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물이 되어버린 투자자-4화 (4/138)

4화 두번째 투자 01

<4>

“야, 아까 그 새끼 누굴까?”

“1,020원에 10만 주?”

차가운 겨울바람이 쌩쌩 불어오는 건물 옥상.

최경석 과장은 하얀 담배 연기를 길게 뿜어냈다.

겨울바람에 휘말리며 솟구쳤다가 이내 사라지는 담배 연기.

“무슨 상관이래? 이런 놈 저런 놈 다 있는 게 주식 판인데.”

“졸라 운이 좋아서 말이야. 상한가 찍었는데. 돈이 얼마냐? 팔았을까?”

“병신이라면 팔았겠지? 이런 건 바로 못 빼. 상한가 정도론 인건비도 안 나오잖아.”

“그래도 그 새낀 팔 수 있잖아.”

“하긴, 지가 작업한 것도 아닌데.”

“야, 최 과장! 우리 들어가자. 시간 됐어.”

손목시계를 보던 박일현 과장.

그의 재촉에 최경석은 꽁초를 밟아 담뱃불을 껐다.

그러고는 두 사람은 서둘러 옥상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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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매수가 1,020원.

현재 주가는 1,235원.

증권거래세가 포함된 수수료를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대략 2천만 원 남짓한 순수익이 발생한 상태다.

장중 상한가에 다다랐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다.

그런데 2009년 12월 이 시점에선 상한가가 30%가 아니라 15% 지점이었고.

장중 주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VI(변동성완화장치)가 발동되지도 않았다.

이런 VI는 2015년 6월이 되어서야 도입되는데.

이때 가격제한폭 역시 30% 선으로 오르게 된다.

장 마감 시각도 이 시점에선 좀 다른 편이다.

오후 3시 정각.

이때, 정규장이 마감하게 되고.

이후, 시간외거래는 오후 3시 10분부터 시작되어 오후 6시에 끝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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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알았어. 그럼 우리, 저녁 7시에 보자.”

고시원 3층 계단 쪽.

나는 아주 조용히 통화를 마친 뒤, 휴대폰을 닫았다.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던 친구들 전화번호로 계속 전화를 걸었고.

그 결과, 저녁 약속시간을 잡을 수 있었다.

아주 오래전에 봤던 친구들.

다들 공고 출신이라서.

어느 순간 괴리감이 생겨 만나지 못했던 녀석들.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건, 이 친구들이 다른 녀석들과 다르게 무척 거친 녀석들이기 때문이다.

기초 생활 수급자에 장애인이었던 할머니.

그런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나는 잠시 비뚤어진 적이 있는데.

그때 그 녀석들과 무척 친해졌고, 어느 순간 불알친구처럼 되어버렸다.

사실, 내가 흙수저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그리고 공고가 아니라 일반고등학교에 진학했다면.

나는 어떡하든 공부에 집중해서 서울 상위권 대학 정도에 입학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의 나에겐 선택지가 없었고.

그 때문에 나는 아주 파란만장한 학창 시절을 보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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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 새끼들, 만나면 꼭 새벽까지 술을 마시려고 할 텐데.

한번 발동하면 도무지 중단을 모르는 녀석들.

결국, 내가 알아서 적당히 끊고 나와야 한다.

나야 뭐, 오늘 기분이 좋아 친구들을 만나려고 하는 것일 뿐.

투자를 시작할 때면, 항상 주변 관리부터 철저하게 하는 게 내 철칙이기도 하다.

그게 바로 내 루틴이기도 하고.

특히, 제3의 요인에 의해 내 투자 행위가 방해를 받게 되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건 바로 내 자신이고.

그건 바로 재산상의 피해로 직결된다.

그래서 더욱더 주의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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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춥네.

빨리 좋은 패딩 하나 사야겠다.

낡은 패딩을 걸친 뒤, 나는 잠시 후 고시원 밖으로 나왔다.

현재, 시간외거래가 시작됐지만.

좀 전에 확인했을 때, 상한가에 틀어박힌 주가는 좀처럼 움직임이 없었고.

거래 자체도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는 중이었다.

딱! 박혀 버린 상한가 지점.

물론, 상한가 30%에 익숙해 있던 내가 상한가 15%를 보게 되자, 무척 어색했지만.

그럼에도 그 상한가 15% 선이란 게 무척 견고해 보인다.

“하긴, 15% 먹어선 솔까 남는 게 없으니까.”

조용히 혼잣말을 하면서 나는 골목길을 빠르게 걸었고.

