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두번째 투자 성공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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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31분.
가장 혼잡한 시간대인 장 개장 이후 대략 30분의 시간이 지나갔다.
이 30분 동안 일부 테마주 종목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신풍LED는 지금도 굳건한 상한가 지점에 있다.
이 상한가 빗장은 좀처럼 풀리지 않을 것 같다.
너무 강력한 매수세 때문에 매물이 뚫고 나오지 못할 정도로 그 바닥은 탄탄하다.
실제, 매도 물량이 거의 나오지 않다 보니, 거래가 끊긴 상태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그 이유가 뭘까.
이쯤 되면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
나야 뭐, 차트를 보던 중에 상한가를 잡아냈지만.
이 종목의 주요세력은 이유가 있어서 이 종목을 잡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것저것 찾아봤다.
어제 장중에, 그리고 장 종료 이후에도 확인해 봤는데.
또한, 시간이 날 때마다 이것저것 확인해 봤지만.
지금껏 상한가의 이유가 드러난 게 없다.
언론에 게시된 것도 없고.
따로 공시된 것도 없다.
그저 소문만 무성할 뿐.
기술 수주 계약?
수백억 원의 수주 계약?
주식 동호회 게시판에선 기술 수주과 관련하여 여러 이야기들이 분분하다.
그러나 내가 봤을 땐 이것도 확실치 않다.
그렇지.
주식 호재는 베일에 싸여있어야만 그 가치가 빛나는 법이다.
반면, 이런 상황에서 정보 취약자는 무조건 차트를 볼 수밖에 없다.
마치 주가 감시자가 되듯.
갑자기 큰 매물이 터져 나올 때.
혹은 주가 추락 각도가 클 때.
이럴 땐 누구보다도 빨리 매도 버튼을 누르는 게 중요하고, 이건 내 철칙이기도 하다.
어쨌단 단기 투자니까.
목표주가가 따로 없고.
투자 기간도 임의적이고.
그래서 이런 투자는 무조건 시장 상황에 따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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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나는 몇 개 종목들을 찾아서 좌측 모니터에 띄웠다.
증거금 기반의 미수 거래를 통한 추가 투자를 하기 위해서다.
먼저, 녹색 성장 테마주로 분류가 된 삼천자전거.
전일 종가 15,000원이었던 이 종목은 올해 초, 주가가 6천 원대였으나.
코스피 돌풍과 녹색 성장 테마에 따라 주가가 급상승했다.
현시점 기준으로 봤을 때, 이미 주가는 오를 대로 오른 상태.
혹시 모를 추가 펌핑 가능성을 엿봤으나 조금 애매했다.
시가총액, 상장 주식 숫자, 최대주주 지분율, 외인 보유율 등도 따져봤고.
자본유보율, 부채비율, 매출, 영업이익, PER, PBR 등도 확인해 봤으나.
현재 호가창의 거래 흐름과 지난 한 달간의 흐름을 보면, 모든 것들이 무척 지지부진해 보였다.
혹시 모를 매집 행위도 전혀 보이지 않았고.
그저 무료해진 차트 변화의 모습뿐이었다.
이렇게 시장이 움직이지 않을 땐, 대체로 큰 폭의 하락 터널에 빠져들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데.
에휴, 이건 당분간 틀린 것 같아.
할 수 없이 나는 관심을 끊고 다른 종목들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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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무슨 일인데요?”
“아, 김한수씨. 여기 요양병원입니다. 다른 게 아니라, 정옥순 할머니께서 한번 뵙고 싶어하시는데, 시간 괜찮으시겠어요?”
순간, 나는 반색했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친구분.
무척 친했던 분이라.
간혹 내가 요양병원을 찾아가 병문안을 하기도 했는데.
그러나 이 할머니도 그리 오래 살지는 못하신 분이다.
아마 내년쯤 세상을 떠나실 텐데.
그런데 갑자기 간호사를 통해 전화를 준 것이었다.
“시간 되면 바로 내려갈게요. 거기 면회 시간이 저녁 6시까지죠?”
“네. 맞아요. 그럼 전화 끊겠습니다.”
그러고는 전화가 끊겼다.
이때, 나는 잠시 멍해 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렸다.
하! 늦겠다.
빨리 들어가자.
정오가 지난, 12시 15분.
잠깐 전화가 와서 휴대폰을 들고서 밖으로 나왔던 나는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 전화를 받고 나자 마음이 좀 이상했다.
너무 찢어지게 가난했던 과거.
그때의 기억들.
물론, 지금의 내가 아주 가난한 것은 아니지만.
그 기억들이 새삼스럽게 날 옥죄게 한다.
나도 어서 이 좁은 고시원에서 벗어나야 할 텐데.
아차!
그 순간, 나는 정신을 다시 차린 뒤, 눈이 약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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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경그룹 박정훈 회장.
그의 차남인 박영수 상무.
박영수 상무의 결혼 관련 기사를 내가 한 시간 전에 우연히 찾은 건데.
상장사 기사들을 확인하던 중 발견한 것이다.
그런데 이 기사는 지난 9월 중순에 발표된 기사다.
이미 철 지난 기사.
그런데 가만히 보다 보니, 재밌는 부분이 있다.
중소기업 부품업체, 대영반도체.
그 대영반도체 오너의 막내딸 김희정씨와 박영수 상무의 결혼 소식.
