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물이 되어버린 투자자-8화 (8/138)

8화 세번째 투자

<6>

끝났다.

상한가였다.

평균 매수가 3,568원.

매수 수량, 60,000주.

현재까지 대략 1,900만 원에 이르는 수익이 났다.

근데 바로 아쉬움이 생겼다.

이번 투자는 미수거래.

대략 2억 천만 원 정도 빌려서 투자한 건데.

이런 미수 거래는 이틀 뒤에 정산이 되어야 한다.

매수금에 해당되는 현금 2억 천만 원을 이틀 뒤에 증권계좌에 넣을 수 없으면, 미수동결계좌 지정이 되고 30일간 미수 금지 처리가 된다.

이럴 땐 차라리 신용매매가 훨씬 더 낫다.

그러나 이미 상황은 끝났고.

다소 난감해졌다.

그래서 보통 미수 거래는 당일 매수, 당일 매도의 원칙을 지키는 게 훨씬 더 속 편하다.

근데, 분위기상 최소 몇 연상을 할 것 같은데.

나는 잠시 턱을 만지며 생각하다가, 씩 웃었다.

투자를 시작한 게 고작 어제.

그런데 벌써 수천만 원을 벌었다.

시작이 좋다.

부디 더 훨훨 날아오르자!

#

오후 2시 45분 53초.

곧 시작될 동시호가 시간(오후 2시 50분~오후 3시)을 앞두고서.

대영반도체 종목과 신풍LED 종목은 굳건하게 상한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침착하자.

처음부터 무리할 건 없어.

그래서 나는 마지막 고민을 마친 뒤, 키보드를 탁탁 두드렸다.

[종목: 신풍 LED]

[매도 주문가, 1,420원]

[매도 주문량, 10만 주]

[매도하시겠습니다?]

따각!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거래 체결은 즉시 이루어졌다.

상따를 원하는 하방 매수 주문 대기량이 그만큼 몰려 있어 순식간에 거래 체결이 되었다.

결국, 신풍LED를 던졌어!

근거는 신풍LED가 역대 기록에서 2연상을 넘어선 적이 없다는 점이다.

뭐 기록이란 원래 깨지는 건데.

그럼에도 대영반도체 주포(큰 영향력을 가진 주식세력)의 패를 알고 있어 불확실성보다는 안전을 택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1,020원에 샀던 신풍LED.

1,420원에 매도했고.

결과적으로 대략 수익 4천만 원이 났다.

여기서 거래세를 포함한 수수료가 일부 떨어져 나갔다.

#

[종목: 대영반도체]

[매도 주문가, 3,895원]

[매도 주문량, 18,000주]

[매도하시겠습니다?]

따각!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곧바로 대영반도체 주식 18,000주를 3,895원에 매각했는데.

그 일들을 다 마치고 나자, 어느덧 보유 주식들에 대한 정리가 끝났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종목: 대영반도체]

[평균 매수가, 3,568원]

[매수 수량, 42,000주]

이렇게 정리가 끝났다.

즉, 미수금 2억 천만 원은 신풍LED에서 대략 1억 4천만 원 현금을 확보했고 대영반도체 18,000주를 팔아 대략 7천만 원 정도를 확보했다.

그래서 미수금은 사라졌고.

아직 남아있는 [대영반도체 42,000주]를 기준으로 현재 내 주식의 가치를 매겨보면.

대영반도체의 주가는 3,895원이므로.

실질적인 가치가 대략 1억 6,369만 원 정도가 된다.

여기서 수수료가 제외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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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 큭.

정말 소리죽여 웃었다.

방음이 안 되는 방이니까.

지난 이틀간.

결국, 내가 벌게 된 수익은 대략 6천만 원 선.

수익률로 환산해도 대략 +60%나 된다.

절대 나쁘지 않은 수치다.

시작치곤 나쁘지 않다.

그리고 이때 나도 모르게 눈가가 조금 촉촉해졌다.

누구도 모르는 나만의 고통.

이걸로 해소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작은 위로 정도는 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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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건 됐고.

벌었으니까 급한 불부터 꺼야지.

나는 그렇게 미수 거래 정리를 마친 뒤, 컴퓨터를 바로 껐다.

그리고 한 벌밖에 없는 깨끗한 청바지를 입고.

구깃구깃한 하얀 와이셔츠를 입은 뒤, 그 위에 낡은 잠바를 걸치고는 밖으로 나왔다.

겨울의 바깥은 여전히 추웠고.

오후의 행인들의 모습은 한결같았다.

#

“···아! 저번에 깜빡하고서 증권계좌 신용거래 설정을 안 했거든요. 네! 신용거래 하려고요.”

잠시 뒤, 증권사 지점에 도착한 뒤 나는 서둘러 신용거래 설정을 했다.

사실, 회귀 전엔 그다지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신용거래.

그러나 지금은 자금이 부족한 터라 신용거래 자체가 무척 중요해졌다.

“···이거 위험하신 거 아시죠?”

“네.”

“투자 상황에 따라 원금을 다 잃을 수도 있습니다.”

“네.”

“여기 보시면···.”

사실, 신용거래와 미수 거래는 주식 투자에서 별로 좋지 못한 옵션이다.