잠시 뒤, 한적한 버스정류장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좀 기다렸다가 버스에 탔고, 뒤쪽 끝자리로 가서 조용히 앉았다.

한편, 그렇게 버스를 타고 달리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흘러갔는데.

그사이 학생들 하교 시간이 된 듯, 중학생, 고등학생들이 버스에 타기 시작했다.

점점 더 북적북적해지는 버스.

그런 버스 속에서 잠시 버티다가, 곧이어 내가 내린 곳은 대치동 학원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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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죄송한데, 수능 성적표가 없으면 저희 학원엔 들어올 수가 없어요. 저희 학원은 따로 입학시험 같은 걸 치르지 않고 그냥 수능 성적표만으로···.”

“네. 그건 저도 이해하는데, 그냥 저녁, 밤 시간대에 여기서 수강할 수 없을까요?”

“재수하신다면서요?”

“네.”

“그럼 재수종합반에 들어오려는 게 아닌가요?”

“네. 과목 수강만 하려고요.”

“아, 단과반 말씀이군요. 근데 저희 학원은 수준별 강의를 하다 보니, 혹시 지난 모의고사 성적이나 내신성적이라도 있으면···.”

그런 게 나한테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나는 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 나이 25살.

다음 달, 내년 1월이 되면 이제 26살이 된다.

이런 내가 최근에 모의고사를 본 적이 있을 리가 없고.

공고 시절의 내신성적은 여기선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사정까지 이야기하며 좀 더 상담을 진행했는데.

학원 담당자는 갈수록 난색을 표했다.

나한테 맞는 반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수준 차이가 너무 나기 때문에.

수강을 하는 것 자체가 무척 힘들 거라는 것이다.

하긴, 나한테 기초가 뭐 있겠는가.

고등학교 공부는 거의 다 잊어버렸다.

물론, 지난 공고생 기준이 아니라.

수능 공부를 시작한 이후 서울 중상위권 성광대 입학에 성공했던 회귀 전의 내 기준으로 봐도, 지금으로선 내 머리가 텅 비어있는 상태다.

“···그럼, 그냥 아무 반에나 넣어주세요. 가장 낮은 반도 괜찮아요. 거기서 제가 알아서 공부하겠습니다.”

“근데 그렇게 되면, 정작 본인한테 시간 낭비가 되고···.”

“아뇨. 금방 따라잡을 자신이 있습니다. 제가 경쟁 같은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영어와 국어는 정말 자신이 있습니다. 특히, 영어는 프리토킹도 가능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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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럼 결제는 이걸로 해 주세요.”

잘 쓰지 않던 신용카드.

간신히 상담을 마친 뒤, 나는 그 카드를 접수창구에 내밀었다.

“몇 개월로 해 드릴까요?”

“3개월요.”

“거기 사인해 주세요.”

잠시 후, 띡! 띡! 소리가 나더니 영수증은 인쇄되어 나왔다.

“영수증 받으시고, 이건 수업 시간표니까 잘 보고 오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영수증과 시간표를 받은 뒤.

학원 관련 자료도 받은 나는 한쪽 의자에 앉아 좀 더 살펴봤다.

이 학원의 주요 과목 강의는 1월 2일부터 시작되고.

전체 과목 개강은 2월 중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아직 시간은 좀 더 남은 상태다.

준비할 시간이 좀 더 있는 상태.

그러고 보면, 내가 무턱대고 대치동 학원가를 찾은 건 좀 어이없는 일이겠지만.

과거, 내가 수능을 다시 보기로 결정할 때도 이렇게 한 적이 있다.

그렇게 다른 학생들과 같은 선상에 서서 달리다 보면.

처음엔 느리더라도 나중엔 내가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

특히, 과거엔 정말 무모한 상태에서 입시를 시도했으나.

지금은 완전히 다르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이번 목표를 좀 더 높게 잡을 생각이다.

최상위권 한국대.

그걸 목표로 삼아, 한번 달려볼 생각이다.

여하튼, 잠시 뒤.

나는 그 학원가에서 벗어나, 근처 PC방에 들렀다.

그리고 거기서 시간외거래 현황을 다시 살펴봤고.

이전과 차이가 없음으로 확인했다.

그래서 내일 장중 거래가 더욱더 기대가 된다.

내일도 상한가를 찍게 되면, 나는 단숨에 1년 연봉을 훨씬 상회하는 돈을 벌게 된다.

뭐, 될지 안 될지는 내일 바로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잠시 뒤.

나는 친구들과 만날 약속 장소에 조금 더 일찍 도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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