다만, 특이한 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혼약인데.
결혼날짜와 결혼 장소가 공개되지 않은 미완성된 기사가 발표되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흥미를 갖고서 이것저것 찾아보던 중.
잠시 후, 나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상징후를 발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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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대박인데.
대영반도체가 무려 7연상을 했다고?
지난 9월 중순.
그 기사가 터진 직후, 대영반도체는 상한가 행진을 이어 나갔고.
무려 7연상을 찍었다.
그 때문에 3천원 대 주가였던 대영반도체는 무려 8,800원까지 주가가 올라갔다.
그러나 주가는 다시 급락했는데.
현재, 5천 원대에서 2,900원대를 오가며 주가 등락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상징후는 바로 이것이다.
지난 두 달간 대영반도체의 주가는 7연상의 후폭풍에 시달렸고.
그 때문인지 주가 등락의 폭이 아주 심할 정도로 컸다.
어떤 때는 10% 상승하기도 했고.
어떤 때는 마이너스 7%, 마이너스 5%, 마이너스 3% 등과 같은 마이너스 주가를 7거래일 동안 지속하기도 했다.
때로는 거래가 폭발할 듯 터지기도 했고.
때로는 거래가 잠겨버리기도 했다.
모든 게 종잡을 수 없이 흐르는 듯한 모습이지만.
그럼에도 이런 흐름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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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5원?
현재 주가다.
오늘 증시 개장과 동시에 3,350원을 찍었던 대영반도체 주가.
전일 종가는 3,390원.
즉, 마이너스 주가에서 시작됐던 이 종목은 현재 시간이 경과될수록 주가 우상향 차트를 보이며 계속 변하고 있다.
그래서 그 거래 동향을 계속 확인하던 중.
점점 나도 모르게 긴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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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에선 어제 순매수를 했다.
외인들도 꾸준하게 순매수를 진행하고 있고.
다만, 어제는 외인들이 주가를 꽉 누른 흔적이 남아있다.
물론, 어제 주가는 마이너스.
그러나 지금 호가창의 시세는 무척 변화무쌍하게 등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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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3,430원.
3,445원.
3,450원.
3,465원.
3,450원.
주가가 계속 변하는 동안, 매물대에도 이상징후가 나타났다.
점점 더 두터워지던 각 호가의 박스권 매물들.
그러나 주가 등락이 몇 번 오가는 동안, 점차 매물량이 슬림해졌다.
특히, 주가가 3,425원에서부터 3,465원까지 오르내리며 변동 폭은 무척 커졌지만.
그 변동이 이어지는 동안, 매물 물량은 빠르게 소화되고 있다.
그러다가 3,450원(전일 종가 3,390원, +1.8%)을 다시 찍는 순간.
위쪽 매물대는 더 슬림해졌고.
그 순간, 뭔가 익숙한 장면을 기억한 나는 화들짝 놀라며 반사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미수거래]
[시장가 주문]
[주문량 30,000주]
그러고는 재빨리 마우스 클릭을 했다.
이때, 바로 나타난 주문 체결 확인 창.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현재 시각, 12시 55분 37초.
이 시각, 대영반도체 투자를 일종의 외상거래인 미수거래 형태로 넣게 되었는데.
어쨌든 결혼날짜는 미공개 상태이다 보니 추가 호재 발생 가능성이 있고.
긴 시세 조정 작업을 거쳐온 대영반도체.
대기업과의 혼사가 실제 이루어지는 날짜는 다시 없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상당히 컸다.
그래서 나는 과감하게 베팅한 뒤.
호가창을 유심히 쳐다봤다.
어느덧 오후 1시 15분이 지나가는 순간.
느릿느릿 등락하던 호가는 요동치는 빛처럼 휙! 휙! 움직였고.
엄청난 매수세가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우수수 쏟아지는 소낙비.
그 소낙비처럼.
쏴아아아-아!
거래 체결 결과들이 수많은 숫자가 되어 호가창에 주르르 흘러내렸다.
거래체결, 50,359주.
125,659주.
150,391주.
110,353주.
180,380주.
190,551주.
155,450주.
168,593주.
······
이야아, 이거다! 이거!
엄청난 물량의 거래 체결이 이루어지며.
주가는 순식간에 3,490원을 돌파하고 있었고.
단숨에 3,500원대 마의 장벽을 깨더니 한없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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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님! 근데 이 새끼 어떡하죠? 이 새끼, 갑자기 올라타는데요?”
“지금 얼마야?”
“3,455원요. 다시 바닥 깔고서 존나 흔들고 갈까요?”
“야! 시간 없어! 새꺄! 아는 놈들은 다 아는 재료야. 괜한 짓 하지 말고 시간 되면 그냥 말아 올려! 이번에 설거지 못 하면 다 끝장이야!”
“에이씨, 존나 운 좋네! 데드캣바운스(주가 급락 이후의 일시 상승) 타고 올라서는 새끼들, 다 잡는 게 제일 재밌는데. 네! 1시 15분에 맞춰 바로 말아 올리겠습니다!”
“오늘 설거지 날이니까, 정신 바짝 차려! 피뢰침 만든 뒤, 우린 기관 매수와 무조건 반대로 간다! 넌 외인이야! 외인!”
“넵! 이사님! 제가 검은 머리 외인입죠! 그리고 피뢰침 제조 전문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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