가 일어나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

시간외 시점에서 드디어 빗장이 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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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얀 눈이 쏟아지는 겨울의 한복판.

인수합병 호재가 터지면서 대영반도체와 태경하이텍의 상한가 행진은 이어졌고.

2009년 12월 23일 수요일 아침 9시 15분.

크리스마스이브가 코앞으로 다가온 날.

태경하이텍 주식을 나는 전량 상한가에 매도했다.

물론, 대영반도체는 전날 매도를 마쳤는데.

[종목: 대영반도체]

[평균 매수가, 3,568원]

[평균 매도가, 6,800원]

[매수 수량, 42,000주]

[종목: 태경하이텍]

[평균 매수가(신용), 2,947원]

[평균 매도가, 6,040원]

[매수 수량, 100,000주]

그렇게 모든 보유 종목들에 대한 정리를 마쳤다.

따라서 대영반도체를 팔고 나자, 수수료를 제외하고 2억 8,400만 원 정도가 돌아왔고.

태경하이텍은 신용거래이기 때문에 수익만 돌아왔는데.

대략 3억 700만 원 정도의 수익이 집계되었다.

다 합치고 나면, 내 수중에 5억 9,100만 원 정도의 돈이 들어온 것이다.

대략 1억 원에 해당됐던 원금.

일주일이 넘는 기간 동안, 나는 그걸 거의 6억 원에 가까운 돈으로 바꾸어 버린 것이다.

정말 엄청난 수익이 터진 것이다.

하하!

기분 꿀맛!

날아오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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