투자라는 것은 원래 거래 횟수가 늘어날수록 혹은 위험한 거래를 할수록 손해가 더 커지게 된다.

예를 들어 5번 투자했을 때, 단 한 번의 위험만으로도 그동안의 수익이 모두 사라지고 삽시간에 마이너스 대의 수익으로 추락할 수 있다.

단타 투자꾼들은 투자 횟수가 많은데.

그래서 원금 유지만 해도 대단한 실력자인 셈이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잠시 뒤.

증권사 지점에서 일을 마친 뒤, 나는 이제 백화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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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좋겠네요.”

“근데 가격이 좀 센데, 고객님 괜찮으시겠어요?”

“얼만데요?”

“백화점 카드가 있으면 5% 세일이 가능하고, 저희가 5만 원권 상품을 드릴 수가 있어 그걸 바로 제하면, 130만 원에 가능합니다.”

“130만 원? 음, 백화점 카드가 저한텐 없는데. 그냥 일반 카드로 결제할게요. 이 와이셔츠 3장하고 넥타이는 저거랑 이걸로 할게요. 가죽 벨트는 이게 좋습니다. 그럼 다 합쳐 얼마죠? 바지 수선비는 공짜라고 하셨죠?”

130만 원짜리 명품 정장 한 벌.

와이셔츠 3장.

넥타이 두 개.

가죽 벨트 한 개.

그걸 다 합치자, 5% 세일 없이 대략 160만 원 정도가 나왔다.

“바지는 바로 수선소에서 수선해드릴게요. 그럼 몇 개월로 해 드릴까요?”

“일시불요.”

“아, 알겠습니다.”

“근데 이 정장을 바로 입고 가고 싶은데···.”

“그러세요. 바지 수선돼서 오면 바로 입고 가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잠시 후, 바지 길이와 밑단이 정리되어 돌아오자,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무척 깔끔하게 명품 정장으로 갈아입고 나온 뒤, 거울 앞에 섰다.

어쩜 이렇게 사람이 갑자기 훤해 보일까.

우중충했던 고시원 김한수가 아니라.

한때 일약 스타가 됐던 대한민국 대표 개미 김한수가 되살아난 느낌이었다.

“마음에 드시죠? 정말 잘 어울리세요.”

정장 매장의 여자 직원.

그녀는 슬쩍 날 쳐다보며 말을 걸었다.

“정장을 입으시니까 더 멋져 보이시는데, 정장이 잘 어울리시는 외모에요.”

거울에 비친 내 모습

얼마 전까지 공장에 다니다 보니 약간 구릿빛 피부이고.

험한 일들을 하다 보니 일 근육이 여기저기에 탄탄하게 자리잡은 상태다.

특히, 구질구질했던 낡은 잠바를 벗자, 정말 사람다워 보이는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근데 신발도 좀 사야겠다.

머리 스타일도 좀 바꿔야겠고.

그때부터 백화점 여기저길 돌며, 구두, 잠바, 바지, 티셔츠 등을 샀고.

정장까지 다 합쳐, 총 250만 원 결제를 마친 나는 새카만 구두를 신고서 백화점을 나섰다.

낡은 잠바 차림의 젊은 백수(?)에서.

좀 더 지적으로 보이는 청년으로 나는 순식간에 변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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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보세요. 이런 머리, 잘라내니까 얼마나 깔끔해요? 괜찮죠?”

호들갑을 떠는 미용실 원장한테서 잠시 후 머리를 다듬은 뒤.

나는 좀 더 깔끔해진 모습으로 그곳에서 나왔고.

인근 서점에 들러, 수능 준비와 관련한 기초 개념 위주의 책들도 구매했다.

그 일들까지 마친 뒤, 다시 고시원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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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건 여기에 걸어두고.

이건 또 여기에 두고.

이것들은 이쪽에 두면 되겠다.

그럼 이건 어디에 두지?

좁은 고시원 방.

쇼핑한 물건들을 이리저리 배치하는 과정에 좀 골치가 아프다가.

어느덧 정리를 마친 뒤, 나는 잠시 내 방을 빙 둘러봤다.

사실, 그런 옷들보다는 이 공간을 최대한 빨리 벗어나는 게 중요하지만.

문제는 현재 현금이 없다는 것이다.

현금은 모조리 주식에 묶여있다.

그래서 내가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이 신용카드.

와! 어쨌든 기분도 좋으니까.

간단히 저녁이나 먹고 오자.

어느새 해가 저문 시각.

나는 간편한 체육복으로 갈아입었고.

잠바를 위에 걸친 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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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밤 8시가 다 된 시각.

차가운 겨울바람이 어디선가 쌩쌩 불어온다.

팔짱을 낀 연인들이 나란히 걸어가는 그 대로변 거리에서 나는 잠시 후 빠르게 걸었고.

그 앞, 헤드라이트를 켠 차들이 빠르게 지나가는 도로변 인근 단골 김밥집에 도착했다.

“김밥 한 줄에 라면요.”

“총각! 근데 오늘따라 왜 그렇게 표정이 좋아?”

“아, 아닙니다.”

나도 모르게 씩 웃었고.

그로부터 또 시간이 흘러.

어느덧 다음 날이 되었고.

대영반도체 투자와 병행하되.

이제 세 번째 투자를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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